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미각 - 짜장면에서 훠궈까지, 역사와 문화로 맛보는 중국 미식 가이드
김민호.이민숙.송진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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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쉽게 배달시켜서 먹을 수 있는 짜장면, 겨울 거리에서 행상들이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는 호떡, 뷔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갈색 빛깔 동파육. 최근 들어 인기를 얻고 있는 화끈한 마라탕까지,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가 접하게 되는 중국 음식들이 참 많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어 무심히 지나치는 중국 음식 하나에도 중국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 문학이 녹아 있다. 우리나라의 중국 소설 연구자 19명이 각자 중국 음식 하나씩을 맡아(문현선 교수만 두 가지 음식을 맡았다.) 20가지의 중국 음식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책이 『중화미각』이다. 음식을 이야기하는 책답게 이 책에는 맛을 상상하는 재미와 음식 사진을 보는 재미, 음식에 관련된 지식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상상하는 재미


"짭쪼름하면서도 새콤하고, 매콤하면서도 달큼한 맛에 군침이 돈다. 얇게 저민 차가운 고기 위에 양배추와 파와 고수를 얹고 하얀 마늘과 검은 짠슬(고기를 삶을 때 썼던 간장과 오향, 고기즙에 닭발, 돼지 껍질의 젤라틴을 녹여 굳힌 것)까지 아울러 갓 구운 김으로 밥을 싸듯 곱게 싸서 입 안에 밀어넣는다. 어딘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맛이 입안에 가득 찬다."  - <오향장육> 편


"얼핏 보기에는 전혀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오이다. 젓가락으로 한 조각 집어 별다른 기대 없이 입에 넣고 한 입 베어 물면 순간, 아삭 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하고 향긋한 오이 즙과 시금털털한 식초 맛이 섞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조화를 경험한다.... 어떻게 이런 맛이? 다시 한 번 오이 접시를 쳐다보면서 자석에 이끌리듯 오이 하나를 더 집어든다" - <량반황과> 편


음식 이야기이다 보니 음식 맛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빠질 수 없다. 이 책에는 짜장면, 호떡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음식들과 함께 량반황과, 광동당수 같은 다소 낯선 중국 음식들도 나온다.  그 맛을 잘 알고 있는 음식의 맛 묘사가 나오면 공감할 수 있고, 낯선 음식의 맛 묘사가 나오면 상상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의 맛을 이야기할 때 공감하는 것도 즐겁지만, 낯선 음식의 맛을 상상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즐겁다. 맛있는 음식은 상상하기만 해도 즐거워진다. 


보는 재미


『중화미각』속 화려하고 다채로운 중국 음식 사진들


상상하는 재미를 뒷받침해주는 건 보는 재미이다. 『중화미각』속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중국 음식 사진들은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보는 재미를 더해주면서, 그 음식이 실제로 어떤 모습이고 어떤 맛이 날지 상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지만 때로는 그림의 떡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우울했던 기분이 한 층 더 화사해진다. 


『중화미각』의 앞표지


『중화미각』의 뒷표지


책의 앞표지는 중국적인 분위기를 잘 살린 일러스트와 색채로, 뒤표지는 실제 중국집 메뉴판 같이 생긴 목차로 중국집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이런 책 디자인을 통해 독자들에게 중국 요리가 가득 차려진 중국집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알아가는 재미


황실의 후손이지만 돗자리를 팔며 근근히 먹고 살던 유비는, 낙양에서 상선을 타고 온 상인에게서 어렵게 귀한 차를 구한다. 차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황건적을 만나 차를 빼앗기고 목숨까지 위협받는다. 그때 장비가 나타나 유비를 구해주고 빼앗겼던 차도 돌려준다. 유비는 늘 지니고 있던 가보인 보검을 장비에게 답례로 준다. 유비는 집에 돌아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어머니께 차를 드리지만, 어머니는 남에게 보검을 주고 차를 가져온 아들을 꾸짖으며 차를 버리고 만다. 


『삼국지』를 읽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정사 『삼국지』에도, 나관중의 『삼국지』에도 없는 내용으로, 1930년대의 일본 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가 각색한 버전의 『삼국지』에 나온다. 그리고 유비가 살던 후한시대 탁현 누상촌(지금의 허베이성 바오딩 시)에는 한나라의 도읍 낙양에서 오는 상선이 닿을 정도의 물길이 없었다. 게다가 차는 일반 상인들이 취급할 정도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중화미각』중 '용정차'를 다룬 글을 통해 우리는 이런 신선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 밖에도 각각의 음식에 관련된 중국의 역사와 문화, 문학 작품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어, 책을 읽으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짭쪼름한 맛과 새콤한 맛, 달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오향장육처럼, 『중화미각』은 상상하는 재미와 보는 재미, 알아가는 재미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중국 음식을 직접 먹으며 그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는다면 음식을 먹는 즐거움에 그 음식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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