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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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살아간다. 눈을 뜨고, 깨어나고,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어디론가 향하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걸음을 내딛는 그 힘을 더해 속도를 더하고 끝내는 달려나가기를 바람한다. 앞으로 내달리는 삶만이 의미있는 것이라고 등을 떠미는 세상에 밀려, 덩달아 내딛는 걸음의 의미도 잘 알지 못한채 말이다. 앞으로 나아가기만을 원하는 세상은 그래서 뒤돌아보거나 멈추어 서 있는 누군가를 향해서는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지도, 그 이유를 묻지도, 손을 내밀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뒤돌아보고 멈추어 서 있는 사람들을 잊어간다. 누구나 한때는 그렇게 뒤돌아보고 멈추어 서 있던 시기를 지나왔음에도 말이다.



<공무도하>가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날 밤, 목요일과 금요일을 이어주는 새벽시간에 방송되는 책 읽는 밤이라는 프로그램에는 <공무도하>의 작가 김훈이 출연하고 있었다. 건조하다 싶을만큼의 짧은 말들로 <공무도하>를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저렇게 무심하고 건조한 말을 지닌 작가가 써낸 사람의 이야기는 어떤 느낌일까 하염없이 궁금해했었다.


강의 이쪽에 남아있는 자들의 이야기.

<공무도하>는 과거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그들을 퇴행적이라고 표현했었다. 시간을 넘어 과거로 향하는 낙타처럼 오랜시간을 과거에 매여 현실에 살면서도 현실을 살아가지 못하는 퇴행적인 사람들의 이야기. 무슨 이유에선지 강을 걸어 건너고자 하였으나 끝내는 건너지 못하고 강에 휩쓸려 간 남편을 향해 건너지 말라던 경고를 듣지 않고 건너려다 세상을 떠났다는 비난과 원망, 그리고 애통함을 내뱉는 살아남은 여옥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공무도하>의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저 강가에 서서 서성일 뿐이다. 강을 건너고 싶은 욕망, 물살에 휩쓸려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강 이쪽의 지루하고 별볼일 없는 곳임에도 자신의 과거가 묻어 있는 시간에 대한 미련들이 어지럽게 더하고 뭉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한 없이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이야기다.


다른 것 같지만 모두 한 곳에 있는 것들에 대하여..

<공무도하>에는 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신문사의 기자인 문정수, 출판사의 편집자 겸 디자이너인 노목희, 한때 노학연대의 운동을 했던 장철수, 서울에 두고 아이가 개에 물려 목숨을 잃은 오금자, 딸 아이를 방조제 공사장에서 잃은 방석천, 전직 소방대원 박옥출, 그리고 베트남 여인 후에..이들은 모두가 조금은 다른 시간들을 살아왔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노목희는 서울에 살고 있지만 얼마전 홍수로 돌아갈 고향이 사라졌고, 그녀의 대학선배인 장철수는 한때 노학연대의 운동을 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지만 검거된 후 함께 운동을 하던 사람들의 행적을 넘기는 댓가로 구속을 면하고 고향인 창야를 떠난다. 서울에 아이를 남겨둔채 고향인 해망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오금자는 아이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해망에서 종적을 감추고, 공사용 차량에 딸을 잃은 방석천은 마을 사람들이 반대하던 위자료를 남모르게 수령해 고향인 해망을 떠난다. 소방대원 박옥출은 오랜시간 일해온 소방대원으로서의 일을 버리고 서울을 떠나 해망으로 향하고 베트남 여인인 후에는 지참금을 받고 결혼해 베트남을 떠나 한국으로 와있다. 그리고 문정수는 그들의 이야기에 얽혀 서울을 떠나 해망에 머문다. 모두가 과거의 시간 한 덩어리를 떼어낸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무언가를 버리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야하기에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세상과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수를 통해서는 각자 처절한 고통을 가지고 있지만 기사거리가 될 것인가와 아닌가에 의해 가치 있는 것과 아닌 것으로 구별되는 세상의 무관심함을, 목희를 통해서는 개인의 이야기를 기사거리로 취급해야하는 자신의 위치와 스스로의 감정사이에서 시달리는 정수를 위로하는 그럼에도 존재하는 인간애와 그럼에도 자신의 갈길을 떠나는 사람의 냉정함을, 동료를 고발하고 자신의 안전을 도모했던 철수를 통해서는 양심과 자기 중심의 인간의 모습을, 아이들을 잃은 오금자와 방석천을 통해서는 혈연마저도 자신의 삶 앞에 벗어야하는 냉정함을, 후에의 모습에서는 타인에 대한 이유없는 애정을 말한다. 한가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끊없이 말하고 끊없이 찔러대며 끊없이 약을 뿌리는 이야기. 그래서 한번 걸리면 여간해선 떨어지지 않는 지독한 무좀같은 삶의 끈적댐과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내뱉는다. 그것이 강을 건너지 못한 사람들의 머뭇거림 바로 그것이라는 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조금씩은 움직여 나간다.

