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三國史記)
현존하는 한국의 역사서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성립부터 고려 초기까지 약 천 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본기 28권, 지 9권, 표 3권, 열전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김부식이 집필한 원본은 남아 있지 않으며 필사본 중 일부는 보물 제722호, 국보 제322-1호와 제322-2호로 지정되어 있다.

삼한(三韓)
삼국시대 이전 한반도 중남부지역에 형성되어 있었던 마한, 진한, 변한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편의상 셋으로 분류하지만 각각 수십 개의 소국으로 구성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문헌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들은 이후 각각 백제, 가야, 신라로 발전하면서 북쪽의 고구려와 함께 삼국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가야(加耶)
삼국시대 초중반 한반도 남부에 있었던 여러 국가를 가리키며, 삼한의 하나였던 변한에서 기원했다. 초기에는 지금의 김해에 터전을 잡은 금관가야가, 후기에는 고령의 대가야가 주도권을 잡았다고 알려져 있다. 가야의 역사는 고구려, 백제, 신라와 겹치지만 사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심하게 왜곡된 적이 있다.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説)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에 있는 임나(가야 지역)에 통치 기구를 두고 백제와 신라를 간접 통치했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정사서 『일본서기』를 바탕으로 전개되면서 한일 역사학계에서 오랜 기간 논란이 되었다가, 가야 고분군의 발굴 등으로 유물들이 발견되면서 2010년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폐기되었다. 고고학적 발굴로 역사 왜곡을 이겨낸 좋은 사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고분(古墳)
일반적으로는 옛 무덤을 가리키나 고고학에서는 일정한 형식을 갖춘 한정된 시대의 지배층의 무덤을 말한다. 고분이 모인 것을 고분군이라고 하며, 매장된 각종 껴묻거리(부장품)의 발굴을 통해 과거의 시대상을 파악할 수 있다.

순장/후장(殉葬/厚葬)
후장은 큰 규모로 후하게 장례를 치르는 것을, 순장은 후장에서 더 나아가 다른 사람도 같이 묻는 것을 말한다. 두 가지 장례 풍습은 한국 고대의 장례 문화를 대표함과 동시에 고대 계급 사회의 시대상과 고대인들이 사후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 지를 보여준다.

수도유적(首都遺蹟)
국가의 중앙 정부가 자리 잡은 수도의 유적으로, 중앙인과 지방인의 차이가 컸던 고대 국가의 심장 역할을 했다. 이 책에서는 보통 왕성, 왕경, 도성 등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위례성(慰禮城)
백제 왕조의 수도유적으로, 기원전 18년 온조왕에서부터 475년 문주왕이 웅진으로 천도하기까지 492년간 백제의 왕성으로 전해진다. 풍납토성 발굴 전까지 다양한 견해가 난립했으나 1997년 풍납토성이 발굴되면서 지금은 풍납토성 혹은 몽촌토성이 하남 위례성이라는 설이 유력해졌다.

실크로드(Silk road)
비단길이라고도 하며, 중국과 유럽을 연결해 동서 간의 활발한 왕래를 이끌었던 무역로를 말한다. 경로에 따라 초원길, 오아시스와 사막길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고대 한국이 이 길을 통해 동북아시아를 넘어 서아시아까지 교류했다는 자료들이 발굴되고 있다.

"한국 고대사를 연구하는 연구자는 한국이란 틀 안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역사학자는 민족사를넘어서 인류 공동의 역사 연구에 앞장서야 한다."

이제는 역사를 새롭게 바라봐야 할 때

고대사는 그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신화와 전설이 역사적인 사실과 뒤섞이면서 때로는 장대한 판타지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사극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그 누구도 객관적인 진실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수수께끼 풀듯 고대사의 수많은 주제에 도전한다. 특히 문헌 자료가 부족한 초기 고대사, 이른바 상고사는 전문 연구자만이 아니라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일반 시민들이 수많은 설을 자유롭게 주장하는 백가쟁명의 장이기도 하다. 수십 년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연구자나 종교적 신념에 사로잡힌 유튜버가등가로 취급받는 분야이기도 하다.

