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유발 하라리의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읽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우리나라 아니라 세계적으로 읽히는/팔리는 초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특장점은 독특한 시선과 최강의 읽는 재미에 있다. 『사피엔스』에서는 지구를 정복한 우리 사피엔스종이 개나 , 소와 돼지와 다를 없는 그야말로 평범한 포유류의 종임을 차근히 논증해 나갔다면, 『호모 데우스』에서는 생물학적 죽음의 극복을 통해 신이 되려 하는 사피엔스의 노력과 그에 따른 미친 질주를 꼼꼼하게 다뤘다. 새로운 사실의 발견, 논증의 전개, 적절한 예시, 그리고 재미라는 측면에서 다섯 개에 다섯을 한다. 하지만, 어제는 간절했다. 나는 하라리의 모든 기술이 필요했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치밀한 논증,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그의 문장과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재미가 동시에 필요했다. 유발 하라리의 모든 기술이 동원되어야만 했다. 그래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를 있었기 때문이다. 계획은 실패했다. 



회고록을 자서전 또는 기타의 역사적 서술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을 하라리는 이것으로 본다. 




회고록은 개인사와 역사를 조합한 글이지만, 전자가 후자에 종속된 글인지 아니면 반대의 경우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28) 




1523 부르고뉴 백작령의 토박이인 열여섯 살의 페리 귀용의 회고록을 예로 든다면, 귀용은 자신이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카를 5세의 일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 자신이 현장에 있었지만 자신의 행동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 사건, 원정 자신의 행동, 원정 중에 일어난 일로 역사적 의미와 상관없는 사건, 원정과 상관없는 자신의 행동 등에 대해 뚜렷한 논리 없이 사건들과 행동들 사이를 오가며 서술한다. 인과관계를 버린 이야기인 셈이다(20). 개인사와 역사를 분리하지 않고 서술하되, 회고록 저자들 스스로는 개인주의 성향에 이끌리고 있었지만, 이것이 혹시 허영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자신의 자율적인 내면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모범적인 사례와 개념의 부족으로 압력을 받았다는 것이다(31). 결과 방향을 없는 혼란스러운 글이 탄생했다고 하라리는 말한다. 





조국 청문회를 보는 심정이 그랬다. 역사와 개인사가 겹치는 바로 지점에서, 개인으로서 나의 의견과 견해가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혹시 허영은 아닐까. 편으로는 무력감. 평범한 전업주부인 나의 정치 인식이 내가 원하는 방향의 특정한 결과를 얻어낼 없으리라는 뻔한 예감. 하지만 인생의 단면을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아무도 부여하지 않은 그런 의무감을 느낀다. 회고록이라고 거창하게 부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방향을 없는 혼란스러운 . 글이 아마 그럴 것이다. 조국 사태에 대한 개인적 소회를 담은 방향을 없는 혼란스러운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가 마쳐진 12 즈음, 조국 후보자의 아내 정교수가 기소되었다는 속보가 떴다. 25일간의 집단 광기와 10시간 넘는 기자 간담회, 그리고 막말대잔치 국회 청문회를 이제 마친 조국 후보자에게 전해진 소식이아내 전격 기소’. 조국 후보자 아내의 기소 소식이 전해진 가지 형태의 반응이 예상된다. 첫번째, 얼마나 혐의가 짙으면 조국 후보자의 아내가 기소되었겠는가. 두번째, 얼마나 조국이 법무부 장관으로 오는 싫으면 검사들이 이렇게까지 오버를 할까. 



검사를 믿을 없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 그래요. 한국의 검찰을 믿지 않습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정당에서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도록 법적인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 국회의원은 4년마다 번씩, 적어도 정도는국민의 심부름꾼한다. 정권은 교체될 있으며, 국회의원은 때에 따라 국민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검사는, 검찰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단지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진통 끝에 여야간 국회 청문회 일정이 잡혀있는 것을 뻔히 알고도 수사를 개시하고, 50군데 넘는 곳을 압수수색함으로써 후보자가 피의자가 있음을 암시하고, 결국에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의 대학 시절 봉사활동을 하고 받았다는 표창장이 위조되었다는 의심에 근거해 전격적으로 조국 후보자의 아내를 기소한다. 




국회 청문회에서 이철희 의원은 우리 사회를 크게 바꾸어 놓았던 사건으로 세월호 참사를 들었다. 보도량을 통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을 예측할 있다고 말했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한달 보도량이 24만건, 최순실 국정농단이 최초로 밝혀지고 한달 보도량이 11 9천건이라 했다. 조국 후보자 지명 이후 한달 보도량은 118만건. 


일본 언론에서 조국 후보자를 양파남이라 칭했다는 기사를 봤다. 의혹이 끝이 없다는 이야기 같은데, 검증 초기에 언론에 의해 제기되었던 의혹이 모두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음에도, 언론이 거짓말로 거짓 기사를 생성, 유통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이에 대한 반성 없이 다른 의혹을 만들어내 기사화했다. 모든 언론이 총동원해 조국 죽이기에 나섰는데, 제기되었던 의혹이 풀려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정도라면 상태가 지극히 양호해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정도다. 




조국이 아니어도, 조국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학자로서의 엄정함, 오랜 시간 계속된 사법개혁을 위한 실천적 노력, 청와대에서의 경험 등을 고려할 조국이 적임자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조국이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한당의 필사적 어긋장과 언론의 악의적인 물어뜯기, 검찰의 무리한 수사 개시와 압수수색을 지켜보면서 알게 됐다. , 조국이 가면 되는 어떤 이유가 있구나.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곤란한 어떤 이유가 있는 모양이구나. 



