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교 파시즘 - 선(禪)은 어떻게 살육의 무기가 되었나?
브라이언 다이젠 빅토리아 지음, 박광순 옮김 / 교양인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신의 뜻을 따른다는 명분으로 종교가 폭력을 부추길 때가 있다. 기독교의 십자군 전쟁과 마녀사냥, 이슬람교의 일부 근본주의자들의 테러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자비를 강조하는 종교인 불교마저도 부처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폭력을 부추긴 적이 있었다. 이 책은 일본 군국주의에 영합해 전쟁과 폭력을 정당화하고 부추겼던 일본 선불교의 어두운 역사를 폭로한다.
자비를 강조하고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와 살생을 할 수밖에 없는 군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저자는 중세시대에 일본의 무사와 병사들이 선불교의 금욕적이고 극기심을 키우는 수행 방법이 의지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선불교를 가까이 하면서 둘이 깊은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군국주의가 일본을 지배하기 이전인 17세기에 이미 선사 다쿠안 소호가 "치켜든 칼에도, 칼을 휘두르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의지는 없고 텅 비어 있다"며, 선불교의 교리를 교묘히 이용해 무사들의 살생을 정당화했었다.
저자는 이어서 일본 선불교가 세계대전 기간 동안 어떻게 일본 군국주의에 영합해 전쟁과 폭력을 정당화해 왔는지를 낱낱이 폭로한다. 자원입대해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적군들을 죽인 제자와, "부처님께서 사회의 화합을 깨뜨리는 자를 죽이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며 제자의 입대를 말리기는커녕 격려한 스승 선사도 있었다. 세계대전 당시 선불교의 지도자들은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불교의 교리를 천황과 국가를 위해서는 기꺼이 자아를 버릴 수 있다는 방식으로 해석해, 일본의 수많은 군인들과 민간인들을 전쟁에서 자기 목숨을 버리도록 몰아갔다. 교리를 교묘하게 해석하며 살생과 폭력을 정당화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선사들의 모습은 독자들의 치를 떨리게 한다.
후기에서 저자는 뒤늦게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본 선불교 지도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것이 선불교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첫 단계라고 말한다. 일본 선불교 승려로서 일본 선불교의 지도자들의 과오들을 폭로하고 고쳐나가길 바라는 저자의 용기와 객관성은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