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1주

국내에 들어와 상영되는 외화의 대부분은 헐리우드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영국, 프랑스, 독일등의 유럽의 영화들이 있고, 중국, 홍콩, 일본등의 아시아권 영화들이 섞여 있죠. 그래서 미국, 유럽, 아시아권의 특정 몇몇 나라를 제외한 국가의 영화를 국내에서 보기란 쉽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시장은 꽤 다양합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제3세계의 영화들도 가끔 멋진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헐리우드보다 더 많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곳도 있죠. 속칭 볼리우드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곳. 바로 인도입니다. 인도의 영화산업은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없어서 그렇지 헐리우드의 그것만큼이나 굉장히 활발하다고 하는데요. 이 인도의 영화들 중 영화평론가들 사이에 좋은 평을 얻은 몇몇 영화들은, 국내에도 수입되어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찾아갈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또, 이런 식으로 1차적으로 검증을 받은 영화들은, 그 수는 적더라도 관객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억에 남고 좋은 영화라는 마음으로 스크린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에는 바로 이 인도 영화들을 살짝 엿보려고 합니다.

세얼간이  인도 | 141분 | 개봉 2011-08-17

 

 

인도 내의 최고 공학분야 재능인들이 모인다는 명문대학 ICE. 이곳에는 매년 수 없이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만 해마다 200여명의 학생들만이 공학에 대한 배움을 얻을 기회를 얻죠. 뛰어나고 우수한 학교인만큼 엄격한 커리큘럼과 경쟁레이스를 학교내에서 경험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곳에 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란쵸라는 학생이 입학을 합니다. 란초는 입학첫날부터 선배들을 골탕먹이고, 교수님들에게 당황스러운 질문을 해대는 괴짜이지만, 성적만큼은 늘 최고죠. 달달 외워대는 암기식 학습보다는 공학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자유스러운 자신만의 배움을 진행시키는 란초. 그에게는 파르한과 라주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파르한과 라주는 조금 독특한 란초와 함께 생활하며 새로운 눈과 새로운 마음을 얻게 되는데요. 그렇게 란초는 자신만의 기운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스스로가 꿈꾸는 꿈이라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자연스레 알려주며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후 친구들에게 단 한번의 연락도 없이 사라져버리죠. 세얼간이는, 란초를 찾기 위해 모인 파르한과 라주, 그리고, 그 시절 밉상이었던 차투르와 란초의 첫 사랑 피아의 여정과 그들의 학창시절을 머무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세 얼간이는, 학창시절, 무조건 경쟁만을 강요했던 학교의 교육 시스템과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을 가졌던 단 한명의 친구를 통해, 자유롭고 진실된 애정과 꿈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무척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처절한 경쟁이,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교육까지 무차별적으로 침범했을때, 얼마나 큰 불행이 들이닥치는지도 보여주죠.

이 영화에서 학교의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학생들에게 경쟁심만을 부추기던 학장의 학교 운영방식은 많은 학생들에게 압박과 스트레스를 줍니다. 그리고 이를 이겨내지 못한 학생들은 스스로 목을 매달고, 창문 밖으로 몸을 내던지며 인생을 버리려하죠. 결국, 대학이라는 공간은, 학생들에게 꿈을 향해 달려가는 좋은 길로서의 배움이 아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서 지식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이 공간 안에서 단지 배우는 것이 좋았던 란초는 끝없이 반문하는 역할을 하죠. "이대로 좋은가? 이것이 옳은 것인가?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들 말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통해 란초와 함께하던 두 친구 파르한과 라주는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들에 변화를 끌어옵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학교에서 맨 뒤를 달리던 얼간이가 아닌 재능있는 사진작가와 능력있는 샐러리맨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킬 기회를 스스로 얻어냅니다. 틀에 박힌 교육만을 강요하던 공간 안에서는 얼간이라 불리웠던 이들이, 그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성장했을때에는 그 어떤 천재보다 뛰어나고 행복한 사람들이 된 것이죠. 바로 이런 이야기를 통해 세 얼간이가 될뻔한 세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꿈과 교육, 이상과 현실의 차이와 괴리감을 짚어줍니다.


내 이름은 칸 | 인도 | 127분 | 개봉 2011-03-24
 

 

 

자폐증을 가지고 있지만, 암기력만큼은 천재적인 칸. 그는 비록 보통사람들과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진 않지만 그만큼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세상을 보는 가장 아름다운 눈을 선물한 어머니가 사망한 후 칸은 가족과 떨어져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 가게 되는데요.  바로 그 미국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는 아름다운 만디라라는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하지만 만디라는 아들을 홀로 기르고 있는 싱글맘이자. 힌두교를 믿고 있는 여성인데반해 칸은 아직 싱글이고, 무슬림이죠. 싱글맘과 총각의 결혼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사실, 이들의 결혼에는 종교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 때문에 약간의 곤란함을 겪게 됩니다. 칸의 형제는 힌두 여성인 만디라를 그리 달가워 하지 않죠. 그렇지만 종교적 차이따위는 대단하지 않다 생각하는 칸 때문에 이 두 사람은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내 무슬림들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죠. 그렇게 이 가족에게 불행이 시작됩니다. 

