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해 주소서
이틀만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짙은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편지를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길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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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27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8-09-27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지금 아이들 학교 보내고 청명하도다!!그러면서 가을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시가......가을을 부르는군요?
굿모닝입니다^^

단발머리 2018-09-27 10:06   좋아요 0 | URL
책읽는나무님~~~ 하늘이 정말 깨끗하네요!!
근사한 가을 하늘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제가 사진이 없는 거 있죠.
가을입니다. 아, 가을인가~~~

북프리쿠키 2018-09-2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시와 가을하늘이 조화롭네요.
가을~입니다ㅎㅎ

단발머리 2018-09-29 12:54   좋아요 1 | URL
네, 처음 시를 올릴때는 사진이 없었는데, 도서관 다녀오는 길에 한 장 찍었습니다.
막 찍어도 예쁜 가을이네요^^

순오기 2018-09-29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여학생일 때 흐려진 교실 창문에 손가락으로 눌러 쓴 구절... ˝이거 쓴 놈 누구냐!˝했던 선생님 목소리도 겹쳐 떠오르네요!^^♥

단발머리 2018-09-29 12:5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게요.
사실 중고등학교 때 시를 많이는 읽지 않았던 것 같지만요.
이거 누구야!! 이런 이야기는 많이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단발머리 2018-09-29 14:39   좋아요 0 | URL
어머어머!!! 순오기님 저, 댓글 다시 읽다가 이제야 이해했어요!
순오기님 단발머리이셨을 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오기님에게 이 시가 특별한 시군요.
전 처음 듣고 넘 좋아, 몇 번을 다시 읽었는데, 그게 얼마 안 됐어요^^
이 시가 순오기님의 옛 추억을 소환했군요, 아하~~~~ 넘 흐믓한대요!!!

순오기 2018-09-3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가~‘를 빼먹어서 단발머리님이 오독하게 했군요.ㅋㅋ 죄송~^^
그때 모습을 친구들이 찍어줘서 내 앨범에 남았고~
˝이거 쓴 놈 누구냐?˝
했던 선생님도 졸업 30주년 홈커밍데이에서 만나 뵈었고...
단발님의 좋은 글 덕분에 사랑으로 채워졌던 그 시절 추억이 소환되었답니다!^^♥

단발머리 2018-09-30 19:19   좋아요 0 | URL
어머나~~~ 선생님도 다시 만나게 되셨다니 순오기님 앨범 속 한 컷이 해피엔딩이 되었군요.
전, 시를 안 읽는 여고생이어서 릴케를 안지도 얼마 안 됐지만 문학소녀 순오기님의 모습은 마구마구 그려지네요~~~^^
30년후, 단발머리 문학소녀 순오기님은 늘푸른도서관의 관장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