과거의 시간을 떼어내기 위해 해망에 모이거나 해망을 떠난 사람들은 시간이라는 흐름에 그저 자신을 내던진다. 거센 물살을 이겨내고 불굴의 의지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대신 현실 앞에 순응하고 끊임없이 좌절을 반복하며 시간만큼 더디게 그저 흘러가기만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조금의 변화는 일어난다. 각자의 갈길을 정해 어딘가로 흘러가는 아주 더딘 움직임만은 그들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물살에 몸을 맡겼으니 어딘가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저 자신들의 시작점이 달랐듯, 경유지도 도착지도 다른 것 뿐이다. 신문기자 문정수는 늘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벌어지지만 그것조차 일상이 되어버린 자신의 삶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서울로 돌아갈 것이고, 출판사에서 일하는 노목희는 어린시절 자신이 극복하지 못했던 그림에 대한 두려움에 맞서볼 시도를 하기 위해 유학을 떠날것이다. 고향인 창야에서 도망나온 장철수는 이제 반쪽남은 신장처럼 예전의 것들이 잘려나간 창야의 새로운 땅에서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이고, 아이를 잃고 해망에서 사라졌던 오금자는 다시 해망으로 돌아와 노을마을이 아닌 다른 해망의 땅에서 새로운 일을 하며 아이의 그림자를 벗어던질 것이다. 해방에서 딸 아이를 잃은 방석천은 딸 아이를 해망에 남겨두고 그 아이의 목숨값으로 어딘가에서 삶을 연명하고, 소방대원 박옥출은 못쓰게 된 자신의 신장대신 다른 사람의 신장을 다른 누군가의 것으로 값을 치룬 후 새 일과 함께 남은 인생을 살고, 베트남 여인 후에는 자신이 떠나온 베트남도 시집온 한국땅도 아닌 해망에서 자신의 고향 베트남에서와 같이 자유롭게 물질을 하며 살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과거에서 조금씩 멀어져 남은 삶을 꾸역꾸역 살아갈 것이다. 방조제로 물이 막혀 갇힌 갯장어가 살기 위해 설명불가한 힘으로 방조제를 뛰어넘어 제 살길을 찾아 갔듯이 그들도 그렇게 남겨진 삶에 또 다시 생존 방법을 찾아낼터이니 말이다.

사람의 일상, 그 자체를 그린 이야기.

