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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볼
유준재 글.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이 느낌을 안다.
"마이보올~!"
외치는 기분을 안다.
자신감이 쑥쑥 자라는 느낌
뿌듯함이 넓게 퍼지는 느낌
마이볼을 외치고
그 볼을 잡았을 때
그 자랑스러운 기분을...
아버지는 어머니와 중매로 만나
동대문야구장에서 세 번 데이트하고 결혼을 했다.
첫 문장이다.
이 책은 어린이 그림책으로 분류되어 나왔지만
사실은 어른의 그림일기라고 해야겠다.
어느날,
어른 남자가,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넣어 쓴 그림 일기.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한 야구에 대한 추억을 담았다
내가 만약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해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버지가 만약 나의 일기장을 읽으신다면 어떨까.
아버지의 일기장엔 내 얘기가 들어있을까?
내 일기장엔 아버지 이야기가 별로 없는데.
내 아버지는 젊은 시절 운전기사였다.
덕분에 우리집 식구들은 현대자동차에서 나온 자동차는 다 타보았다.
포니, 그라나다, 소나타, 스텔라, 엘란트라, 엑셀, 엑센트, 그랜저..
어릴땐 멀리를 심하게 해서 차 타고 멀리 가는 길이 고역이었는데
운전을 배워 운전대를 잡으니 신기하게도 멀미를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내가 얌전하게 운전을 잘 한다며 스물 두 살에 엑센트를 사주셨다.
운전 전문가인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은 운전 실력이라며 얼마나 떠들고 다녔는지,
이력서 특기 란에 '운전'을 써 넣을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나도 참
한 설레발 하고 돌아다녔구나 싶다.
지금 내가 울산에 살면서 한번씩 용인 집에 다녀올때면
참 먼 길이다 싶은데, 아버지는 현대자동차 공장 처음 지을때
이 먼 길을 매일같이 왕복 운전하셨다고 하니,
그 고단함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지은이가 야구를 통해 추억한 아버지 이야기를 읽으니
나도 저절로 아버지 생각을 하며, 야구 대신 '운전' 이야기로
리뷰를 썼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이 가득한 도시에 살면서도
한번도 아버지 얘기를 일기에 써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리뷰에나마 이렇게 남겨놓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긴 여운이 남는
『마이볼』, 고맙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