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임보일기
이새벽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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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월 8일


이새벽 작가님의  『고양이 임보일기』를 주문했다. 이새벽 작가님을 알게 된 건 작년 가을이었다.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더 빌릴까 해서 서가들을 둘러보다, 우연히 이새벽 작가님의 『고양이 그림일기』를 발견했다. 작가님이 고양이들과 식물과 함께 한 나날들을 일러스트와 일기로 그려낸 책이었다. 


그 이후로 이새벽 작가님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 고양이와 식물을 담은 일러스트와 글을 즐겨 보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님이 새끼 길고양이 다섯 마리를 임시보호하다 입양을 보낸 이야기를  『고양이 임보 일기』라는 책으로 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책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을 때부터 읽고 싶은 책이었지만,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어 출간한 지 세 달이나 지난 지금에야 주문을 했다. 전편인  『고양이 그림일기』도 예전부터 갖고 싶었기 때문에 함께 주문했다. 



4월 9일


주문한 지 하루 만에 책이 도착했다. 『고양이 그림일기』와 비교해 보니 그림체가 확연히 더 아기자기하고 섬세하다. 임시보호했던 다섯 아가나 『고양이 그림일기』 이후로 작가님이 키우고 있는 검은 고양이 베리나 더 작고 올망졸망해서 그런 걸까.  


그런데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체로 그려낸 현실은 만만치 않다. "새끼 고양이가 다섯 마리면 똥도 오줌도 설사도 모두 다섯 배가 된다는 것을 몰랐다." 그 뒤의 말을 들으니 더 짠했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괜찮다. 괜찮지 않으면 큰일이 날 테니." 아이고, 작가님. 


4월 10일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길고양이들이 겪어야 하는 잔혹한 현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도 아프고 화도 났다. 어미가 잘 키우고 있는 새끼 길고양이들을 도와준다고 거두었다가 결국 어미와 생이별시키고 정작 자기는 책임도 지지 못하는 사람, 데려온 고양이를 책임지지 못하고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하는 고양이 공장으로 가게 한 사람. 어설픈 선의 때문에 오히려 고양이들을 더 불행하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나도 그런 어설픈 선의와 부족한 지식 때문에 고양이를 제대로 구하지 못한 적들이 있었다. 내가 누굴 나무라나 싶다. 



4월 11일


표지에 나온 작가의 말대로 혼자 새끼 고양이 다섯 마리를 돌보는 것은 만만치 않다. 나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 어미와 떨어진 새끼 고양이를 돌보긴 했지만 단 2주 동안만이었고, 사실상 고양이를 주로 돌본 건 집에 계신 엄마였다. 그런데도 먹는 대로 설사를 하고 바닥에 흘리고 다니는 새끼 고양이를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가님은 나와 달리 혼자서, 그것도 다섯 마리나 되는 새끼 고양이를 돌봐야 한다. 분유와 사료와 설사가 뒤섞인 비린내가 온 집안과 몸에 배이고, 몸 곳곳에는 새끼 고양이들이 만든 상처가 늘어간다. 


아래 컷만 봐도 다섯 아이들을 돌보느라 엉망진창이 된 작가님의 집안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와중에도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에게 분유 먹이고 배변 시키는 법까지 꼼꼼하게 기록하신 것이 놀랍다. 


4월 12일


작가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양이 그림일기』 의 시점 이후로 '베리'라는 까만 암컷 고양이를 길러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베리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자기도 어린데 자기보다 더 어리고 약한 새끼 고양이들을 그루밍해주고, 배변 유도도 해 주고, 화장실 쓰는 법도 가르쳐준다. 작가님이 잠시 맡았었던 또 다른 길고양이 시로에게 얻어터져 가면서도 계속 다가가서 결국은 시로의 마음을 열고. 나야 책과 블로그, 인스타그램의 사진과 일러스트로만 보는 아이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이인 것 같다. 


작가님과 베리, 임보 아기들, 든든한 흰둥이, 상처 받으면서 닫혔던 마음을 열어가는 시로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사랑스럽다. 우울할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나와, 딱딱하게 굳었던 마음도 녹아내린다. 


4월 13일


임보 아기들이 한 명씩 입양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안도감이 들면서도 아쉬워진다. 한 마리씩 입양 갈 때마다 안도하면서도 허전함을 느끼는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베리도 돌보던 아기들이 한 마리씩 사라질 때마다 허전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섯 아이들은 모두 좋은 곳에 입양을 갔고,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삼색이의 새 이름 홍시를 마지막으로 다섯 개의 이름을 모두 수집한 날엔 배부르고 행복한 용이 된 기분으로 잠자리에 누웠다. 그런 날에는 악몽을 꿀 리 없었다. 용이 고양이를 모두 구했으니까." 이 마지막 문단에서 나도 안도했다. 지금까지 한 마리의 고양이도 구하지 못했던 나는 다섯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모두 구한 용에게 그 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고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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