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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꾼딸라 - 세계의 고전 인도편 2
깔리다사 지음, 박경숙 옮김 / 지식산업사 / 2002년 5월
평점 :
- 명색이 주인공인데, 샤쿤탈라와 두샨타의 비중이 너무 적다. 두 사람의 달콤하거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정작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1막에서 서로에게 두근거림을 느끼면서도 그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장면과 3막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밖에 없다. 두 사람이 비밀 결혼을 하고 샤쿤탈라가 두샨타의 아이를 가지고 두샨타가 인드라를 도와 악마를 물리치는 그야말로 주요 내용들은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거의 다 조연들의 대화로 전달된다. 두샨타의 악마와의 전쟁 이야기는 당시 무대 장치와 특수효과의 한계 때문에 직접 묘사하는 데 무리가 있었긴 하겠지만. 희곡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는 보여주기와 들려주기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보여주기 방식을 너무 아꼈고 들려주기 방식을 너무 많이 썼다.
- 군신관계이면서도 친구인 두샨타 왕과 브라만 비두샤카가 말씨름하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얼마 전에 본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과 내금위장 무휼, 또는 세종과 대제학 정인지가 말씨름하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비두샤카도 산스크리트 연극의 전형적인 개그 캐릭터라지만, 개성이 약하고 전형적인 이 작품의 인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는 캐릭터이다.
- 이야기의 극적인 전개는 약하지만, 시적인 대사들 속에 담긴 인물들 주변의 자연 풍경과 그에 빗댄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묘사는 섬세하다. 그리고 고대 인도의 풍습과 풍물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에 대해서는 각주를 꼼꼼히 단 번역자의 공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