‘객관적 자료에 기초한 합리적 추론‘이라는 고대사 연구의 기본 원칙이 완전히 무시된 난폭한 주장이지만 민족주의 사관이라는 이름만으로 면죄부를 받고, 이러한 폭거에 대한 비판은 식민사학자의 커밍아웃으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학계에서 우스갯거리로 취급될 것이 분명한 주장들이 국내에서 열광적으로 갈채를 받는 현실이 분명 정상은 아니다. ‘민족주의‘라는 한마디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엄격한 논리가 요구된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학은 인문학임과 동시에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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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미의 장례는 구립장례식장에서 치를 예정이었다. 그저께 병리 해부한 시신이 어제 반송되어 가족만 모여 경야"를 치렀다고 들었다.
* 장례를 치르기 전, 친족끼리 곁에서 밤새도록 지키는 것.

시즈카처럼 여생이 짧아지면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도 남의 일 같지 않게 된다. 장례식장의 규모, 예상 조문객, 어느 스님에게 경을 부탁할지, 답례품으로는 무엇이 어울릴지 등을 상상하는 동안 시간이훌쩍 흘러 버린다.

단 음울한 감상과는 거리가 멀다. 장례식은 긴 인생에서 주역이 되는 마지막 기회다. 할 수 있다면 남에게 맡기지 않고,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싶지 않은가. 장송해 주는 사람들이 봄날처럼 따뜻하게, 그리고 축제처럼 즐겨 주길 바란다. 이것이 시즈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장례식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관에서 잠든 후루미는 자신의 장례식을 어떻게 보고 있을 텐가. 후회가 남는 인생이었을까, 아니면 웃으며 잠들 수 있는 인생이었을까. 공장을 접고 빚이 남아 있었다고 해서 꼭 후회할 거라는 법도 없다. 사람의 만족은 사람의 수만큼이나 존재하는 것이니까.

"오늘 같은 날에는 검은색으로 칠한다든가 하는 배려를 하실순없나요?"
"TPO*를 생각하면 결혼식용 흰색이나 히나마쓰리용** 핑크색 휠체어를 준비해야지."
*시간(time), 장소(place), 경우(occas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옷차림의 기본원칙을 의미한다.

**여자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3월 3일에치르는 일본 전통 축제.

부친이 자네에게 가업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한 것도  아들을 믿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었어. 재무상태가  엉망인 회사를 아들에게 부담 지우고 싶지 않았던 거지.  그러니 아버지를 너무 원망하진 마. 보내드릴 때만큼은 조금이라도 위로해 드리라고

"그거야말로 나와는 안 어울려. 참회는 무슨, 염라대왕 앞에 끌려가도 메롱을 해 볼까 계획 중이라고."

"배를 꿰맬 때, 그 입도 함께 꿰맸으면 좋았겠네요."

오리가 파를 짊어지고 온다*는 말은 이런 걸 두고하는 말일 것이다. 신문 보도 직후라서 미기와가 왜찾아왔는지는 대강 짐작이 간다. 도대체 겐타로가사건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건지, 아니면 사건이 겐타로에게 다가가는 건지

* 오리가 파를 짊어지고 옴으로써 오리요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가 갖춰지는 매우 편한 상황을 뜻하는 일본 속담. 즉 상대가 좋은 일을 들고 와 본인이 편해지는 상황을 뜻한다.

여기서 시즈카는 로카르의 교환법칙을 떠올렸다.
서로 다른 물질이 접촉하는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접촉 사실을 가리키는 증거를 남긴다는 법칙이다.

재능이 좌우하는 세계에서는 관을 얻는 것이 비약의 조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재능은 외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 보증할 만한 그 분야의 무언가가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위한 것, 남을 위한 것이라면 법률 따위지키지 않아도 돼. 대체로 법률은 악행을 제지하는것이지 선행을 독려하는 건 아니야. ‘
법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시즈카 자신도 뼈저리게 알고 있지만 겐타로에게 지적받자 어쩐지 부아가 치밀었다.

제1게이힌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던 가베무라의 자동차는 하마마쓰초 1번지에 접어들었다. 왼쪽에는 신칸선의 고가가, 그 맞은편에는 하마리큐*일부도 보일 듯 말 듯한다. 그 주변 일대는 비즈니스거리이지만 상업빌딩의 틈새에 가정집도 들어서 있다. 오늘날의 제1게이힌 도로는 원래 도카이도**의요점으로 에도 시대에는 조카마치***로서 번성한 장소다. 그렇게 생각하면 번화한 현재의 모습에도 친근감이 느껴진다.

