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드라마 방영 기념 한정판)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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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읽게 된 이유

솔직히 말하면 드라마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런 드라마가 한다는데, 딱 내 취향인 이야기일 것 같았다. 시골 책방에서 시작된 사랑 이야기와 북클럽 사람들 이야기. 책이 많은 곳이라면 어디든 편안함을 느끼는 나는 책방과 북클럽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게다가 지금은 사라진 내 단골 책방 때문에 책방 이야기는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만난 정말 마음에 드는 책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리뷰를 쓴 소설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소설은 드물었다. 호평이 자자한 베스트셀러이고 나도 호평한 소설이어도 정말 좋아서 곁에 두고 종종 다시 꺼내 읽어보고 싶은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새벽 세 시까지 한 호흡에 다 읽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종종 다시 꺼내 읽어보고 싶어졌다.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나 북클럽 사람들의 이야기나 사랑스럽고 따뜻했기 때문이다. 다시 꺼내 읽어볼 때마다 그들이 나를 반겨줄 것 같다. 자리 하나를 내 주고 갓 구운 귤과 사과파이가 담긴 접시를 건네면서 같이 책 이야기를 하자고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 속의 책 이야기

주인공 은섭은 블로그 일지에서 자신이 받은 독립출판 책들을 소개한다. 꽃마다 꽃말이 있으니 사물에도 꽃말('사물말'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지만)'을 붙여 그 말들을 모은 책 《사물의 꽃말 사전》, 도시마다 안전하게 노숙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하는 《죽지 말고 노숙》, 함께 여행을 준비하던 연인들이 이별을 선택한 후, 같은 여행지로 따로 떠난 기록 《이별하는 연인들의 여행》, 중학생 시절 오페라극장에서 샹들리에를 보고 반했던 저자가 세계의 유명한 샹들리에를 찾아 여행한 이야기 《나의 아름다운 샹들리에》까지. 정말 있는 책일 것 같아서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본 건 안 비밀. 기성출판에서는 돈 안 된다고 받아들이지 않았을 기발한 기획들이다. 이 가상의 책들을 정말 하나씩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다만, 정말로 있는 책들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적은 건 아쉬웠다. 은섭과 해원이 일상을 공유하면서 사랑을 쌓아가는 이야기, 북현리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 북클럽 사람들이 모여서 책방 굿즈를 만들고 행사를 기획하는 이야기가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해서. 책 이야기보다는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다. 책 이야기가 좀 더 많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눈 내리는 풍경을 함께 읽다

은섭이네 '굿나잇 책방' 사람들은 자신이 읽은 책 속 '눈 내리는 풍경'을 내리는 모습을 그린 구절을 돌아가면서 읽는다. 내가 함께 읽고 싶은 눈 내리는 풍경은 이거다.


"섣달 눈이 처음 내리니 사랑스러워 손에 쥐고 싶습니다. 밝은 창가 고요한 책상에 앉아 향을 피우고 책을 보십니까? 딸아이 노는 양을 보십니까? 창가 소나무가지에 채 녹지 않은 눈이 쌓였는데, 그대를 생각하다 그저 좋아서 웃습니다." 


김홍도(단원 김홍도 맞다.)가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담담하지만 상대방을 깊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배어나오는 편지. 내가 쓴 소설에서 나는 이 편지 구절을 약간 변형시켜서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로 넣었었다. 


#모든 고통이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굿나잇

"인생의 고통이 책을 읽는다고, 누군가에게 위로받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다 소용없는 건 아닐 거라고.... 고통을 낫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고통은 늘 거기 있고, 다만 거기 있음을 같이 안다고 말해주기 위해 사람들은 책을 읽고 위로를 전하는지도 몰랐다." p. 400-401.


이 책을 읽을 때는 행복했지만, 이 책은 내 고통을 없애주지는 못한다. 당장 내일 겪어야 하는 싫은 일조차 안 해도 되는 일로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은 굿나잇, 쉽게 잠들지 못하는 굿나잇 클럽 여러분. 그리고 내일 '굿모닝'이라고 인사해요. 


Posted by 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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