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름대로 치즈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 밥과 국에 슬라이스 치즈를 반찬으로 곁들여 먹었고, 지금도 밤에 배가 고프면 슬라이스 치즈 한 장으로 허기를 채운다. 모차렐라 치즈가 듬뿍 든 피자, 크림치즈를 가득 바른 베이글, 뻑뻑할 정도로 밀도가 높은 치즈케이크 등 치즈가 들어간 음식은 웬만하면 다 좋아한다. 그런데 외국산 치즈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직접 사본 적도 없다. 그래서『치즈: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를 읽으면서 치즈를 좋아하는 마음에 공감하고 낯선 치즈 이야기를 만나고 싶었다.
읽어 보니 비중이 더 컸던 것은 낯선 치즈 이야기였다. 냉장고에서 엄마 몰래 슬라이스 치즈 한 장씩 꺼내 먹는 것은 나도 했던 일이지만, 작가의 치즈 사랑은 그저 내 주변에서 먹을 수 있는 치즈를 챙겨 먹는 나의 치즈 사랑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치즈가 주식인 나라에 여행을 가면 마트의 치즈 코너에서 김장하듯 각종 치즈를 챙겨 오고, 삶의 어느 순간에 어떤 치즈가 있었는지를 기억하며, 잘 익은 된장에서도 치즈 맛을 느끼는(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다.) 사람 앞에서 감히 치즈 좋아한다는 말을 꺼낼 수 있을까. 그저 작가가 신나게 풀어놓는 치즈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자기가 정한 주제로 책 한 권을 온전히 채워 넣지 못하고 잡다한 이야기들을 끌어 모아 책 한 권을 겨우겨우 채우는 에세이집들을 보다, 진심으로 자신이 정한 주제를 좋아하고 그 주제 하나만으로 책 한 권을 온전히 채워 넣는 에세이집을 보니 반가웠다.
책에서 묘사된 고소하고 짭쪼름하고 찐득하고 부드러운 온갖 치즈의 맛들과, 그 치즈들을 만나면서 마주친 풍경과 분위기를 상상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마지막 글인 「지극히 개인적인 치즈 리스트」에서 작가가 추천한 치즈들을, 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된다면 찾아 먹어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생겼고.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이해받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좋아하는 마음이 귀한 것이고, 대단하거나 깊은 의미가 있지는 않아도 그저 좋아하는 세계가 있어서 스스로를 부자라고 느낀다고 말한다.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들만 골라서 좋아하는 것 같은 나는 좋아하는 마음을 공유할 사람이 많지 않아 쓸쓸하기도 하다. 때로는 ‘왜 그런 걸 좋아해?’나 ‘왜 그렇게까지 좋아해?’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이 책에서 작가가 좋아하는 치즈를 찾아 열심히 발품을 팔고 솔직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좋아하는 것을 향해 마음껏 달려가도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단순히 치즈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