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스가 태어나기 50여 년 전 독일에서는 이미 한 명의위대한 천재가 태어났다. 바로 칸트다. 그는 인간이 ‘무언가를 안다는 것‘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먼저 지식을선험적 지식과 경험적 지식으로 구분했다. 경험적 지식과달리 선험적 지식은 경험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참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 P203

분석적 지식은 논리적인 형식에 의해참인 진술로서, ‘진돗개는 게다‘와 같은 다소 가치 없는 진술이고, 종합적 지식은 분석적인 지식이 아닌 것으로 의미있는 진술이지만 참인지는 알 수 없는 진술이다. 이를 표로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 P204

시대를 뛰어넘는 생각이 받아들여지기까지 넘어야 할장벽은 아주 많다. 그중 가장 어려운 장벽은 그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집단의 권위와 신념이다. 그 집단의 권위와 신넘은 견고해서 쉽사리 깨지지 않는다. 이것을 깨기 위한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쌓이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집단이퇴조하고, 그러면서 그 신념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 결국 그 신념과 권위는 무너진다. - P206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그것이 무너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옳은 일이라도 그것이 시행되려면 무로이는 시간이 필요하며, 결국 옳은 것은 승리한다. 그리고반드시 그러리라 믿고 싶다. - P207

그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슈발리에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가 당시 태동하기 시작한 군 Group에 대한 개념을방정식 이론에 끌어들여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는 내용이담겨 있었다. ‘갈루아 이론Galois theory‘은 수학에서 서로 다른줄로만 알았던 분야와 분야를 연결시켜 서로 만나게 한 수학 역사상 가장 의미 깊은 이론 중 하나다. - P209

동시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천재성으로 무언가를 탐구하고 발견해내며 시대를 앞선다는 것은 더없이 고독하고 힘든 일이다. 갈릴레이가 그랬고 고흐가 그랬으며,
정약용도 카프카도 그리고 수없이 많은 천재가 그랬다. 그렇더라도 결국 그들의 생각이 시대를 이끌었고, 또 이끌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그들을 인정하고 지지해주는누군가가 반드시 있었다. 어쩌면 여러분도 그중 한 사람이될지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 P214

20세기 초의 수학자이자 위대한 물리학자인 칼루차Theodor Kaluza는 책을 통해 수영하는 법을 이론으로 익힌 다음,
실제적인 수영 연습 없이 그냥 물로 뛰어들어 수영했다. 그물이 얕은 냇가였는지 강이었는지 호수였는지는 알려진바 없지만, 나는 그가 목숨을 걸 만큼 이론을 신뢰하고 믿고 행동에 옮겼다고 생각한다. - P215

캄피돌리오 광장 곳곳에는 수학의 성질이 숨어 있다. 혹시 캄피돌리오 광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등변사다리꼴을 떠올리며 여유 있게 거닐어보라. 거장의 천재적인 아이디어와 섬세한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질 것이다. - P219

미켈란젤로는 등변사다리꼴의 성질을 알고 이해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믿고 행동으로 옮겼다. 믿는다는일이 상황에 따라서는 단순함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믿어야만 행동하고 그것을 통해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나는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깨달았다. - P219

수학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은 수학을 이해하는 데서그치지 않고 수학 이론과 이야기하듯이 감정을 이입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결국 훌륭한 수학자가 되었거나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다는 것과 믿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 일치할 때 그것은 우리에게 조화와 균형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 P219

많은 이들이 공부하거나 전문적인 어떤 분야를 연구할 때이론을 이해하는 것과 믿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믿고실천함으로써 뜻하는 무언가를 꼭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 P220

여기까지의 결과는 수학자들이 쉽게 유도해냈다.
문제는 4차원 공간이다. 해밀턴이 고안해낸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은그 당시까지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했고, 교환법칙이성립하지 않는 4원수의 존재성은 그 자체로 당시 수학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 P224

그 대표적인 사람이 ‘피타고라스의 정의‘로 잘 알려져있는 수학자 피타고라스다. 그는 기원전 500년경, 수학을통해 인간의 개혁을 꿈꾸었다. 그의 생각에 동조한 많은 사람에 의해 피타고라스학파가 형성되었고, 이는 하나의 종교화된 형상을 나타냈다. - P226

피타고라스학파가 분해되고 난 뒤 그들의 연구가 부분부분 전해지다 보니, 유클리드가 나타나기 전 150년 동안은 그 내용의 전체적인 맥락이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150년 후, 알렉산드리아의 현인 유클리드는 인류 역사의 가장위대한 작업 중 하나에 착수하게 된다. 그 작업은 바로 피타고라스학파의 소중한 연구들을 복원하는 것이었다. - P227

‘elements‘는 모든 것의 근본을 이루는 요소라는 뜻이다.
즉 유클리드는 이 책을 기술하면서 단지 하나의 학문 분야를 서술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 요소를 기술하기를 원했고, 그것이 곧 수학이라고 생각했다. - P227

예를 들어 어떤 대상이 우리의 자연스러운 본성에 비추어볼 때 너무나 당연한 진리라면 그것을설명하는 데 더 이상의 도움말은 필요 없다고 믿었다. - P230

다시 말해 유클리드는 기하학의 다섯 개 공리를, 한낱지식의 명제로 보지 않고 인간 본연의 마음으로 읽으면 당연히 알 수 있는 진리라고 인식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진리에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은 오히려 그것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유클리드는 원론』을 통해 수학이라는 한 분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근원적인 학문 방법,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논하고자 했다. - P230

그 움직임은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된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격률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전개했다. 인간은 신이 없어도 생각하기 때문에존재한다고 말하며 인간의 중요성을 언급했고, 그 생각은그리스의 인본주의를 되살리는 것이기도 했다. - P231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수학이 원래 가지고 있던 깊고
역동적인 의미의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며, 이 과정을 통해감동을 갖는 일이다. 그러므로 수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가장 큰 목표는 어떻게든지 이 감동을 되찾아내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제라도 방법론적인 측면보다 본질을 추구하는 정신에 입각해 수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 환경에서 아름다움의 가치를 체득하며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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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수학자 크로네커 Leopold Kroneck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은 자연수를 만들었고, 그 밖의 모든 수는 인간이 만들었다.

