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룰, 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의 기술 - 상대의 뇌리에 꽂히는 메시지는 무엇이 다른가
브랜트 핀비딕 지음, 이종민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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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룰, 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의 기술》
원제: 《The 3-Minute Rule:Say Less to Get More from Any Pitch or Presentation》
가게에 내놓고 읽기는 상당히 민망한 제목이지만, 손님 응대 매뉴얼 짤 때나 사업계획서 쓸 때, 이정도 믿을만한 책도 없기에 대놓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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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치는 날 길이 얼어붙은 바사 공원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아스트리드가 발목을 삔 것이다. (중략) 의사는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으나 발목이 나을 때까지 4주 동안 푹 쉬라고 했다. - P195

오늘로 결혼한 지 13년이 됐다. 그 옛날 얼굴을 붉히던 신부는 이제 누워 있는 신세가 돼 버렸는데, 이 생활은 확실히 금세 지루해진다. 아침마다 누군가 훈제 연어를 곁들이 빵과 차를 가져다주고, 침대도 정리해 주니 좋긴 하다. 하지만 밤이면 스투레는 옆에서 쿨쿨 자는데 나는 압박붕대 때문에 발목이 화끈거리고 가려워서 도통 잠들 수가 없다. 나는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를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를 쓰고 있다. - P196

1944년 4월, 카린(딸)에게 입으로 들려주던 삐삐 이야기를 종이에 적으면서 아스트리드는 그 당시에 글을 쓸 때 일반적이던 손글씨나 타자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대신 1926~27년 스톡홀름의 바록 직업 학교에서 배우고, 여러 직장에서 변호사나 교수, 사무실 관리자들과 일하면서 익숙해진 멜린식 속기법을 활용했다. - P196

속기에 필요한 도구는 펜과 노트뿐이라서 침대에 누워서도 일할 수 있었다. 그 방식은 침대를 벗어나기 어려운 아마추어 작가가 머릿속에 들어 있는 내용을 적어 내리기에 안성맞춤이었으므로 아스트리드는 이후 작가 활동을 하면서 모든 초고를 속기로 작성했다. 그중 상당수는 침대에 누워서 썼다. - P197

1947년 12월 13일의 전쟁 일기에는 이렇게 적었다. "침대에 누워서 삐삐 3권의 내용을 몇 줄 적고 있다." 1952년 『스톡홀름스티드닝엔』 기자가 제일 좋아하는 옷이 뭐냐고 묻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야 물론 잠옷이죠. 이제 스웨덴 사람들은 내가 너무 게을러서 침대에 누운 채 그을 쓴다는 사실을 다들 알게 되겠군요."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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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08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자세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어깨 무지하게 아픈데..... 하고 저의 어깨를 두들깁니다. ㅎㅎ

잘잘라 2021-07-08 12:32   좋아요 1 | URL
어깨가 아파도 저 자세, 지금 몹시 하고 싶은 자세입니다~!!^^
 
끝과 시작 (리커버)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대산세계문학총서 62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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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끝과 시작』에서,

「언니에 대한 칭찬의 말」 전문





언니에 대한 칭찬의 말


우리 언니는 시를 쓰지 않는다.

아마 갑자기 시를 쓰기 시작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시를 쓰지 않았던 엄마를 닮아,

역시 시를 쓰지 않았던 아빠를 닮아

시를 쓰지 않는 언니의 지붕 아래서 나는 안도를 느낀다.

언니의 남편은 시를 쓰느니 차라리 죽는 편을 택할 것이다.

제아무리 그 시가 '아무개의 작품'이라고 그럴듯하게 불린다해도

우리 친척들 중에 시 쓰기에 종사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언니의 서랍에는 오래된 시도 없고,

언니의 가방에는 새로 쓴 시도 없다.

언니가 나를 점심 식사에 초대해도

시를 읽어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는 아니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끓인 수프는 숨겨진 모티프가 없이도 그럴싸하다.

그녀가 마시는 커피는 절대로 원고지 위에 엎질러질 염려가 없다.


가족 중에 시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그런 가족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결국 시인이 나왔다면 한 사람으로 끝나진 않는다.

때때로 시란 가족들 상호간에 무시무시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세대를 관통하여 폭포처럼 흘러간다.


우리 언니는 입으로 제법 괜찮은 산문을 쓴다.

그러나 그녀의 유일한 글쓰기는 여름 휴양지에서 보내온 엽서가 전부다.

엽서에는 매년 똑같은 약속이 적혀 있다:

돌아가면 이야기해줄게.

모든 것을.

이 모든 것을.



* * * 

약속 이행.

약속 이행 현장.

약속대로, 언니는 돌아와 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언니의 동생인 내가,

들은 이야기를 기억해

잘 살고,

다른 동생에게 엽서를 쓰고,

돌아가면 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줄게, 약속하고,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약속 이행.

멋지다.

돌아가면
이야기해줄게.
모든 것을.
이 모든 것을.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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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 (리커버)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대산세계문학총서 62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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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두꺼운 시집. 우리집에 있는 시집은 거의다 1cm 미만인데 이건 2.45cm 정도니까 두 배로 두껍다. 두꺼워서 더 좋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끝과 시작』에 기대어 버티는 2021년 여름 장마철. 으아.. 비 진짜 많이 오네. 온세상 물바다. 축축하다.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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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7-07 1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 디자인때문에 눈길이 갑니다.

잘잘라 2021-07-07 14:10   좋아요 2 | URL
언뜻보면 작은 서랍장 같지만,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들여다보았더니 서랍식 관짝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비가 참 많이 옵니다.

바람돌이 2021-07-07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방금 천둥 번개 침요.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어요. 집에는 어이 갈까 잠시 고민..... ㅠㅠ표
이 시집 표지 진짜 좋네요., 아 저는 표지 성애자인데.... 시집은 어려워서 잘 안읽는데 말이죠. 갖고싶다 갖고싶다. 시 말고 책 표지가..... ㅎㅎ

잘잘라 2021-07-07 15:14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집에 가시게 비야 비야 비야 오지 말아라, 장마비야 오지 말아라, 🎵🎵🎵
시도 좋아요. 아니, 시가 더, 훨씬 더 좋아요. 바람돌이님! 믿어주세요!!! 후훗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전기
옌스 안데르센 지음, 김경희 옮김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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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람, 19세 미혼모, 직장인, 맞벌이, 결혼, 아들 하나, 딸 하나, 제2차 세계대전, 검열관, 우울과 불안, 남편의 외도와 이혼 요구, 알코올중독, 간경화로 남편 사망했을 때 작가의 나이 45세... 상상도 못한 이야기.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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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6-20 2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기로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 모델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으로 알고 있어요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다른 작가일지도...

잘잘라 2021-06-20 20:32   좋아요 3 | URL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 부모님 집에서 나온 뒤로 줄곧 도시에서 살았다고, 이 책에 나와요. 아마 다른 작가인것 같아요. 그레이스님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6-20 20:34   좋아요 3 | URL
제가 잘못 알았나보네요^^
감사합니다~
잘잘라님도 편안한 저녁 되세요

2021-06-20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6-22 2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잘라님 이번에 7월 4일과 7월 6일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아스트리드 린드 그렌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상영을 합니다 시대적, 개인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당대 최고의 여성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시간이 되시면 이영화 꼭 보세요 이번에 스웨덴 대사관에서 특별 상영 하는 것으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여사의 삶을 감동적이게 그렸다고 합니다.

잘잘라 2021-06-22 23:33   좋아요 1 | URL
와우와우와! scott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