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남매 안전북 1 - 생존 안전 상식 학습만화 ㅣ 흔한남매
김기수.이정수 그림, 김은경 글, 세이프키즈코리아 감수, 흔한남매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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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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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룩백 보았다. 만화 체인소맨으로 유명한 후치모토 타츠키의 단편 만화가 일반적인 영화관 상영시간치고는 약간 짧지만 정서적 충격은 강렬했던 57분 분량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되어 엔딩신에서 관객의 심금을 절절히 울렸던 때가 벌써 재작년 2024년. 올해는 청춘 드라마 영화로 변모해 1시간 40분 동안 훌쩍이게 만들었다.

원작 만화와 애니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실사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했는데 예를 들어 미술팀이 신나서 꾸민 것 같은, 만화로 다 그리지 않은 수많은 집안의 소품들과 그림도구들이 있다.

연출적으로는 눈부시고 깨끗하게 아름다운 배우들 사이로 아련히 스러지는 덧없는 존재에 대한 모노노 아와레와 함께, 고레에다 감독의 시그니쳐(키키 기린 배우 페르소나를 통해 잘 구사했던 분위기 차갑게 만드는 못된 말)가 있다. 이외에 현실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대체 미래로 전해지는 편지의 못 다 전한 진심과 후회, 철도와 농촌, 신사 등 문화적 배경, 어시스턴트 작업실과 어시 4명 디테일을 더하고, 편집자 대사, 후지노의 엄마에 대사를 더 주었으며, 교모토의 할머니 사진으로 가족배경을 부각시켰고, 가라테 도장 신과 침대 누워 연습 장면을 넣어 이후 대체 미래에서 운동 소녀로 킥을 날리는 점에 설득력을 강화했으며, 소학교 첫 신에서 선생님이 학생 질문에 대한 백로를 답변하게 하고 그 이후 두 번 더 백로 신을 넣고, 애니에서도 백로를 넣었다. (그 애니의 가장 비슷한 작화는 최근에는 아가미, 옛날에는 시달소나 원더풀 데이즈) 그리고 작품 샤크킥의 모티브로 수족관 방문과 고래 장면을 살을 붙였다.

나나, 나나~ 하며 잠깐 포즈했다가 감정을 고조시키는 (엔딩 크레딧에 보니 베를린에서 레코딩 된) 오케스트라풍 음악 외에도, 토미 임마누엘의 아르페지오 강한 어쿠스틱 기타와, 만년필이 종이에 서걱거리는 소리와 디지털 펜으로 디스플레이에 그리는 뭉툭한 소리도 청각적으로 인상깊었다.

후지모토 타츠키는 장편보다 단편이 강한 단편의 악마. 레제 편도 체인소맨 안의 단편이었다. 룩백도 단편 분량이어서 깔끔하게 완성된 것 같은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장편의 악마라서 1시간을 더 추가해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원작자 본인이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후지노는 후지노 작가 본인이고, 고레에다 감독이 배경 어시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교모토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키타현 니호시(?)의 로케하며. 특이한 점은 그동안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에 없던 드론 저공비행 카메라워킹이 들어가 농촌의 밭을 화면에 담았다.

후지노 역을 한 주연배우 두 명은 모두 S급이었다. 칭찬받아 우쭐한 자칭 천재 소녀역의 소학생 후지노도 프로로 성장하며 자신의 길을 가는 어른 후지노도 화면 안에서 쨍하니 빛났다. 아마 감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초등학생-중학생-20대 세 번의 배우를 두기보단, 중학생과 20대를 함께 묶었다. 그래서 데구치 나츠키와 마키타 아쥬는 얼굴이나 체형이 중학생 같지는 않다. 원작에서 히키코모리 쿄모토는 만화에서도 애니에서도 발성, 표현이 특이해 연기하기 매우 쉽지 않다. 그래서 어른역의 나나세 후우리나 아역의 오카다 로카가 완벽하게 쿄모토를 재현한 것 같지는 않고, 후지노 역의 배우들이 너무 스크린에서 아름답게 부각되어 매번 둘이 적절하게 어울리지는 않았다.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10대로서 쿄모토를 최대한 흉내낼만큼 내었지만 원작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한계가 있어보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른 쿄모토역의 나나세 후우리가 미대 진학하고 싶다고, 청록색 땅거미 하늘배경으로 말하는 옆모습과 미대에서 작업하는 단독샷은 다 좋았고, 아이 쿄모토역의 오카다 로카도 작업하는 샷이나 바다의 단독샷은 다 좋았다. 결국 문제는 후지노역 배우들이 S급이어서 노력이 가려져보인다 점일 뿐. 쭈구려 앉아 말 못하는 느낌

