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 놓고 딴소리 - 드라마, 예능, 웹툰으로 갈고닦는 미디어리터러시 생각하는 10대
이승한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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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도서의 장점은 교과서처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기억해야 할 점은 딱딱 짚어준다는 것이다. 이 책도 그렇다. 211페이지밖에 안 되는 분량에 판형도 작아, 마음 먹으면 하루 만에 읽을 수 있다. 알록달록한 일러스트가 중간중간에 들어 있어 지루하지 않고, 중요한 단어나 개념은 본문 옆의 작은 글 상자에서 설명해 본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거기에 청소년들에게 이야기하듯이 경어체로 서술하는데, 친근하고 유머 감각이 있는 문체라 더 쉽게 읽힌다. 이 책에서 언급한 콘텐츠 중 본 것은 영화 <검은 사제들>(2015) 하나밖에 없는데도 재미있게 읽었다. 오히려 내가 몰랐던 프로그램이나 이슈들을 알게 돼서 흥미로웠다.


  코로나가 한창 퍼지고 있던 2021년에 출간된 책이라 그때의 상황과 관련된 내용들도 꽤 많다. 드라마처럼 출연자의 표정 연기가 잘 보여야 하는 것도 아닌데, 방역 수칙을 준수한다면서 마스크를 벗고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나 보도 전문 채널 YTN, 연합뉴스 TV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방송사가 음성 언어 발표자의 얼굴만 클로즈업해, 청각장애인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야기 등. 출간된 지 3년이 지나고 코로나의 영향력에서도 벗어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시의성이 떨어지지만, 오히려 코로나 유행 시기에 대한 기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팬데믹이 터진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도 있고, 장애인의 알 권리는 언제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은 성인 독자들 또한 기억하고 명심하면 좋은 것들이다. 미디어에 둘러싸여 살면서 미디어에서 보고 듣는 것으로 세계관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은 성인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강조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독해 능력)'은 성인 독자들에게도 필요하다. 2020년 개정된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에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의 외모를 평가하지 말아야 하며 이를 조롱, 혐오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이주민의 어눌한 한국어 표현 및 행동을 구경거리로 묘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지만, 이 조항을 지키지 않는 프로그램들이 지금도 종종 보인다. '드라마는 드라마고, 예능은 예능일 뿐이니까 따지지 말고 그냥 재밌게 보자.'는 말을 하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길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면 당장 미디어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미디어가 세상을 보여주고 표현하는 방식을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하고 개선하게 할 수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각을 더 넓힐 수 있다. 그러니 저자가 잘 봐 놓고 하는 한소리를 성인 독자들도 귀 기울여 들으면 좋다. 허투루 보지 않고 잘 봤으니 한소리를 할 수 있는 거다. 우리도 대충 보지 않고 한층 더 나아진 미디어 리터러시로 보고 나면 우리만의 한소리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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