유시민은 정치는 세력으로 하는 거라고 말했다. 세력, 정당을 통한 정치가 건강하고 제대로 정치라고 말이다. 동감한다. 민주당은 유럽으로 분류하자면 보수에 가까운 정당이다. 맘에 드는 구석이 여러 지점이다. 문정권 초기만 해도 자기들이 여당인지 야당인지도 모르는 했고, 툭하면 자한당 난장에 끌려다니기 일쑤였다. 하지만, 어떻게 것인가. 민주당을 버릴 것인가.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루고, 남북 화해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대통령을 명이나 배출한 정당을 버리겠다는 말인가. 항상 입바른 말만 하는 사람과 시간 함께 있어봤는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이렇게 하면 된다고. 그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그걸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말인가. 정의당 의원 1인당 100 전투력을 무시하는 아니다. 정권 창출에 성공해야만,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되어야만 자신들의 정치 이념을 실천할 있다는 그들은 너무 자주 잊어버려 아쉽다는 뜻이다. 슬프다. 내게 정의당은, 노회찬 의원의 정의당이다. 노회찬 없는 정의당은 갈지자 행보에 더해, 가끔은 이해할 없는 행동으로 실망을 안겨준다. 원치 않는데, 굳이 안겨주고 간다. 지켜보겠다. 정의당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이 남아있기에 일단은 지켜보겠다. 자한당에 대해서라면. 이번 청문회를 보고서도 자한당 국회의원을 자신의 대표자로 삼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된다. 취향은 각자 편하신대로. 




똑같아. 오십 . 논리로 정치를 외면하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 투표일에는 놀러도 가고, 약속이 있으면 새벽 6시에 집을 나서서 투표하고 약속장소로 향하시는 어른신들을 지지층으로 가진 정당이 제일 좋아한다. 계속 비루하고 저열한 자들의 지배 아래 있게 것이고, 우리의 세금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출될 것이고, 원치 않는 전쟁의 공포와 극한 대결 속에 살아야만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뜻이다. 



최저 임금 인상과 52시간 도입으로 삶의 질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서 듣는다. 물론 아직도 법의 사각 지배에서 불평등한 노동 환경, 불공정한 지위 속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미미하고 성에 차지 않을 있다. 하지만, 그래서 자한당을 응원할 것인가. 최저 임금 인상으로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재벌 총수들의 말을 앵무새처럼 전하는 자한당을 그대로, 저렇게 거대 정당으로 그냥 두고 것인가. 




나는 한국 정치에서 양당 정치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하는 아니다. 지금은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가 일할 때라고 말하는 것이다. 유능한 정부, 많은 국민에게 선택 받는 정당이 있다면 정당이 그런 일을 하도록 하면 된다. 어제 청문회에서, 김진태가 조국에게, 허허허, 감히 김진태가 조국에게 과거에 사회주의자였냐고, 이제 전향했느냐 묻던데, 허허. 세상은 오래 살고 일이다. 원도 한도 없이 헛웃음을 지었다. 사회주의 이념에서 국민을 위하고 국가 전체를 위한 좋은 방안들이 있다면 그것들을 자본주의 제도 안에 이식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고 나서, 3일만에 유치원 무료 급식이 시행됐다. 65 이후에는 지하철과 경전철이 무료다. 65 이후 노령연금이 지급된다. 출산 , 6 미만의 아동 양육시 국가로부터 수당이 지급된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암을 비롯한 중대한 질병에 걸린 가족이 생겼을 , 가족 경제 전체가 파탄나지 않고 마음껏 치료를 받을 있는 사회, 돌도 아이도 마음 편하게 맡길 있는 공공 보육 시설이 갖춰진 사회,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교육 받는 사회, 학력이 아니라 실력에 따라 고용되는 사회,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해 퇴사한 후에도 일정 기간 경제적 보조를 받을 있는 사회,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돌볼 경제적, 정서적으로 도움을 받을 있는 사회. 우리 나라도, 우리 사회도 그런 사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정치 속에서 실현할 정당이 어느 정당인가, 나는 어떤 정당을 지지할 것인가,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이도 저도 마음에 든다면 어쩔 없다. 하지만, 권력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지지하는, 이상을 실현시켜줄 정당이 집권하지 않는다면, 정치를 혐오하고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면, 나는 나와 지향점이 판이하게 다른 정치 집단의 영향 아래 있게 것이다. 사고 현장에 구조 선박과 바지선, 인명 구조 인원을 파견하는 아니라, 인양 업체를 파견하는 그런 정부의 국민, 그런 나라의 일원이 되고 말 것이다. 




글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1. 조국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어야 한다. 



2. 조국은 사법 개혁,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3. 조국은 건승해야 한다. 




비와 강풍에 어지럽고 어수선한 바깥 풍경이 마음이다. 고요히 독서하고 싶다. 유발 하라리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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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9-0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 상상력이 부족합니다. 그 모든 걸 넘어설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단발머리 2019-09-08 20:42   좋아요 0 | URL
네,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상상력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저부터 시작해서요.

테레사 2019-09-08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동에 압도당한 이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언론이라 불리는 자들의 무덤을 본듯.급기야 선출되지 않은 엘리트조직이 선출된 권력을 겁박하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동의합니다

단발머리 2019-09-08 21:06   좋아요 0 | URL
대중이 어리석다기 보다는 전 언론의 선동이 이 모든 폭풍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반에 워낙 부정적인 이야기가 쏟아졌는데, 언론의 의혹 제기가 거짓으로 밝혀졌는데도 전혀 수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아님 말고 식의 의혹 제기를 계속해 왔기 때문이죠.

검찰은 계속 그런 방식으로 갈 것 같아요. 윤석열은 검찰주의자죠.
그렇게 갈 거라 봅니다. 투표로 심판할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