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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 혁명
데이비드 B. 버먼 지음, 이민아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8월
평점 :
"나무 심기에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때는 지금이다." 중국 속담(218p.)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은 12월, 한겨울이라구요! 겨울이 나무 심기에 두 번째로 좋은 때란 말씀이신거죠, 지금?
-아니 지금 말장난하잔 얘깁니까? 진짜 무슨 뜻인지 몰라서 시비예요?
-그러니까.. 제 말은, 속담의 깊은 뜻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구요, 말을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지요. 하하하.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덤벼드시기는~ 쩝.
"나무 심기에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때는 지금이다."
마침 연말이고, 며칠 있으면 새해를 맞이하는 이 때, 참 어울리는 속담이다. 그래, 뭐. 어차피 지난 일 후회해도 소용없다. 20년 전에 못한 일, 지금이라도 하잘시구~ 20년 전에는 몰라서 못했다치자. 지금은 몰라서 못하는 일 보다 겁나서 못하는 일이 더 많은 거라. 그래 다 좋아, 좋다구! 알면서도 안하고 넘어가는 건 겁쟁이들이나 그러라그래. 나는 용감해. 용감하다구!
흥. 소리치는 걸 보니 겁이 나긴 나나보군. 차라리 잘됐어. 그래야 진짜 용감한거지. 하나도 안 무서운데 나서는 건 용감한게 아니구 그냥 나서기 좋아하는 성미인거야. 아니면 설레발이거나.
무섭지만, 겁나지만, 그래도 한걸음 나서서 맞서는게 그게 진짜 용기라고, 요즘 그런 소리 많이들 하데?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 혁명』, 만만치 않아. 이 책은, 그냥 거드름이나 피우려고 쓴 게 아니란 말이지. 처음부터 심각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책임은 나의 가족, 그리고 가족이나 다름없는, 스튜디오의 직원들이다. 이들의 생계가 모두 내 책임이다. (10p.)
사실, 직원 하나 없이 혼자 운영하는 구멍가게 사장이라도 위에서 말한 '책임'을 느낀다. 이건 평생 월급을 받기만 해 본 사람은 절대 이해 불가, 상상 불가, 수용 불가능한 책임감이다. 이건 정말 사장 자리에 앉아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을 말로 하기는 어렵다. 말로 뱉으면 희안하게 꼭 그걸 물고넘어지는 사람이 생겨서 그렇다. 말로 하기도 어려운 얘기를 글로 하다니. 그것도 자기가 쓴 책 서문에다가.. '음, 정말 마음 단단히 먹은 모양인데?'
디자인 스튜디오를 30년째 운영해 오면서 나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는데, 이 세상에는 우리가 하겠다면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냐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거이다. 우리의 노동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 상업주의 세상이 어떤 제약과 규제를 부여하건 간에 우리의 공정은 우리가 만든다. 우리가 직원과 거래처, 고객, 동료들, 심지어는 경쟁자까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것은 철저하게 우리에게 달려 있다. (11p.)
옳소! 그런데 잠깐. 이건.. 지은이가 쓴 얘기가 아니군? 에릭 스피커만? 누구지? 지은이는 분명 데이비드 뭐였는데?.. 서문, 에릭 스피커만. 중국어판 서문, 왕민.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 안상수. 아하~ 그러니까 서문은 지은이가 쓴 게 아니로구만. 추천사라고 했으면 쉬웠을걸~
본문 시작 직전에 편지 한 장, 「AIGA에서 온 편지」리처드 그레페
눈에 띄는 문장,
마거릿 미드가 옳았다. "소수의 헌신적인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의심하지 말라. 아니 오히려 그것이 유일한 길이다." 데이비드가 세상을 향해 하는 말이, 이 책이, 우리에 대한 기대감을 바꿀 수 있는지 지켜보자.(17p.)
"이 기계는 사람들을 가르칠 수도 있고 계몽할 수도 있어요. 정말 그래요. 심지어 영감도 줄 수 있죠.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것은 오직 사람들이 그런 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결심했을 때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철사하고 전구가 들어있는 바보상자일 뿐이죠." - 에드워드 R. 머로우(1908~1965) 1954년 3월 15일, 텔레비전에 대해서
지은이가 원하는 건 명백하다. 그것은 바로 생각하는 독자다. 생각하고, 실천하고, 생각하고, 변화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생각하고, 일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사람.
'디자인 혁명'이라는 제목 앞에 '디자이너를 위한'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은이도 얘기한대로 지금은 누구나 디자이너다. '디자인이란 문제 해결이다'라는 식의 정의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누구나 디자이너라는 걸 증명하기는 매우 쉽다. 그만큼 디자인이란 말이 광범위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디자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볼까?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한 잔 마신다. 커피를 타서 마시는 컵은 따로 있다. 물컵과 분명히 구분한다. 왜 그럴까? 누가 본다고? 유리컵이나 도자기 잔이나 또는 사기 그릇이면 어때서? 커피 맛이 달라지나? 설사 달라진다 치자. 그 차이를 느낄 만큼 내 혓바닥 감각이 그렇게나 섬세한가? 그건 아니지. 그건 그냥 습관일 수도 있고, 고집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그건 '맛'보다는 '기분'문제야. 따뜻한 커피를 진한 갈색 커피 잔에 마시면서 느끼는(또는 그렇다고 믿는) 편한한 기분.
여기서 나는 커피잔을 디자인한것도 아니구, 커피를 디자인하지두 않았어. 하지만, 커피를 타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은 어떤 일이?... ' 생각해보는 바로 그 시간은 내가 디자인한 게 확실해.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경험하고, 나 자신으로 끝내버리는 시간이기는하지만~. 뭐 아무튼!
이렇게 풀자면 내가 디자이너라는 이유, 당신이 디자이너라는 이유,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라는 이유를 백 개, 천 개도 만들어 낼 수가 있겠지. 빨리 동의해주면 그만큼 시간을 버는 거구 말야^^
지은이가 하고 싶은 말은 명백해. 책을 읽어보면 훨씬 실감나게 재미있게 알아볼 수 있을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도 간단해. 우리 모두 디자이너야. 그러니까 이 책을 읽어보고 찬성이든 반대든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어. 권리가 있으면 당연히 책임도 따르겠지. 그건 각자 알아서 할 일이고!
아직 책 본문에서는 한 문장도 옮겨쓰지 않았다. 그래도, 글이 더 길어지면 내 책임감이 너무 과장될 위험이 있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자. "나무 심기에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때는 지금이다." 내가 20년 전, 나무 심기에 가장 좋은 때를 놓치고, 그 다음으로 좋은 지금 이 때 심을 나무는? _그건 책을 읽은 당신과 이야기하고싶다. '읽을'이 아니고 '읽은'..(노파심)
** 패러디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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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임을 져야 하는가?
왜냐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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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무를 심어야 하는가?
왜냐면,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왜냐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살아야 하는가?
왜냐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사야 하는가?
왜냐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뭐래?)
왜 죽어야 하는가?
왜냐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뭥미?~)
왜 죽여야 하는가?
왜냐면,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점점..)
왜 살려야 하는가?
왜냐면,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
그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