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 마나모아나전의 전시해설에 영어와 한국어가 다르다. 영한번역하며 쌀 도정하듯 많이 깎아냈다. 깎아낼수록 맛은 좋아지지만 영양소와 향은 날라간다. 번역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번 전시해설은 한국어 가독성을 위해 정미율 60%의 긴죠로 빚었다. 예로 두 개만 보자


1. Scattered across this immense ocean are thousands of islands collectively known as Oceania. In these lands, people navigated by the stars, winds, and ocean currents, developing distinctive artistic expression and rich cultural traditions.

이 드넓은 바다 위 흩어진 수천 개의 섬이 바로 오세아니아입니다. 사람들은 별과 바람, 해류를 따라 항해하며 독특한 예술과 문화를 창조했습니다.


여기서

1)통칭하여=제거 

2)독특한 예술적표현과 풍부한 문화적전통=합쳐서 표현


2. Islands are not isolated or remote; they are open worlds shaped by the sea, enriched by shared wisdom and a deep respect for nature as a living and powerful presence.

섬은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바다를 통해 연결된 열린 세계이며,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지혜는 오세아니아와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가치입니다.


직역하면 : 섬은 고립되어 있거나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바다에 의해 형성된 열린 세상이며, 공유된 지혜와 살아있고 강력한 존재인 자연에 대한 깊은 존경심으로 풍요로워집니다.


여기서, 영어 표현 공유된 지혜shared wisdom을 잘라내 지혜는~공유된 가치입니다, 라고 풀면서 의역했다. 


일본어는 "자연과의 공생을 지향하는 지혜는 오세아니아와 한국에서 공유가능한 가치가 될 것"

중국어는 "자연과 공생하는 지혜는 오세아니아가 우리와 함께 가지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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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어웰>은 6살 때 미국으로 이민간 빌리가 암선고를 받은 할머니와 다시 만나면서 겪는 해프닝과 아이덴티티에 대한 영화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콰피나가 주인공 빌리 역할을 하며 교포 중국어를 사용하고, 길림성에 사는 할머니는 진한 권설음에 동북방언(예, 做啥)을 사용한다.


고향을 떠나 문화와 언어가 다른 지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이민 1.5세대라면 공감할 포인트가 가득하고 연출도 준수하여 흥행에 성공했다.


아버지 역으로 나오는 티지 마는 영어이름이 Tzi Ma인데, 한자는 말 마馬에 뜻 지志, 한국어도 중국어도 마지라고 읽는다. Tzi라고 쓴 것은 광동식 표기 윗펭 juytping粵拼에 가까운 것 같은데, t는 묵음 tz합쳐 ㅉ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지만 영어권에서 잘못 읽다보니 티지로 굳어진 것 같다.


마지 배우는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The Arrival)에서 샹장군으로 나왔던 영국령 홍콩출생 미국배우다. 중국어 영어 둘 다 완벽하다. 이정도 발음과 딕션과 전달력이 되는 배우는 흔치 않다. 할리우드에서 동양인이 저평가받다가 너무 늦게 빛을 본 게 아닌가 싶다.


연극영화톤의 대사전달력은 영어권에 조금 살았다고 배양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 국적인 최우식도 <마녀> 기차신에서 영어가 어설펐고 미국거주 경험이 길고 이중국적자인 마동석도 <백두산>에서 전혀 전문적이란 느낌으 주지 않았다. 할리우드에서 안젤리나 졸리와 <이터널스>도 찍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그냥 영어회화를 잘하고 현지에서 사는 것과 연극영화딕션으로 영어대사를 전달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고 전문훈련을 요한다


5월 30일, 이달 말에 넷플에서 국산 애니 <이 별에 필요한>이 개봉한다. 아무리 김태리와 홍경같은 전문배우가 녹음했어도 전문성우가 아닌 이상 작품 전체퀄이 급감했다


앞으로는 한국어와 영어 둘 다 대사전달력이 좋은 배우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스티븐연의 한국어는 교포발음이다. 유태오와 진하가 근접한 편이다. 이병헌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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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거대한 바이럴의 소용돌이로 SNS를 휩쓸어 낙양의 지가를 올린 반소흐와 카라바조전이 막을 내리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잠시 잊혀진 예술의 전당.