 

내 이름은 칸은, 민족적 차별과 반감이 민족이 아닌 개인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를 보여줍니다. 수 없이 많은 민족들이 어울려 산다는 이민족의 나라 미국에서도, 9.11테러라는 엄청난 사건은 그저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었죠.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서 살고 있는 테러와 관계없는 수 많은 무슬림들은 쌍둥이 빌딩에 비행기를 떨어트린 테러범과 동일한 취급을 당하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무슬림 가족들은 많은 고통을 받게 되죠.

칸은, 9.11사건으로 증폭된 반 이슬람 감정 때문에 힘들게 꾸린 가족들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이미 입은 상처를 곱씹고 고통스러워 하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을 만나려는 여행을 시작하죠. 그는 이 여행동안, 무슬림이 아닙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한 남자일 뿐이죠. 그리고 이 영화는 바로 그 점을 보여줍니다. 종교나 민족으로 사람들을 구분하고 한 뭉치로 묶어버리기 이전에, 그들도 각각 그들의 삶에 행복을 얻고 싶은 사람들일 뿐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블랙 | 인도 | 124분 | 개봉 2009-08-27 

  

태어날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 그리고 그 소녀에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았던 그녀의 부모는, 어린 소녀 미셀을 사하라라는 이름의 선생의 품으로 안겨줍니다. 하지만, 사하라 선생님은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어린 소녀를 교육시키죠. 조금은 독해보이고, 조금은 강압적으로 보이는 방법, 지켜보는 아이의 엄마는 고통스럽지만, 사하라 선생님게 미셀을 맡겨 보기로 합니다. 세상과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던 소녀는, 이 괴팍스런 선생님과의 시간을 통해 강해지기 시작합니다.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었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혼자 힘으로 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사하라 선생님이 미셀의 주변을 만들어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미셀은 그 방식에 따라 힘을 얻고 용기를 얻으며 도전하고 배워나갑니다. 미셀과 사하라 선생님의 시간들은 그렇게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리고 미셀은 스스로 일어서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그녀가 성장하면서 그녀는 선생님께 남다른 마음까지 품게 되죠. 하지만 그런 그녀를 내버려두고 선생님은 어느날 사라져버립니다.
  

블랙은,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헬렌켈러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헬렌켈러를 세상으로 나오게 해준 설리반 선생님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후의 모습들을 더해 극적인 요소를 더합니다. 미셀이 대학에 진학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들을 익힐 즈음, 사하라 선생님이 그녀의 곁은 떠나게 만들어 그녀가 끝없이 그를 그리워하고 찾아헤매이도록 만들죠. 그리고 드디어 그녀는 사하라 선생님을 만나게 됩니다. 다시 만난 사하라 선생님과 미셀, 하지만 이번에는 그와 그녀의 입장이 달라집니다. 사하라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세상 밖으로 나와 매일매일을 도전과 용기 속에 살게 된 미셀과는 달리, 사하라 선생님은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려 거의 모든 기억들을 잃어버렸죠. 세상 밖에 나선 미셀은, 이제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들과 함께 세상에서 격리되어가고 있는 사하라 선생님을 위해 사하라 선생님이 그녀에게 해준 것들을 그대로 다시 되돌려 드리려 합니다. 선생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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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짝 언급한대로, 인도의 영화들은, 국내의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헐리우드 영화들 보다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인도 영화 자체가 모두 직수입 배급 되는 형식이 아니고, 인도 영화들 중에 인도 내에서 인기를 어느 정도 얻었던 영화들을 중심으로 재검토를 하고 검증 한 후 극장에 걸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때문에 극장에서 직접 영화를 보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대신 어느 정도 재미와 영화적인 가치가 보장된다는 특징도 있죠.

앞서 언급했던 세 영화들도 모두 그런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가끔 개봉하는 인도영화이지만, 세 영화 모두 어느 정도 스크린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냈고, 영화평 또한 매우 좋으니까요.

또, 보면서 늘 심각하거나, 어둡기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는 교육, 종교, 민족, 인권등의 묵직하고도 심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때로는 즐겁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도 영화 특유의 분위기도 잘 살린 영화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도의 영화들은, 코믹과 주제 사이의 균형감각이 좋고, 웃음속에서도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런 모습들을 잘 찾아볼 수 있는 영화들이기도 하죠. 물론,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예술성 깊은 유럽 영화나, 헐리웃 영화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소 과격하거나 오버된 연기톤이나,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악들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인도 영화 특유의 특징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면, 모두 매력적인 작품인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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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4주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아역배우로 시작해 성인배우까지 순탄하게 연기생할을 이어가는 배우들을 만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주 어릴적부터 성장기를 지나 성인배우까지 안정된 연기력 혹은 폭풍연기력을 갖추고 여기에 폭풍성장까지 더해 매력을 폴폴 날리는 아역배우 출신들이 꽤 많죠. 사실, 아주 어릴때부터 귀엽고 깜찍한 모습들을 보이던 어린 소년, 소녀들이 자신의 나이만큼 차곡차곡 연기경력을 갖추며 성장하는 모습은, 어느날 갑자기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 나타나 톱스타가 된 남녀배우들과 비교한다면 조금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블라인드 111분 | 개봉 2011-08-10

경찰대학을 다니다가 사고로 동생을 잃고 두 눈의 시력까지 잃게 된 수아. 이제 겨우 앞이 보이지 않는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져가지만, 여전히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여러모로 좌절감을 가져다 줍니다. 학교에 다시 복학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게 된 수아는 자신이 자라온 보육원에서 수녀님과 다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잡아타게 되죠. 뭔가 어색한 점이 많은 택시 안, 수아와 택시기사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택시는 길가의 사람을 치고맙니다. 눈은 보이지 않지만, 덕분에 육감이 발달한 수아는 이 사실을 눈치채고, 기사는 그런 수아를 버린채 달아나죠. 수아는 그가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바로 경찰서에 신고를 합니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수아가 교통사고를 목격자라는 사실은 경찰서에서 수아의 진술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만들죠.

