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김응빈 외 지음, 송기원 엮음 / 동아시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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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외부의 영향으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면서 능력을 얻은 슈퍼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와 헐크

(아래)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엽서


  헐크, 엑스맨,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등 유전적 돌연변이나 외부의 영향으로 인한 유전자 변형으로 능력을 얻은 슈퍼히어로들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은 전 세계 사람들이 의혹을 가지고 꺼려하는 대상이 되었다. 이렇게 우리의 삶 속에는 유전자에 대한 욕망과 두려움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 대중 중 유전자를 다루는 생명과학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명과학은 일반 대중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의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2003년에 완료된 이후, 인간이 생명체를 설계하고 필요한 형태로 만들어내는 ‘합성생물학’의 시대가 열렸다. 2013년 이후에는 유전체 중 원하는 특정 부위를 마음대로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CRISPR)’라는 유전자가위 기술이 개발되면서 합성생물학이 더 빠르게 발전하게 되었다. 이렇게 급속도로 생명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 삶에 일어날 변화를 통합적으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두 명의 생명과학자와 정책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자,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한 두 명의 신학자가 모여 함께 합성생물학을 공부하고, 각자의 전공 분야에서 합성생물학이 불러올 미래를 진단했다. 그 결과물이 이 책『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이다.



(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체 중 원하는 부분만 잘라 효율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

(아래) 유전자 변형으로 다른 돼지들보다 근육양를 늘린 돼지들


  과학자들은 합성생물학이 어떤 학문이고, 지금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를 설명한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를 부품처럼 원하는 대로 조립해 인공생명체를 합성, 제작하는 학문이다. 세균이 자신의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크리스퍼라는 유전자 사이에 저장해 두고 있다가, 다음에 같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저장된 정보를 통해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 염기서열을 인식해 잘라버린다는 것이 2012년 밝혀졌다. 이것을 응용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기존의 유전자가위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 이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동식물의 기능 향상뿐만 아니라 인간의 에이즈 치료에도 사용되었을 정도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합성생물학을 통해 만들어진 생명체가 자연으로 유출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사회과학자는 합성생물학과 관련된 전문가의 수가 아직 적어 정책결정자들에게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한정되어 있는 점, 합성생물학 연구를 지원하는 기업에 비해, 합성생물학을 반대하는 진영의 조직력과 자본이 부족해 양쪽이 동등하게 맞서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합성생물학 연구진들에 대한 관리와 시민들이 합성생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 정부는 합성생물학이 산업의 측면에서 가져올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어 일반 시민과 소통하는 것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은 흘려듣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신학자들은 신학과 윤리학, 철학의 입장에서 합성생물학과 그것이 미칠 영향을 고찰한다. 그들은 합성생물학이 창조주로서의 신의 위치를 위협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단지 생물학적 기능을 가지는 기계로 환원시킬 수 있기에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유전자까지 통제하게 되면서, 우연이 만들어내는 가치, 즉 진정한 자유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리고 생물까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현실 앞에서, 내가 살아 있듯이 다른 생물도 살아 있음을 공감하는 능력을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다소 원론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선 생명과학이 지금 어디까지 왔고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대중 독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페이지 수의 한계 때문에 더 깊이 있는 논의를 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과학뿐만 아니라 윤리학, 철학, 정책 등 다양한 관점에서 통합적인 논의를 시도한 것 자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과학의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이 미칠 영향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할 때, 과학이나 인문학 중 한 가지 시각에서만 봤을 때보다 더 폭넓은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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