이 한적한 때를 틈타 프로페셔널들만 모이는 수준 높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원로작가 오세영전, 비엔날레 초청 색면추상 오지윤전, 무형유산과 국가유산기능공이 회원인 일섭문도회의 불교미술전, 서예단체총연합회의 서예전이다. 궁금한 사람들은 sac.or.kr 에서 일정을 확인해보기를. 후회하지 않는다.


싹 다 무료인데 수준은 어마무시하다. 2만원 티켓을 받아야하는 어나더레벨이다. 그저 마케팅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모를 뿐. 지금도 어딘가에선 인구에 회자되지 않은 훌륭한 예술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누구를? 나를. 다들 가는 전시도 가고 가지 않는 전시도 가는 나를. 아마 글 쓰는 나를 그릇으로 하여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부르는 것일지도


비단에 색채, 한지에 먹, 감지에 금니, 옻에 LED, 마감이 섬세한 조각, 탱화 등 불교 미술의 구성과 마감새가 훌륭하다. 딱 봐도 재료값이 천문학적으로 들었겠다. 훈련된 눈에는 정교한 짜임새와 대단한 완성도가 보인다


미국에 거주하며 많은 미술상을 받고 독일에서 첫 한국인 개인전을 열었던 오세영작가의 작품은 대략 11종 다른 스타일이 보인다. 드로잉 정물화 판화 색면추상 에칭 전자기판을 붙인 믹스드미디어 등. 후반부로 갈수록 철학적 함의가 우주로 확장하는데 지구에서 바라 본 우주가 아니라 우주에서 바라 본 지구로 시선전환이 된다. 그런 설명은 없고 제목에서 유추한 생각이다. 태양의 교류 달의 암층 천체의 배치 등은 와비사비의 일본식 제목같다. 개중 판화 춘향전 시리즈가 재밌다. 독일제 고퀄의 300g/m2 나무로 만들었는데 구성이 괜찮아 국제적으로 통용돠는 한국화의 예시로 꼽을만하다. 말년으로 갈수록 노화된 눈과 손으로 인해 반듯했던 선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오지윤전은 왠만한 색면추상전 중에서도 크기와 분위기가 독보적이다. 명도 높은 쨍한 빨파노 원색이 눈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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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그림작품, 아이돌굿즈, 혹은 부동산을 구매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어떻게 셀링할지 구매자입장에서 상상하면 더 다차원적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일본인은 아날로그 지식을 신뢰하는 편이다. 자국어로 쓰여진 기사가 종이로 인쇄되어 정돈된 정보로 제공될 때 신뢰감이 높아진다. 미국도 월마트 코스코 트레이더조스 홀푸드마켓 순으로 마트브랜드와 사회경제적 계층이 같이 가듯 일본도 잡지구독이 그렇다. VIP만을 상대로 하는 고급 잡지도 있다. 그런 잡지에 소개되면 셀링점이 잡힌다. 다만 소개된 것 이외에는 사지 않아 현장 네고는 힘들다. 그러니 잡지기사 같은 사람이 컨택하면 브아이피급으로 맞아주기


중국인은 꽌씨가 중요하다 인맥으로 접근한다 중간 브로커가 있다는 뜻. 예고없이 그냥 방문한다. 슥 둘러보고 다시 온다. 중국인 남자는 짧은 머리에 꾸미지 않아 커스터머로 대접하지 않으나 그런 사람들 중에 정찰대가 있다. 그들만의 단톡방에 정보가 전해지고 이후 대리구매를 하거나 직접 방문하는데 현장 네고도 가능하다. 안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지만 안되는 것도 되기도 한다.


옛날 우리나라 면세점이 중국인들에게 팔 때 직접 와서 구매한 사람들은 다 보따리 상인이다. 라이즈방송 키고 있다가 지명하면 그거를 사서 주는 것. 굿즈를 대량으로 구매해 리셀하기도 한다. 한 사람이 사는 양이 어마무시한데 다 개인용도가 아니다


셀링포인트는 다른 국가와의 차별성이다. 중국입장에서 동쪽에 한일 남쪽에 인도 북쪽에 러시아다. 여러 가능한 선택지가 있고 여러 지역을 컬렉팅하고 싶기도 하다. 우리만의 무언가를 보여주면서 기술적 완성도가 있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5일 남짓 공간대여해서 판매하는 영아티스트들에게 기회가 가지 않는다. 너무 짧다. 국제바이어와 링크가 되려면 1달 이상은 전시가 지속되어야 한다. 미술관이 있지만 미술관의 기능은 공공성에 있다. 상업을 위한 게 아니라 시민의복지를 위한 기관이다


