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띵 시리즈 5
김민철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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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나름대로 치즈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어린 시절 밥과 국에 슬라이스 치즈를 반찬으로 곁들여 먹었고지금도 밤에 배가 고프면 슬라이스 치즈 한 장으로 허기를 채운다모차렐라 치즈가 듬뿍 든 피자크림치즈를 가득 바른 베이글뻑뻑할 정도로 밀도가 높은 치즈케이크 등 치즈가 들어간 음식은 웬만하면 다 좋아한다그런데 외국산 치즈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직접 사본 적도 없다그래서치즈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를 읽으면서 치즈를 좋아하는 마음에 공감하고 낯선 치즈 이야기를 만나고 싶었다.


  읽어 보니 비중이 더 컸던 것은 낯선 치즈 이야기였다냉장고에서 엄마 몰래 슬라이스 치즈 한 장씩 꺼내 먹는 것은 나도 했던 일이지만작가의 치즈 사랑은 그저 내 주변에서 먹을 수 있는 치즈를 챙겨 먹는 나의 치즈 사랑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치즈가 주식인 나라에 여행을 가면 마트의 치즈 코너에서 김장하듯 각종 치즈를 챙겨 오고삶의 어느 순간에 어떤 치즈가 있었는지를 기억하며잘 익은 된장에서도 치즈 맛을 느끼는(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사람 앞에서 감히 치즈 좋아한다는 말을 꺼낼 수 있을까그저 작가가 신나게 풀어놓는 치즈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자기가 정한 주제로 책 한 권을 온전히 채워 넣지 못하고 잡다한 이야기들을 끌어 모아 책 한 권을 겨우겨우 채우는 에세이집들을 보다진심으로 자신이 정한 주제를 좋아하고 그 주제 하나만으로 책 한 권을 온전히 채워 넣는 에세이집을 보니 반가웠다.


  책에서 묘사된 고소하고 짭쪼름하고 찐득하고 부드러운 온갖 치즈의 맛들과그 치즈들을 만나면서 마주친 풍경과 분위기를 상상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마지막 글인 지극히 개인적인 치즈 리스트에서 작가가 추천한 치즈들을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된다면 찾아 먹어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생겼고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이해받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작가는 좋아하는 마음이 귀한 것이고대단하거나 깊은 의미가 있지는 않아도 그저 좋아하는 세계가 있어서 스스로를 부자라고 느낀다고 말한다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들만 골라서 좋아하는 것 같은 나는 좋아하는 마음을 공유할 사람이 많지 않아 쓸쓸하기도 하다때로는 왜 그런 걸 좋아해?’나 왜 그렇게까지 좋아해?’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이 책에서 작가가 좋아하는 치즈를 찾아 열심히 발품을 팔고 솔직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좋아하는 것을 향해 마음껏 달려가도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그래서 이 책은 내게 단순히 치즈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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