* 도쿄에 있는 옛 별궁.
**에도 시대 교토와 에도를 잇는 교통로.
***에도 시대에 형성된 계획도시로, 무사와 상공업자가 모여 성의 방위시설이자 행정도시, 상업도시의 역할을 했다.

늙는다는 것은 매일매일 무언가를 내려놓는 과정이다. 오랜 친구들, 체득한 기술, 지식, 그리고 기억.
본인이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도 소중한 것이 손가락 사이로 주르르 흘러내린다. 면허증 반납을 거부하는 사람은 그런 일상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의 생각은 필요할 때도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어. 눈앞에서 젊은이가 늙어빠진 노인 두 명에게 고개를 숙여. 의료를 보고 행하지 않음은 용기가 없음이니라."

"아이들에게 돌진하기 직전에 핸들을 꺾었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렇죠. 하지만 요즘처럼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다수 발생하면 이런 호평도 악평에 묻히기 쉽습니다. 남는건 고령 운전자에 대한 책임 전가와 의분의 탈을 쓴 울분 해소뿐이고요."

시즈카는 바로 그렇게 결론 지었다. 화장터로 향하고 있던 영구차가 다시 돌아온다. 이런 비합리를 해치우는 건그 규격 밖의 영감 정도다.

화장터의 노후화는 지진대책의 측면에서도 지자체에는 골치 아픈 문제야. 우리 회사의 영업부 정보에 의하면화장터 한두 곳은 곧 멈출 거야. 원래 멈추지 않으면 위험한 화장로가 아직도 많이 가동 중이거든. 이걸로 성공적으-로 보수 공사 수주가 날아 들어오면 그거야말로 야케부토리*란 거지. 하하하하.
시즈카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 화재 후, 살림이나 사업이 더욱 번창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

무엇이 옛날 솜씨란 건가. 판사 시절에는 이런 막 나가는 짓을 한 적은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건대 시즈카가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된 것은 겐타로에게 안 좋은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훌륭한 반격이든 공갈이든 내뱉는 순간에는 상쾌해도 곧 부메랑처럼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내뱉는 기세가 강하면 강한 만큼 수중에 되돌아올 때의 위력도 크다.

"어차피 사람은 죽으면 재가 되거나 흙으로 돌아가거나 물고기 먹이가 돼. 중요한 건 시신이 어떻게 되는지가 아니라 그 녀석이 생전에 무엇을 남겼는가야 시즈카 씨 동료였던 다지마라는 판사는 정당한 재판을 해 왔겠지. 그렇다면 그걸로 괜찮지 않아?"

니시고리의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이다. 시즈카나 겐타로 같은 노인이 되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애정과 돈을 같은 선상에 두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족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시키려면 아무래도 돈 이야기가 나오는 건 피할 수 없다. 무급으로 환자의 오물에 젖고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마더 테레사가 될 것이다.

"감정만으로는 길을 잘못 들고 논리만으로는 추진력이 부족하게 돼."
그럴싸한 말을 하지만 겐타로 자신도 마음먹은 대로 행동한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겐타로에게는 경영자로서의 판단력이 있어서 길을 잘못 들지 않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 영감은 길을 잘못 들어도 목적지에 도착할 것만 같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인생이었을까. 마지막 순간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웃으며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을까

사적인 것보다는 공적인 것. 세간보다는 법조계를우선하는 삶의 방식이 판사로서 과연 옳을까, 어떨까.
그것은 분명 아무도 모른다. 아니 알 필요도 없다.
당사자가 웃으며 죽을 수 있느냐 아니냐만이 문제일것이다.

"그래. 그건 올바른 판결이었어."
"올바른 일을 했는데 어째서 미움받아야 하는 거야?"
"세상은 옳고 그른 것만으로 나눠질 만큼 단순하지 않아서 그래."

"자신이 정한 자신의 규칙을 따라. 간단하지만 꽤어려워. 어려우니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받는 거고."
"알 것 같아."

"남을 저주하면 자기에게도 재앙이 돌아와. 남에게 못된 짓을 하면 그대로 복수 당하지. 그런 걸 반복하는 동안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고, 마도카나 시즈카 씨와는 안 어울려."

