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순한 여인 / 우스운 사람의 꿈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정아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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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소설 「온순한 여인」과 영화 <당신과 함께, 당신 없이>의 스포일러 포함

지금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스리랑카 영화전을 진행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내 친구가 몇 년 동안 봉사 활동을 하다 온 나라라 나도 마음이 쓰이는 곳이다. 스리랑카 영화전에서 어떤 영화를 볼까 영화 시놉시스들을 살펴보다, <당신과 함께, 당신 없이>라는 영화의 줄거리에 끌렸다. 스리랑카는 정부군과 소수 민족인 타밀 족 반군이 1983년부터 2009년까지 26년 동안이나 내전을 벌였는데, 이 영화는 타밀 족인 아내가 남편이 내전 당시 정부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생기는 일을 그렸다는 거다. 게다가 원작은 도스토옙스키의 단편 「온순한 여인」이라니 더 궁금해졌다. 백수십 년 러시아의 이야기를 21세기 스리랑카라는 배경에 어떻게 맞추어 각색했을까.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가기 전 도서관에서 「온순한 여인」이 실린 책부터 읽어봤다.

살인자를 찾는 데 주력하는 전개의 영화 장르를 '후던잇(Who done it)'이라고 하는데, 이 단편은 아내가 왜 자살했는지 주인공이 그 이유를 찾아가는 소설이니 '와이던잇(Why done it)'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 자신과 아내가 겪어온 일들을 생각하며 아내가 자살한 이유를 추론하지만, 결국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니 추리 소설이라기보다는 심리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 아내가 왜 죽었는지 이해하려면 우선 소설 속 이야기를 파악해야 한다. 주인공은 퇴역한 마흔한 살 군인으로, 제대하고 나서는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전당포에 작은 패물들을 자주 맡기러 오는 젊은 여인에게 연민을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그녀에 대해 뒷조사까지 하다, 그녀가 부모를 잃고 숙모들에게 얹혀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숙모들은 입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그녀를 부유한 홀아비 노인에게 시집보내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청혼했고, 원하지 않은 결혼에서 벗어날 방법이 달리 없었던 그녀는 그와 결혼했다. 퇴역하고도 군인답게 엄격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는 주인공은 아직 열여섯 살밖에 안 되는 아내에게도 검약하고 절제된 생활 방식을 강요했고, 아내에게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도 않았다. 남편의 사랑을 바랐던 아내는 남편의 냉담하고 엄격한 태도에 반항하게 되었다. 부부의 관계가 날로 악화되던 와중에, 남편의 옛 군인 동료가 찾아와 남편이 군에서 불명예스러운 일로 제대했다는 것을 이야기해 버렸다. 그러자 아내는 남편을 멸시하는 태도를 보이다 남편이 잠든 사이 권총을 남편의 관자놀이에 댔다. 이미 잠이 깬 남편은 아내의 그런 행동을 덤덤하게 넘겨버렸지만, 자신이 아내의 행동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키려 아내의 침상을 자신의 침상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가 자신을 용서했다고 생각해 아내에 대한 사랑이 마음에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남편은 아내에게 열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며 화해하려 했지만, 아내는 남편이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 창문에서 몸을 던져 자살했다.

많은 비평가들은 그녀가 남편의 엄격한 제도와 정신적 속박을 벗어나기 위해 자살했다, 또는 남편의 냉대에 지쳐 자살했다고 해석한다. 남편이 진심을 다해 같이 새롭게 시작해 보자고 했지만, 그녀 자신은 그런 남편에게 깊은 동정심 외에는 다른 어떤 감정으로도 답할 수 없었다고. 반면 지만지판의 한국어 번역자는 그들의 해석이 모두 틀렸다고 한다. 그들은 남성이어서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라고. 남편은 그녀를 용서했고 그녀는 남편을 용서했지만, 그녀는 남편을 비난하고 총구까지 겨누었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고, 남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편의 진심 어린 사랑을 확인해 행복한 마음으로 자살했다고.

