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를 위해 정성껏 요리한 게 언제였더라. 두 달 전 유튜브에서 ‘쉽게 만드는 맛있는 두부조림’ 영상을 따라 두부조림을 만들었다, 간도 제대로 못 맞추고 태워버려 싱겁고 들척지근하고 탄 맛이 나는 실패작을 남겼다. 다음 날에는 유튜브에서 본 영상대로 우유 푸딩을 만들다, 뜨겁게 달궈진 유리 냄비 뚜껑을 찬 물이 담긴 설거지통에 넣는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 결국 냄비 뚜껑은 산산조각이 났고, 바닥에 떨어진 미세한 유리 조각에 엄마가 발을 찔리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엄마의 집밥에 의존해 살면서 가끔씩 새로운 요리에 마구잡이로 도전하니 열에 일고여덟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이렇게 자취와도 요리와도 동떨어진 채로 사는 내게 『프랑스식 자취 요리』의 저자는 대단하고 신기한 사람이다. 프렌치 레스토랑에 갔다 낯설고 어려운 프랑스 요리에 주눅이 든 뒤, 프랑스 요리를 정복하고 싶어 프랑스 요리학교까지 졸업했다니. 그것도 의대를 다니다가 갑자기. 다시 의대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도 여유가 있을 때는 레스토랑 셰프로 일한다고 하니, 한번 마음을 먹으면 끝장을 보는 사람이구나 싶다. 의대 공부에 집안일까지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이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장을 봐서 재료를 다듬고, 근사한 프랑스 요리를 만들어 잘 차려 먹는다. 보통 성실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 성실함이 글에서도 드러난다. 유려하거나 작가만의 개성이나 참신한 표현이 돋보이는 글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자신이 하는 일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쓴 성실한 글. 자신이 왜 손수 정성스럽게 밥을 지어 먹는지, 어떻게 식재료를 구하고 다듬어 요리 준비를 하는지, 어떻게 요리를 하고 그 맛은 어떤지 차근차근 이야기해 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보관하는 방법과 좋은 사육 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을 고르는 방법,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작가의 설명은 자세하고 친절하다. 음식 이야기뿐 아니라 그에 얽힌 삶의 이야기도 펜으로 또박또박 적어 내려가듯 솔직하고 차분하게 풀어나간다. 의대생에서 요리학교 학생으로, 다시 의대생으로 삶의 방향을 바꿔 오면서 배우고 경험하고 느낀 것들, 지금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듣다 보면 그가 늘 ‘모쪼록 최선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다가 어느 샌가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이제 좀 대충 해도 되겠지’하고 풀어져 버리는 내게, 이 책은 자극이 된다. 처음에 열정을 모두 쏟아놓기보다는 꾸준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프랑스 요리는커녕 간단한 반찬도 망쳐버리는 나지만, 나를 잘 먹이기 위해 계속 도전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내 삶을 종종 뒤흔들지만, 내가 어쩔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