이 이야기는 다른 책에 다 있는 목차도, 소제목도 없다. 사건도 없고 이 사람이다 싶은 주인공도 없다.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있지만 그저 적당한 때에 나타나 적당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전해주고 적당할때 사라진다. 그리고 그저 원래 그랬던 것 처럼 흘러갈 뿐이다. 매일매일 사건이 벌어지지만 별로 달라질 것 없이 흘러가는 사람들의 인생과 세상처럼 말이다. 때로는 내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그저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살아가야 하는 보통 사람들의 머뭇거림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더욱 가슴저리고 소름이 돋을만큼 현실적인 이야기를 너무도 건조한 문체로 이야기하고 그 문체마저 우리의 삶인것처럼 느끼게 했던 이야기가 바로 <공무도하>가 아닐까. 작가가 출현했던 목요일 밤의 그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작가는 그들의 그 다음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강가에 서서 강을 건너지 못하고 지지리 궁상맞은 현실을 벗어나는 것도 버거워 주저하는 사람들, 그들이 살아야 하는 삶의 슬픔과 절망, 그리고 좌절을 이야기 했으니 이제 그 다음에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가 언급한 그 다음의 이야기가 무엇이 될 것인지는 사실 잘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역시나 그 이야기에는 강을 건너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이 그려질 것이다. 강 이쪽에 남아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절망과 좌절 이후의 삶의 또 다른 모습 말이다. 그 삶이 아름답고 희망에 찬 이야기가 될 지, 아니면 더 깊고 더 어두운 나락으로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그것 또한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세계의 삶의 모습이라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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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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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세이집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에세이집만이 가지는 그 특유의 감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섬세하고 가장 예민한 한 개인의 감정, 일상에서 얻는 아주 작은 기쁨과 일깨움들을 담아내는 에세이의 특성상 읽는 사람이 에세이에 즐거움을 느끼기 위에서는 공감이 가장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타인이 느끼는 감정과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며 공감했을때 진정한 울림을 주는 에세이는 그래서 원래부터 까칠하고 작은 것을 크게 느끼는 감정의 확대를 싫어하는 나에게는 공감보다는 약간의 부담으로 다가오곤 했었다. 남들은 다 이 책을 읽고 감동하고 공감했다는데 왜 나는 이 책이 부자연스럽고 불편하기만 한걸까?라는 읽은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도 어딘지 모르게 나만 감성이 메말라 있는 건조된 북어같은 인간같이 생각하게 하곤 해서 더욱 그러했던것 같다. 그래서 에세이는 나와 맞지 않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리고 있던 나에게 기어이 내 돈 주고 직접 사서 읽게 만들었던 문제의 책이 한 권 생겼다는 것은 가히 획기적이랄만한 사건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그 책의 이름이 한비야님의 <그건, 사랑이었네>이다.


그건 사랑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그녀, 한비야의 작은 이야기들.

<그건, 사랑이었네>는 출간 당시부터 저자의 이름 한비야 그 세 글자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책이다. 세계구호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이제는 대한의 자랑스러운 딸을 넘어 세상을 아우르는 거대한 이름으로 남아있는 한비야,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는 것 만으로도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이미 많은 책들을 출간했고, 그 책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이제는 시간을 뛰어넘는 교양서의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베테랑작가라는 것도 그녀의 글들을 그리워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함을 증명하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그런 한비야가 쓴 그녀의 에세이집이 출간과 동시에 또 다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이긴 하다.

에세이 사절, 무감각 인간에게 직접 골라 사들게 만들었던 이름. 한비야.

하지만 에세이는 별로라며 어지간해선 눈도 돌리지 않던 나를 잡아 끈 것은 그런 그녀의 유명세가 아니었다. 그저 어느 날 우연히 화면을 통해 만나게 된 지극히 평범하고 열정이 가득 들어찬 그녀의 일상의 모습이었다.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껏 들뜬 목소리로 독하기로 소문한 MC와 대면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열정과 자신의 감정을 모두 숨김없이 털어내듯 말할 수 있었던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 열정이, 그 자신감이,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그 사랑이 전해졌다고 해야할까? 한번의 방송으로는 모자라 2주분의 방송을 만들어내고도 할말을 다 하지 못해 분하다며 시원스럽게 웃어대던 그녀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있는 책. 그 뜨겁고 피가 끓는 그녀의 마음을 손에 잡을 수 있을까 하여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책 <그건, 사랑이었네>였다. 그녀는 이미 책이 아닌 그녀 자신으로 그렇게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을 가진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일상과 열정. 그 시작에 대한 이야기.

