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우주생각 - 오지랖 우주덕후의 24시간 천문학 수다
지웅배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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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주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할 때마다, NASA 우주정거장에서 보내주는 실시간 방송을 본다. 언제 접속해도 보이는 것은 우주정거장과 지구, 까만 우주 공간뿐이다.(운 좋을 때는 유영하는 우주인도 보이긴 하지만.) 하지만 방송을 볼 때마다 내가 우주 안에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화면 속에서는 파란 바다와 하얀 구름만 보이는 지구 어딘가에 내가 있을 것이고, 그 지구는 우주 공간에 덩그라니 놓여 있으니까. 지구가 떠 있는 광활한 우주 공간은 나를 두렵게 하면서도 매혹시킨다. 

  우주에 매혹되다 보니 과학책들 중에서도 천문학 책에 더 눈길이 간다. 하지만 뼛속까지 문과인 나는 천문학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천문학 책을 읽는다. 그렇게 읽은 천문학 책 중에서 『하루종일 우주생각』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책이었다. 

  이 책은 하루의 일상에 빗대어 우주를 설명한다.아침, 낮, 저녁, 밤이라는 네 개의 시간대 안에 오전 6시 30분 '깊고도 달콤한 침대 위의 블랙홀'부터 밤 12시 30분 '늦은 밤 TV 잡음 속 우주의 소리'까지 16개의 하루 일과와 엮은 우주 이야기가 들어 있다.  예를 들자면, 아침 7시에 커피를 끓이는 일과는 이렇게 우주와 연결된다. "물이 다 식고 컵 전체에 커피 가루가 골고루 스며들 때까지,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물의 흐름을 따라 커피 가루도 함께 움직인다. 온도가 높으면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아지면서 위로 올라가려 하고, 온도가 낮으면 밀도가 무거워지면서 아래로 내려가려는 흐름, 이 두 가지 흐름이 함께 나타나면서 작은 커피잔 속에는 인상적인 대류 사이클이 그려진다. 마치 지금 이 시간에도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밝은 태양처럼. 태양을 비롯한 우주의 모든 별들은 그 표면에서 거대한 대류 사이클을 그려내면서, 중심에 가라앉은 물질이 표면 위로 올라가며 골고루 섞이고 있다." 이렇게 친근한 일상에 빗대니 천문학적 지식이 더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저자가 일상 이야기와 우주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은 그가 하루 종일, 24시간 동안 우주에 푹 빠져 있는 '우주덕후'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모닝 커피에서 별들의 핵융합을 떠올리고, 퇴근길 꽉 막힌 도로에서 은하 속 별들이 꽉 차 있는 나선팔을 떠올리는 모습에서 그가 우주와 천문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다. 블랙홀이 강한 중력으로 주변의 가스와 별을 집어삼키는 것을 '과격한 먹방'이라고 하고, 변광성의 밝기가 주기적으로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것을 변광성의 비트, 우주가 천문학자들에게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이라고 하는 등 요즘의 유행어도 자연스럽게 섞어 쓰는 문체가 재기발랄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일상 속의 우주를 보면서, 일상 또한 우주 안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수명이 다한 별이 폭발해서 사라진 뒤 남은 찌꺼기는 계속 우주에 남아, 별과 행성뿐 아니라 우주의 모든 것을 만드는 데 재활용된다. 우리 몸과 모닝 커피 속에도 별이 남긴 다양한 화학성분들이 남아 있다. 안방에 놓인 TV도 우주 빅뱅(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이 남긴 에너지의 파장을 미세하게나마 감지한다. 모든 방송이 끝난 후 TV에서 들리는 잡음의 파도 속에는 빅뱅의 여운이 아주 일부 섞여 있다. 우주는 보이지 않게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거대한 우주의 작은 천체 조각'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언제라도 나를 까마득하게 먼 곳으로 집어삼킬 것 같았던 우주가 늘 나를 감싸고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웠던 우주가 조금은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가장 큰 목표가 그 동안 너무나 당연해서 느끼지 못했던 '우리가 우주라는 거대한 세계 속에 포근하게 안긴 채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만나는 것이라고 했는데, 저자는 그 목표를 충분히 이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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