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집이 안 팔렸다. 사람들이 집을 구경하러 오면 집의 장점에 대해 열거해야 했는데, 죽을 사자 4가 2개, 404호의 단점을 극복하기에 다른 장점들은 너무 작았다. 나는 극장점을 말하기로 했다. 저기 바로 밑에, 도서관이 있어요. 새로 지은 도서관이라서 책이 다 새 거예요. 집값을 깎아준다는 말도 아니고 그게 무슨 말이냐. 집 보러 온 사람들을 멘붕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리집은 참 좋아요, 도서관이 가까워요.
바로 옆 동네로 이사를 했다. 이사를 오자마자 집 앞 어린이도서관이 개관을 했다. 역시나 새 도서관, 새 책이었다. 어린이도서관이라 어른들(?)책은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제게는 ‘상호대차’가 있습니다. 1) 알라딘 <읽고 싶어요>에서 신간 포착 2) 가까운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 3) 신청 완료 - 동네에서 제일 큰 도서관에서 0월 0일 구입예정임을 안내 받음 4) 0월 0일 동네에서 제일 큰 도서관 신착도서 검색 5) 집 앞 어린이도서관으로 상호대차 신청 6) 책과의 조우.
그래서 집에는 신간이 넘친다. 『호르몬의 거짓말』도 있고, 『뒤에 올 여성들에게』도 있다. 완전 신간 아닌 중간 신간도 있다. 『철학하는 여자가 강하다』도 있고 하이드님 서재에서 알게 된 『코르셋 : 아름다움과 여성 혐오』도 있다. 읽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당장 읽을 책은 『백래시』.
백래시는 ‘10년 대여 이벤트’가 있을 때 도원결의/유비관우장비조자룡건적씨/다락방님이 권하셔서 구입해 두었다. 저번 주에 워밍업 차원에서 다시 살펴보니 하이라이트 해 놓은 부분은 많고, 생각은 서로 연결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혹시 이북으로 계속 읽기 불편할까 종이책을 살까 하는 생각과 저렴한 가격에 아름다운 표지를 장착한 원서를 구입할까 하는 생각 사이에서 고민중이다. 문제는 『Backlash』가 『The Feminine Mystique』, 『The Second Sex』, 『Sexual Politics』, 『Against our will』과 같은 운명에 처하지는 않을까 하는 슬픈 예감.
어제부터는 제니 한의 『The summer I turned pretty』를 읽고 있다. 나는 페미니즘 책을 너무 좋아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읽는 일이 힘들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책이 한 권, 딱 한 권 필요하다. 태어나서 첫번째 여름부터 매해 여름을 함께하는 엄마의 단짝친구 Susannah 아줌마의 두 아들 Conrad와 Jeremiah. Belly가 좋아하는 사람은 Conrad이고 Jeremiah는 마음에 맞는 친구다. 여기까지 읽었다. 아직 재미라는 친구는 만나지 못 했다.
내일은 말일이라 모아둔 ebook 적립금으로 이북을 사는 날이다. 매달 잭 리처를 구입했었는데, 이번달은 잭 리처를 미뤄두고.
그녀와 만나기로 했다. 리베카 솔닛.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내일 이 시간쯤, 난 아마도 리베카 솔닛을 읽고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예감 혹은 행복한 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