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에 가득 찬 이 과장의 물음에 약사가 대답했다.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번쯤 푹 쉬고 싶다는 생각 해 보신 적 없으신가요?"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물론 있죠. 할 수만 있다면 쉬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되니까 이렇게 개처럼 뛰면서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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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달 뒤, 은기는 병원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건 살인에 쓰인 도구 《성처녀의 욕망》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책의 희귀성을 알고 있는 자가 훔친 것인지, 책이 스스로 다음 제물을 찾아 나선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은기의 가족에게 벌어진 참사가 책에 씐 악귀의 소행인지, 책을 원하는 애서광의 광기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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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오래되면 거기에 혼이 깃든다는 걸 아나? 특히 여러 사람의 손을 탄 이 헌책 같은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네. 헌책을 원하는 자들의 열망, 책을 손에 넣지 못한 자들의 시기와 원망, 책을 가진 자의 불안……. 그 모든 감정이 책에 고스란히 쌓인다네. 그렇게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나다 보면 책에 뭔가가 씌는 것이야. 이 책이 몇 사람의 피를 뒤집어썼는지 자네는 아는가? 저주받은 이 책 때문에 말이야! 꼴을 보니 자네도 이 저주받은 책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떠났구먼. 뭐, 자업자득 아니겠는가? 훔친 책으로 저주를 받았으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원망하려면 자신을 원망해야지……. 쯧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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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 가진 듯 책을 바라보는 은기와는 달리 그때부터 은기 가족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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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책은 순식간에 매고 있던 서류 가방 속으로 사라졌다. 노인은 가게 안의 일은 전혀 모른 채 여전히 뒷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죄책감보다는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은기는 출입문 앞에서 한차례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문을 밀었다.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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