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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 골목 노포 산책 - 낭만이 깃든 작고 오래된 가게 노포 탐방기
천구이팡 지음, 심혜경 외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21년 3월
평점 :
지난 12월에 타이베이에 다녀왔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었고 마지막 날은 집에 돌아오는 데 다 썼기 때문에 타이베이도 충분히 돌아보지 못했다. 아쉬움을 달래려고 대만 여행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다 이 책을 발견했다. 타이베이도 잘 모르면서 대만의 고도(古都)라는 타이난에 호기심을 품었고,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가 정겨워 보여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타이난 출신의 대만 삽화가가 타이난 곳곳의 노포들을 취재하고 그곳의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그려낸 책이다. 가장 역사가 짧은 곳도 3, 40년은 운영해 온 곳이다. 음식점부터 잡화관, 수리점, 영화관까지 업종은 다양하지만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어느 곳이나 같다. 저자가 고향 사람이어서 그런지 가게 주인들은 마음속 이야기까지 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미화 없이 그려낸 그들의 얼굴, 그들이 일하는 모습은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긴다. 잘 쓴 여행 서적은 그 지역의 민속지나 다름없다고 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가게들 하나하나를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 봤더니 한두 군데 빼고는 이 책의 원서가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영업하고 있다. 자식이나 손주가 가게 일을 돕고 있다, 가게 일을 이어갈 것이라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전통을 이어가려는 그들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인 리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찐 로컬 가게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긴 냄비나 가전제품 수리하는 가게나 명절에 쓰는 전통 종이 공예 파는 가게에 찾아갈 관광객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 책은 외국 관광객을 위한 가이드라기보다는 대만 사람들, 특히 타이난 사람들을 위한 책, 지금도 계속되는 타이난의 어제에 대한 기록으로 느껴진다. 이방인인 나는 대만 사람들이나 타이난 사람들, 이 모든 것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작가만큼 이 가게들을 사랑하지는 못하겠지만, 책으로나마 그들과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만나 반갑고 정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