전 세계의 재난현장을 돌아다니며 셀 수 없을만큼의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 이름 한비야. 하지만 <그건, 사랑이었네>에서는 그 이름 한비야보다는 그저 산 타기를 좋아하고, 책 읽기를 권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인간 한비야의 모습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그녀가 재난현장에서 맞딱드렸던 수 많은 상황등과 그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랑이 바로 그들을 통해 실현되고 있음을 이야기 하는 것도 잊진 않았지만 말이다. 수 많은 세상을 돌아다니고 세계를 이끄는 리더 중 한명으로 존경받는 그녀의 대단한 이름이 아닌 그저 작은 것에 기뻐하고 좀 더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 스스로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노력을 오늘도 부단히 하고 있는 사람냄새라는 단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비야의 모습이 한권의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또 자신을 따라 뛰는 열정을 가슴에 품고 싶은 젊은이들을 보며 그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들을 다독이기도 하는 즐겁고 유쾌한 그리고 지혜로운 선배로서의 모습도 잘 담고 있다.


한비야 언니.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받는 이름으로 그녀의 이름만큼 잘 만들어진 이름이 또 있을까? 태어나면서 부터 남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잘 각인시키라고 만들어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특이한 이름 한비야.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닌 무엇인가를 상징하는 고유명사처럼 인식하기에 이르른 그 이름이기에 한비야라는 이름은 사실 부르기에 조금은 멀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걸 알았던 것일까? 그녀는 한비야 선생님, 한 팀장님, 한비야님처럼 자신을 높여주는 존칭의 이름보다는 그저 비야 언니와 비야 누나가 좋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위에서 그들을 이끄는 지도자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옆에서 웃어주는 언니와 누나로 사람들 곁에 있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이 잘 표현된 이야기가 아닐까? <그건, 사랑이었네>는 바로 그 한비야 언니, 한비야 누나가 전해주는 인생과 목표,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에세이를 기피하던 나조차도 손길을 머물게 만드는 한비야의 힘.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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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던 - 나의 뱀파이어 연인 완결 트와일라잇 4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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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 한해 뱀파이어를 화제의 한가운데 올려놓고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두 젊은 배우를 헐리웃 최고의 유망주이자 핫한 스타로 만들어놓은 영화 트와일라잇은 그동안 고정관점에 가깝게 굳어진 뱀파이어에 대한 설정들을, 원형은 두고 시대에 맞게 변형하여 젊은이들에게 어필할만한 요소들로 무장시켜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점에서 꽤 주목을 받았었다.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날카로운 송곳니가 입술 바깥으로 나올만큼 예리하고, 늘 칙칙한 관에서 우중하게만 살고 있을 것 같은 그 뱀파이어가 샤방한 꽃미남의 기운을 타고 반짝이는 피부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일편단심의 마음까지 가지고 나타났으니 한동안 전 세계가 뱀파이어 열풍에 빠졌던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브레이킹 던의 시작은 결혼.

브레이킹 던은 에드워드와 벨라의 약혼과 결혼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트와일라잇과 뉴문, 이클립스등의 시리즈편을 거치며 많은 위기에도 그들만의 사랑을 지켜낸 이 커플이 드디어 브레이킹 던에서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직 뱀파이어가 되지 않은 상태의 벨라와 여전히 단 일초도 늙지 않는 뱀파이어, 그들은 그들의 현재 상태를 유지한 채로 인간과 뱀파이어로 만났듯이 인간과 뱀파이어로 결혼을 한다. 물론 그 결혼에는 벨라가 뱀파이어로 변화한다는 내용이 이미 깔려있지만 말이다. 불가능할것 같았던 그들의 결혼. 그 결혼을 가능하게 한것이 브레이킹 던이라면 이제 브레이킹 던은 그 결혼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들을 하려고 한다.


