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꼴라쥬 시네마 톡 - 영화가 끝난 뒤 시작되는 진짜 영화 이야기
김영진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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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인도 영화 한 편을 같이 보고 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에 나가고 있다. 그 모임의 호스트 분은 영화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해 블로그 포스트로 올리신다. 그렇게 정리된 이야기들을 엮어서 단행본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단행본을 만드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책들을 찾아보다 이 책을 발견했다. '시네마톡'은 2009년부터 CGV에서 진행해 온 행사로, 영화평론가와 관객들이 영화를 함께 관람한 뒤 영화평론가가 그 영화에 대해 해설하고, 관객들과 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이 책은 그 중 30개의 시네마톡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30편의 영화 중 내가 본 영화는 세 편밖에 되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처음 그 존재를 알게 된 영화들도 있다. 물론 내가 본 영화들의 시네마톡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읽기 즐거웠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남아 있던 의문점들이 해결되고,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것이 좋았으니까. 하지만 보지도 않은 영화나 내 취향이 아닌 영화들의 시네마톡을 읽으면서도 즐거웠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오가던 현장을 텍스트로 전해 듣는 것 또한 알차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하는 자리이다 보니 영화 이야기가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는 점이 좋았다. 영화알못인 나도 시네마톡들의 내용을 거의 다 이해할 수 있었다.(마지막 시네마톡인 <까페 느와르> 편만 빼고. 이건 감독의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안됐다. 운동권 출신 몰락한 지식인(윤희석)이 왜 비가 오면 서울대공원에서 만난 여자(김혜나)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일종의 부조리극인가.)

  1장 '시네마톡'에 실린 시네마톡들의 길이가 짧은 것은 아쉽다. 시네마톡에서 영화 관람 시간을 빼도 보통 한 시간 20분 정도 해설을 하고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시간 20분 동안의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각 시네마톡의 내용이 너무 짧다. 관객들과 나눈 질의응답도 생각보다 적어서, 단행본에 싣기 적당한 내용만 추린 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법정 스님의 의자> 편이나 <소라닌> 편의 경우 영화의 소재가 된 인물(법정 스님)이나 게스트(가수 이상은) 개인에 대한 이야기에 치중되고,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이런 단점들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내 취향이 아니어서 관심이 없었던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롭고 풍성한지 몰랐다. 

  김영진 평론가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시네마톡은 영화에게 손을 잡아주는 시간'이라고 했다. 화제작에만 관심이 쏠리는 지금, 세상에는 외로워서 손을 잡고 싶어하는 영화들이 너무 많다고, 그런 영화들은 진심을 품고 누군가 손만 잡아주면 감동으로 응답할 영화들이라고. 내가 지금 참여하는 모임도, 모임의 호스트 분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한 포스트도, 내가 만들고 싶어하는 책도 대규모 흥행작이 아닌 외로운 영화들에게 내미는 손이라고 생각한다. 시네마톡이나 내가 참여하고 있는 모임이 계속해서 그런 영화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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