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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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강행되고 있고대선 때의 공약 중 지켜진 것은 거의 없다시위나 서명 운동에 참여하면서 목소리를 내어 봐도 국정에는 전혀 반영되는 것 같지 않다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무엇을 한다 해도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민주주의가 힘을 잃어가는 지금의 상황 앞에서 우리는 비통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의 저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은 이 시대의 정치가 비통한 자들의 정치라고 이야기한다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이 우리를 비통하게 하는 것처럼민주주의 정신은 쇠퇴하고 국민들이나 정치인들이나 사사로운 이익에 골몰하는 미국의 정치 상황은 파머를 비통하게 한다지금의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어느 시대어느 곳에나 현실과 가능성 사이에는 절대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존재한다그 비극적 간극 앞에서 우리는 비통한 자들이 될 수밖에 없다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비통한 자가 될 때우리 자신과 세상의 고통을 끌어안으면서 마음을 열게 된다고 말한다그는 비통함으로 인해 열린 마음들 안에서 병든 민주주의를 치유할 잠재력을 발견한다저자는 병든 민주주의를 치유하기 위해 민주주의에서의 마음의 역할로 눈을 돌린 것이다.

 

마음은 정치와는 상관없는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보인다그런데 왜 저자는 민주주의에서의 마음의 역할에 주목했을까?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서로의 차이로 인한 갈등과 긴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나치가 유대인이라는 희생양을 통해 독일 사회 안의 긴장을 종식시켰던 것처럼 강제로 긴장을 종식시킬 수도 있다하지만 민주주의는 긴장을 종식시키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긴장을 끌어안기 위한 제도이다민주주의는 긴장을 끌어안고 그 안에서 서로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며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간다그렇기에 비통함으로 인해 열린 마음으로긴장을 창조적으로 끌어안는 마음의 습관이 민주주의의 토대를 재건할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마음의 습관은 개인의 내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그는 우리에게 자신만의 사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영역으로 나아오라고 이야기한다거리나 지역 공동체 같은 공적인 영역으로 나와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을 넘어 타인과 만나고 대화할 때 우리는 다양성과 활력을 얻을 수 있다교실이나 종교 공동체처럼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공동체에서도 마음의 습관을 기를 수 있다이러한 공동체에서는 교사나 종교 지도자 같은 전문가나 지도자에게 의사결정을 맡기고 의존하기 쉽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느리더라도의사 결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긴장들을 견뎌내면서 합의를 추진한다면생각지 못한 훌륭한 해결책과 깊은 연대감을 얻을 수 있다또한 자신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것에 따르는 긴장을 끌어안고 내면적 성찰을 공동체에서 공유할 때그 성찰은 더 심화되고 힘을 얻어 사회 변혁으로 확장될 수 있다이러한 마음의 습관들을 통해 이루어낸 정치적 실천이 비통한 자들의 정치인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마음의 습관이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들에 비해 작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하지만 저자는 정치 문제가 너무 거대하고 복잡하며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될 때 우리가 위축된다고 이야기한다그리고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 있는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음의 습관이 우리가 당면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위한 기초 체력을 회복하려 할 때, ‘마음의 습관은 좋은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 ‘마음의 습관이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너무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될 때우리는 저자가 인용했던 미국의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말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다.

 

정의를 위한 (모든투쟁의 핵심 요소는 잠깐 동안만이라도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동안이라도 한 걸음 나서면서 뭔가를 하는 사람들이다그리고 심지어 가장 작고 비영웅적인 행동들이 불쏘시개로 쌓여나가다가 어떤 놀라운 상황에서 격렬한 변화로 점화될 수 있다.(p. 64.)


정의를 위한 (모든) 투쟁의 핵심 요소는 잠깐 동안만이라도,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동안이라도 한 걸음 나서면서 뭔가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심지어 가장 작고 비영웅적인 행동들이 불쏘시개로 쌓여나가다가 어떤 놀라운 상황에서 격렬한 변화로 점화될 수 있다.(p.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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