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 (반양장)
E.H.곰브리치 지음, 백승길 외 옮김 / 예경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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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브리치의『서양미술사』는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부터 20세기 현대 미술까지 수천 년 동안의 미술사를 다루는 통사다. 미술사를 통사로 쓰는 것은 예술가들과 작품들, 또는 미술 사조들의 나열에 그칠 위험이 크다. 곰브리치는 이 책에서 미술사를 연대와 미술 사조들, 예술가들에 따라 정리하고 있지만, '미술이 무엇으로 인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으로써 미술사를 전개하면서 그러한 위험에서 벗어나고 있다.

 

미술은 예술적 기교가 발전함에 따라 발전해 온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곰브리치는 이런 통념을 깨고 미술은 문제를 의식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모색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눈에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대로'를 그리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원근법과 명암법을 통해 처음으로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르네상스 미술도 원근법과 명암법에 갇혀 이렇게 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다. 인상주의자들은 이렇게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렸지만, 눈에 보이는 것과 지식으로 아는 것은 뚜렷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 문제를 깨달으면서 이후의 예술가들은 보이는 것과 아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독창성을 추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곰브리치는 이야기한다.

 

곰브리치의 견해가 '미술은 무엇으로 인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단 하나의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교의 변화가 아닌 생각의 변화가 미술을 발전시켜 왔다는 그의 견해는 생각이 지닌 힘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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