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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 - 서양식 벽난로와 전통 구들의 만남
이화종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오호라! 대박이다. 내가 찾던 바로 그런 이야기.
서양식 벽난로와 전통 구들의 만남, 멋지다. 절묘하다. 이게 바로 '창조' 아니겠어? 창의력이 어떻고 디자인이 어떻고 말들이 많지만, 바로 이거, 직접 만들어내고 사용하고 살아가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는 이런 태도야말로 두 말 필요없는 '창조적인 삶' 자체라고 생각한다.
글.그림 이화종, 저자 소개가 특이하다.
1948년 강원도 원주 치악산 남향 골짝 출생.
중학교에 입학하여 처음 전깃불을 봄.
고등학교에 유학하여 처음 전차를 타 봄.
대학교에 다니다가 고향의 푸른 들판이 그리워서 시골로 내려옴.
시골집이 너무 추워서 방 안에 아궁이를 만듦.
장마가 끝나면 꾸불꾸불한 시골 도랑이 깨끗이 씻기는 것을 보고 유선형 구들고래를 만듦.
또 또아리를 틀고 독사가 그 형태에서 나오는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을 보고 또아리 고래(황금률 고래)를 시도함.
지팡이에 의지하는 할머니를 애처롭게 보다가 자신도 꾸부정하게 뒷짐 지고 있음을 깨달음.
괜시리 허리를 한 번 쭉 펴보게 하는 저자 소개를 읽고 첫 장을 넘기면 제목도 없는 시 한 편과 책상 다리를 하고 꼿꼿이 앉아 책을 읽는 저자 사진이 나온다. (맨 위 사진) 그 뒤로 곧장 저자가 직접 지어 살고 있는 집과 벽난로 구들방 사진, 저자가 지어준 김호영 씨 댁 또아리 이중구들 시공 과정 사진이 수십 장 이어지고, 사진에 이어 저자가 시공한 벽난로 구들방 여섯 채 도면이 나온다.
'다 보여주는구나. 다 보여줘. 이야호~
사진만 봐도, 도면만 봐도 벌써 마음이 들썩 들썩~
아, 어디 주인 없는 땅 좀 없소!'
우와!!! 지금 시각, 바로 이 사진 시간!
럴수럴수 이럴수가!!! 기념으로 우선 글 저장!
글씨에 사람 성품이 담기듯 도면도 그렇다. 손으로 그리든 컴퓨터로 그리든 상관 없다. 저자의 도면을 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렇게 간단하게, 이해하기 쉽게 도면을 그릴 수도 있는 것이구나. 음~ (보기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실은 이 도면 한 장에 정말 많은 생각과 경험을 담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확인할 수 있음)
많은 사진과 도면으로 일단 한 번 확- 보여주고 난 다음, 비로서 '책을 펴내며'가 나온다. 인상깊은 내용이라 길지만 전체를 옮겨 쓴다.
|책을 펴내며|
시골생활은 생동감으로 충만하다
필자는 뇌성마비로 태어난 아들의 병을 고치려고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병원, 한약방, 침과 뜸, 기도원, 일본과 인도의 명상처 등 용하다는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성직자가 되면 하늘의 능력으로 자식의 병쯤이야 고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흔 살에 신학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귀가 얇은 바보라서 들은 대로 도시를 헤매다가 다 포기하고 쉰 살에 귀향을 했습니다. 사는 날까지 맑은 물과 공기나 마시게 하려고 시골에 내려왔는데, 뜰을 지나 마당 끝에 있는 변소에 가서 아들을 안고 변을 보게 하자니 힘들고 추웠습니다.
예전에는 하룻밤에 지을 수 있는 뚝딱집이 있었는데, 대문짝 두 개를 서로 마주보게 놓고 흙을 퍼부으면서 동네 장정들이 절구로 다지면 하룻밤 만에 방 한 칸을 만들었다 합니다(토담집). 귀가 얇은 바보이다 보니 곧바로 실행에 옮겨, 친구들의 도움으로 일주일 만에 20평 되는 집의 토담벽을 쌓았습니다. 이상한 방식(?)이라서 입소문을 타고 구경꾼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토담벽보다 실내에 있는 (굴뚝 없는) 벽난로에 매료되었습니다. 천정을 뚫고 올라가는 콧대 높은 난로 연통을 겸손하게 눕혀 놓고 편평한 돌과 흙을 펴서 구들방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실내로 연기가 나와도 안 되고, 방도 골고루 따뜻해야 하고, 아랫목도 타지 않게 되기까지 시행착오를 많이 했습니다. 실험용 집이라면 금방 포기했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집이므로 어쩔 수 없이 혈고 쌓고를 반복했습니다. 아직도 완전하지는 못하나, 그런대로 쓸 만하여 책으로 정리하였으니 개성대로 응용하고 개량해서 흙 예술품 창작을 해 보십시오.
