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치는 날 길이 얼어붙은 바사 공원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아스트리드가 발목을 삔 것이다. (중략) 의사는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으나 발목이 나을 때까지 4주 동안 푹 쉬라고 했다. - P195

오늘로 결혼한 지 13년이 됐다. 그 옛날 얼굴을 붉히던 신부는 이제 누워 있는 신세가 돼 버렸는데, 이 생활은 확실히 금세 지루해진다. 아침마다 누군가 훈제 연어를 곁들이 빵과 차를 가져다주고, 침대도 정리해 주니 좋긴 하다. 하지만 밤이면 스투레는 옆에서 쿨쿨 자는데 나는 압박붕대 때문에 발목이 화끈거리고 가려워서 도통 잠들 수가 없다. 나는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를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를 쓰고 있다. - P196

1944년 4월, 카린(딸)에게 입으로 들려주던 삐삐 이야기를 종이에 적으면서 아스트리드는 그 당시에 글을 쓸 때 일반적이던 손글씨나 타자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대신 1926~27년 스톡홀름의 바록 직업 학교에서 배우고, 여러 직장에서 변호사나 교수, 사무실 관리자들과 일하면서 익숙해진 멜린식 속기법을 활용했다. - P196

속기에 필요한 도구는 펜과 노트뿐이라서 침대에 누워서도 일할 수 있었다. 그 방식은 침대를 벗어나기 어려운 아마추어 작가가 머릿속에 들어 있는 내용을 적어 내리기에 안성맞춤이었으므로 아스트리드는 이후 작가 활동을 하면서 모든 초고를 속기로 작성했다. 그중 상당수는 침대에 누워서 썼다. - P197

1947년 12월 13일의 전쟁 일기에는 이렇게 적었다. "침대에 누워서 삐삐 3권의 내용을 몇 줄 적고 있다." 1952년 『스톡홀름스티드닝엔』 기자가 제일 좋아하는 옷이 뭐냐고 묻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야 물론 잠옷이죠. 이제 스웨덴 사람들은 내가 너무 게을러서 침대에 누운 채 그을 쓴다는 사실을 다들 알게 되겠군요."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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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08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자세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어깨 무지하게 아픈데..... 하고 저의 어깨를 두들깁니다. ㅎㅎ

잘잘라 2021-07-08 12:32   좋아요 1 | URL
어깨가 아파도 저 자세, 지금 몹시 하고 싶은 자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