그리고, 이 사건이 그저 단순한 교통사고 뺑소니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아가 목격한 사건에는 또 한명의 목격자가 출연합니다. 닭집 배달원인 기섭이가 말이죠. 하나의 사건에 보이지 않는 목격자와 보이는 목격자가 다른 진술을 하면서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이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수아의 진술로는 사건 수사에 진척이 없었지만, 눈으로 목격한 새로운 목격자는 사건의 신빙성을 더하게 되고, 결코 단순 뺑소니 범이 아니었던 범인에게도 위협이 된것이죠. 이제, 이 사건은 범인과 수아, 그리고 기섭의 싸움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블라인드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 목격자 수아 역으로 김하늘, 그리고 또 다른 목격자 기섭 역으로 유승호가 출연합니다. 이 글의 제목인, 잘 키운 아역 하나 열 톱스타 안부럽다의 대표주자인 유승호군, 어린 나이이지만, 데뷔작인 가시고기부터 그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었던 그 아역배우가, 이제는 스크린을 장악하는 능력을 가진 매력적인 배우로 성장한, 이제는 결코 아역이라는 꼬리표로 재단할 수 없을 것 같은 바로 그 유승호가 출연하죠. 사실, 유승호 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그는 꽤 많은 영화에 존재감을 드러내었던 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는 집으로부터, 돈텔파파와 마음이, 얼마전 예능 출연으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고창석씨와 함께 출연한 부자까지.. 영화의 흥행과는 상관없이 '유승호 보러 영화관 간다'는 팬들이 있을만큼 인기도 높았죠. 또, 다양한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방송을 통해 성장하는 유승호를 여과없이 보여주며 오히려 더욱 그가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역배우가 성인배우로 성장하려면 그 중간에 뭔가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배역 하나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대중들에겐 약간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준 배우이기도 하죠.

이 영화에서 유승호는 지금 자신의 나이를 연기합니다. 배달을 하며 생활하는 약간은 껄렁한 불량기 있는 청소년의 역할말입니다. 순하디 순한 웃음으로 화면을 뽀샤시하게 만들던 그 동안의 유승호와는 다르게, 욕도 하고 침도 뱉는, 나름 파격 연기변신도 시도했구요. 다행히, 이 영화는 현재 매우 좋은 평으로 순항중에 있습니다. 아마 꽤 좋은 흥행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방송중인 무사 백동수와 맞물려, 이제 유승호가 착하고 예쁜 역할만이 아닌, 뭔가 조금 더 다른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배우로서 흥행에도 일조를 하는 아우라를 지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써니 124분 | 개봉 2011-05-04

바쁜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딸, 보통의 가정주부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나미는, 그런 일상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평범한 다른 주부들처럼 받아들입니다. 무언가로 바쁜 남편과 딸 사이에서 가끔은 우두커니 외로움을 느끼며 말입니다. 남편은 출근하고, 딸은 등교한 후 어느날, 나미는 몸이 아파 병원에 누워계신 엄마를 찾아갔다가 우연히 병동에서 어린 시절 자신과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춘화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가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은 중환자라는 것도 알게 되죠. 오랜만에 재회한 춘화와 나미는 서로 그리웠던 학창시절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이제 얼마남지 않은 춘화의 시간에 나미는 그 때의 친구들을 모아 선물하기로 하죠. 그렇게 나미는, 일명 써니라고 불리웠던 친구들을 찾아나섭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그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한명한명 말입니다.
 

 

 

써니는, 두 말이 필요없는 2011년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입니다. 5월에 개봉한 작품이 아직도 상영중에 있을 정도이니, 영화 상영기간이 비교적 짧은 국내 분위기에서는 엄청난 장기 상영작이기도 하죠. 전작에도 비슷한 분위기로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두었던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죠.

이 작품에는 잘 키운 또 한명의 아역 심은경양이 출연합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나미 역으로 출연하는 유호정씨의 어린 아역으로 말이죠. 실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역할은 성인이 된 나미이지만, 이 영화 자체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모습들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나미의 역할을 맏고 있는 심은경의 비중이 꽤 큽니다. 자연스레 나미의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비중이 쏠릴 수 밖에 없었고, 영화를 끌어가는 역할을 해야하는만큼 연기력도 안정적인 배우가 필요했던 배역이라고 할 수 있죠. 심은경은, 이런 나미의 역할을 너무도 사랑스럽게, 잘 해내었습니다. 오히려, 성인이 된 써니 멤버들의 이야기보다, 그들이 추억하는 어린시절이 영화를 내내 뒤흔들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까지 하죠. 개인적으로 써니를 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심은경양이 신들린 척 하며 전라도 사투리로 욕을 해대는 바로 그 장면이었으니까요. 전라도 사람인 제가 봐도 정말 기가찰 만큼 잘 해낸, 그리고 배가 아플만큼 웃어댄 장면이기도 했구요.