두 사람의 결혼, 그리고 그 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결혼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많은 사람들앞에서 부부가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할것 같았던 에드워드와 벨라. 하지만 결혼을 했다면 이제 뒤에 이어져 나올 이야기들은 너무나 뻔하지만 그래서 더욱 자연스러운 것들이다. 바로 그들이 가정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 아기가 화두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결혼이라면 너무도 자연스러워야 할 아기에 관한 이야기가 에드워드와 벨라에게는 너무도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된다. 그것을 입에 올리는 것 조차 피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어쩐일이지 브레이킹 던은 그들에게 너무도 쉽게 아이의 존재를 인정해준다. 벨라가 아직은 인간이라는 점을 들어서 말이다. 에드워드와 벨라 사이에 잉태된 아이. 그 아이가 이제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인 브레이킹 던을 이끌어가고, 이 아이의 존재로 브레이킹 던으로 마무리 되는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모두 마무리 된다.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한, 그러나 그래서 고마운 그들의 희망

에즈워드와 벨라의 아이는 벨라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세상에 태어날때까지의 과정에도 많은 사건들을 만들지만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는 뱀파이어 종족들간의 분쟁을 일으키는 더 큰 불씨가 된다. 아이의 상태로 뱀파이어가 되었던 이전의 뱀파이어아기들에 대한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던 다른 뱀파이어들이 그들의 존재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제어할 수 없는 대상으로 뱀파이어아기를 기억하고 있고, 이 기억이 에드워드와 벨라의 아이인 르네즈미를 생명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건들이 정리되어가며 브레이킹 던은 그 시리즈의 문을 닫는다.


뉴문이 온다.

09년 극장가에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에게 기쁜 소식이 또 하나 기다리고 있다. 바로 트와일라잇의 두번째 이야기인 뉴문이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트와일라잇의 첫번째 시리즈가 뱀파이어를 소개하는 단계의 이야기였다면, 이어지는 뉴문에서는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데, 개봉하는 영화에서는 어떤 것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지 사뭇 기대가 된다. 원작이 존재하는 영화인 경우, 특히 이미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판타지 장르의 경우, 가장 중점을 두게 되는 것은, 원작의 섬세한 묘사와 각자 다른 상상력이 만들어낸 수많은 환상적인 영상을 어떻게 구현하고 충족시키느냐가 아닐까 생각한다. 뉴문 역시 이런 판타지 장르의 다른 영화들처럼 많은 관객들이 책을 먼저 읽고 극장을 찾을 것이기에 감독이 느끼는 부담은 더욱 크지 않을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 개봉할 뉴문이 트와일라잇 이상의 아름다운 영상과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린 또 하나의 작품이 되길 바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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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존 론슨 지음, 정미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1월
절판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마도 제목일 것이다. 물론 무슨 작가의 어떤 작품이 언제 나온다더라 식의 정보가 있는 경우라면 그 제목이 어떤 것이든 관계가 없겠지만 서점에 들러 세월아 네월아 거니는 식의 책 쇼핑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듣도보도 못한 책들 사이에서 한권의 책의 집어들기 위해 고려할 것 중 제목은 단연 으뜸이지 않을까? 제목 속에 그 책의 장르와 내용, 그리고 핵심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집약적으로 들어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니 말이다. 그래서 책을 집필하고 출간하는 저자나 편집자들에게 제목짓기는 원고를 쓰고 다듬는 작업만큼이나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점이 아닐까 싶다.


