When someone’s been gone a long time, at first you save up all the things you want to tell them. You try to keep track of everything in your head. But it’s like trying to hold on to a fistful of sand: all the little bits slip out of your hands, and then you’re just clutching air and grit. That’s why you can’t save it all up like that. Because by the time you finally see each other, you’re catching up only on the big things, because it’s too much bother to tell about the little things. But the little things are what make up life. (294)
스코틀랜드 대학에 다니는 언니 마고가 집으로 돌아왔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대충 알고 있다. 하지만 언니의 사소한 생활을 알지 못 한다. 이를 테면, 그녀 방의 아침 전경이 어떤지,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지, 미국 남자아이들 보다 스코틀랜드 남자애들을 더 좋아하는지. 마고가 대학 수업을 좋아한다는 것, 런던을 한 번 방문했다는 것이 라라 진이 언니의 생활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다. 라라 진이 말한다. So basically I know nothing.
그런데 눈여겨볼 대목은 니체가 ‘위대함’을 어디서 찾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자기의 혈통, 자신이 앓았던 병과 치유법,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 적었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 꼼꼼하게 적었다. 어떤 음식과 차를 언제 어떻게 먹었는지, 자신이 머물던 곳의 날씨와 풍토, 자신이 읽은 책들과 독서법, 자신의 문체, 자신이 들은 음악에 대해 적었다. 그러고는 독자들을 향해 물었다. “왜 일반적으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간주하는 이 모든 사소한 사항들에 대해 내가 이야기를 했는지” 이유를 아느냐고. “위대한 과제를 제시할 운명을 가진” 내가 괜히 이런 이야기를 해서 손해를 볼 것 같으냐고. 그러면서 이렇게 답했다. “이 사소한 사항들은 이제껏 중요하다고 받아들여졌던 것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여기서 바로 다시 배우는 일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런 게 바로 니체가 말한 ‘신의 죽음’이고 ‘가치의 전환’이다. 따로 갈음하는 말없이, 니체의 마지막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해두고 싶다. 여러분, “사소한 것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103쪽)
‘신은 죽었다’는 명제로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인식 전환의 거대한 문을 열었던 니체 역시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평소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 사소하게 여기는 작은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날씨, 햇볕이나 바람. 어제 읽었던 책과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어떤 노래. 내가 먹었던 음식과 커피, 차와 과일 그리고 과자. 이 모든 사소한 일들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중요한 이 사소하고 작은 일들.
겨울방학은 다가오고 아이들은 단축수업을 한다. (선생님들~ 존경하고 부럽습니다) 학교는 가깝고 아이들은 곧장 집으로 오는데, 어제는 아롱이가 현관으로 들이닥치길래 핸드폰을 쳐다보니 3시 1분. 서둘러 일어선다. 검정색 롱패딩을 걸치고 집을 나선다. 목요일은 장이 서는 날, 아롱이가 좋아하는 돈까스 트럭도 온다. 돈까스를 먹다가 딱 한번 치킨 안심까스를 먹고 나서는 그것만 먹겠다고 하는데, 뼈가 없고 순살에 식감이 부드러워서 누구든 좋아할만한 맛이다. 치킨안심까스를 주문해놓고, 맞은편 도서관에 올라가 상호대차로 신청한 책을 대출한다. 나는, 공무원으로 예상되는 남자직원보다 파트타임으로 일하시는 것으로 예상되는 여자직원분을 좋아한다. 선생님이 모니터 앞에 똑바로 앉아 눈을 감고 계시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신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고 책을 받는다. 아롱이꺼 소설 동의보감 (중), (하), 그리고 내 책 두 권. 3층 커피숍을 들리고 싶은데, 엘리베이터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오늘은 쉬어갑니다. 고맙습니다. 3층 카페.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읽어보려 했더니, 책제목이 매우 비슷한 이 책도 검색이 되었다. 영어 제목은 『Eat, pray, love in Rome』인데 번역본은 『너에겐 친구가 있잖아』이다. 도서관 선생님이 같은 책인데요? 하시다가 어? 아니네요?라고 하실 정도로 두 책은 거의 똑같아 보인다. 그러길 바라면서 만든 책이리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책 말미에 만나는 남자인 루카 스파게티가 이 책의 저자다. 실존 인물이며 실명이다. 루카 스파게티. 끝까지 읽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 문단은 캡처해 두었다.
무엇보다 행복은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신선한 토마토 파스타 한 접시에, 우리 축구팀이 넣은 골에, 이탈리아 재래시장 캄포 데 피오리Campo de Fiori에서 마시는 시원한 백포도주 한 잔에, 막 배우기 시작한 새로운 외국어 단어 하나를 알아갈 때의 설렘 속에. 왜냐하면 이탈리아 시인 트릴루사Trilussa가 ‘물과 포도주’라는 시에서 말한 대로 ‘결국 행복이란 아주 사소한 것’에 있기 때문이다. (13쪽)
화요일부터 밥에 귀리를 넣어 먹고 있다. 백미 40, 귀리 30, 찹쌀현미 15, 찹쌀백미10, 흑미 5의 비율이다. 흑미 때문에 아이들은 귀리의 출현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현미인 줄 아는 것 같다. 키가 큰 현미. 아니면 아예 눈치채지 못할 수도. 아이들에게 귀리밥이 행복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아마 나도 그러리. 아직도 새우깡을 좋아하는 내게도 그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