"당신은 판결에 불복했겠지만 난 재판이란 건 공평한 데다가 죄인에게도 관대한 것 같아. 적어도 저런 말도 안 되는 사회적 제재라는 녀석보다는 나으니까."

"불운하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겠나. 누군가를 만족시키면 다른 누군가가 불만족하지. 세상사람들이처세술에 능한 사람을 질투하는 것도 다 그래서야."

"겐타로 씨가 말하니 설득력이 있네요."
"시즈카 씨가 말하면 더욱 설득력이 있지."
"왜 그럴까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관철하는 사람이니까.
뭐 그런 성격이 아니면 판사는 못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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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메의 말에서 뾰족한 가시가 느껴졌다. 돌이켜생각해 보면 경시청 강연에서 경찰의 예측 수사에의한 원죄에 관해 일장 연설을 했었다. 오인체포에서 발달된 원죄 사건이 발각된 타이밍이기도 하고주의도 환기할 겸 강의한 것이지만, 청중에는 구루메처럼 반감을 가진 자도 있었던 듯하다.

구루메는 은연중에 계획 살인을 암시한다. 경찰의관점에서는 그럴 만하다. 절반의 확률로 사망한다면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계획 살인을 실행해 볼가치가 있다.

B간염 바이러스 보균 여성이 유방암 적출 수술을 받은 후, 스테로이드제를 병용한 화학요법 중에 전격간염이 발병해 사망한 사건이었다. 유족은 의료 과실을 의심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곧 합의했다.

"합의라고 해봤자 병원 측 변호사가 굉장히 실력이 좋은 남자여서요. 아무리 패배가 확실한 재판이라도 돈만 지불하면 의뢰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말죠. 합의했다고 해도 유족 측은 몹시 괴로웠을 거예요."

변함없는 겐타로의 트집이지만 내용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경찰의 직감이든, 과학수사의 분석 결과든, 원죄 사건의 원흉은 절반 이상이 지나친 확신이다. 용의자를 의심하는 한편, 자기 자신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오만함이 진실을 왜곡한다. 

시즈카가과거에 저지른 오판결도 그랬다. 99.9퍼센트의 유죄율과 검찰 측이 제출한 물증을 과신해죄없는 사람에게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기자신의 처지를 저주한 피고인에게 얼마나 미안했던가.

"링거팩이 바꿔치기 되어서 그러시겠죠. 제게는 납득되지 않는 의문투성이입니다. 약제가 뒤바뀌는건 아주 큰 사고여서, 병원에서는 삼중 체크가 의무년입니다. 방금 설명했듯이 약국에서 체크, 담당 간호사가 체크, 그리고 환자 본인의 체크요."

시즈카는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가능성을 넓히는것은 나쁘지 않지만 구루메는 전례 때문에 생긴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 선입견은 선글라스와 똑같다. 필터가 본래의 색채를 왜곡해 희미하게 반짝이는 빛을 망가뜨린다.

개구리 낯짝에 물붓기"라는 속담이 있는데, 겐타로를 당황시키려면 황산을 끼얹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개구리 낯짝에 물붇기
어떤 자극에도 조금도 반응하지 않거나 어떤 일을 당해도 태연함을비유적으로 이르는 일본 속담.

그 말을 듣는 순간, 시즈카는 기분이 복잡해졌다.
과학수사가 진보하면 검거율도 올라가고, 물증의 증거능력도 비약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좋은측면이 있으면 언제나 나쁜 측면도 있는 법이다. 각각의 증거능력이 올라감과 동시에 증거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짙어진다. 사람은 자신이 한번 옳다고 믿은 것을 다시 의심하기란 어렵다. 한순간의 실수로잘못된 증거물이 채택된 경우, 금세 원죄가 발생한다.

감식과 남자가 자신만만하게 내뱉은, 나날이 발전한다는 말도 어딘가 수상쩍다. 나날이 발전한다는말은 현재의 상식이 미래에는 시대에 뒤처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실제로 지금, 항간에서 높이 평가하는DNA 감정 등도 증거로 막 채택되기 시작할 즈음에는 정확도가 낮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 DNA감정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전부 미심쩍다는 결론에 이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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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기로 한 이상 저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모두 사법고시를 통과한 인재들이죠. 엄격히 지도할 생각인데,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꼭 군기를 바싹 잡아 주세요."