이 말은 곧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의 사고를 단적으로보여준다. 인류는 끊임없이 생각을 거듭하며 수에서도 자연수->정수→ 유리수 → 실수 → 복소수의 개념을  세워가며 수의 확장을 시도해왔다. - P73

이것이 뜻하는 바는 우리가 유리수 체계 안에서만 수학을 한다면 수열이라는 매우 중요한 도구를 사용할 수 없게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수열의 극한값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열을 탐구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수열의 극한 개념은 미분과 적분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유리수의 체계 안에서는 미분과 적분을 정립할 수 없다. - P76

복소수가 완벽하다면 수의 확장 관계도 복소수의 체계안에서 완전히 해결될까? 물론 아니다. 복소수의 체계도어떤 문제에 봉착해 유기체처럼 다시 성장하고 확장한다.
어떤 것도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으므로 인간의 탐구과정은 끝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 P77

그 답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수도 생명체처럼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왔고 또 성장해간다.
수는 절대 정적이지 않다. 수는 역동적이다. 그래서 수학은결코 지루할 틈이 없는 매력적인 학문이 아닐 수 없다. - P78

물론 수학에서 문제를 푼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요소다. 그러나 문제 풀이를 통해 학생들이 배워야할 점은 문제 해결의 기능을 습득하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태도를 다른 부분으로까지 전이시키는 것이 수학 교육의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또한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토review하고 반성하는 단계인데,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은 지나치게 많은 문제를 푸는데 집중한 나머지 학생들 스스로 검토하고 반성할시간을 주지 않는다. - P81

마음속 관념이 형태를 찾는 순간
/
아름다움으로 푸는 수학 - P85

수학은 자연현상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것뿐아니라 우리 마음속 관념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학문이다. - P86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완벽한 것, 완전한 것을 플라톤은이데아라고 했다. 그는 이데아를 객관적이고 불변하는 사물의 본질로서 순수한 이성으로 인식할 수 있는 비물질적이며 절대적인 영원의 실재라고 했다. - P87

수학의 구조를 살펴보면 우리가 진정으로 지향하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현상과 반응하느라,
또한 현실에 적응하느라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이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 P88

성숙한 사랑은 상대방이 변화하기를 바라고 상대방의부족함을 채우도록 요구하며, 상대방과의 차이를 0으로만들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서로의 차이(다름)를 인정하고, 그 사람의 전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수학이의미하는 사랑이다. 수학은 비교 우위의 개념을 두지 않고각각의 체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이 또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P100

추상이란 무엇일까? 피카소는 구체적인 무엇인가로 시작해서 그 현실의 흔적을 하나씩 제거할 때, 지위도 지울 수없는 그 무엇이 바로 추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워도 지울수 없는 그 무엇이 곧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 P101

수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가장 좋은 답은 수학이추구하는 개념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수학은 보편적인 진술을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별적인 상황에서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것을 찾는다면 그것은 불변하는 성질일 것이다. - P118

수학을 통해 완벽함을 생각하고,
무한을 생각하고, 신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수학은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이 아닐까. - P120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두지는 말라.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P130

1863년 1월 1일,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노예 해방 선언을했다. 다음은 그 선언문의 일부다.
현재 미국에 대해 반란 상태에 있는 주 또는 주 일부의 노예들은 1863년 1월 1일 이후부터 영원히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육해군 당국을 포함해 미국의 행정부는 그들의 자유를인정하고 지켜줄 것이며, 그들이 진정한 자유를 얻고자 노력하는 데 어떤 제약도 가하지 않을 것이다. - P131

학교 현장에서도 아름다움을 어떻게 느끼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며 수학을 가르친다면 보다 많은 학생이 수학을조금 더 의미 있게 배우지 않을까 한다. 누군가 수학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고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것 또한 수학이 지향하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일 것이다.
본질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수학 정신은 불완전한 미래를 향해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다. - P140

인간의 역사는 갈등 속에서도 지혜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피타고라스가 믿었던 숫자의 의미를곱씹으며 숫자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본다. 숫자를 위한 투쟁의 날들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죽음 뒤에 남는 것이라고는 숫자뿐인, 그러한 허망한 삶이아니기를 바란다. - P145

사유의 시선이 높아지는 순간
/
수학으로 풀어내는 세상 - P153

이 우주 안에서 흔적도 찾을 수 없을 만큼 미미한 존재100F인 인간이 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신의 언어인 수학을읽고자 노력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 P154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남겼다.

움직인다는 것은 환상일뿐이다.

이 문장을 뒷받침하는 그의 제자 제논의 진술을 흔히
‘제논의 역설Zeno‘s paradox‘ 이라고 부른다. 제논이 남긴 여러 역설 중 대표적인 것은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다. - P155

모순이 발견될 때마다 다른 패러다임을 적용하고자하는 사회의 노력은 각기 다른 패러다임으로 인해 적잖은갈등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갈등을 통해 사회와 역사가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 P162

문득 "그림은 반드시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며 그려야 한다(To draw, you must close your eyes and sing)"는피카소의 말이 떠오른다. - P165

초등학교 시절 나는 학교에 가면 항상 내가 할 일을 스스로결정해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습관은 후에 나의 연구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 P165

스메일이 초등학교 시절 열악한 환경 속에서 혼자 결정하고 공부하던 시간들이 미래에 위대한 발견을 하는 기반이 되었듯이, 또 모랭이 눈이 안 보이지만 그것을 극복하고상상의날개를 펴 심오한 이론을 완성했듯이 자녀들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그들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있도록 부모가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 P166

