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럴 몰랐다. 책을 펴서는 애정하는 리베카 솔닛의 사진을 확인하고는 심상정 인터뷰를 먼저 읽었다. 나도 내가 그럴 몰랐다. 



저자 안희경은 불교방송국 PD 일했고, 촘스키, 재러드 다이아몬드, 지글러, 스티븐 핑거, 지그문트 바우만 세계 지성들을 직접 만나하나의 생각이 생각을 바꾼다』, 『문명, 길을 묻다』, 『사피엔스의 마음』 3부작 기획 인터뷰집을 완성했다. 『어크로스 페미니즘』세계 여성 지성과의 대화라는 기획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를 오가며 쥘리에트 비노슈, 리베카 솔닛, 케이트 피킷, 에바 일루즈, 마사 누스바움, 심상정, 반다나 시바를 인터뷰 엮은 책이다. 



예를 들면, 김대중-노무현 민주 정부 10 동안 민주주의와 인권, 정치 개혁에 있어서는 신한국당과 차이를 보여줬지만, 국민의 삶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었다는 겁니다비정규직법도 당시에 만들어졌고, 정리해고법도, 개방도 그때 이뤄졌습니다. 정당이 독자적 지지 기반을 갖추지 못한 , 이미지 차이나 특정 분야의 정책 차이로 구분됐습니다. 그러다 그것만으로는 국민을 대변할 없는 한계에 거예요. 그래서 촛불 시민혁명이 일어났고, 촛불 시민은 적폐 청산과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겁니다. (183) 







심상정의 인기는 지난 대선에서 활짝 피어났는데, 특히 근처 중학교 교실에서 그랬다. 대선 주자 TV  토론이 있은 다음날은 아이들도어젯밤 얘기 이야기 꽃을 피웠는데, 전해주는 분위기에 따르면, 중학생까지 투표할 있었더라면, 심상정은 나라 대통령이 되고도 남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사람은심상정 이라고, ‘심상정이 제일 똑똑하다 입을 모았다. 


다만 문단의 어느 부분에서 일정 정도의 편집, 요약, 삭제가 있었는지 알지 하지만, 문단이 심상정이 말한 그대로라면 조금 실망스럽다. 접속사그래서 , 뒤문장은 논리적 연결 고리가 없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 가운데 신자유주의의 확장에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실수와 실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촛불 혁명의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촛불 혁명에까지 이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촛불 혁명이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박근혜의 무능력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한다면 사안을 너무 단순화하는 위험이 있지만, 그것이 1700 촛불 시민을 광장으로 불러오는 가장 강력한 원인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국내외 발표 이전에 연설문을 달라 부탁하는 사람을 국민은 참을 없었던 것이고, ‘최선생님은 뭐라고 하시더냐?’ 비서관에게 최순실의 의중을 묻는 대통령을 참을 없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운함과 실망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진정성만은 의심하지 않는다. 심상정은 우리 나라 여성운동, 노동운동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녀가 자신의 젊음, 자신의 삶을 바쳐가면서까지 이룩해낸 위업과 노고는 바르게 평가되어야만 한다. 인정받아야 한다. 



리베카 솔닛과의 인터뷰는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에 이루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인터뷰이인 리베카가 오히려 인터뷰어인 안희경에게 질문한다.

 






어떻게 대통령을 탄핵했나요?” 

공간에 180 명이 뜨겁게 모여 차가운 이성으로 명령했습니다.” (43) 



시기가 시기인지라 초반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내용이 많다. 리베카는 유권자신분확인법 같은 제도 때문에 힐러리의 지지층 많은 사람들이 본선거에서 투표하지 못했던 , 무효표 논란이 일었던 접전 주인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에서 공정한 재개표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등을 들어 엉망인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클린턴,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 선택 마저 힐러리의 정치적 행보라고 비난 당하는 상황에서 버니 샌더스의 공약과 대단히 비슷한 힐러리의 공약들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힐러리를 저지하기 위해 싸우는 일을 정신 나간 (51)이라고 집어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가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당신의 해법을 알고 싶어요. 


계속 발언하는 겁니다. 해야죠. 우아하게, 복합적으로. 존중하면서. 진실 되게. 사람들을 교육하는 거예요. 언어의 뉘앙스와 복잡한 함의를 세심하게 바라보도록. 다음에는 트위터나 문자 메시지, 헤드라인 뉴스 따위가 말하는낱알로 흩어진 분절된 의미들 저항하는 겁니다. 뭔가를 지나치게 간단하고 드라마틱하게 말한다고 느낄 , 저는 과도한 단순화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맞설 겁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말했어요. “모든 것은 가능한 단순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단순해서는 된다.” 저도 같은 입장입니다. (59) 

 


여자라는 이유로, 약자라는 이유로,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그렇긴 하지만, 이라고 시작되는 각각의 변명에 대항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쉽게 단정짓지 않으면서도, 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발언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우아하게, 복합적으로 말할 것을 고민한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진실된 자세로 말하는 것을 상상한다. 


길고 우아하게 그리고 복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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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4-1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책이 있단 말입니까! 그러고보니 솔닛의 인터뷰는 기존에 읽었던 것 같아요. 아직 장바구니 비우기 전인데 저도 읽어볼래요!!

단발머리 2018-04-17 16:29   좋아요 0 | URL
저도 도서관 신착도서칸에서 발견했지 뭡니까? ㅋㅋㅋ
심상정, 리베카 솔닛 다음은 마사 누스바움입니다^^

즐거운 장바구니 정리 시간이군요~~
이 책이 운이 좋네요. 다락방님 선택을 받을 수도 있겠어요~~~

AgalmA 2018-04-18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상정 의원은 노 대통령과의 유명한 설전(한미 FTA 협상상 토론) 인상이 제게 깊이 각인되어 있어요. 과연 심 의원이 대통령이 됐으면 그보다 더 나았을까. 한나라 당을 비롯 수많은 정세 속에서 타협 안 했을 거 같은가. 아웃사이더였기에 옳은 소리 하긴 쉽죠. 그렇게 각을 세웠던 걸 아직도 자신의 옳음이자 무기란 듯이 말하고 있으니 이 사람 그때로부터 성장을 한 게 맞을까 싶네요. 네, 정치인이란 그렇게 자기 선전하는 직업이긴 하지요.

아, 리베카 솔닛 발화 정말 우아하고 좋네요!

단발머리 2018-04-19 08:33   좋아요 1 | URL
네에~~ 저도 사실 그 부분에서 참....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냥 심상정 의원에게는 조금 아쉽다는 말만 하고 싶어요.
그때부터해서 저번 대선에서도 그렇구요. Agalma님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사실 저의 마음이예요.^^
어디까지나 정치는 타협이고, 마지막까지 결과를 도출해내는게 정치니까요. 세상을 너무 나이브하게 보는 건 아닌가 싶어요.

리베카 솔닛 좋은데... 좀 의외의 면도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