요즘 같은 시대에 학생들의 군기를 잡아 달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옛날 사고방식이다. 분명 마시코의 사고는 시대착오적일 것이다. 법조계의 인식이 대중과 괴리되는 것은 이런 사고와 변하지 않는 체제 때문임은 쉽게 상상할 수있다. 낡은 가죽 부대에 새 술을 담는다는 비유까지는 아니지만, 낡은 교육체제이기 때문에 바로 자신 같은 노인들이 참신한 수업을 해야 한다.

사명감이 활활 타오르는 순간, 마시코에게서 예상 밖의 질문이 날아들어 왔다.
"고엔지 판사님. 최근 건강검진은 받으셨습니까?"
"아뇨."

"겐타로 씨가 즐거워하실 때는 대개 주변 사람한테 폐를 끼치고 계시거든요."
과연 온종일 겐타로를 보살피는 만큼, 미치코는 겐타로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시즈카는 저도 모르게 끄덕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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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5년
석탄 시대
철도 · 공장 · 노동자 · 공업도시. 자본주의를 탄생시키다

○ 영국 국왕 에드워드 1세가 석탄을 불에 태운 사람을붙잡아 처형시킬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석탄이 없었다면 철도, 공장, 노동자, 공업 도시는물론이고 자본주의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다고 해도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1661년
보일의 법칙
화학이 연금술과 결별하고 제대로 된 학문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다

○ 합리적인 방법으로 물질을 탐구하며 화학을 제대로 된 학문 분야로 인정받게 한 최초의 과학자

1667년
향신료제도 발견
역사를 만든 향료 분자

① 원래 향신료가 각종 의약품으로, 페스트를 몰아내는
‘부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후추가 사람들을 열광시킴으로써 신항로 개척시대가 시작되었다……."

원래 향신료는 류머티즘이나 위통, 복통 등에 사용하는 의약품, 최음제, 수면제, 벌레 쫓는 약으로사용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페스트 팬데믹이 한창일 때는 주머니에 각종 향신료를 넣고 다니며 페스트를 몰아내는 부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정향(丁香)에서 ‘정(丁)‘은 무슨 의미일까? ‘못‘을 의미한다.정향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향신료로 사용되어 왔다. 여기에는 강력한 살균 효과가 있어서 치통을 다스리거나 입 냄새를 방지하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여겨졌다.

무역회사인 동인도회사를 경쟁이라도 하듯 차례로 설립했다. 영국 동인도회사는 1600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1602년에 설립되었다. 동인도회사의 정체성은 기본적으로 ‘무역회사‘다.

그러나 사실 이는 ‘회사‘라는 단어로는 포괄할 수 없는  엄청난 조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인도회사는 식민지 경영을위한 군대를 움직일 수 있고 다른 나라를 상대로 전쟁도 선포할 수 있는 ‘국가‘와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스페인은 향신료 무역을 둘러싸고 세계 곳곳에서 군사 충돌을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네덜란드는 육두구와 정향 생산지를 장악할 목적으로 반다제도를 무력 점령했다. 1621년의일이다.

영국에서 세계사를 혁명적으로바꿔놓은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1710년 무렵 토머스 뉴커먼(Thomas Newcomen, 1664~1729)이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1773년에 존 케이(John Kay, 1704~c. 1779)가 방직기를 성공적으로 개량하면서 현실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산업혁명은 어떤 분야에서가장 먼저 시작되었을까? ‘직업‘이다. 직공이 소량 생산하던 면직공업의 이전 방식은 기계를 사용해대량 생산하는 메커니즘으로 전환되었다.

1704년
감청색 발명
고흐와 호쿠사이를 매료시킨 프러시안블루

0 세계 미술사를바꾼, 베를린 염색업자 요한 야코프 디스바흐가 개발한 프러시안블루

일본에서는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c. 1760~1849)와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 1797~1858) 등 에도시대 우키요에(浮世繪)  화가들이 프러시안블루를 ‘베를린 남색‘으로 부르면서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히로시게의 대표작 <후가쿠 36경(富嶽三十六景)〉이나 〈도카이도 53경(東海道五十三次)〉도 이안료를 써서 그려졌다.  또한 우키요에 화가들이 색을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은 빈센트 반 고흐 등 유럽인상주의 화가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쉽게 말해, 1,000년, 2,000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살아남아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는 콘텐츠, 혹은 작품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모든 일의 진정한 평가자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바흐나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베토벤의 음악, 페르메이르(Johannes한국정밀기김지220Vermeer, 1632~1675) 나 르누아르, 고흐의 그림은 향후 1,000년 후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가치를 발할 것이다. 과연 이 책은 얼마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