아직은 어리지만, 상반기 최고 흥행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너무도 잘 해낸, 이 어리고 작은 배우, 현재는 유학생활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얼마나 더 대단한 모습을 보여줄지 은근히 기대되는 소녀이기도 합니다.
  

 

 

 우리동네 114분 | 개봉 2007-11-29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있는 한 동네, 이 동네에 추리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경주가 살고 있습니다. 그의 소설도 살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죠. 하지만, 경주의 소설은 출판사에서 매번 퇴짜를 맞습니다. 리얼리티가 떨어질 정도로 잔인하기만 하다는 차가운 평과 함께 말이죠. 경주는 뜻대로 되지 않는 작업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에 놓기에 되고, 급기야는 살던 방에서 내쫓기는 상황에 이릅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집 주인을 찾아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가겠다고 말하는 경주에게, 집 주인은 마지못해 방안으로 들어가게 해주지만 온갖 경멸과 비난 섞인 막말로 경주를 몰아붙이고 무시합니다. 그리고, 경주는 집주인 여자를 살해하게 되죠. 정신을 차린 경주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감추기 위해 동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쇄살인과 유사한 방식으로 자신의 살인을 위장합니다. 그리고, 이 모방범죄가 동네의 진짜 연쇄살인범을 자극하게 되죠. 이제 경주는, 살인범인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함은 물론 위협적으로 자신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는 진짜 살인범과도 대면해야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우리동네'에는 두명의 살인범이라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보통, 연쇄살인범과 형사와의 추격적이나 추리과정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많지만 이 영화는 살인범과 모방범 사이의 설정을 배치해 다른 스릴러물과는 조금 다른 구조를 보여주죠. 그리고 이 영화안에, 진짜 우리동네의 원조 연쇄살인범 효이로 등장하는 배우가 바로 류덕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유승호, 심은경보다 더욱 더 좋아하고 관심있는 배우이기도 한 류덕환은, 류덕환이라는 이름보다는 천하장사 마돈나의 여자가 되고 싶었던 소년이나, 웰컴 투 동막골에서 여일이를 좋아하던 북한군 소년병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을 때 연상이 더 빠른, 류덕환이라는 한 배우보다는 캐릭터로 기억하는 것이 빠른 배우이기도 하죠.

우리동네에서 류덕환은 그간 그가 맡아왔던 뭔가 풋풋하고 푸르른 느낌을 주는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가 맡은 역할이 살인을 저지르는데 아무런 가책도 망설임도 없는 사이코패스의 역할이기 때문이죠. 20대 초반의 아직은 소년티가 남아있는, 그것도 아역배우 출신인 류덕환이 연기하는 사이코패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조금 상상이 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동네를 보고 난 다음, 기억에 남는건, 오히려 경주 역의 오만석도, 재신 역의 이선균도 아니었어요. 평소에는 너무도 착하고 순한 모습으로 살아가다, 광기가 번득이면 그 어떤 망설임도 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하는 류덕환의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었죠. 저 순한 얼굴에 저런 표정이 나올수도 있는거구나 싶어 가히 꿈에 나올까 무서울 지경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류덕환이 연기변신을 위해 너무 과한 시도를 한것 같다고도 평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통해, 류덕환이 선하고 순수한 역할만 하는 배우가 아니라, 그 모습으로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역할도 해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이름보다는 캐릭터가 기억되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아마도, 그만큼 충실히 하나의 작품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채 철저히 캐릭터 자체가 되어 연기하는 것이 진짜라는 생각들을 많은 배우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텐데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제 20대 중반의 어리다면 어린 배우가 바로 그런 모습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쩐지, 앞으로도 쭉~ 굉장히 오랫동안 연기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만 같은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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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4주

"이 영화는, 어떤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다"라는 선호처럼, 때로는 "이 영화는 이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이니까 괜찮을 것이다"라는 선호도 요즘은 꽤 많이 존재합니다. 배우뿐 아니라 감독의 이름도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수 없이 많은 감독들이 수 없이 많은 영화를 연출하고, 나날히 높아져만 가는 한국문화의 가치 덕분에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자신의 이름만으로 어느 정도 신뢰를 주는 감독들이 늘어가고 있는데요. 이번주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도 바로 그런 영화가 한편 있었습니다. 바로, 장진 감독의 <로맨틱헤븐>!! 저는, 개인적으로 장진 감독 특유의 분위기를 아주 좋아하는 팬이기도 한데요. 언제나 위트있지만, 너무 유치하지도 않은, 감동이 함께 하는 영화들을 만들어내던 장진감독의 로맨틱헤븐을 개봉하자마자 조조 프로그램으로 보고 왔답니다.
 