장거리 여행을 하고 나면 운전기사는 멀쩡한데, 승객은 녹초가 됩니다. 승객은 구경꾼이고 운전기사는 일꾼입니다. 구경꾼은 앉아서 경치가 좋다 나쁘다, 밥맛이 있다 없다 판단하지만, 일꾼은 매순간마다 정신을 집중하여 일을 하므로 긍정ㆍ부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작을 하는 중입니다.
일꾼은 두부를 만들거나 두부찌개를 만드는데, 구경꾼은 그 맛을 즐길뿐입니다. 일꾼은 감자를 심고 가꾸는데, 구경꾼은 구워 나온 감자 맛을 평할 뿐입니다. 일꾼은 장작을 패고 난로를 피우지만, 구경꾼은 구들방에 누워 땀을 빼거나 코를 골겠지요. 예술가는 일꾼이지만, 관람객은 구경꾼일 뿐입니다.
나뭇짐을 지고 땀을 흘리면서 조심조심 언덕길을 내려오는 것은 기도보다 더 정성스럽습니다. 새벽이슬을 머금고 수줍게 올라오는 새싹을 보면, 명상보다 더 순수해지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인생은 끝까지 역동적인 일꾼으로 사는 것이지 3일만 누웠다가 죽기를 바라면서 TV 앞에서 벌벌 떠는 구경꾼이 아닙니다. 일꾼 또는 예술가로 즐겁게 움직이면 병들 시간이 없지만, 구경꾼으로 앉아서 판단하고 걱정하면, 그것이 곧 병입니다.
시골생활은 생동감으로 충만합니다.
2012년 1월, 이화종
"그런대로 쓸 만하여 책으로 정리하였으니
개성대로 응용하고 개량해서
흙 예술품 창작을 해 보십시오."
"네 네 네~!!! 그런대로 쓸 만하다는 말씀은 겸손의 말씀입니다. 책을 보면서 한시라도 빨리 이런 집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들썩거렸습니다. 마음 들썩, 엉덩이 들썩. 일러주신 대로 따라하면서 틀림없이 개성대로 응용하여 나만의 개성 넘치는 집을 만들어내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구경꾼 아닌 일꾼으로 살아가렵니다. 꼭."
자연과 한통속
『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는 제목대로 서양식 벽난로와 전통 구들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흙집 얘기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연과 한통속이 되어 살아가는 시골 생활, 순리대로 살아가는 시골 생활, 생명을 살리는 시골 생활을 더욱 강조한다. 벽난로 구들방은 그런 시골 생활의 한 부분일 뿐이다.(그렇다고 그 부분을 소흘이 다뤘다는 뜻은 아님. 절대! ^^) 그래서 책에는 별별 얘기, 별별 그림이 다 나온다. 예를 들면 이런,
'자율신경의 균형을 찾아주는 등배운동' 그림(위)이나
'혈액순환에 좋은 팔다리 떨기' 그림(아래)
저자의 말대로 자연과 한통속이 되어 시골 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돈이 되는대로 시골에 땅을 사서 내 맘대로 집 짓고 살겠다고 생각하지만 40년 이상 전기 쓰고 가스 쓰고 자동차 타고 다닌 내가 과연 얼만큼까지 자연과 한통속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자신 없다. 하지만, 그 누가 알겠는가.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나는 분명 도전할 것이고, 『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 이 책이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해주리라 생각한다. 든든하다.
나는 운 좋게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공짜로 책을 선물 받았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 리뷰를 쓰는 이 순간만큼은 그 사실이 아쉽다. 읽어보니 참 유용하고 고마운 내용이라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데 선물 받은 책이라고 무조건 좋게 얘기하는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으니까.. 뭐 할 수 없지. 어쨌든 나는 마음을 다해 추천하겠다.
흙집, 벽난로, 구들, 온돌, 시골 생활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필독! 강추! 필독!! 강추!! 필독!!! 강추!!!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