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제프리 클루거 지음, 제효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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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달의 회색 대지 위로 푸른 지구가 떠올라 있다. 이 사진은 50년 전, 인류 최초로 달에서 지구가 떠오르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지구돋이Earthrise' 사진을 찍은 사람은 달에 처음 발을 내딛었던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가 아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이전, 인류 최초로 달의 궤도에 들어갔던 아폴로 8호의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William Anders였다.

 

  많은 사람들이 아폴로 11호가 달에 처음 착륙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아폴로 8호가 달 착륙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폴로 8호는 달의 궤도를 돌면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데 필요한 과제들을 수행했다. 아폴로 8호의 선원이자 아폴로 13호의 선장이었던 짐 러블Jim Lovell과 함께 아폴로 13를 썼던 과학 에디터 제프리 클루거Jeffrey Kluger가 아폴로 8호의 도전을 그린 책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이.

 

  냉전의 시대였던 1960년대에 미국과 소련은 우주 개발 계획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케네디 대통령은 1970년까지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케네디가 1963년에 갑자기 암살되어 린든 존슨 Lyndon Johnson 정부로 교체된 뒤에도, 미 항공우주국NASA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숨가쁘게 달렸다.

 

  1970년까지 남은 시간은 촉박한데 달로 사람을 보내는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1969년 안에 인간을 달로 보내야 한다는 과중한 목표 때문에 우주선 생산 과정의 전 단계에서 규칙이 무시되고 안전보다 속도가 우선시됐다. 그 결과가 아폴로 1호의 비극이었다. 1967127, 우주로 날아가기도 전에 지구에서 시험을 하던 도중 화재 사고가 일어나 아폴로 1호의 비행사 3명이 사망했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데다 우주선을 달에 쏘아보낼 새턴 V 로켓의 상태는 못 미더웠다. 게다가 소련에서는 유인 우주선 존드Zond를 개발하고 있으니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NASA에서는 모험을 하기로 했다. 달 탐사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지구 궤도를 선회하는 데까지만 성공한 상태에서 아폴로 8호가 맡은 임무는 막중했다. 지구를 벗어나 달로 비행하고, 달 궤도에 진입하고, 달의 궤도에서 벗어나 지구로 돌아오는 임무는 아직까지 누구도 해 보지 않은 시도였다. 우주선의 속도를 적절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달과 충돌하거나 다시 지구로 내던져질 수도 있다. 아폴로 8호는 달의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위험은 남아 있었다. 너비가 3475킬로미터나 되는 달의 뒤편을 비행할 때는 지구와의 통신이 두절된다. 일이 잘못된다면 달에서 지구로 영원히 답신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하는 동안 자전도 한 번 하게 되므로, 지구에서는 항상 달의 같은 면만 보게 된다.



달의 뒷면. 다른 천체와 부딪쳐서 만들어진 크레이터로 가득하다. 아폴로 8호의 우주비행사들은 인류 최초로 이 모습을 보았다.


  아폴로 8호가 달의 뒷면으로 진입하느라 지구와의 교신이 끊긴 지 35분 52초만에 아폴로 8호 비행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폴로 8호의 비행사 프랭크 보먼, 짐 러블, 윌리엄 앤더스는 달의 궤도를 비행하면서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본 사람이 된 것이다.(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는 같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항상 달의 앞면밖에 볼 수 없다.) 거대한 달의 뒷면에 유성과 부딪힌 흔적들이 길쭉하게 펼쳐져 있었다. 비행사들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달의 지형들을 생중계했고, 달 위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10억 명의 사람들이 지구에서 이 경이로운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책은 아폴로 8호가 탄생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달의 궤도를 비행하면서 아폴로 8호가 한 일들, 아폴로 8호 미션 이후의 상황까지, 아폴로 8호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인류가 달에 발을 딛게 하기 위해 길을 닦았던 사람들과 그들의 곁을 묵묵히 지켰던 사람들, 그들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배경까지 짜임새 있게 엮어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실제 인물의 인터뷰와 아폴로 8호의 교신 기록을 재구성한 것일 정도로, 이 책은 사실을 충실히 고증했다.사실을 충실히 고증하면서도 사람들이 아폴로 8호의 비행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느꼈던 온갖 감정과 드라마들을 소설처럼 흥미롭게 그려낸다. 아폴로 8호의 비행에 적용되었던 과학적 원리들도 대중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했다. 

  아폴로 8호의 비행사 프랭크 보먼, 짐 러블, 윌리엄 앤더스는 인류 최초로 달의 궤도를 비행하고 달의 뒷면을 보았지만, 정작 달에는 발을 딛지 못했다. 그들은 닐 암스트롱의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모험을 했고, 인류가 달에 착륙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 책을 통해 아폴로 8호를 알게 되고 기억하게 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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