여성인 번역가는 도스토옙스키를 잘 알고, 한 번이라도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이 있고, 아내의 심리를 잘 따라가다 보면 이 해석만이 그녀의 자살에 대한 유일한 해석임을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같은 여성인 나는 비평가들의 해석이 더 납득이 간다. 자신에게 용서를 비는 남편을 보는 아내의 모습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해하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던 일이 이뤄져서 행복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나 당황해하는 것으로 보였다. 번역가는 아내가 창문에서 뛰어내리기 전 하녀에게 보인 미소가 진정으로 행복해하는 미소였다며 사랑받는 여인의 미소였다고 봤지만, 그녀의 마지막 미소를 죽음으로써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기에 지을 수 있던 미소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살아 있는 한 그녀는 남편의 변덕에 운명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열렬히 사랑 고백을 해도 나중에 또 언제 마음이 변할지 모른다. 소설 속에서 아내의 목소리는 남편이 기억하는 몇 마디의 대화밖에 나오지 않지만, 서술과 상황으로만 봐도 남편이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것이 보인다. 그런 남편을 아내가 믿고 의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편과 헤어져도 친정에는 그녀를 애물단지 취급하는 숙모들밖에 없고, 결혼 전에도 스스로 직업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취업할 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19세기 러시아에서 이혼한 여성이 살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으니, 그녀가 죽음을 해방구로 여길 만했다. 그래서 나는 번역가와 같은 여성임에도 이전의 남성 비평가들처럼 「온순한 여인」 속 아내는 새롭게 시작할 의지도 힘도 방법도 없다고 느꼈기에 자살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당신과 함께, 당신 없이>의 감독은 아내가 자살한 원인을 무엇으로 보았을까? 영화를 보기 전 이 점이 가장 궁금했다. 영화는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 스리랑카의 상황에 맞게 내용을 각색했기 때문에 아내의 자살 동기가 원작과는 어느 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큰 틀 안에서는 한국어판 번역가보다는 비평가들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본다. 남편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도, 새롭게 시작할 수도 없었기에 자살했다는 것.

<당신과 함께, 당신 없이> 속 남편 사라트시리(샴 페르난도)와 아내 셀비(안잘리 파틸)가 찍은 결혼 사진

영화는 생각보다 원작의 세세한 설정과 상황까지 충실하게 따른다. 남편이 퇴역 군인 출신의 전당포업자라는 것, 아내는 결혼하기 전 남편의 전당포에 작은 패물들을 자주 맡겼다는 것, 부모를 잃고 남의 집에 얹혀살면서 취업하기 위해 애썼지만 잘되지 않았고, 결국 집주인들의 등쌀에 떠밀려 늙은 부자의 재혼 상대가 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 그래서 남편과 결혼했지만 남편의 엄격하고 차가운 태도에 상처를 받았다는 것, 남편의 옛 군인 동료 때문에 과거의 진실이 밝혀져 이들의 관계에 더 큰 위기가 생겼다는 것까지.

그런데 영화에는 스리랑카의 민족 갈등이라는 요소가 더해져, 오히려 원작보다 아내의 자살 원인은 더 뚜렷하게 읽힌다. 타밀 족인 아내는 정부군의 손에 부모님과 두 오빠를 잃었다. 그래서 스리랑카의 주류인 싱할라 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편을 경계했지만, 늙은 부자와 결혼하는 것은 더 싫었기 때문에 남편과 결혼했다. 원작처럼 나이가 훨씬 더 많긴 하지만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었으니. 그래서 마음을 열고 남편과 다정하게 지내려 했지만, 남편의 옛 군인 동료가 나타나면서 남편이 정부군이었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남편 같은 정부군이 가족들의 원수였으니까. 그래서 남편이 서랍장에 숨겨둔 권총으로 남편을 죽이려고까지 했지만, 결국 죽이지는 못했다. 그런데 화해를 요청하는 남편은 자신이 정부군에 복무하던 시절 찾아온 친구를 포함한 전우들이 타밀 족 여인을 성폭행했는데도, 그것을 숨겨주려 위증했다고 고백한다. 그것이 남편이 차마 밝히지 못했던 과거였다.

