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된 미래 - 무한 경쟁 시대 이후의 한국 사회
참여연대 기획, 김균 엮음 / 후마니타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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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말 드러난 국정 농단 사태는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다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느끼고 있었지만이토록 뿌리까지 썩어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 못했기 때문이다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이권력자와 그 일가측근들은 막대한 부를 누렸다대선 공약이었던 복지 정책들은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폐기되었다참여연대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3년 전에 발간한 책반성된 미래는 우리가 이러한 현실에서 어떻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지 방향을 제시한다.


 제목처럼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미래로 나아가야 할지 논의하고 있다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분배정의노동 인권환경안전 등을 넘어서는 유일한 가치가 경제였다고 지적한다그러나 몇몇 대기업의 경쟁력에 의존한 경제 성장이 한계에 이르고 무한경쟁에 국민들이 지치게 된 오늘날사람들은 경제만이 유일한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이 책은 경제 때문에 가려져 있던 민주주의평화차이와 공존다양성공공성 등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갖추어야 할 가치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참여연대에 직접 참여하거나 참여연대와 뜻을 같이 하는 전문가들 18명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글을 한 편씩 썼다이들은 자신들이 완전히 중립적일 수 없고진영 논리들이 팽팽히 맞서는 오늘날에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주장에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이들은 진보 진영에 속해 있지만 보수와 진보 각 진영이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지도 존중하지도 않고 아집만 부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저자들부터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진영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기에저자들과 반대 진영에 속한 독자라도 이들의 의견이 편향적이라고 일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미래는 경제 가치에 억압되어 있는 가치들을 지향함으로써 좋은 사회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다정치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넘어 차이와 관용연대 등의 민주적 가치가 사람들의 삶에 뿌리내리는 것안보 위협을 체제 유지에 이용하는 현실을 넘어 분단 체제 극복과 평화 운동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우리 문제도 급한데 외국에 관심을 갖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사고방식을 넘어 국제적인 시민 연대를 실천하는 것복지 재원의 양적 확대를 넘어 어떤 조세 체계를 구축하고 어떤 복지국가를 이룰 것인지 고민하는 것 등이들은 독자들이 현실을 넘어 더 나은 미래상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이 발간된 2014년 이후에도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었다그리고 지금도 국정 농단 사태를 일으킨 권력과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이러한 현실 앞에서반성된 미래에 제시된 가치들이 실현되는 미래가 너무나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그러나 이 책에 제시된 가치들은 현실을 넘어 더 나은 삶더 나은 사회에 대한 우리의 생각의 지평을 넓혀 준다. 2014년 이후 일어난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들을 되짚어 보면서 이 책에서 고민했던 문제들을 다시 검토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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