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답변: Overtakelessness 가 나오는 초반이 어딘가, 뒤적이다가 보니 앤 카슨의 녹스 1.3에 있었네요.


세상을 떠난 오빠에 대한 상실과 애도를 표현하는 녹스의 핵심 정서로 집중해 생각해볼만한데

우리말 번역본과 원서를 비교해보니 작가가 만든 단어는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철학자가 언젠가 말해준 것(told me by a philosopher once)하면서 콜론으로 부연하며 독일어 원어와 이에 대한 풀이를 붙였거든요.

das Unumgängliche, 다스 우눔갱리히. 결코 피할 수 없고 우회하거나 교섭할 수 없는 본질적인 것이라는 뜻으로 하이데거가 쓴 철학 개념어예요. un+um+gäng+lich+e로 분절되고 대충 영어로는 un+by+pass+able, un+avoid+able 정도로 직역될 거예요.

별책 부록에 번역자 윤경희는 쉽게 다루어질 수 없으나 회피할 수도 없는 것이라는 기존에 자세히 풀어 쓴 용어를 원어에 가깝게 못다가에두름이라고 새로 말을 만들었다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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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벨문학상 앤카슨 수상발표가 난 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녹스와 그 리뷰였다. 몇 년 전 서울리뷰오브북스에 18세기 영문학을 연구하는 민은경의 서평을 읽은 것이 기억났고 어디서 읽었더라, 중얼중얼 거리며 서가에서 잡지 시리즈 전권을 빼서 찾다가 22년 가을호에서 발견했다. AI나 사이트 검색으론 못 찾았는데 손으로 더듬얼 찾았으니 결국 아날로그적 피지컬 경험을 대신할 수 없다.

3D를 2D에 재현하려는 지난 몇 천 년 동안 인류의 노력도 제한적이었는데, (입체인 건물을 평면인 설계도에 그리거나 회화, 만화로로 현실을 재현하거나) 어떤 경험은 특정 사물과 시공간에 고정되어 있어 이진법으로 환원되는 어휘로는 호출이 되지 않고, 색성향미촉법이 환기되어야 비로소 소환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어디서 읽었더라? 를 대답하기 위해서는 그때 그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비슷한 현실자극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종이책을 넘기며 육안으로 읽은 개인적 독서 경험을, 매트릭스의 니오가뇌에 가라테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는 메모리 학습으로는 대체할 수 없다.

서평 대상 책이 신기해서 우리말 번역본과 원서를 다 구매했었다. 22년간 소식이 끊겼던 오빠가 덴마크에서 갑자기 죽은 후 상실과 애도의 감정을 담아 비전형적인 형식으로 만든 실험적인 책이었다. 사진, 편지, 단상, 낙서, 번역메모를 오려 붙었던 원본 수첩의 방식을 그대로 복제해 고전부터 현대까지 시, 산문, 일기, 사진, 사전적 정의, 비평이 모조리 뒤섞여 기존 문학적 분류체계로는 정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특이한 책이었다.

2. 이민진의 아메리칸 학원이 내용이 친근하고 문체는 쉬워 술술 읽히긴 하지만 600페이지로 분량은 있는 편이라 좀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내일 모레 우리말로 출간되는데 영어원서로도 우리말로도 두 번 읽어야한다는 것은 확실히 느끼고 있다. 한국어와 다른 표현방식으로 익숙한 문화요소를 번안해서 비교해 볼 필요가 있는 까닭. 마치 같은 식재료를 다른 레시피로 사용하는 것처럼 예컨대480페이지에 홍길동을 ˝비범한 지적 능력과 기술을 지닌 소년으로, 더 큰 공동체를 구하고 삶에서 명예로운 지위를 얻고자 노력하는 인물(a boy with unnatural powers of intellect and skills who tries to save the larger community and earn an honorable station in life)˝이라고 묘사한다. Lion이 엑소더스의 초중딩과 포트레스의 고딩을 대상으로 강연하면서 쓴 표현이다. 더 큰 공동체에 헌신 운운은 입학 원서 SOP에 빈출하는 표현이라, 1500달러로 칼리지 투어하며 대학 입시를 논하는 앞뒷장 전후맥락과 상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홍길동하면 서자로서 주류인 적장자가 아닌 한이 있다든지 하며 ˝아비를 아비라 부를 수 없는˝ 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과 차이가 있다. 참고로, 펭귄에서 홍길동 영어번역이 옛날에 나왔는데 너무 멋 부리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선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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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데우스 로팍에 새로 조인한 1956년생 영국인 덴질 포레스터 왈, 미술학교 동기들 대부분 북미의 추상표현주의에 관심을 가졌지만, 난 내면을 뒤흔들고 깊이 울림을 주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1980년대에 난 달스턴에 있는 피브스같은 나이트클럽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모네의 수련이나 반 고흐의 풍경화가 회화 그 자체라는 단순한 동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자신에게 진정한 의미가 있는 대상을 그려야 하는 거지

