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치교회 - 권력에 중독된 한국 기독교 내부 탐사
김지방 지음 / 교양인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서울 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새 정부에 자신이 다니던 교회 출신 인사들을 등용해 또 한 번 논란을 빚었었다. 그뿐만 아니라, 개신교계는 사립학교법 개정,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등 국가의 입법 활동에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또 보수 성향의 거대 교회 목사들이 설교 시간에 공공연히 대선에서 개신교인 후보를 지지하라고 주장하고, 자신들이 직접 주축이 되어 정당을 세우기도 하는 등 한국 교회는 매우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교회의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는 보수 교회의 정치 참여를 비판한다. 그는 기독교인이지만 보수 교회들의 권력을 향한 투쟁이 교회의 본분을 잊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는 보수 교회의 정치적 정체성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먼저 짚어본 뒤, 한국 교회 안의 정치적 성향을 다섯 갈래로 분류하고, 그 중에서 보수 교회의 정치 활동들과 그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있다. 여러 입장과 여러 가지 쟁점이 복잡하게 뒤얽힌 문제지만 체계적인 분석과 간결하고 명쾌한 문장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또한 교회의 비뚤어진 권력욕에 대한 냉철하고 날카로운 비판은 그 동안 한국 보수 교회의 신앙을 빙자한 권력욕에 염증을 느끼던 독자의 마음을 후련하게 한다.
이 책은 교회의 정치 참여는 권력을 향한 질주가 아닌 권력에서 소외된 이들을 향한 섬김의 활동이 되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옳은 이야기이지만 원론적인 결론이고, 교회의 정치 참여에서의 문제점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교회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은 기독교 외부에서의 원색적인 비난이나 기독교 내부에서의 무조건적인 옹호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기독교 내부에서 이만큼 체계적이고 냉정한 자기비판이 나왔다는 것은 긍정적인 점이다.
그런데 이런 내부 비판을 한국교회가 받아들이고 문제를 개선해 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책이 출간된 뒤 11년이 지난 지금도 교회의 정치 참여가 소외된 이들을 향한 섬김의 활동보다는 권력을 향한 질주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얼마 전 총선에 출마한 어느 기독교 정당 후보의 공약집에는 비기독교인들, 성소수자들, 무슬림 이주자들에 대한 편견이 가득했다. 그러면서 소외된 이들을 돕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그 후보가 모든 한국 교회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면서 출마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한국 교회의 문제 아닐까. 예수가 강조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사랑이었다는 것을 정치에 참여하려는 한국 교회들이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