신 - 우주 - 수학 - 인간의 마음 - 인간
이 우주 안에서 흔적도 찾을 수 없을 만큼 미미한 존재인 인간이 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신의 언어인 수학을 읽고자 노력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 P174

산에 오르는 일은 몸이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산에 오르는 것을 즐긴다. 만약에 산에 오를 때마다보상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산에 오르는 자체의기쁨은 사라지고, 산에 오르는 것이 하나의 일처럼 혹은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질 것이다. - P181

노벨상 수상자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그때 여러 수상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그들이 노벨상을 받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면 열정과 끈기로 오랜시간 연구에 매달리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스스로 원해서 하다 보니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 P182

페렐만은 상과 부상 모두를 거부함으로써 돈이나 명성으로부터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그의 선택은 외부로부터의 보상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현재 그 어떤 수학자들보다 큰 명성을 얻고 있다. - P182

미래가 요구하는 창의성은 불확실한 애매함을 견디는 것이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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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 P8

수학에는 감동이 있다 - P9

수학은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은 그것의 가치를 안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면서도 수학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나 자신에게 문제의식을 느끼며 갈등했다. 그렇게 수학에 대한 갈증을 안은 채 나는 유학을 떠났다.
수학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공부하면서 나는 서서히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수학의 아름다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 생각들이 오랫동안쌓이고 쌓여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됐다. - P9

수학의 모든 개념도 이와 같다. 자연을 통해서, 시를 통해서 감동과 기쁨을 느끼듯이 수학이라는 학문을 통해서도 그이상의 감동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끼는 일이다. - P11

삶에 수학이 들어오는 순간/사색으로 푸는 수학 - P15

우리는 매일 순간이라는 점으로 이루어진 삶의 도형을만들어간다. 한 사람의 삶은 이 우주 공간에 시간의 축과 더불어 하나의 삶의 도형으로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만들어내는 삶의 점은 무엇인가. 그 점은 어떤 도형을 그리고 있는가. - P16

점 -
멈추어라 순간이여,
그대 참 아름답다 - P17

기원전 300년경,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Euclid 가 집필한 수학서 『원론Elements』은 이렇게 시작한다.
점은 부분이 없다. - P17

이 문장이 함축하고 있는 내용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존재가 없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다시 말해 이 문장은, 수학은 ‘없는 것에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나아간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으며, 부분이 있는 모든것은 수학의 대상이 된다는 보편성을 드러낸다. 오래전 그시대에 어떻게 이러한 생각이 가능했을까? - P17

점의 이야기는 수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경의 창세기에서도 ‘공허‘, 즉 ‘없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엇이든 ‘없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무엇이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P18

우주 가운데 한 개인의 존재는 티끌처럼 작은 점과 같다. 또한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개인의 생각 역시 하나의 점처럼 미미하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 생각들을흘려보내지 않고 존재하게 만들면 이 생각들이 모이고 모여 변화와 혁명을 일으키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역사가 쓰이기도 한다. - P18

인간은 누구나 유한한 존재이며, 모든 것이 시간과 함께흘러간다는 사실에 때때로 허무함과 무력감을 느낀다. 이렇듯 인간은 더할 나위 없이 불안정한 존재이기에 어떤 상황에서든 불변하는 진리를 갈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욕망일지도 모른다. - P19

다시 점의 문제로 돌아가보자. 점을 현재로 대치해보면,
점과 마찬가지로 현재present 라는 순간 역시 부분이 없다. 그렇지만 점이 모여 선을 이루듯이 순간이 모여 시간을 이루고, 시간이 모여 선과 같은 과거를 이루고, 그리고 그 모든것들이 어우러져 우리의 삶을 이룬다.
- P19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는 살면서 가장아름다운 순간, 붙들고 싶은 순간, 바로 그 지점에서 이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영혼을 팔았다. - P19

멈추어라 순간이여, 그대 참 아름답다! - P20

수학적으로 보면 삶은 지나간 시간의 한 축에 존재한다.
우리가 살아온, 그리고 지금 살아가는 삶은 시간상으로 이미 지나갔거나 막 지나가고 있다.  - P20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숫자 ‘0‘에 대한 생각은 인류 역사상 가장 혁명적이고 창조적인 발상 중 하나다. ‘10‘의 경우를 살펴볼 때, 10에서 사용된 0은 빈칸이 되어 1과 다른 수가 된다. 이제 이 빈칸을 채울 수 있다. 여기에 1을 채우면 11이 되고, 2를 채우면 12가 되며, 이밖에 다른 수로도 얼마든지 빈칸을 채울 수 있다. - P23

이렇게 0의 발견은 수의 표현 방식을 바꾸어놓았고, 십진법의 표현이 가능하도록 했다.
- P24

이것은 인류의 수학적 발전을 급속하게 진전시킨 혁명적 사건이자 위대한 발견이다. 수학사에서의 0의 발견은그 중요성이 자연에서의 공기와 물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그래서 0은 비할 바 없이 중요하지만, 인간에게 무척이나익숙해져서 그 가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 P24

물론 0을 쓰기 전에도 양수 1, 2, 3, …과 음수 -1, -2, -3,
을 사용하기는 했다. 그러나 당시 그 누구도 1과 -1 사이에 빈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0이 그자리를 채우자 비로소 수가 0을 중심으로 +와 -가 대칭을이루는 본연의 멋진 모양을 갖추었다. - P26

그러나 당연시해온 것들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 뜻밖의 깊은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질문의중요성에 대한 논의는 수학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눈부신 과학의 발전도 모두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삼각형의넓이를 구하는 공식은 단순한 과정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기에도 우주의 심오한 원리가 숨겨져 있다. - P30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두 갈래 길 앞에서 그중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가지 못한 나머지 한 길에 대해아쉬움과 회한을 느낀다. 이러한 마음이 잘 표현된 시가 바로 그 유명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다. - P31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중략)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놓았다‘라고 - P31

‘소수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도 우리는 숫자 1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관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소수를 정의할 때는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수 있다.