도대체 이 책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여기, 제목만 가지고는 도대체가 아무것도 모르겠는 책이 한 권 있다. 그 제목은 바로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이다. 염소를 노려봐서 뭘 어쩌겠다는 걸까? 다른 정보라도 좀 얻어보겠다고 표지를 유심히 살폈더니 조지클루니나 이완 맥그리거, 케빈 스페이시등의 낯익은 배우들이 염소한마리와 함께 일렬로 서서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다. 말 그대로 노려보고 있는 사람들이니 이 표지 바깥에는 염소 한마리가 있는 모양. 제목부터 표지까지 미스테리한 이 책에 대한 정보는 책 뒷표지에 이르러서야 어느정도 찾아낼 수 있었다.

염소를 노려봐서 어쩌겠다는거야?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는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오랜 시간을 걸쳐 조사해낸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그 내용인 즉슨 미군내에서 30여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동안 행해진 다소 엉뚱하고 황당하기까지한 연구에 관한 것으로 특수한 능력을 지닌 인물들을 선발해 심령부대를 만들고 그들의 능력을 개발해 실제 전투에 이용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들을 일컬어 이름짓기를 제다이용사라 했단다. 그리고 그 제다이 용사들이 했던 실험들은 책 제목과 같은 염소를 노려보아 죽이기, 구름을 해체시키기, 벽 통과하기, 투사하기 등등 현실에서 과연 가능한것인지 조차 확인불가능한 황당한 것들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훈련을 받고 직접 군인들을 훈련시켰던 일부 사람들이 전역을 하거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당시의 일들을 영웅담처럼 흘리기 시작한 것이 정보가 되어 이 책에 모인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다소 현실적이거나 혹은 완벽히 황당무계하거나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굉장히 독특하다. 실제로 존재한 사람들의 사진과 자료들을 첨부하고 그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들로 구성된 이 책에는 그들이 직접 미군내에서 했던 역할들을 증언하는 것을 주로 하는데, 여기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초능력자 유리겔라도 포함되어 있고, 그들이 군 바깥에서 진술했던 그들의 행적에 관한 기록이나 정보들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게다가 수 많은 인터뷰어가 비슷한 진술을 하고 일관되게 표현하는 이 같은 실험사실과 인물에 대한 증언은 그 많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과대망상이라도 걸린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일치되는 점이 많기도 하다. 자, 이 이야기는 진짜일까? 아님 허무맹랑한 이야기일까?


이리보고 저리봐도 독특한 이야기.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을 읽으며 내가 가장 먼저 의문을 품었던 부분은 바로 심령부대의 명칭이었다. 제다이 용사라니, "저 유명한 스타워즈의 그 제다이? 그럼 이 이야기는 실제라는 거야 거짓말이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저널리스트라는 저자의 이력을 볼때, 그리고 책 서두에 분명히 밝혔듯 이 이야기가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며 현재도 미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라고 주장함을 본다면 거짓말이 아니라는 이야기인데...그런데 제다이? 도대체 뭐가 진실이란 말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부 거짓이라기엔 너무 일관된 사람들의 증언과 그 증언이 확실하다는 듯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이 책속의 사진들은? 읽는 내내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던 책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확실한 것은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는 제목부터 끝장까지 하나하나가 모두 독특한 책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장르를 픽션으로 볼지 아니면 논픽션이라고 볼지, 혹은 작은 사실에 과한 상상력을 덧붙인 그저그런 음모론으로 볼지는 독자의 선택에 달렸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어이가 없어 웃게 하고 가끔은 너무 진지해서 웃게 하는 이 책만의 매력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아마 그런 점 때문에 이 책이 벌써 조니클루니와 이완맥그리거라는 헐리웃 슈퍼스타들을 기용한 대작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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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괴테에게 행복을 묻다
기하라 부이치 지음, 이유영 옮김 / 리더스하이 / 2009년 9월
절판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좀 더 빠른 길로 안내하는 책. 다양한 심리분석과 함께 행동양식에 대해 지적하고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사고를 발전시키도록 도와주는 책. 그런 책들이 요즘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책들을 나누어 자기계발서라고 이름지었다. 예전에는 소설이나 시, 수필등의 문학작품이나 전공서적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얼마전 시크릿 광풍이 전세계를 휩쓸고 난 뒤 이 자기계발서라는 분야도 눈에 띌만큼 질적으로, 양적으로 커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가지 더할점은 자기계발서의 양식들도 꽤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자신을 발견하다.

