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방학이라 방학이다. 아직 방학하지 않은 큰애는 아침 일찍 학교에 가고 해가 중천에 떠도 둘째는 잘도 잔다. 아침 일찍 일어나 네 책과 내 책을 마주하고 우리 둘이 우아하게 모닝메뉴 먹으러 집 앞 커피숍에 같이 가자 열번 넘게 말했건만, 아기 잘도 잔다. 고요한 크리스마스 밤이 부럽지 않다.
2018년 마지막 책 1-2 『역사의 역사』에서 저자는 『사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역사서를 한 권만 뽑는다면 『사기』가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되는 게 마땅하다. 사마천은 역사를 역사답게 쓴 중국 문명 최초의 역사가였다. 민간의 역사서와 다양한 국가 기록을 참고해 『사기』를 집필했지만 『사기』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이전의 역사서가 저마다 별 하나를 그렸다면 사마천은 우주를 그렸다. 『사기』는 시대와 문명의 과거를 언어로 재구성한 ‘전체사’였다. 인류 역사에서 혼자 힘으로 그런 작업을 해낸 역사가는 오로지 그 한 사람뿐이었다. (76쪽)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율리시스, 오딧세이야, 일리야드 부럽지 않은 『사기』를 난 너무 오랫동안 모른 척 해왔다. 고이 잠든 『사기』를 꺼내 식탁 옆 책탑에 올려놓는다. 불현듯 스치는 유유출판사 ‘~를 읽다’ 시리즈. 미리 사둔 이북 10권은 자신만의 시간을 찾아내 결국 이렇게 부활한다.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기 위해 축적한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이제 막 책쓰기에 돌입한 사마천. 무제의 미움을 받아 옥에 갇혀 사형선고를 받고 결국에는 궁형을 선택한다. 살아서, 살아내서 쓴 책. 28년간 『사기』만을 연구한 『사기』 전문가 김영수는 사마천의 저술 형태를 ‘발분저술’이라고 말한다. 남을 욕하거나 원망하거나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저술에 울분을 표출하는 방식. 개인적 불행을 이겨내고 새로운 역사의 우주를 그려낸 사마천의 분투를 차근히 따라가 보려는데...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인가. 패널을 최종 결정한 손석희 사장님 몫인가. 방송을 보고 있는 나의 몫인가. 2018년 대비 10.9% 인상해서 2019년 최저임금 8,350원. 근로자 한 달 월급 1,745,150원에도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달라는 기업가와 자신은 평생 객관적이었다는 교수 때문에, <다시보기> 좀 해야겠다. 바쁜 방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