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거대한 바이럴의 소용돌이로 SNS를 휩쓸어 낙양의 지가를 올린 반소흐와 카라바조전이 막을 내리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잠시 잊혀진 예술의 전당.
이 한적한 때를 틈타 프로페셔널들만 모이는 수준 높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원로작가 오세영전, 비엔날레 초청 색면추상 오지윤전, 무형유산과 국가유산기능공이 회원인 일섭문도회의 불교미술전, 서예단체총연합회의 서예전이다. 궁금한 사람들은 sac.or.kr 에서 일정을 확인해보기를. 후회하지 않는다.

싹 다 무료인데 수준은 어마무시하다. 2만원 티켓을 받아야하는 어나더레벨이다. 그저 마케팅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모를 뿐. 지금도 어딘가에선 인구에 회자되지 않은 훌륭한 예술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누구를? 나를. 다들 가는 전시도 가고 가지 않는 전시도 가는 나를. 아마 글 쓰는 나를 그릇으로 하여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부르는 것일지도
비단에 색채, 한지에 먹, 감지에 금니, 옻에 LED, 마감이 섬세한 조각, 탱화 등 불교 미술의 구성과 마감새가 훌륭하다. 딱 봐도 재료값이 천문학적으로 들었겠다. 훈련된 눈에는 정교한 짜임새와 대단한 완성도가 보인다

미국에 거주하며 많은 미술상을 받고 독일에서 첫 한국인 개인전을 열었던 오세영작가의 작품은 대략 11종 다른 스타일이 보인다. 드로잉 정물화 판화 색면추상 에칭 전자기판을 붙인 믹스드미디어 등. 후반부로 갈수록 철학적 함의가 우주로 확장하는데 지구에서 바라 본 우주가 아니라 우주에서 바라 본 지구로 시선전환이 된다. 그런 설명은 없고 제목에서 유추한 생각이다. 태양의 교류 달의 암층 천체의 배치 등은 와비사비의 일본식 제목같다. 개중 판화 춘향전 시리즈가 재밌다. 독일제 고퀄의 300g/m2 나무로 만들었는데 구성이 괜찮아 국제적으로 통용돠는 한국화의 예시로 꼽을만하다. 말년으로 갈수록 노화된 눈과 손으로 인해 반듯했던 선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오지윤전은 왠만한 색면추상전 중에서도 크기와 분위기가 독보적이다. 명도 높은 쨍한 빨파노 원색이 눈을 사로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