로팍이 소개하길, 왈, 1980년대 초 런던의 덥(dub)과 레게신이 지닌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와 에너지에 기반을 둔 회화 작업을 발전시켜 온 작가는 선과 색채를 통해 리듬과 움직임과 감정을 시각적 형태로 구현해낸다. 샘플링, 믹싱, 루핑과 같은 음악적 기법을 시각적 언어로 치환하여,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독창적인 색채가 뚜렷하며 대담하고 역동적인 구성을 만든다

조토 고야 피카소에 음악이 융합하고
아프로캐리비안과 유럽이 조우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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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남매 안전북 1 - 생존 안전 상식 학습만화 ㅣ 흔한남매
김기수.이정수 그림, 김은경 글, 세이프키즈코리아 감수, 흔한남매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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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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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룩백 보았다. 만화 체인소맨으로 유명한 후치모토 타츠키의 단편 만화가 일반적인 영화관 상영시간치고는 약간 짧지만 정서적 충격은 강렬했던 57분 분량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되어 엔딩신에서 관객의 심금을 절절히 울렸던 때가 벌써 재작년 2024년. 올해는 청춘 드라마 영화로 변모해 1시간 40분 동안 훌쩍이게 만들었다.

원작 만화와 애니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실사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했는데 예를 들어 미술팀이 신나서 꾸민 것 같은, 만화로 다 그리지 않은 수많은 집안의 소품들과 그림도구들이 있다.

연출적으로는 눈부시고 깨끗하게 아름다운 배우들 사이로 아련히 스러지는 덧없는 존재에 대한 모노노 아와레와 함께, 고레에다 감독의 시그니쳐(키키 기린 배우 페르소나를 통해 잘 구사했던 분위기 차갑게 만드는 못된 말)가 있다. 이외에 현실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대체 미래로 전해지는 편지의 못 다 전한 진심과 후회, 철도와 농촌, 신사 등 문화적 배경, 어시스턴트 작업실과 어시 4명 디테일을 더하고, 편집자 대사, 후지노의 엄마에 대사를 더 주었으며, 교모토의 할머니 사진으로 가족배경을 부각시켰고, 가라테 도장 신과 침대 누워 연습 장면을 넣어 이후 대체 미래에서 운동 소녀로 킥을 날리는 점에 설득력을 강화했으며, 소학교 첫 신에서 선생님이 학생 질문에 대한 백로를 답변하게 하고 그 이후 두 번 더 백로 신을 넣고, 애니에서도 백로를 넣었다. (그 애니의 가장 비슷한 작화는 최근에는 아가미, 옛날에는 시달소나 원더풀 데이즈) 그리고 작품 샤크킥의 모티브로 수족관 방문과 고래 장면을 살을 붙였다.

나나, 나나~ 하며 잠깐 포즈했다가 감정을 고조시키는 (엔딩 크레딧에 보니 베를린에서 레코딩 된) 오케스트라풍 음악 외에도, 토미 임마누엘의 아르페지오 강한 어쿠스틱 기타와, 만년필이 종이에 서걱거리는 소리와 디지털 펜으로 디스플레이에 그리는 뭉툭한 소리도 청각적으로 인상깊었다.