한동안 심리분석과 성공한 기업인들, 그리고 세계명사들의 인생경험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자기계발서의 내용들은 즐겁고 쉽게 읽혀지는 스토리텔링의 형식을 빌려 사람들의 머릿속에 좀 더 확실하게 자리잡는 등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듯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 작가의 역사에 남을만한 명작들과 그의 인생을 기준으로 삶을 사는 방식과 인생의 목표, 그리고 힘겨움을 이겨내는 방식을 설명하는 형태로 다시 한발짝 변화한듯 싶다. 그리고 가 내가 처음 접한 그러한 형태의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든 이 책의 주요등장인물은 괴테이다. 우리가 학창시절 한번쯤 읽어보았을 바로 그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명작을 넘어선 대작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작품 파우스트를 탄생시킨 바로 그 작가 괴테말이다.


괴테의 인생과 그의 작품에서 빛을 찾다.

는 제목 그대로 괴테를 중심에 놓은 책이다. 괴테의 대표작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파우스트 이외에도 그의 자전 시와 진실의 글들이나 그가 작가가 아닌 한 나라의 고관으로 일했을 당시의 그의 행적이나 행정업무를 처리했던 철학등을 비추어 그의 감성과 인생의 흐름들을 설명하고 그가 말하고자 했던 진정한 한마디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는 괴테의 사랑을 말하고, 괴테의 인생을 말하며, 괴테의 삶에 대한 철학과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인생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목적을 말한다. 바로 진정한 의미의 를 적어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괴테가 말하는 살아가는 방법

는 총 6개의 부분으로 나위어져 있다. 크게는 사랑, 자아, 관계, 목표, 이상과 일이라는 몇가지의 키워드로 간추려지는 이 부분들은 가장 크게는 괴테의 인생과 그의 작품, 그리고 그의 인생에서 해당되는 부분들을 발췌하고 인용하여 알리는 내용이지만 괴테의 삶과 그 시대의 모습 이외에도 잘 알려진 다른 역사속 유명인들의 격언이나 행적들을 적당히 혼합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괴테의 인생관과 그의 모습에 수긍하게 하는 매력을 가진다. 속에서는 온전히 괴테에 대한 이야기만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채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 골자를 괴테로 하여 여기에서 파생되어지는 여러질문에 필자의 개인적인 배경지식까지 포함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괴테만의 세상이 그려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혀야겠다. 저자인 기하라 부이치가 일본인이라는 특징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철학의 일부나 한자에 대한 예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들은 특히 우리 독자에게는 유난히 친숙한 부분이 될지도 모르겠다. 라는 서양의 대문호의 이름이 전면을 장식하는 책에서 동양철학과 한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다는 것 또한 묘한 즐거움을 줄것이다.


꼭 괴테여야만 하는 이유.

는 괴테에게 행복을 위해 인간들이 추구하며 살아가야할 것들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한 책이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괴테가 남긴 그의 작품과 그의 인생에서 행복으로 가는 좀 더 빠른길들을 찾아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런 인생의 가르침을 괴테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왜 하필 괴테에게서 그 길을 찾으려 한 것일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는 젊은 시절의 처절한 실연의 아픔을 그려내었고 파우스트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구원이라는 다소 이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괴테,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감정인 사랑과 인간이 가장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구원이라는 가장 처음과 가장 끝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낸 작가이자 지식인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라는 제목이, 또한 괴테라는 작가를 선택한 이유가 너무도 분명한 책이 바로 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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