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알고 싶은 건축물이 너무도 많아 - 역사와 문화가 보이는 서양 건축 여행
스기모토 다쓰히코나가오키 미쓰루.가부라기 다카노리 외 지음, 고시이 다카시 그림, 노경아 / 어크로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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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제목은 '세상엔 알고 싶은 건축물이 너무도 많아'이지만 사실은 '서양엔 알고 싶은 건축물이 너무도 많아'이다. 원제는 '건축 용어 도감 서양편'이고 '서양편'이라는 제목대로 서양 건축사에 이름을 남긴 걸작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책이니까. 아쉽지만 타지마할이나 아야 소피아, 앙코르 와트 같은 아시아의 건축물이나 테오티우아칸의 피라미드, 마추픽추 같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건축물은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없다. 그래도 괜찮은 번역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건축 용어 도감 서양편'보다는 '세상엔 알고 싶은 건축물이 너무도 많아'를 더 읽고 싶으니까(물론 취향에 따라 반대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부터 현대에 루브르 박물관에 설치된 유리 피라미드까지 69개의 서양 건축물을 65개의 꼭지를 통해 소개한다. 대부분의 경우 한 꼭지에 한 건축물을 다루는데 3~5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그 건축물의 역사와 그 건축물이 속한 건축 사조, 그 건축물의 특징을 꽉꽉 채워 넣었다. '한 권으로 읽는 OO' 유의 책인데도 꽤 세세한 건축 사조까지 다루고 있다. 건축 양식과 건축물을 이루는 각각의 구조물, 그것을 가리키는 용어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경어체로 이야기를 하듯 설명해 더 부드럽고 친근하게 내용을 전달한다. '기독교는 일신교인 유대교의 교리를 이어받아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신으로 숭배합니다.(p. 44)'처럼 지나치게 뭉뚱그린 부분도 있고(기독교와 유대교에서 공통적으로 숭배하는 유일신은 여호와(야훼)이고, 기독교에서는 삼위일체 교리에 따라 예수를 성부(여호와), 성령과 일체로 보지만 유대교에서는 예수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술사에서의 선후 관계를 잘못 설명한 부분도 있지만('...눈에 보이는 것을 자신의 감각으로 해석하여 표현하는 '회화 기법'은 피카소의 큐비즘에서 시작되어 인상파까지 이어집니다.(p. 211-212) 서양미술사에서 자신의 감각, 즉 '눈에 보이는 그대로' 해석하고 표현한 것의 시초는 19세기 후반의 인상파이고, 큐비즘은 피카소의 1907년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을 시초로 한다.) 건축뿐만 아니라 당대의 사회적, 종교적 배경과 건축사와 연관된 미술 사조까지 충실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사진 대신 일러스트로 각 건축물의 설명을 보충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물의 전경과 평면도, 독특한 특징이 드러나는 부분들을 일러스트로 그려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굵은 선으로 대략적인 특징을 알아보기 쉽게 그리고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일러스트라 본문에서 설명하는 특징들을 알아보기 쉽다. 다만 그 건축물을 더 자세히 보고 싶거나 특유의 색채(다채로운 색채가 특징인 건축물인 경우는 더더욱)를 보고 싶은 독자들로서는 사진을 넣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러스트에는 이렇게 장단점이 함께 있다.



본문 뒤에는 서양사와 서양 건축사의 흐름을 대조한 연표와 각 건축물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가 부록으로 실려 있다. 서양사와 함께 서양 건축사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살펴볼 수 있어 유용하다. 지도에서는 이 책에 실린 서양 걸작 건축물들의 분포를 알 수 있다. 부록까지 공을 꽤 많이 들였다.


이 책에 실린 서양 건축 사조와 건축 용어가 제법 많아 한번에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서양 건축사의 흐름을 훑어보면서 각 시대와 사조를 대표했던 건축물로는 어떤 것이 있고, 그 건축물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아보는 데 좋다. 깊이 있게 건축사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코로나가 지난 뒤) 여행을 가서 이 건축물은 어떤 역사적 상황에서 지어졌고 이런 특징이 있구나, 하고 더 유심히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 교양을 쌓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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