원작에서 주인공이 불명예 제대한 원인은, 군대에서 하극상을 벌인 후임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 하극상이라는 것도 상사에게 불손했던 거지 군 내외의 인명을 살상하거나 군사 시설을 파괴하거나 적에게 중요한 군사 기밀을 빼돌리는 등의 중대한 과실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니 현대인 독자로서는 왜 그렇게 사소한 일로 제대당한 건지, 아내는 왜 그런 사소한 이유로 남편을 죽이려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영화 쪽에서 아내가 남편을 죽이려 한 이유가 더 이해하기 쉬웠다. 자기 부모형제를 죽인 자들과 전우였던 남편이 죽일 만큼 증오스러웠다는 것은 납득이 가니까.



영화에서 남편 사라트시리는 아내 셀비에게 먼저 다가가 새롭게 시작하자고 하지만, 셀비는 그의 마음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21세기 스리랑카는 전쟁의 충격으로 아직도 혼란스러운 상태지만, 19세기 러시아보다는 이혼한 여성이 살 길이 더 넓게 열려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왜 자살했을까? 영화에서도 남편이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었잖아. 그랬다면 나는 당신을 웃으면서 보내줬을 거야." 남편의 기억 외에는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원작 속 아내와 달리, 영화 속 아내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은 내게 온전한 사랑을 바랐지만, 나는 그걸 줄 수 없었으니까." 마음에는 남편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다 해도, 아내는 자신의 가족들을 죽인 자들의 전우이자, 자신의 동포가 강간당하는 것을 방치했던 방관자를 사랑한다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랑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그런 자에게 의지하면서 살아가고 그를 사랑했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웹툰 <낮에 뜨는 달>에서 자신의 부모를 죽인 적국의 장군을 사랑했지만 결국 그에 대한 양가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어 그를 죽였던 여주인공 한리타의 마음이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한리타는 자신이 아닌 상대를 죽였다는 것이 다르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영화 속 아내가 자살한 원인은 뚜렷하게 읽혔다.

「온순한 여인」은 <당신과 함께, 당신 없이>가 만들어지기 전에 1969년 프랑스, 2014년 베트남에서 이미 영화화된 적이 있다. 그 두 영화에서는 아내가 죽은 원인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궁금해진다. 어느 쪽이든 나는 한국어판 번역자가 단언하는 것과 달리, 단 하나의 진실로 명확하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성의 마음으로 생각해 봐도 나는 비평가들과 같은 방향으로 그녀의 죽음을 해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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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순한 여인 / 우스운 사람의 꿈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정아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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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순한 여인>은 남편과 아내 중 남편만의 시선으로 그려졌는데도 지독히도 자기 중심적인 남편과의 결혼생활에서 아내가 어떻게 질식해 갔는지가 보인다. 그래서 번역가는 자기 해석이 진실일 것이라 단언하지만, 오히려 평론가들의 기존 해석이 더 납득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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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한가람 대본집 1~2 - 전2권
한가람 지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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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드라마 스포일러 포함

드라마는 5년 전에 끝났고, 이 대본집도 5년 전에 샀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시간은 이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일 뿐만 아니라 서사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오랜 겨울 속을 살아가다 봄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그래서 매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무렵에 읽겠다고 해놓고서, 5년 만에야 이 책을 다 읽었다. 1권은 2월에, 2권은 바로 며칠 전에. 달력으로는 봄이 된 지 이미 한 달이 넘어서야 다 읽었지만 봄은 이제야 온 것 같으니 적절한 때에 다 읽은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4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단행본 한 권을 16부로 만들기 쉽지 않았다고 드라마 작가는 서문에서 하소연한다. 그런데 드라마 작가가 고심해서 만든 결과는 꽤 괜찮았다. 남주인공 은섭의 양부모와 양여동생, 은섭의 친구 장우의 첫사랑, 여주인공 해원의 이모 명여의 오랜 연인까지 드라마 작가가 새롭게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원작 속 캐릭터들과 이질감 없이 어울린다. 실제로 북현리(드라마의 주요 배경)에서 살고 있는 인물들처럼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캐릭터들과 부딪히고 함께 울고 웃으며 더 풍성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16부작이니 원작에 있던 등장인물들에게도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대사들, 행동들이 많이 덧붙여졌는데, 원작에서도 당연히 그렇게 행동하고 말했을 것처럼 원작의 결을 그대로 가져왔다.