 

 

택시를 운전하며 치매에 걸려 이제 생을 얼마 남기지 않고 병원에 누워있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돌보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지욱은 언제나 투덜투덜 불만투성이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단란한 나름의 가족을 꾸리며 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퇴원후 집에서 모시기로 하는데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욱은 할아버지에게 아주 오랜 시간 그리워하며 살아온 첫사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지욱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일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 병원 안, 이 병원에는,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만큼이나 생의 마지막 경험해야 하는 아픈 이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병 때문에 일년 가까이 이식할 수 있는 골수를 기다리며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 어린 소녀도 있고,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 하는 이제 막 죽음을 맞딱드린 상처입고 고통스러운 남편도 있죠. 모두가 살기 위해 들어오지만, 또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기도 하는 병원안에서 지욱은 할아버지의 사연도, 소녀와 소녀의 어머니의 삶도, 홀로 남은 남편의 아픔도 스치듯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날, 지욱은 택시 운전 중에 사고를 당해 생각지도 못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로맨틱헤븐>은 우리가 결코 살아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삶, 그 이후의 모습을 소재로 삼고 있는 영화입니다. 사람들이 죽고 난 다음 가야 하는 바로 그곳, 누군가는 천국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저승이라 부르는, 바로 그곳과 그곳에 가기 전 우리가 반드시 살아야만 하는 이곳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는 영화이죠. 살아서는 갈 수 없기에, 사람들의 환상속에 늘 존재하는 곳, 누구도 정확하게 그곳을 다녀왔다 말할 수 없기에 언제나 궁금증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바로 그곳과 그 시간들에 대한 장진감독의 상상 속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기독교적 색체를 바탕으로 깔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사랑이라는 관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자리잡고, 하나님의 모습과 천국의 모습들을 소재로 하고 있으니까요. 또,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 말씀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보기에 참 좋았더라" 식의 표현을 자연스럽게 넣는 등의 위트도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오로지 기독교 정신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닌데요. 죽고 난 다음 사람들이 가야 하는 그곳에 대해 '그곳은 그렇다더라'가 아니라 '그곳은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상상과 바람을 더 많이 집어넣고 있습니다. 이승에서 죄를 짓고 선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해서 유황불이 끓는 지옥불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에서 끝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을 후회하는 곳. 장진 감독이 <로맨틱헤븐>에서 그리는 죽고 난 다음의 세상은, 그렇게 이 세상과는 다르지만 결코 이 세상과는 떨어질 수 없는 우리 삶의 또 다른 공간으로 그려집니다. 장진 감독이 꿈꾸는 죽음 이후의 세상.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브루스는 한 지방방송국의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입니다. 그리 유명하거나 유망한 인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일을 즐기며, 언젠가는 앵커자리를 꿰찰 수 있으리라는 꿈도 가지고 있죠. 그리고 그에게는 그를 사랑해주는 여인도 있습니다. 사실, 뭔가 특출나고 위대한 인물은 아니지만, 브루스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리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루스는 조금 투정과 불평이 많은 편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누리고 있는 것 보다는 언제나 투정과 불만이 넘쳐났던 브루스, 그는 어느날, 어느 골목 빌딩안에서 자신이 하나님이라고 말하는 한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 인물을 만나고 난 다음 브루스는 하나님처럼 모든 것들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문제는 하나님이 이 능력을 브루스에게 주고, 자신은 휴가를 떠나버렸다는 것이죠.


브루스 올마이티는 어느날 전지전능한 절대자의 능력을 가지게 된 한 남자가 그 능력을 통해 자신이 평소 꿈꾸던 모든 것들을 얻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평소 그렇게 하고 싶던 앵커 자리도 꿰차고, 비싼 옷도 맘대로 입고, 차도 화려하게 바꾸죠. 하지만 그 모든 것들에는 댓가가 따르는 법, 그는 이런 능력을 가진 대신 하나님의 업무도 함께 해내야 하는데요. 언제나 자신의 소소한 일들만 불평해대던 브루스에게 전 인류가 가지는 고민과 고통은 결코 잘 해낼 수 없는 임파서블한 임무인듯 합니다. 그리고 그가 평소 자신이 원하던 모든 것들을 가지고 여유만만해 하는 동안, 그를 사랑하고 그가 사랑했던 여인은 외로움과 고통으로 그에게서 멀어져만 가죠.

브루스 올마이티는 짐 캐리라는 재능있는 코미디 배우와, 모든 영화에서 자신의 역할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배우 모건 프리먼이 출연하는 영화입니다. 짐 캐리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코믹 연기와, 다른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하나님의 모습을 영화의 소재이자 출연진으로 끌어온 몇 안되는 영화이기도 하죠. 특히나 이 영화의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백인의 모습이 아니라, 모건 프리먼이라는 흑인배우가 연기하는 흑인 하나님입니다. 여러모로 참 신선한 설정이었죠. 게다가 모건 프리먼이 연기하는 하나님은 매일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보기에 참 좋았더라"만 읇조리시지 않습니다. 언제나 짜증과 불만만 달고 사는 인간에게 본인도 버럭 짜증을 내고, "니가 한번 해봐라"라는 식으로 능력을 위임하고 휴가까지 떠나버리죠. 언제나 위엄있고, 권위를 지키는 신의 모습이기 보다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마치 사람들처럼 말이죠.