선택 1: 소수는 1과 자기 자신 외의 자연수로는 나누어떨어지지 않는 수
선택 2: 소수는 1보다 큰 자연수 중 1과 자기 자신 외의 자연수로는 나누어떨어지지 않는 수 - P32

즉 소인수분해의 유일성의 결과가 자연수의 구조를 매우 풍요롭게 해서 이를 바탕으로 자연수 구조의 심오한 특징을 밝혀낼 수 있다. 그래서 수학에서 소수에 관한 정의를
‘선택 2‘로 택하는 것이다. 그 정의가 이루어진 뒤로는 뒤돌아보며 한숨짓는 일은 없다. - P35

(무리수는 두 정수의 비의 형태로 나타낼 수 없는 수, 즉 분수로 나타낼수 없는 수다.) - P35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수학에서처럼 삶 속에서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그 기로에 놓였을 때합리성과 논리성을 꼼꼼하게 적용하는 수학적 정신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인간이기에 우리의 선택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그 선택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겸손함과 긍정의 마음으로 그 선택의 결과들을 성찰하며 다시 일어서는 용기일 것이다. - P36

아치형의 이 강력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바로 힘의 나눔, 협력으로부터 온다. 무거운 돌의 하중을서로 나누어짐으로써 세월을 버틴다. 힘을 더 많이 나누어가질수록 더 많은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아치형 구조 속에는 나눔과 협력의 아름다운 정신이 녹아 있다. - P39

힘이 평행사변형의 원리를 따라 합해지고, 나누어지는것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을 벡터vector라고 한다. 여기서 힘은 화살표 모양으로 방향과 길이(무게)를 표현한다.
수학적으로 이 착상이 위대한 이유는 벡터라는 개념을 통해 하중(힘)을 덧셈과 뺄셈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루기 어려운 하중이라는 문제를 숫자처럼 덧셈과 뺄셈을 통해 다룰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진정 위대하고도 놀라운 아이디어다. - P40

어쩌면 고대 사람들은 신이 만들어준인간의 발바닥 모양에서 그 비밀을 발견하고 아치형의 건축물을 고안해냈는지도 모른다. - P40

아치형의 나눔과 협력의 원리는 우리 삶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통은 나누면 나눌수록 작아진다는 말이 있다.
함께 나누는 삶, 함께 협력하는 삶은 우리의 삶의 무게를가볍게 해준다. - P41

하나의 다각형에서 다른 다각형으로 계속 변화를 주는데도  v-e+ f = 1이라는 값은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v-e+f의 값을 ‘오일러의 수Euler‘s Number‘라고 한다.
스위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오일러 Leonhard Euler는 최초로 꼭짓점의 개수, 모서리의 개수, 면의 개수 사이에 수학적으로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알아냈다. 이것은 수학의 핵심인 위상수학의 서막을 여는 의미 깊은 발견이었다. - P48

역사적으로 보면 외각의 입장에서 도형의 불변적인 성질을 처음으로 생각해낸 사람은 데카르트로 알려져 있고,
꼭짓점과 모서리, 면의 개수 사이의 관계에서 도형의 불변적인 성질을 처음으로 생각해낸 사람은 오일러로 알려져있다. - P48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모난 모습들,
그 뾰족함은 나를 찌를 뿐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 뾰족함은 더더욱 스스로 깎고 또 깎아 둥글게 만들어야 한다. - P49

뾰족한 돌덩이가 이리저리 구르는 동안 부서지고 깎이면서 동그란 돌멩이가 되듯이, 사람의 성품도 마찬가지다. - P49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리저리 부딪치고 깨지며 세월의풍파와 어려움을 견뎌내다 보면 어느 순간 돌멩이처럼 둥그렇고 부드러운 성품이 되어간다. 바로 그 과정이 인격이성숙해지는 시간이다. - P50

삶에 지쳐 있을 때 우리 자신에게도 위상적인 성질이 변
화하도록 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돌에게는 그것이 구멍이듯이, 자신의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그 구멍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 우리도 진정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P51

"피타고라스 선생님, 당신의 제자는 모두 몇 명인가요?"라고 누군가가 묻자 피타고라스가 대답했다.
내 제자의 2분의 1은 수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4분의 1은자연의 이치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 7분의 1의 제자들은 깊은 사색에 잠겨 있고, 그 외에 여성 제자가 세 사람 있습니다.
도대체 제자가 몇 명이라는 말인가? - P52

28

어떤 파티에 남자 99명, 여자 1명이 참석해 남자의 비율이 99%였다. 그런데 파티 중에 몇 명이 떠나 남자의  비율이 98%가 됐다. 몇 명이 떠났을까? - P56

50 - P57

이처럼 양 한 마리당, 돌 하나를 대응시키는 것을 수학에서는 일대일 대응 관계라고 한다. 
이렇게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방법은 인간 근원에 깔린 가장 자연스러운 사고다.
그러나 인간이 수를 세고 셈을 하는 것은 자연 발생적인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꽤나 편리하게 사용해오다 보니그것이 마치 인간의 근원에 맞는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 P59

이 착각을 깬 사람이 19세기 독일의 수학자 칸토어 GeorgCantor다. 집합론의 창시자이기도 한 칸토어는 일대일 대응을 통해 유한에서 무한으로 가는 체계적인 방법을 생각해냈다. - P59

이 개념을 바탕으로 우리는 신비의 세계인 무한을 마음속에 투영시킬 수 있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무한을 마음속에 그릴 수도 있고, 만나볼 수도 있다. 그래서 세상은 유한해도 수학적인 면에서는 결코 허무하지 않다. - P61

1. 하나에 하나를 대응시켜야 한다.
2. 보내면 반드시 받는 쪽이 있어야 한다.