1707년
나무통에서 숙성된 위스키
세금을 피하려다 우연히 발명된 새롭고 획기적인 양조 기법

○ 헨리 8세의 가톨릭교 탄압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카치 위스키‘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

1709년
코크스를 이용한 제철
새로운 제철법으로 산업혁명의 기반을 구축하다

○ 더드 더들리가 개발한 코크스,
제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1722년
표트르 대제
흑해 진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무너뜨린 맥각 중독

① 선진 조선술을 배우기 위해 네덜란드 조선소에서 배 목수로 일한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

1735년
중남아메리카라는 ‘새로운 발견‘의 보고
세계사를 바꾼 또 하나의 신소재, 고무의 유럽 전래

○ 수많은 놀라운 발견을 낳은 뉴턴과 데카르트의 ‘지구 형태에 관한 논쟁‘

첫째, 인디오가 ‘카우추‘ (카우는 ‘나무‘, 추는눈물‘로, ‘눈물을 흘리는 나무‘라는 의미)라고 부르는 나무에서 배어 나오는 흰 수액을 굳혀서 연기로 가열한다음 굳히면 공이나 용기, 장화 등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아마존 원주민이 ‘큐라레‘ 라고 부르는 맹독을 바른 화살로 동물을 사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셋째, 기나나무 껍질에 들어 있는 ‘퀴닌‘
이라는 쓴맛을 내는 성분이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특효약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남아메리카를 탐험하며얻은 지식은 그 자체로 하나같이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1773년
보스턴 차 사건
미국에서 커피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뜻밖의 계기

○ 미국이 영국의 지배를 벗어나독립을 쟁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보스턴 차 사건

1769년
도자기와 홍차의 인기
산업혁명의 버팀목이 되어준 두 가지 상품

0 도자기 대량생산 기법을 발명해
‘도자기 왕‘이 된 영국의 조사이아 웨지우드

분노한 식민지 주민들은 캄캄한 한밤중 보스턴 항에 잠입해 정박 중인 동인도회사 무역선에 몰래 올라탔다. 당시 그들 모두는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모호크족으로 위장한 상태였다. 이는 1773년의 일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오늘 밤 보스턴 항을 티포트로 만들자! (Boston Harbor a Tea-Pot this night!)"라고 외치며 배에 실려 있던 342 상자, 9만 달러 상당의 홍차 잎을 남김없이 바다에 던져버렸다. 이것이 바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보스턴 차 사건 (Boston Tea Party)‘이다. 훗날 이 사건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차에는 다량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또한 떫은 느낌을 주는 성분인 타닌도 들어 있다. 타닌을 구성하는 성분은 많은데, 폴리페놀이라고 부르는 구조의 카테킨류가 여기에 포함된다. 카테킨류는 몸에 좋은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찻잎을 발효 도중에 덖어 만들면 ‘우롱차, 찻잎을 완전히 발효시켜 말리면 ‘홍차‘가 된다. 그렇다면발효가 진행될수록 차의 색깔이 붉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카테킨류가 산화하기 때문이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
미국에서 되살아난 루크레티우스 사상

● 루크레티우스 철학에 심취한 토머스 제퍼슨의 입김으로미국 독립선언서에 그의 사상이 반영됐다는데?

그 초안을 가필하고 수정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독립선언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창조주에게서 생존·자유·행복 추구를 포함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사람들은이런 권리를 확실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권력은 통치를 받는 사람들의 동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

이는 영국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의 사상에서 영향을 받은 선언문이다. 한데, 초안을잡은 제퍼슨이 존 로크보다 더 크게 영향받은 인물이 있다. 바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자 시인인 루크레티우스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퍼슨은 루크레티우스가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심대한 영향을받았다. 실제로 그는 이 책의 라틴어판과 영어판, 프랑스어판, 이탈리아어판을 모두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루크레티우스의 팬이기도 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라는 에피쿠로스파사상을 신봉했다.