후지모토 타츠키는 장편보다 단편이 강한 단편의 악마. 레제 편도 체인소맨 안의 단편이었다. 룩백도 단편 분량이어서 깔끔하게 완성된 것 같은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장편의 악마라서 1시간을 더 추가해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원작자 본인이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후지노는 후지노 작가 본인이고, 고레에다 감독이 배경 어시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교모토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키타현 니호시(?)의 로케하며. 특이한 점은 그동안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에 없던 드론 저공비행 카메라워킹이 들어가 농촌의 밭을 화면에 담았다.

후지노 역을 한 주연배우 두 명은 모두 S급이었다. 칭찬받아 우쭐한 자칭 천재 소녀역의 소학생 후지노도 프로로 성장하며 자신의 길을 가는 어른 후지노도 화면 안에서 쨍하니 빛났다. 아마 감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초등학생-중학생-20대 세 번의 배우를 두기보단, 중학생과 20대를 함께 묶었다. 그래서 데구치 나츠키와 마키타 아쥬는 얼굴이나 체형이 중학생 같지는 않다. 원작에서 히키코모리 쿄모토는 만화에서도 애니에서도 발성, 표현이 특이해 연기하기 매우 쉽지 않다. 그래서 어른역의 나나세 후우리나 아역의 오카다 로카가 완벽하게 쿄모토를 재현한 것 같지는 않고, 후지노 역의 배우들이 너무 스크린에서 아름답게 부각되어 매번 둘이 적절하게 어울리지는 않았다.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10대로서 쿄모토를 최대한 흉내낼만큼 내었지만 원작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한계가 있어보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른 쿄모토역의 나나세 후우리가 미대 진학하고 싶다고, 청록색 땅거미 하늘배경으로 말하는 옆모습과 미대에서 작업하는 단독샷은 다 좋았고, 아이 쿄모토역의 오카다 로카도 작업하는 샷이나 바다의 단독샷은 다 좋았다. 결국 문제는 후지노역 배우들이 S급이어서 노력이 가려져보인다 점일 뿐. 쭈구려 앉아 말 못하는 느낌

집영사(슈에이샤) 본사 로비를 계단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장면에서 작품 거절당하고 돌아가는 후줄근한 오타쿠 남성을 언뜻 보여주었는데 야마가타 미대에서 같은 그 장발의 남자였는지 무술전문 엑스트라 배우였는지는 모르겠다. 교토 애니사 방화사건을 미약하게 떠오르게 하는 이 남성의 뒷배경은 소략했다. 영화의 전체적 지향점과 맞지 않기 때문일 것 같다. 후지노 원작은 만화가 자신의 입장에서 여러 아픔과 시련에도 계속 존버한다는 메시지가 강했고 그러한 창작자의 간절한 마음이 57분 안에 생생하게 전해졌다. 한편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적 세례를 입으며 영화는 창작자의 시지프스적 고통보다는, 위에서 말했던 인생의 덧없음과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과거에 대한 아련함이 더 강조되었다. 애니는 샤크킥의 판매량과 인기상승도 그래프를 보여주어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고 어텐션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드러나는데 영화에서는 없었다는 점에서 감독의 의도를 추측해볼 수 있다. 대신, 감독은 인생의 무상함이 마치 아름답게 피었다가 스러지는 벚꽃처럼 드라마틱하게 극대화하는 극히 아름다운 로케 풍경과 인물로 보여준다. 철도 위의 기차처럼 다 시간이 가면 지나간다.

초등학교 방송반 낭독 장면에서 사찰음식을 쇼-진精進이라 읽어야하는데 세-진이라고 읽는 장면도 문득 생각난다. 불교용어는 당음이 아니라 대개 오음이라 읽는 방식이 특수해 소학생이 알기 어렵다. 캐릭터 묘사와 관계없고 그저 지나간 어린 시절의 풋풋한 모습을 상기하는 그런 용도로 쓰였다.

제목 룩백은 뒷모습이라는 정적인 명사이기도 하면서 뒤를 본다는 과정을 드러내는 동사이기도 하다. 원어 룩백 ルックバック의 루ル와 바バ는 시각적으로 비슷해 호응하니 각각 후지노와 교모토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후지노가 싸인한 교모토의 펑퍼짐한 외투 모습을 닮기도 했다. 주인공은 서로 닮았고 상호 구원하고 상호 부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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