함수에서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것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 대응하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 사람에게이름으로 대응시킬 수도 있고, 나이로도 대응시킬 수 있으며, 그 사람이 속한 국가로도 대응시킬 수 있다. 이렇게 대응하는 규칙을 함수라고 하는데, 수학에서 관심이 있는 것은 각 대응 방식에 규칙성이 있을 때다. 둘의 관계에서 발견되는 규칙을 통해 상호관계의 관련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P64

근대에 들어서도 음수의 개념은 있었으나 기꺼이 받아들이거나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17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수를 수직선의 점으로 대응함으로써 음수의 개념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원점을 0이라고 할 때 오른쪽으로 가는 것을 +1, +2, +3, ··· 왼쪽으로 가는 것을 -1, -2, -3,..…으로 나타내, 수가 원점을 중심으로 +, -의  대칭 관계를가지면서 음수가 드디어 수학에 발을 붙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대칭성을 통해 수는 균형과 보편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 P69

결국 인생은 +가 있으면 -가 있고, –가 있으면+ 가 있는  제로섬  zerosum과도 같다.
이러한 대칭적인 보편성의 개념은 과학 분야와 사회과학 그리고 많은 제반 학문의 기초를 형성하게 된다. 그런데흥미롭게도 이 당연한 대칭성에 의문을 품은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다.
탈러는 ‘2-2=0‘이 심리학적으로 틀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우연히 만 원을 주었을 때의 기쁨보다는 만 원을 잃었을 때의 상심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 주장을 비롯해 이와 유사한 심리적 불균형을 매우 정교하게 실험한 결과 2017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 P70

그 이유는 수와 공간의 만남이 수직선에서 이루어지기때문이다. 즉 대수를 대변하는 수와 기하를 대변하는 공간이 기가 막히게 만나 놀라운 모습을 이루는 것이 수직선이다. 서로 다른 구조의 수학이 만나 그것을 더욱더 풍요롭게만든 경우다. - P71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는 것 또한 수직선의 수학적 의미와 같지 않을까 싶다. 수와 공간이 만나 아름다운수직선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어느 쪽에도 예속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서로를 더욱 가치있고 풍성하게 하는 관계처럼 말이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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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생과 맺은 계약에 시한 조건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나는 가장위험한 경사 길에서 브레이크를 풀어봅니다. 인생이란, 가파른 경사도 있고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지요. 잘난 놈들은 모두 자기 브레이크를 씁니다. 그러나(두목, 이따금 내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가를 당신에게 보여주는 대목이겠는데)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기계가 선로를 이탈하는 걸 우리 기술자들은 ‘꽈당‘ 이라고 한답니다. 내가 꽈당 하는 걸 조심한다면 천만의 말씀이지요. 밤이고 낮이고 나는 전속력으로 내달으며 신명 꼴리는 대로 합니다. 부딪쳐 작살이 난다면 그뿐이죠. 그래봐야 손해 갈 게 있을까요? 없어요. 천천히 가면 거기 안 가나요? 물론 가죠. 기왕 갈 바에는 화끈하게 가자 이겁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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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설을 따르든 간에 신화 속의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을 관장하는 만큼 그 미모가 출중했다. 이런 아프로디테의 미모를 심상찮게 여긴 제우스는 자존심 강한 신들 사이에 치졸한 사랑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려고 그녀를 신들 중 가장 못생겼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 Hephaestos에게 시집보내는 현명한 선택을 하였다. - P45

이 ‘천하절색의 팜므파탈 여신 아프로디테와 천생연분인 마초 아레스의 불륜이 낳은 자식만 에로스를비롯하여 다섯이나 되었다고 하니, 오죽했으면 남편인 헤파이스토스가 지금도 시칠리아 -Sicilia의 에트나Eina 화산 아래에서 뜨거운 풀무질로 용암을 녹이며 그 화를 삭이고 있겠는가. - P45

아프로디테의 여사제들이 춤과 노래로 뭇 사내를 유혹하여 웃음을 팔던 곳. 환락과 퇴폐의 역사가 전사들이 흘린 선연한 피 아래 묻혀 있다. - P47

이런 이유로 이곳은, 성지순례를 온 단체 여행자들이 가이드에게서상반된 두 가지 이야기를 듣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즉 성채 아래쪽 코린토스 초기 교회의 자리에서는 교회의 분열과 신자의 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올라와서는 몸 파는 아프로디테 여사제들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소돔과 고모라의 교훈을 듣는 ‘말씀의 장소‘가 되는 명예 혹은 불명예를 얻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방탕한 여신과 그를 모신여사제들의 타락이 코린토스의 역사를 질곡으로 밀어넣었던 것일까? - P48

이런 물음에 확신에 찬 대답을 할 수는 없다. 역사는 그리 단순하지도 또한 윤리적이지도 않으니 말이다. - P48

하지만 나는 이 땅 아래에 잠들어 있는 겹겹의 무덤들 속에는 단지 그녀들의 향기 나는 허리띠만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긴 역사 속에서 이성채를 지키다 쓰러져간 전사들의 투구와 이곳을 다스리던 지배자의 왕홀들이 함께 묻혀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하여 그 한 겹 한 겹의 무덤들모두에 온전한 그리스 역사의 연대기이자, 때로는 용맹하고 때로는 비겁했던 코린토스인들의 전설과 신화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야 했다. - P48

로마의 점령
분열과 대립의 대가를 치르다
고대 이후 아크로코린토스 역사의 두 번째막은 로마에 의해 올랐다. 로마 제국은 전 점령지를 통틀어 그리스인에게 가장 관대했고, 나아가 그리스를 흠모했다. - P49

그러고 보면 그리스 땅이야 로마가 점령했을지언정, 정신은 도리어 그리스가 로마를점령했던 셈이다.
로마 시대에 재건된 외벽 위에 올라서서 아래쪽 고대 유적지를 바라보자니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마인들과 그리스인들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였다네. 하지만 그들이 코린토스에 대해 가진 집착은 유별난 데가 있었어.‘ - P49