브루스 올마이티와 로맨틱헤븐의 공통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하나님"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위엄있는 절대자의 이미지를 조금 더 친숙하고 자연스럽게 끌어와 마치 우리와 눈과 어깨를 함께하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묘사한다는 점이죠. 로맨틱헤븐에서 이순재라는 걸출한 원로배우가 연기하는 하나님도,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모건 프리먼이 연기하는 하나님도, 바로 이 점에서 절대자라는 권위 보다는 인간을 사랑하는 자애로운 하나님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덕분에 이 두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가 성경을 통해 글로 읽게 되는 뭔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하나님 보다는, 아버지처럼 자상한 두 눈으로 우리를 쓰다듬고 있을 하나님을 연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포근함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던 크리스와 그의 아내 애니는, 어느날, 사고로 얀과 마리를 모두 한꺼번에 잃게 됩니다. 행복했던 가족은 세상을 떠난 아이들과 함께 사라지고, 아내 애니는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모든 것들을 멈추어 버리죠. 그리고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남편 크리스에게 이혼을 해달라 말합니다. 크리스는 아내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아내의 고통을 잘 알고 있기에 아내의 바람대로 이혼에 합의하죠.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크리스 역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단란하고 행복했던 가족. 이제 그 가족은 모두가 죽음이라는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어 애니에게 고통으로 남습니다. 가족을 너무도 사랑했던 크리스, 크리스는 자신이 죽은 후 홀로 남겨진 아내를 떠나지 못하고 그녀의 곁을 맴돌기만 합니다. 그리고 우연히 애니가 그린 그림 속에서 그녀의 천국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개인적으로 제가 너무도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벌써 10여년도 더 전에 개봉했던 영화가 되어버렸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영상과 메세지들이 당시의 저에게는 꽤 강렬한 이미지로 남았기 때문인데요. 이 영화 덕분에 그 전까지는 그저 가족영화전문배우 정도로만 생각했던 로빈 윌리암스를 열렬히 좋아하게 되었고, 또 영화 속에 그려지는 죽음 이후의 모습에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도 있다는 점을 알게 해준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크리스는 그녀가 그린 그녀의 천국 속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죠. 천국이라는 낯선 곳에 떨어진 크리스, 그리고 천국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 크리스는 자신이 천국에 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홀로 남겨진 애니 때문에 천국의 삶을 만끽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천국에서 애니가 자살을 선택하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크리스 자신은 천국에 있지만 그가 사랑했던 애니는 자살했기 때문에 천국에 올 수 없다는 사실, 그래서 그녀는 죽어서도 지옥에 있습니다. 크리스는 그녀 홀로 지옥에 남겨둘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녀곁을 지키기 위해 천국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지옥으로 향하죠. 그리고 그는 애니가 있기에 <천국보다 아름다운> 지옥을 만나게 됩니다.

로맨틱 헤븐은 여러모로 천국보다 아름다운과 비슷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로맨틱 헤븐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기억하고 싶어하던 순간, 그리고 가장 그리워 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천국의 문턱를 밟게 됩니다. 그래서 택시기사인 지욱은 매일매일 지금만을 생각했던 탓에 죽은 바로 그 순간의 모습으로, 함께 사고로 죽은 할머니는, 할머니가 가장 그리워하고 추억했던 소녀의 모습으로 천국에 들어서죠.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은 천국에서 자신이 가장 바랬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이죠. 살아있을 때 가장 원했던, 꿈꾸었던 자신의 모습으로 천국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제가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보며 가장 인상깊었던 점이기도 했는데요. 로맨틱 헤븐에서 바로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사람들이 죽고 난 다음, 자신이 가장 원했던 스스로의 모습으로 살 수 있다면, 다른 그 어떤 것이 없다고 해도 그곳이 바로 천국이 되어주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죽기전의 삶과 죽은 후의 삶이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죽음 이후의 삶도 이생의 삶이 이어지는 또 다른 공간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천국이 천국일 수 있는 이유는, 또, 사람들이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랑이라는 바로 이야기도 두 이야기가 서로 닮은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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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다음의 세상, 누군가는 자신이 사후를 다녀왔다고도 하고, 미리 다녀올 수 있다고도 하지만, 사실 죽음 이후의 시간과 삶은, 정말 죽어보기 전에는, 육신을 완전히 버리고, 영혼으로 남겨지기 전에는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일 것입니다. 그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절대자 하나님과 천국의 존재 역시 죽어봐야 비로소 가까이 갈 수 있겠죠. 하지만 영화들은 이렇게 가끔 상상을 해줍니다. 우리가 결코 살아서는 만날 수 없는 하나님과, 우리가 절대 살아서는 갈 수 없는 천국을 말입니다. 언제나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것이 인간인지라, 죽음이후의 삶도 이렇게 오로지 아름답게만 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들을 보며 꿈꿔봅니다. 죽음 이후의 삶이 만약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곳에서 절대자를 만나게 된다면, 이 영화들 처럼 달콤하고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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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3주

아카데미상의 시상식을 마친 이후, 최근 극장가에는 아카데미 상의 수상이력과 노미네이트 이력들을 들어 영화홍보를 진행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탈리포트만의 블랙스완이 그랬고, 이 후 개봉한 크리스찬 베일의 파이터가 그랬죠. 그리고 이번주에는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콜린퍼스의 품에 안겨준 킹스스피치가 극장가에 개봉했습니다.
 