지문마저 원작처럼 결이 곱다. 수채화 물감을 묻힌 붓으로 한 터치 한 터치 그려나가듯, 매일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눈이 내리고 서서히 봄이 오는 북현리의 풍경을 한 문장 한 문장 그려나간다. 엄마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부터 까르르 웃으며 걸어가는 학생들, 시장에서 각자 열심히 일하는 상인들까지 배경 속의 엑스트라로 나오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모습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 글을 쓰는 동안은 북현리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했다'는 작가의 말이 허언은 아니다.

책의 만듦새도 드라마의 내용에 맞게 곱고 해사하다. 원작 소설을 출간했던 시공사에서 드라마의 대본집도 만들었는데, 원작 소설처럼 표지와 속표지, 본문도 파스텔 톤의 색들로 꾸몄다. 본문은 그냥 흑백으로만 인쇄해도 될 텐데, 등장인물 소개와 차례, 본문의 장면 번호, 대사, 지문을 모두 다른 색으로 인쇄했다. 본문의 글씨 색깔들도 모두 파스텔 톤이라 어느 것 하나 튀지 않는다. 드라마 전체의 톤에 맞춰 세심하게 만든 것이 보인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롭게 만들어낸 캐릭터 중 명여를 질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심영춘은 자신의 성적 매력만 내세우는 납작한 캐릭터가 되었고, 주인공들의 친구 민지연은 워낙 등장인물들이 많아 본방에서는 사실상 이름도 없는 친구 1이 되었다. 게다가 은섭과 친삼촌의 관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정작 책방 주인인 은섭이 책방의 첫 이벤트에 참여도 못 한 것으로 각색한 것은 아쉽다. 은섭의 책방이 원작과 드라마에서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 은섭이 빠져서는 안 됐다. 무엇보다 가정폭력범인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나서 해원이 외친 대사 '그래도 아빠잖아!'는 지금 봐도 어이가 없다. 아무리 자신에게는 다정했다 하더라도 엄마와 이모에게 어떤 폭력을 가했는지 다 들었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평소에는 원작을 그다지 따르지 않지만 이번에는 원작에 충실하려 했다고 드라마 작가는 말했는데, 각색을 하다 삐끗한 지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원작 소설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 또한 사랑하는 이유는, 드라마 전반에 인간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진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떤 상처를 입었어도 그 사람이 행복을 찾길 바라는 애정, 겨울이 아무리 춥고 길었어도 언젠가는 봄이 올 거라는 믿음. 행복은 애쓰고 애써야 겨우 얻을 수 있으며 쉬이 곁에 있어주지도 않지만, 살아간다면, 노력해 간다면 행복한 날이 올 수 있을 거야. 해원과 은섭의 이 마지막 내레이션과 '당신은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제작진의 마지막 인사는 5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드라마 작가는 '이 드라마가 이 모든 겨울에 떠오르는 드라마이길, 겨울이 오면 이 드라마가 떠오르고 저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를 보시는 모든 분들이 그러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나는 겨울마다 이 드라마를 떠올린다. 그리고 봄을 맞는다.

Posted by 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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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한가람 대본집 2
한가람 지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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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 가정 폭력 피해자인 엄마에게 "그래도(가정 폭력범이어도) 아빠잖아!"라고 외치는 장면, 윤택을 좋아하는 여자 작가의 캐릭터가 너무 납작한 것만 빼면 마지막 화까지도 좋은 퀄리티를 유지한다. 전반적으로 인간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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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한가람 대본집 1
한가람 지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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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책 한 권을 16부작의 대본으로 늘리느라 힘들었다고 하는데 꽤 잘 해냈다. 지문까지 원작 못지않게 서정적이다. 그냥 흑백으로 처리할 수 있었는데 등장인물 이름, 대사, 지문을 각각 다른 색으로 인쇄하고 원작 소설과 비슷한 느낌으로 만들어낸 책의 만듦새도 정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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