집영사(슈에이샤) 본사 로비를 계단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장면에서 작품 거절당하고 돌아가는 후줄근한 오타쿠 남성을 언뜻 보여주었는데 야마가타 미대에서 같은 그 장발의 남자였는지 무술전문 엑스트라 배우였는지는 모르겠다. 교토 애니사 방화사건을 미약하게 떠오르게 하는 이 남성의 뒷배경은 소략했다. 영화의 전체적 지향점과 맞지 않기 때문일 것 같다. 후지노 원작은 만화가 자신의 입장에서 여러 아픔과 시련에도 계속 존버한다는 메시지가 강했고 그러한 창작자의 간절한 마음이 57분 안에 생생하게 전해졌다. 한편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적 세례를 입으며 영화는 창작자의 시지프스적 고통보다는, 위에서 말했던 인생의 덧없음과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과거에 대한 아련함이 더 강조되었다. 애니는 샤크킥의 판매량과 인기상승도 그래프를 보여주어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고 어텐션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드러나는데 영화에서는 없었다는 점에서 감독의 의도를 추측해볼 수 있다. 대신, 감독은 인생의 무상함이 마치 아름답게 피었다가 스러지는 벚꽃처럼 드라마틱하게 극대화하는 극히 아름다운 로케 풍경과 인물로 보여준다. 철도 위의 기차처럼 다 시간이 가면 지나간다.

초등학교 방송반 낭독 장면에서 사찰음식을 쇼-진精進이라 읽어야하는데 세-진이라고 읽는 장면도 문득 생각난다. 불교용어는 당음이 아니라 대개 오음이라 읽는 방식이 특수해 소학생이 알기 어렵다. 캐릭터 묘사와 관계없고 그저 지나간 어린 시절의 풋풋한 모습을 상기하는 그런 용도로 쓰였다.

제목 룩백은 뒷모습이라는 정적인 명사이기도 하면서 뒤를 본다는 과정을 드러내는 동사이기도 하다. 원어 룩백 ルックバック의 루ル와 바バ는 시각적으로 비슷해 호응하니 각각 후지노와 교모토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후지노가 싸인한 교모토의 펑퍼짐한 외투 모습을 닮기도 했다. 주인공은 서로 닮았고 상호 구원하고 상호 부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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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이들의 집, 피렌체의 인노첸티 - 르네상스와 함께 만개한 돌봄 혁명
조지프 루치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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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연구자 조지프 루치의 <버려진 아이들의 집, 피렌체의 인노첸티> 읽었다. 현대 한국의 베이비박스 문제를 다룬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브로커(2022)>와 18세기 베네치아 피에타 고아원의 여성 오케스트라를 다룬 <비발디와 나(프리마베라, 2025)>가 떠오른다. 앤서니 베일의 중세여행자 가이드를 읽고 난 다음부턴 이제 베네치아하면 보통 성문으로 진입하는 마을과 다르게 성문 없이 들어가 복잡한 미로가 더 강화된다는 표현이 문득 자동적으로 생각나곤 한다.

인노첸티는 직역하면 죄 없는 이들로,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을 지켜 주는 고아원을 뜻한다. 버려졌다는 뉘앙스가 아무래도 좋지 아니해서 영어에서도 발견되었다는 말로 파운들링이라고 하는데 책에서는 우리말 업둥이로 번역해서 흥미로웠다. 우리말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업둥이란 우연히 기르게 된 아이를 뜻하는 한국어로, 업은 곧 집안의 재물과 평안을 지켜주는 수호신을 의미한다. 인노첸티나 업이나 모두 비극적인 출신을 뒤덮는 좋은 뜻으로 사용된다

계급과 출신이 명확했던 위계적인 유럽 가부장 사회에서 주인에게 강간당한 노예의 아이나, 아이를 기를 능력이 없는 하류층 부모의 자식들이 업둥이였는데 체면치레가 강하고 위계적인 신분사회에서 원치 않는 임신이 초래한 불상사다.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아를 수출하던 과거 산업화시대 군부독재사회도 존재했으니 베네치아만의 일은 아니었을거다. AI시대에 줄어들 수 있을까?

보호받지 못한 아이는 거리에서 죽거나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거나 짐승에게 잡아먹힐 운명이었다. 상류층의 아이로 태어나야 사람답게 살 수 있었던 시절이다. 아동이 독립적 인간존재라는 별도의 사회적 인식이 없던 오래된 미래

먹고 살기 급급한 이들에게 아이는 부담이었고, 방치된 채 바람이 스승인 채 길거리에서 살았으니 인노첸티는 그래도 길거리에 내동댕이쳐지진 않게 해준 곳. 500여 년 동안 약 40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삶을 돌보아준 곳. 개별적 소원을 다 들어주지는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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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귀록 1~3 세트 - 전3권
정은궐 지음 / 파란미디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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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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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변화를 갈무리하고 내년의 유행을 예측하는 트렌드 서적 중에 선언자처럼 메시지성이 가장 강한 책이 송길영의 시대예보나 김난도라면, 여러 필진이 참여해 다양한 자료와 팩트에 기반한 진단이 소구력을 높여주는 책은 카이스트 미래전략이다. 매일경제신문사의 서적도 비슷. 개인이 쓴 책 중에는 최근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이나 중국 AI 미래 지도가 가장 좋았다. 물론 문체가 건조해 읽으며 신나지는 않지만 이런 글이 지적 허영이 없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논할 수 있고 1차 사료로부터 배움이 되는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책이다. 책이나 음식이나 고영양 건강식이 자극적인 맛은 없는 건 당연.