"진정한 구원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 법이라네. 모두가 강가에서 발을 동동 구를 때, 누군가는 그 강에 다리를놓지. 나머지 사람들이 그다리를 건너며 ‘구원‘이라고 말하지만 ‘진정한 구원은 바로 그 구원의로부터 구원받는 것‘이거든." -3 - P50

결국 각 도시국가의 대표들이 코린토스 남쪽 나우팍토스 Nauractus 에 모여들었지만, 그때는 이미 올림포스의 신들조차 로마의 일곱 언덕으로 이주하여, 제우스는 ‘유피테르Jupiter‘로 아프로디테는 ‘비너스 Venus‘로 창씨개명까지 마친 뒤였다. 그리고 태양신 헬리오스 Helios의 불 마차는 그리스를 떠나 이미 로마의 하늘을 밝히기 시작한 후였다. - P50

하지만 그것은 사막에 쏟아지는 소나기와 같은 것일 뿐. 물이 있다 한들 모래를 뭉칠 수 없듯, 모래 알갱이처럼 흩어진 그리스인들이 뒤늦게 하나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P51

"로마는 그리스 도시의 시민들에게 자유를 허락한다. 로마의 수비대를 이곳에 두지 않을 것이며 공물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예전처럼 스스로의 법에 따라 다스려질 것을 약속한다." - P54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민족은 노예의 신세를 면할 수가 없지, 아무렴, 분열은 반드시 역사의 대가를 치르는 법이야." - P55

"자유를 사랑하기 때문에 천국을 준다고 하더라도 영혼의 종속을용납하지 않으려는 거부, 사랑과 고통 그리고 죽음을 초월하는 험난한승부, 그것이 바로 저항이라네. 하지만 그들의 저항은 그런 것이 아니었어. 그냥 뱃속의 본능을 따른 것뿐이었지." -4 - P55

"사람들이 왜 뱀을 섬기는 줄 아시는가? 이라는 놈은 언제나 온몸을 땅에 붙이고 있어서 대지의 비밀을 더 잘 알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지. 그렇다네. 뱀은 배로, 꼬리로 그리고 머리로 대지의 비밀을 간파하는 것이지. 뱀은 늘 어머니인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하는 존재거든.
마치 조르바처럼 말일세." - P58

전설의 샘페이레네
역사는 전설이 되고 전설은 신화가 된다

"신은 이렇게 말한다네. ‘너희가 비록 가장 힘든 오름길에 나서기는했어도 꼭대기에 이르려는 마음에 너무 조급한 나머지 날개 달린 독수리라도 된 듯 산기슭과 등성이는 거치지 않고 곧장 목적을 달성하려고하지 말라. 결코 너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너희는 더 낫지도 않고 더 못하지도 않은 인간일 뿐, 너희에게는 날개가 아니라 다리가 달렸을 뿐이다‘라고 말이지. 델피 신전의 상인방에도 ‘모든 것을과도하지 않게‘라는 신의 경고가 새겨져 있다네. 하지만 그는 달랐어." —5 - P60

"나는 지금 벨레로폰의 잔인한 운명을 상기하며 겁없는 동경을 간신히 억누르려고 애쓰고 있다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지. 천국의 뱀이쉭쉭거리는 소리처럼 자만과 경멸이 넘치는 한 목소리가 내 내장 속에서 피어올라 위대하면서도 위험한 조언을 속삭인다네. ‘징벌의 신의말을 듣지 마라. 두려워하지마라. 너의 눈을 열고 보라! 눈을 꼭 감고보호받으면서 인간의 가능성이라는 합법적 울타리 안에 갇혀 있기보다 차라리 끔찍한 비밀을 흘깃 엿본 다음에 눈멀어버리는 편이 더 낫다‘ 라고 말이지." 6 - P60

고대 로마는 코린토스를 폐허로 만든 후 다시 재건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카이사르가 부하들이 살 땅을 이곳에 마련해주려고 재건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코린토스의 지정학적 매력과환락에 대한 추억이 그곳을 다시 로마식으로 재건하고픈 욕망으로치환됐을 것이다. 왜 안 그랬겠는가. 이곳이 바로 부와 환락의 상징이자 그리스의 열쇠도시였으니 말이다. - P68

그리스 음식
독창성과 자부심이 담기다
너무 배가 고파 앞이 보이지 않거나 정신이 혼미하지 않는 한 유적지나 기차역 앞 식당에 들어가는 것은 여행자의 오래된 금기 중 하나다. 하지만 그때 나는 정말 정신이 혼미했다.
엄살이 아니었다. 트위터에 밤마다 야식 사진을 올리며 친구들을 괴롭히는 게 내 취미 중 하나일 정도로 먹는 것을 밝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역만리 그리스까지 와서 유적지 정문 앞에 달랑 하나 있는초라한 식당에 불쑥 들어갈 만큼 취향이 없지는 않았다. - P69

웃으며 빵 접시를 들고 나왔다. 아, 단언컨대 나는 그때의 빵맛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상은 배고플 때 먹는밥상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 P70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유달리 맛있다고 생각했던 그수블라키와 빵 맛이 단순히 ‘시장‘이라는 조미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충분히 배가 부른 후에 다시 먹어도 그 맛은 진심으로 칭찬할만했고, 가격마저 착하디 착한 수준이었다. - P70

아무려나 그리스에서는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그대로 남기더라도 일단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내가 워낙 고기를 싫어해서 그렇지 음식은 훌륭했다."라고해주는 것이 예의다. 나 역시 게눈감추듯이 접시를 비운 후 정말 흡족한 표정으로 주인에게 엄지를 세워 보였다. - P72

"예술이란 위대한 현실과의 접촉을 도모하면서, 통찰력 속에서 원천을 찾아내는 일이지. 하나의 환상이랄까. 그러면 상당히 간단하고도힘을 들이지 않으며 모든 세부적인 요소들이 제자리를 찾아들어가 표현 방법을 찾아내게 되거든." ---7 - P76