 

독일의 히틀러가 그 세력을 확장하고, 그의 사상과 독일의 존재가 전 세계의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가던 무렵, 영국에서는 국왕 조지5세가 사망을 하게 됩니다. 왕권의 서열순위대로라면 조지5세 이후의 왕좌는 그의 장남인 에드워드8세에게 넘어가게 되지만, 에드워드8세는 이미 이혼경력이 있는 미국의 여인 심슨부인과의 연애에 빠져 있는 상태였죠. 에드워드 8세는 왕좌와 연인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다, 끝내는 왕좌를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하게 됩니다.

에드워드 8세의 왕좌 포기로 인해 영국의 국왕자리는 차남인 조지6세에게 넘어가게 되는데요. 조지6세는 신경성 말더듬 증세로 인해 백성의 대변인이 되어야 하는 왕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게 되죠. 그는 이미 왕자시절부터 청중을 상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 하는 연설을 말더듬 증세 때문에 잘 해내지 못해왔고, 수 없이 많은 치료에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해 전전긍긍해오고 있었습니다. 세계2차대전이라는 역사상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조지6세, 왕으로서 그는 국민들을 독려하고 자신의 의지와 강건함을 알릴 왕의 연설을 준비해야하는데.. 

 

킹스스피치는 실존인물인 조지6세와, 그의 친구이자 언어치료사로서 그와 함께 한 라이오넬 로그와의 숨겨진 뒷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실제로 조지6세는 왕좌에 오를 당시 국민들의 신임을 잘 얻지 못하고 영국국민들의 걱정의 대상이 되었을만큼 심한 말더듬 증세를 겪었다고 하죠. 그는 왕으로서 자신의 위치와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내기 위해, 국민을 대신해 영국의 목소리를 내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제대로된 왕의 연설을 수행해내기 위해 언어치료사인 로그와 말더듬 증세를 고치기 위한 노력을 끝없이 했어야만 했다고 합니다.

콜린퍼스는 바로 이 영화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왕이 되기 싫었던 왕자 조지6세의 모습을 너무도 현실적으로 잘 그려냅니다. 왕자라고 해서 언제나 근엄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압박과 고통에 시달리는 인간 그대로의 모습을 때로는 농담처럼 즐겁게, 때로는 진중하게 그려내죠. 수없이 많은 작품에서 영국인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왔던 콜린퍼스이기에 왕자 혹은 왕이라는 조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작품속의 배역을 친숙하고도 따스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100% 훌륭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영화는 한 나라의 국왕이기 이전에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상처를 품고 있는 인간이기도 했던 영국의 한 남자의 모습 그대로를 콜린퍼스 속에 잘 녹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콜린퍼스=영국신사 라는 그간의 이미지를 잘 활용함과 동시에 콜린퍼스=인간미 넘치는 배우라는 느낌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돌아볼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청년 도리언 그레이, 그는 어느날 헨리워튼 경이라는 다소 쾌락주의적인 삶을 살아가는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헨리워튼은 삶의 모든 것들을 즐기는 것을 중심으로 그려놓은 그다지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없는 사람이죠. 하지만 그 순간까지 상대적으로 순수한 삶을 살아왔던 도리언은 헨리워튼경과 함께한 순간들에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과 쾌락의 맛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도리언 스스로도 점점 쾌락주의적인 삶에 젖어들게 되죠. 아름다운 도리언을 아끼던 화가 바질은 도리언의 모습을 초상화에 담고, 도리언은 영혼을 팔아 자신이 점점 추하고 늙어가는 모습들은 자신의 몸이 아닌 그 초상화에 덮어쓰게 됩니다. 이제 도리언은 자신대신 늙고 추해가는 초상화 덕에 시간이 흐르고, 어떤 쾌락에 몸을 맡겨도 추해지지 않을 수 있게 된것이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도리언은 어느새 그 스스로도 자신의 초상화를 볼 수 없을만큼 타락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늙지 않고, 추해지지 않는 아름다운 도리언 그레이, 그러나 그의 실체인 그의 초상화는 갈수록 추하고 흉물스러워지고, 이제 그의 초상화는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도리언의 가장 은밀하고도 추악한 모습입니다.

도리언 그레이는 오스카 와일들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저는 어린시절,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중 한권인 행복한 왕자를 아주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요. 때문에 오스카 와일들의 유일한 장편 소설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영화화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작품을 꽤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의 타락해가는 과정. 그리고 자신의 추함과 노쇠함을 감추고 싶어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바람이자 욕망을 영화가 얼마나 강렬하게 그려낼지 궁금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기대이외에도 이 작품을 기대하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동안 언제나 젠틀하고 포근했던, 그리고 인간미 넘치는 역할을 주로 해왔던 콜린퍼스가 이 작품에서는 탐미적이고 쾌락주의 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리고 도리언에게 그런 삶을 알려주는 헨리워튼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뭔가 따스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있는 콜린퍼스가 연기하는 쾌락주의자라니.. 그가 어떤 모습으로 헨리워튼을 만들어낼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그리고 콜린퍼스에 의해 도리언 그레이 속에서의 헨리워튼은, 지나치게 탐욕주의적이고 쾌락주의 적인 악인에 가까운 헨리워튼이 아닌, 그럼에도 뭔가 멈칫거리고 부족함이 많은, 악인이라기보다는 무언가에 쫓기듯 쾌락속에 자신을 숨긴 상처받거나 혹은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동안의 콜린퍼스와는 다른, 그러나 콜린퍼스만이 표현할 수 있는 그런 헨리워튼이 된 것이죠. 젠틀하고 단정한 콜린퍼스가 아닌 또 다른 모습의 콜린퍼스를 만나고 싶다면, 꼭 보아야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교수인 조지는 갑작스런 연인 짐의 죽음으로 모든 것들에서 의미를 잃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바로 얼마전까지 미래를 꿈꾸며 사랑을 확인했던 연인의 죽음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죠. 동성애자였기에, 그들의 사랑을 찬란히 빛낼 수 없었던 조지. 또, 그런 그를 눈치채고 있던 그의 주변인들로 인해, 그는 외로움과 무기력함에 사람들의 의문에 가득한 멸시의 시선까지 견뎌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은 분명 고통스러운 일이건만 그가 이성애자가 아닌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그는 마음 놓고 슬퍼하는 것 조차 쉽지가 않고, 조지에게 그런 세상은 힘겹기만 합니다.

