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메의 말에서 뾰족한 가시가 느껴졌다. 돌이켜생각해 보면 경시청 강연에서 경찰의 예측 수사에의한 원죄에 관해 일장 연설을 했었다. 오인체포에서 발달된 원죄 사건이 발각된 타이밍이기도 하고주의도 환기할 겸 강의한 것이지만, 청중에는 구루메처럼 반감을 가진 자도 있었던 듯하다.

구루메는 은연중에 계획 살인을 암시한다. 경찰의관점에서는 그럴 만하다. 절반의 확률로 사망한다면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계획 살인을 실행해 볼가치가 있다.

B간염 바이러스 보균 여성이 유방암 적출 수술을 받은 후, 스테로이드제를 병용한 화학요법 중에 전격간염이 발병해 사망한 사건이었다. 유족은 의료 과실을 의심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곧 합의했다.

"합의라고 해봤자 병원 측 변호사가 굉장히 실력이 좋은 남자여서요. 아무리 패배가 확실한 재판이라도 돈만 지불하면 의뢰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말죠. 합의했다고 해도 유족 측은 몹시 괴로웠을 거예요."

변함없는 겐타로의 트집이지만 내용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경찰의 직감이든, 과학수사의 분석 결과든, 원죄 사건의 원흉은 절반 이상이 지나친 확신이다. 용의자를 의심하는 한편, 자기 자신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오만함이 진실을 왜곡한다. 

시즈카가과거에 저지른 오판결도 그랬다. 99.9퍼센트의 유죄율과 검찰 측이 제출한 물증을 과신해죄없는 사람에게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기자신의 처지를 저주한 피고인에게 얼마나 미안했던가.

"링거팩이 바꿔치기 되어서 그러시겠죠. 제게는 납득되지 않는 의문투성이입니다. 약제가 뒤바뀌는건 아주 큰 사고여서, 병원에서는 삼중 체크가 의무년입니다. 방금 설명했듯이 약국에서 체크, 담당 간호사가 체크, 그리고 환자 본인의 체크요."

시즈카는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가능성을 넓히는것은 나쁘지 않지만 구루메는 전례 때문에 생긴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 선입견은 선글라스와 똑같다. 필터가 본래의 색채를 왜곡해 희미하게 반짝이는 빛을 망가뜨린다.

개구리 낯짝에 물붓기"라는 속담이 있는데, 겐타로를 당황시키려면 황산을 끼얹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개구리 낯짝에 물붇기
어떤 자극에도 조금도 반응하지 않거나 어떤 일을 당해도 태연함을비유적으로 이르는 일본 속담.

그 말을 듣는 순간, 시즈카는 기분이 복잡해졌다.
과학수사가 진보하면 검거율도 올라가고, 물증의 증거능력도 비약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좋은측면이 있으면 언제나 나쁜 측면도 있는 법이다. 각각의 증거능력이 올라감과 동시에 증거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짙어진다. 사람은 자신이 한번 옳다고 믿은 것을 다시 의심하기란 어렵다. 한순간의 실수로잘못된 증거물이 채택된 경우, 금세 원죄가 발생한다.

감식과 남자가 자신만만하게 내뱉은, 나날이 발전한다는 말도 어딘가 수상쩍다. 나날이 발전한다는말은 현재의 상식이 미래에는 시대에 뒤처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실제로 지금, 항간에서 높이 평가하는DNA 감정 등도 증거로 막 채택되기 시작할 즈음에는 정확도가 낮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 DNA감정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전부 미심쩍다는 결론에 이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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