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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러시아 - 러시아의 굴곡진 현대사와 독재자의 탄생
대릴 커닝엄 지음, 장선하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5월
평점 :
푸틴이 악랄한 독재자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악행들을 저질렀는지는 알지 못해 그의 행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 필요했다. 이 책은 그래픽노블이고 페이지도 160페이지밖에 되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이 책을 다 읽는 데 세 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세 시간 동안 푸틴이 태어난 1952년부터 2020년 12월까지 60여 년 동안의 상황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었다.
작가는 별다른 기교 없이 단순한 형태와 색상, 사실들로 꽉꽉 채워 넣은 텍스트로 푸틴이 평생 동안 전 세계에 끼친 해악을 전달한다. 말풍선도 별로 없고, 웃음기는 거의 없다. 오직 차분한 문장과 간결한 이미지로 사실을 충실히 전달한다. 독자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푸틴의 범죄 목록 그 자체다. 그가 고의로 살해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의 안일함과 무능함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세상에 그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텐데도 그가 여전히 태평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책이 진행되는 내내 차분히 사실을 전달하던 작가는 결말에서 힘주어 말한다. 세계는 더는 푸틴 정권이 정상적인 정부라도 되는 듯 방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푸틴은 온 세계를 더 강하게 거머쥘 것이니, 행동해야 러시아 내부의 민주주의를 일깨울 수 있고, 푸틴 정권의 부패와 해악이 러시아 밖으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민주주의인가, 독재인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행동은 우선 아는 것에서 시작되니, 이 얇은 책으로 문제를 알게 되고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