16년간 삶을 함께해온 연인이 교통사고로 죽고, 그토록 사랑했으나 장례식장에도 참여할 수 없는 조지. 단지 이성이 아닌 동성과의 연인관계를 가져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정받는 대학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를 가졌으나 그 어떤 것도 자유롭지 못했던 그는, 사회에서 그저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소외감에 밀려나기만 합니다.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영국인. 그리고 남들이 모두 가진 가족을 가지지 못한채, 연인도 잃어버리고 홀로 버려지듯 살아야 하는 그의 삶은 그래서 결코 행복할 수 없죠. 그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과 행복이건만 그저 그가 동성애자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이제 그는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린채 남겨집니다. 막대한 부도, 거대한 권력도 원하지 않았건만, 그저 남들이 원하는 것처럼 자신을 이해하는 단 한명의 연인을 원하는 것 조차도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조지. 싱글맨은 그렇게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던 그 사회안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게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처럼, 그리고 스틸사진처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콜린퍼스는 이 작품에서 연인을 잃어버린채 그 어떤 것에서도 기쁨을 느낄 수 없는 중년의 남자 조지를 연기하죠. 그간 따스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정갈한 연기를 해내던 그가 동성애자의 모습으로, 차갑고 냉소적인 분위기에 휩싸여 세상을 향해 분노에 가까운 냉소적 시선을 내던지는 모습은 그래서 이 사람이 콜린퍼스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생소합니다. 하지만 이 생소함은 그가 이 영화에서 맡은 중년의 동성애자가 세상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많은 대사도 없고, 역동적인 화면도 없는 이 영화가 많은 수상을 하며 콜린퍼스에게 여러 상의 영광을 안겨준것은 이 영화를 통해 콜린퍼스가 숨소리와 공기마져 연기의 한 요소로 만드는 능력을 갖춘 배우라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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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콜린퍼스는 오만과 편견,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추얼리 등에서 조금은 어리숙하지만 젠틀하고 따스한 영국남자의 매력을 대표하는 배역을 많이 해왔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그가 해왔던 역할은 정말 다양하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모습들이 바로 이런 모습인것이죠. 아마도 관객들은 콜린퍼스의 모습에서 이런 느낌과 감동을 느끼기를 기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만으로 그동안 스크린을 채워왔다면, 콜린퍼스의 그 많은 수상경력은 아마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콜린퍼스가 관객이 그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살짝 벗어났을 때 평단은 그에게 더욱 열광했죠. 킹스스피치나, 도리언 그레이, 싱글맨은 아마도 그런 류의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콜린퍼스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콜린퍼스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모습들을 그려낸 바로 그런 영화들 말입니다. 이 작품들을 보면, 왜 평단이 콜린퍼스에게 상을 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지, 왜 수 없이 많은 영화제에서 그를 최고의 배우로 꼽는지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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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언노운> 

보통, 책을 선택할때에는 제목과 추천사를 먼저 보게 된다. 그리고 작가의 이름을 본다. 하지만 이것들보다 더욱 먼저 하는 것은 제목을 보는 일. 언노운은 이미 영화로 개봉한 작품의 원작이라고 한다. 제목을 보면서 영화 포스터 속의 언노운과 책 속의 언노운이 같은 글자임에도 꽤 다른 느낌을 준다고 느꼈다.  

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임에도 보지 않고 넘어갔던 이유는, 원작이 있다는 이야길 들어서였다. 원작으로 먼저 만나보고 싶은 이야기였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언젠가부터 이렇게 뭔가를 대표하는 동화를 제목으로 끌어다 쓴 책들은, 어둡고 음침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역시 책의 소개글을 보면, 음모와 비밀, 그리고 아름다운 동화와는 다른 뭔가 숨겨진 사실들이 있는 이야기인듯 하다. 백설공주라는 테마가 어떤 잔혹동화로 뒤바뀌어 있을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이 가는 이야기이다. 

 

<빈방> 

은교 이후 박범신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이다. 은교를 읽으면서, 박범신이라는 작가 특유의 문체가 참 인상깊었던 기억이 난다. 스스로에 대해 끝없이 묻고 대답하고 반문하면서 의문을 품고, 뭔가를 갈망하는 인간의 가장 원래적인 욕망에 대해서도 문득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빈방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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