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 끝까지 읽었는데 마지막에 삼남매를 둔 삼성 파견 직원 가정에서 일하는 쓰레기 청소업자 위훙 아주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장녀는 서울대 박사과정, 차녀는 홍콩대 졸업, 막내 남동생은 대입 준비. 선전의 부동산이 폭등할 때 여러 채 구매했다가 코로나 시절 격리로 인해 홍콩으로이주하며 팔아서 천문학적 이익을 남겼다고 한다. 아주머니도 한국어를 배우며 친해져 월급도 1100위안(그것도 많았는데)에서 1만 위안으로 올랐고 그 부동산 열쇠를 맡기고 관리시켰다고 한다. 한국어를 할 때는 중국어와 달리 더 부드러워진다는 부분, 서울이 선전보다 깨끗했다는 점, 부산에 갔더니 분리수거를 종류별로 나누고 씻어서 버렸다는 점 등에서 한국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가 보였고, 흔히 언급되는 한국 화장, 성형 같은 스테레오타입은 적었다.

채소를 심고 가꾸는 일을 이르는 숭군다, 들나물의 일종인 뽀리뱅이, 꽃이 펑펑 터진다, 팀장이 말을 반복하는 게 마치 맷돌 돌리는 거 같다 같은 엄마의 구어체 표현은 번역자의 2차 창작의 결과 더 맛깔나게 번역되었다. 고맥락적 어휘가 맣아 난도가 높은 번역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만큼 재미도 있었겠다 싶다. 품은 많이 드는데 지적 희열은 자신에게만 귀속되니, 꽤 훌륭한 A급 역자가 아니면 못할 작업이다.

그러나 역자는 그렇다손 치고, 이 글을쓴 저자 장샤오만은 사실 엄마의 생생한 표현을 채집한 것에 지나지 않고 자신만의 문학성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저자는 영국 불세출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불쉿잡과 미화원의 노동구조를, 독일 사회학자 로자의 소외과 가속으로 미화원의 삶의 양상을 일부 진단하지만, 저자 스스로 인정하듯 충분히 전문적인 인류학적 민족지를 기술한 것은 아니다. 엄마의 보이스가 한껏 뭍어나는 좋은 인터뷰집을 꾸려 중국의 밑바닥 계층의 시선으로 사회노동 발전사를 쓴 것이다. 자신의 보이스는 감춘채. 이는 현명하면서 제한적인 선택의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아메리칸 학원을 다시 생각해본다. 최근 읽었던 이 두 책 모두 정말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술자리나 카페에서 언급될만한 일상적 사람의 가십거리를 모아놓은 것 같다. 그 자체로 이미 어떤 사회적 군상에 대한 소셜 코멘터리가 된다. 아메리칸 학원의 문학성이 훌륭할까에 대해선 유보적이다. 경성 최대의 천재 영문학자 최재서의 손녀 수잔 최의 플래시라이트쪽이문학적으로는 더 감각적인데 접근은 좀 어렵다. 두껍고 조금 어렵고. 이민진의 이야기는 쉽다. 웹소설 같기도 하다. 자기복제적 캐릭터나 디킨스적 세례가 논란은 있을지언정 드라마화 하기엔 적절한 것 같다. 자녀 교육, 유학과 이민사회,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에 대한 당대성 있는 이야기라 몰입감이 높다. 장샤오위안의 책은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고향없음의 허무가 곁들어진 무진기행과 더 닮았고, 이민진의 책도 약간의 공허가 느껴지긴 해서 위대한 유산이 자꾸 생각난다.

공교롭게 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 도 다리병 난 미화원 엄마를 둔 모녀이야기로 시작하고, 아메리칸 학원도 개포동에 사는 삼 남매 교육에 대한 엄마의 고민으로 시작한다. 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도 엄마의 중증 알츠하이머 투병기로 서문을 열고, 박희병의 엄마의 마지막 말들도 엄마 간병기가 전체인 이야기인데, (이 둘은 모자관계), 역시 자식과 분리불가능한 엄마 이야기로 시작하는게 글의 흡입력을 높여주는구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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