그러니 해외화랑이 더 성장한다. 인맥 커넥션 지속성 신뢰 담보하기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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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마나 모아나전에 다녀왔다


태평양 오세아니아 원주민 문화전이다. 마나는 신성한 힘이고 모아나는 바다라는 말이니 대략 신력의 바다라는 제목이다

휴양지로 많이 가기도 하고 제주 섬문화와 비슷한 느낌도 있고 뉴질랜드 럭비팀의 하카춤을 통해 접하기도 하고해서 의외로 폴리네시아는 한국에 낯설지 않다. 심지어 번지점프, 타투, 타부처럼 우리말에도 폴리네시아어가 프랑스 번역서를 통해 들어와 굳어져 사용되고 있다. 마치 몽셸통통(사랑하는아저씨), 카페오레(우유커피), 셀로판처럼 말이다


프랑스 께브랑리 쟈크시라크 박물관과 협업한 전시다. 불어 께quai는 강가 나루라는 뜻이다. quai de la Seine세느강변 quai de la gare기차역 플랫폼이다. 브랑리 강변에 있는 비서유럽 문명에 특화된 프랑스 박물관이다


여수의 전남도립미술관 슈발리에 이이남전시에 갔을 때 미술관 연간 스케쥴에서 이 전시를 순회한다는 것을 보았다. 국중박에서 9월까지하고 전남도립이 릴레이 바톤을 이어 받는다. 께브랑리랑 협업하는 오세아니아전 아니냐고 전남도립미술관 데스크에 물어봤더니 말꼬리를 흐렸다. 정말 몰랐을 수도 있으나 공식명칭이 프랑스 순회전으로 표시된 걸 봐서 아무래도 지방에서는 원주민 문화전이라고 브랜딩하기보다 프랑스 문화권력의 힘을 빌려오는 것이 훨씬 사람의 이목을 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국중박의 이번 전시는 대중타겟팅 상업전시 비엔나, 내셔널갤러리전을 필두로 투 트랙으로 가는 국중박의 박물관으로서 본업 모먼트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박물관만 할 수 있는 전시로, 씨족공동체, 추장의 권력, 곤봉에 깃든 신성함 등의 설명이 외국의 선사시대를 공부하는 느낌을 준다


외부전시실이 아니라 최근 리뉴얼해 훌륭해진 선사고대관 앞의 특별전시실2에서 한국과 외국의 선사시대 유물이 마주보고 있다. 단 한 가지 으잉 하는 것은, 아무래도 전시실 출구 위치의 문제겠지만, 프랑스 박물관 전시를 잘 감상하고 나온 출구가 대한제국과 연결되어 있어, 프랑스 신부를 죽이고 프랑스군과 맞서 싸운 흥선대원군의 양이침범 비전즉화 주화매국 글씨가 눈 앞에 두둥 하고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도 거대한 대포 포구가 기세등등 프랑스 박물관쪽을 향해 있어 감시의 눈초리를 매섭게 치켜뜨고 있다.


전시의 기획은 8가지 장점이 있는 것 같았다.

1. 광활한 바다의 태평양 휴양지 감성

2. 외국의 전근대 유물 비교문화분석

3. 깨끗한 자연을 보여주며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

4. 수적로도 지역적으로도 소수인 서유럽회화가의 반대로 지구의 1/3을 차지하는 바다문명에 대한 초점

5. 프랑스 네임밸류 사용(피지미술관과는 행정적으로도 불편하고 어텐션 획득도 어려웠을)

6. 제주섬문화와 연관성

7. 디즈니 모아나와 연계해서 흥미유발

8. 프랑스군 제복착용 원주민 기마병을 전복시킴으로써 오리엔탈리즘 반성


한국사는 고조선부터 이어져 오는 단일한 역사가 지역적으로도 고정되어 있으나 유럽사의 고대는 그리스로마히브리로 이동해야한다.


사회학은 발달된 사회, 인류학은 전근대사회를 대상으로




코코넛으로 만든 투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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