"그렇지.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얼굴을 보고는 그것이 지닌 아름다움의 정수를 추출하려고 했다네. 하지만 나는 자동차를 보고도 똑같은 시도를 하지. 인간의 얼굴이나 자동차나 전반적인 현상들의 정수를 추출한다는 행위란, 예술에서 동원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네. 그러나 그 본질은 이 현상들의 뒤에서 장인이 찾아내고, 이 현상들을 통해서 정수를 추출하려고 항상 노력해온 바로 그것이지." ---8 - P77

결국 예술과 기술의 차이는 대상에서 어떤 얼굴을 보느냐 하는 것이다. 즉 남들은 무심결에 지나치는 사물의 이면 속에서 어떤 것을 보느냐 하는 관점의차이말이다. 기술자는 대상을 정교하게 모방하지만예술가는 대상의 본질을 꿰뚫고 재해석하는 사람이며, 그것이 탁월할경우에 예술이 당대를 넘어 영원한 시대성을 얻게 된다는 뜻이리라.
나는 그의 현학적인 말 속에서 일거에 현상을 절단하고 그 속을 들여다보는 매운 통찰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거듭 발견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 P77

"고대의 위대한 시대에는 젊은 육체의 이상형을 창조하던 예술가들이, 어느 순간 무겁고 야만적인 몸을 꾸밈없는 사실주의적 눈으로 보고 묘사하기 시작했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리스에서 사실주의가 지배하기 시작하자 문명이 몰락하기 시작했거든. 그 다음에 과장되며, 사상이 없고, 초인간적 이상이 결여된 헬레니즘 Hellenisan 시대가따라왔던 게지." —9 - P79

"아무렴, 그렇지. 하지만 신앙 그 자체보다 내 마음을 더 매혹시키고 내게 더 많은 용기를 주었던 것은 자신이 그리스도임을 깨달은 인간이 어떻게 벅찬 투쟁과 만용과 미친듯한 희망을 품고 신에 도달해서, 신과 한 덩어리 한몸이 되려고 노력했느냐 하는 사실, 그 자체였다네." 10 - P84

"악마는 우리들에게 영혼을 거부하라고 설득하며, 신은 육체를 거부하라고 하지. 언제쯤 그리스도의 마음이 두 야수를 화해시킬 만큼넓어질까?" 11 - P86

원래 그리스인들이 신전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입지였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문명은 자연과의 조화를 중히 여겼던 게 틀림없다. 동양의 풍수가 그러한 것처럼 그리스에서도 자연과 인간, 산과바다의 조화를 제일 먼저 고려했다. 사실 그리스 신전과 로마 신전의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이 점이기도 하다. - P87

"아폴론은 세상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꿈꾸고, 초연한 형태로 그것들을 이해한다네. 개체성으로 몸을 숨기며 그는 현상들의 광포한 바다한가운데 꼼짝 않고 소용히 자신 있게 서서, 꿈속에서 열망했던 큰 놀음을 즐기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이곳에 올 때마다, 나 자신이 이룩한제신들의 신비주의적 계보에서 현재를 가장 단순하고 가장 통렬하게 표현할 길을 찾곤 한다네." -12 - P90

"진리보다 더 진실한 것이 무어라 생각하나? 그것은 바로 전설이라네. 전설은 덧없는 진실에 영원한 의미를 부여하지." —13 - P92

"우리가 살아내기 위해서는 잉어처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네. 아니, 잉어처럼도 아니고, 가파른 절벽에서 절벽으로, 바위에서바위로 건너뛰면서 물의 원천을 찾아 올라가는 늙은 어부처럼 미끄러지고, 일어나고, 주춤거리고, 허리를 숙이고, 손바닥으로 물을 조금 뜨고, 갈증을 풀고, 또 말없이 떠나야 한단 말일세. 그러면 저 바위들과돌멩이들은 우리를 위한 달력과 이정표 노릇을 할 테고 말이지." -15 - P97

"위대한 예술가란 표면에 덧씌워진 형상을 투과해서 이면에 드리운본질을 본다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즉흥적이고 위선적인 행위너머에 있는 거대한 물결을 발견하는 것이지. 증발해버리는 일상을 불변의 상징물로 재배열하는 사람이란 말이야. 그러니 위대한 장인은 영원성과 즉흥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20 - P104

"그런가. 그럴 만도 하군. 낯익은 새파란 바다와 황금빛 햇살이 쏟아지는 산, 하얀 흙과 돌멩이, 나무와 풀 그리고 낯익은 문, 젊고 낯선 청년들과 이미 나이 들어버린 여자들을 둘러보고, 나는 마치 어떤 오래된 꿈속에서  살아가며, 깊고도 투명한 물을 통해서 그 밑에 가라앉은 전에 내가 알았던 도시를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네." —21 - P109

"오른쪽으로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바다는 언제보아도 무심 쾌활하지. 이 바다는 슬픈 기억일랑 간직하지 않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영원히 자기 자신을 활기차게 한다네. 만약 바다가 그 자신의 가슴을 가로지르던 고대의 배들이 남긴 흔적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녀의 얼굴은 온통 주름살투성이가 되었을 테지. 바다는 그것을 잊어버리고그리하여 젊음을 유지하는 것일 게야." -23 - P112

고대 코린토스의 땅은 번영의 땅이었지만, 운명의 신 모이라Moira의 실타래는 늘 공정하다. 코린토스 땅은 번영의 땅인 동시에 약탈의 땅이기도 했고, 탐욕의 땅인 동시에 몰락의 운명을 품은 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코린토스는 진정 고대 그리스의 ‘소돔과 고모라‘ 였으며, 스스로덫에 걸려 몰락해버린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땅이기도 했다. - P119

정치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능력보다 대중에게서 공적 헌신성을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했던 셈이다. - P121

