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생명 이야기 아우름 1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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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과학자이자 세계적인 동물학자.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자는 통섭(統攝)이라는 개념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사람. 최재천 교수의 이런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을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중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저자답게 그의 글은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따뜻했다. 존댓말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듯한 문체도 따뜻하지만, 무엇보다 세상 모든 생명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는 제목처럼, 생물들은 경쟁과 적자생존뿐만 아니라 공생 관계를 통해서도 살아남는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현화식물(꽃을 피우는 식물)과 곤충은 꿀을 주고 꽃가루를 다른 개체의 꽃에 전달해주는 공생 관계를 통해 지금의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생물이 되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하나의 생명체, 하나의 DNA에서 나온 것이니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을 비롯해 6천여 종의 생물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인간은 침팬지와 유전적으로 99퍼센트 일치하는 존재, 다른 동물들과 같은 동물이며 생태계라는 네트워크 안에서 다른 생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다른 생명체들을 무참하게 없애고, 그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경쟁이 아닌 공생의 세상을 꿈꾼다. 

  공생의 세상은 다른 생물과 인간의 관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도 공생의 세상을 꿈꾼다. 그는 남보다 더 빨리 움켜쥐려 노력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들은 움켜쥐기 전에 나누어줄 줄 아는 '공감의 세대'라고 말한다. 자신이 꿈꾸는 공생의 세상을 젊은 세대들이 열어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경쟁사회 속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죽기살기로 노력하는 젊은이들에게 공생은 멀기만 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아름다운 방황 끝에는 아름다운 삶이 있습니다.', '방황은 청춘의 특권'이라는 그의 말이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만큼이나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다.  특히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붙잡느냐, 더 늦기 전에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다른 일을 해야 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나로서는 "이제껏 한 번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매일같이 하면서 굶어죽었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에 과감하게 뛰어드십시오."라는 그의 말에 "정말 그럴까요?"라고 되묻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가 아름다운 말만 늘어놓고 젊은이들의 실질적인 고통은 외면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요즘 애들은 노력을 안 한다"고 말하지 않고, "요즘 애들은 남에게 나눌 줄 알고 함께 살아갈 줄 안다."고 말하는 어른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는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학자들을 지원하면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그 과정에서 참신하고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얻어내는 미시간 명예교우회에서 회원으로 활동했었다. 젊은 학자들이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그의 꿈이다. 학자가 아닌 젊은이라도 그는 뒤에서 든든하게 지지해 줄 것이다. 

  이제 최재천 교수의 책을 한 권 읽었지만 그가 많은 독자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가 먼저 모든 생명, 그 생명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사랑이 많은 그가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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