토머스 제퍼슨은 ‘이 세계는 원자와 물질이라는 본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지나 공포는 인간에게필요한 속성이 아니다‘라는 루크레티우스의 철학에 깊이 공감하는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1784년
강철의 대량 생산
강한 철을 만들기 위한 험난한 여정

○ 강철을 만들려면 ‘철의 ○○ 성분‘을 제거해야 한다. 여기서 ○○는?


탄소

1789년
화학의 탄생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화학 혁명가

○ 연금술에 사형선고를 내린 ‘화학의 아버지‘  라부아지에

○ "공화국에 화학자 따위는 필요 없소"

라부아지에는 루이 왕조를 대신해 대중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꽤 짭짤한 비즈니스에 손을 댔다. 화학실험에 필요한 만만치 않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1789년에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고 흉작이 계속되면서 굶주린 사람들이 폭도로 변해갔다.
그 무렵 신성로마제국 수도 빈에서는 불세출의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35세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이름 모를 사람들과 함께 공동묘지에 매장되는 가혹한 운명을 맞이했다. 한데같은 시기 프랑스에서는 또 한 명의 천재 라부아지에가 더욱 가혹한 운명을 맞이하고 있었다. 프랑스혁명의 광풍이 몰아치면서 대중의 분노가 왕을 대신해 세금을 징수하던 징세 청부업자들을 향한 탓이었다. 마침내 징세 청부업자 체포령이 떨어졌고 라부아지에 역시 구금당하는 일을 피할 수 없었다. 아내마리안과 절친한 친구들이 백방으로 손을 써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라부아지에는 혁명 법정에 끌러나가 사형 판결을 받았다. "우리 공화국에 과학자 따위는 필요 없소"라는 말과 함께. 
1794년 5월 8일 오전 10시에 벌어진 일이다. 같은 날 18시 15분, 라부아지에는 콩코르드 광장으로 연행되었다. 광장에는 루이 16세(Louis XVI, 재위 1774~1792)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1755~1793)를 비롯한 1,343 명의 목을 자른 단두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라부아지에와 세금 징수원 28명은 차례차례 목이 잘렸고 그들의 몸통은 짐마차에 실려 황폐한 공동묘지에 버려졌다. 당시 처형 현장에 있던 프랑스의 천재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조제프루이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 1736~1813)는 슬픔 속에서 하늘을 보며 이렇게 탄식했다고 한다.

"그의 목을 자르는 데는 1초면 충분하지만, 그와 같은 두뇌를 가진 인물이 인류사에 등장하려면 적어도 100년은 걸릴 것이다."

나폴레옹의 군사적 승리를 뒷받침한 것은 당대에 가장 획기적인 무기로 손꼽힌 ‘대포‘였다. 당시 프랑스는 장바티스트 바케트 드 그리보발(Jean-Baptiste Vaquette de Gribeauval, 1715~1789) 이라는 포병장교의 주도 아래 대포의 규격화, 크기별 통일 규격, 부품의 공통 규격화 등을 열정적으로 추진했다. 이는1776년 이후의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프랑스는 경량으로 설계된 바퀴 달린 캐넌포를 대량 생산하기시작했다. 참고로, 캐넌(cannon)은 ‘갈대‘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칸나(kanna)‘에서 파생되었다.

의미가 확장되어 ‘가늘고 긴 관‘을 뜻하게 되었다. 포탄을 빠르게 발사할 수 있는 캐넌포의 위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그 덕분에 포병대 시스템을 고도로 발전시킨 프랑스군은 말을 이용해서 캐넌포를 견인해 고속으로 이동시키면서 원하는 전장에 배치할 수 있었다.

1791년
갈바니의 동물 전기
‘개구리 실험‘으로 전기의 흐름을 발견하다

○ 전기의 비밀을 밝혀낸 윌리엄 길버트는 엘리자베스 1세의 주치의였다?

1795년
괴혈병 예방
원인은 비타민 C 부족이다

○ 신선한 과일·채소 등이 괴혈병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영국 의사 제임스 린드

1800년
볼타 전지 발명
세계사를 바꾸고 문명을 바꾼 또 하나의 신소재

0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기 흐름을 발생시키는 데 성공한 과학자, 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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