"각 시대는 그 시대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 이상을 의식하지못하는 법이지. 각 시대는 지나간 시간 속의 사상과 사건들 중에서 오늘의 시대에 동화하고 변화시켜 행동화할 수 있는 것만을 적절히 선택할 뿐이거든."-25 - P125

멀리서봐도 한국 사람들은금세 알아볼 수 있는데 그 비결은 바로 노스페이스 상표가 물결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그 문제의 ‘노스페이스‘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있었으니 아마 그들도 멀리서 나를 보고, "저기 한국 사람이다!"라고 외쳤을지 모른다. - P127

그는 자신이 지닌 성정과는 달리 2,000에 달하는 통찰력 넘치는경구들을 남기기도 했고, 마키아벨리 뺨치는 통치술의 대가이기도 했다. 실제 그가 남긴 경구를 보면 가혹한 독재자라는 평가를 믿을 수 없을 정도인데, ‘평정은 아름답고, 무분별은 재앙의 원천이다‘, ‘불운할 때는 사려를, 행운이 있을 때는 절제를 앞세우라‘, ‘참주제보다 민주제가더 훌륭한 제도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천한 것이며, 명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귀한 것이다‘ 등 별처럼 반짝이는 격언들이 무수히 많다. - P130

"고대와 현대의 지혜는 영혼에게 필연성의 법칙에 순종하라고 꾸짖지. 지혜는 식물과 짐승과 신들이 다 같이 앞으로 달려나가 정복하고,
정복당하며, 똑같은 방법으로 멸망한다는 비겁한 위로의 말을 통해 필연성을 설명하려 하지. 하지만 빈틈없는 영혼은 그런 위안을 섣불리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네. 왜그러는지 알겠는가? 영혼은 필연성의 법칙에 선전포고를 하려고 태어났기 때문이라네." —28 - P138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기 자신을 이상화한 모습을 창조하고, 그것을 닮으려고 노력했다. 육체뿐 아니라 생각, 인식, 용기, 행동, 태도 등 모든 면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망상으로 지은 집이 아니다. 세상에 망상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인간은 없을 테니까. 그들은 성스러움, 고행, 투쟁, 심오한 슬픔 등 전체적으로 볼때 신비롭지만 성스럽기까지 한 존재를 창조하고, 그것을 ‘영웅‘이라 불렀다. 나아가 그들 스스로 그 영웅 혹은 영웅의 삶을 닮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그리스 문명이 발화한 원천이었을 것이다. - P142

"영웅이라....... 영웅이 된다는 말은 한 인간의 개인적인 양상을 초월하는 율동에 자신을 종속시킨다는 걸 의미하지." -29 - P146

어쩌면 이런 남의 나라 독립전쟁 이야기야 이방인에게는 지나가면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독립전쟁의 영웅을 헤라클레스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그리스인들에게, 그의 입지는 청산리 전투의 영웅 김좌진장군과 필적할 만큼 큰 것이었다. 그래서 유로화 이전 그리스의 5,000드라크마 지폐에는 그의 얼굴이 들어가 있었고 아테네 국립 역사박물관 앞에는 말을 탄 그의 동상이 세워져 그의 이름을 영원히 기리고 있다. 아쉽고도 서운한 일이지만 어쩌면 그것이 바로 역사이며 영웅의진실인지도 모른다.

콜로코트로니스 - P150

"고대뿐만 아니라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릇 영웅이 되려면 그래야할 테지. 다만 거기에 하나 더 보탤 게 있다고 보네. 다름 아닌 상승에대한 의지! 보통 사람들은 중간에 주저앉고 말았을 가파른 오름길을지치지 않고 끝없이 올라가는 의지 말일세. 끝이 보이지 않는 상승의길・・・・・・ 설령 그것이 신의 자리라 할지라도 말일세." - P152

"늙거나 병들었거나 불운이 닥치게 되면, 인간의 내면에선 모든 요소들이 서로 분열하고 맞서 싸우게 된다네. 때로는 육체가 지배하고싶어하고, 때로는 이성이 반란의 깃발을 올리고 도망치려 하지. 그리고 이성은 무감각하게 물러서서 붕괴의 과정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라네. 그러나 인간이 어리고 튼튼할 때는 이성도 육체도 같은 젖을 빨면서 쌍둥이처럼 우애롭게 하나로 단결되지 않던가?"-30 - P152

육체와 영혼의 갈등과 분열을 이겨낸 자라. 그럴지도 모른다. 특별한수양을 쌓지 않는 한, 정신이육체를지배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성이 건강을 생각해서 담배를끊자고 결단을 내려도 얼마 안 가서 금세 ‘까짓 살면 얼마나 산다고…….
하고 싶은 것 하고 사는 게 인생 아니든가‘라는 식으로 육체의 유혹에항복해버리기 십상이다.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성적으로생각할 때 결심은 굳건하지만 ‘피곤하면 효율이 떨어지니 오늘 하루만쉬자‘라고 쉽사리 무릎을 꿇고 마는 게 현실이다. 즉 오래된 육체의 습관이나 안락에의 유혹이 이성을 지배하는 게 보통이다. 이렇게 볼 때두려움과 공포 혹은 환락과 평안은 이성이 아닌 육체의 요구에 따른것이어서 우리는 늘 이 둘 사이의 갈등과 분열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공포나 나태 따위는 추호도 없이 육체의 한계를 극복해냄으로써 결국은 신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 P153

그들은 상대가 이교도건 피부색이 어떻건 어디에서 왔건 괘념치 않는다. 그곳을 찾아온 주님의양 떼들에게 작은 사랑과 선의를 표시하는 관행일 따름이다. 이 목적없는 환대는 그리스를 여행하는 내내 내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던원천이기도 하다. - P174

"저들과 나의 차이는 이런 것이라네. 저들은 구원의 길을 찾았다고믿으며, 그것을 믿음으로써 구원을 받지. 하지만 나는 도리어 그러한 구원의 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음으로써 구원을 받는다고 믿는다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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