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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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의 나와, 서른살의 나는 얼마나 다른 모습인가에 대해 가끔 곰곰히 생각해보게 될때가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마냥 어리다는 표현보다는 젊다는 표현이 조금 더 잘 어울리는 나이가 된 것 같기는 한데 그 즈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볼때면 나는 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철 없이 행동하는 것도 마찬가지 인것 같고, 감동받고 분노하는 감정도 크게 달라진것은 없는 것 같은데, 과연 내가 성장을 하고 있기는 한것일까? 아무리 되물어도 도대체가 확신이 서지 않는 의문만 생길 뿐이다.


요노스케, 도쿄에 상경하다.

<요노스케 이야기>는 이제 막 대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은 요노스케의 1년간의 도쿄생활을 담은 이야기이다.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고, 눈에 띄는 점이라고는 없는 그저 평범한 요노스케. 그런 요노스케의 1년간의 도쿄생활은 그가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없기에 더욱 친숙하다. 대학시절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타지에 혼자 올라와 살아야겠던 나의 대학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요노스케의 모습에서 10년전의 내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 되는 것은 아마도 그가 나처럼 어리숙하고 나처럼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특별하지 않는 평범함, 그것만이 가진 가장 특별한 힘.

요노스케는 1년의 도쿄생활동안 학교생활을 같이 하게 되는 친구를 사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알지도 못하는 여인에게 첫 눈에 반하며,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고, 과거의 여자친구와 설명하기 애매한 추억도 만든다.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이 경험들이 요노스케의 일년을 가득채워가게 되는 것이다. 아마 요노스케가 10년이 지난 어느날 이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데도 특별할 것 없는 1년이라고 회상되어질것 같은 시간들. 물론 약간 충격적인 사건들도 있긴 하지만 <요노스케 이야기>는 그렇게 평범하기에 기억되지 않을지는 모르나 그렇게 끝없이 흐르는 1년의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익숙하게

<요노스케 이야기>는 요노스케가 도쿄에 막 상경하고 대학에 입학한 첫 해의 이야기와 함께 20여년이 지나 그의 주변에 존재했던 많은 존재들이 그를 회상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가 대학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었던 친구 구라모치와 유이는 부부가 되었고, 더운 여름이면 에어컨 때문에 빌붙다시피하며 신세를 졌던 가토는 자신의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첫눈에 반했던 지하루는 짧은 방송이지만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방송을 진행하는 방송인이 되었고, 첫사랑 쇼코는 난민캠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각각의 기억에서 요노스케에 대해 조금은 다른 기억들을 가지고 회상한다. 구라모치와 유이에게는 자신들을 이어준 소중한 친구로, 가토에게는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그런데로 마음에드는, 그리고 자신을 너무도 쉽게 이해해주던 친구로, 지하루에게는 희미한 기억속에 어렴풋이 남은 존재로, 쇼코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변하게 만들어버린 소중한 존재로 말이다. 그들이 회상하는 요노스케와 그들과 함께한 요노스케의 1년의 기억이 책 속에 묘한 어울림으로 뒤섞여 존재하는 것이다. 요노스케는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다가 갑자기 그들의 곁을 떠난다. 아마도 이 책에 담긴 그에 대한 회상들은 그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가능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일상에서 그에 대한 기억은 크게 중요하지도 않고 대단히 획기적이지도 않지만 그가 없는 자리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떠오르며 그를 되살리게 된다. 요노스케는 쇼코와 함께 했던 고향의 바닷가에서 맞딱드린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에 대해 조금은 실망하고 조금은 고민했을 것이다. 쇼코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녀의 일을 난민을 돕는 일로 정했을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니 함께 있었던 요노스케에게도 그 사건은 대단했을것이다. 쇼코가 말했던 자신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라는 자조적인 말은 요노스케에게도 커다란 질문이 되어 돌아왔을지 모른다. 그 질문은 요노스케의 인생을 크게 뒤흔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삶을 마무리한다.


누군가의 요노스케가 되기를...

<요노스케 이야기>는 그저 한 청년의 성장에 대해서 기술한 책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진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이 책에는 요노스케와 그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이야기들은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것들이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없는 것 같았던 요노스케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은 때로는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인생을 뒤흔들만한 진동이 되기도 했다. 요노스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너무도 평범했던 요노스케를 그래서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눈에 띄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했던 사람으로 말이다.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알지못하는 사이에 나 역시 다른 이들의 인생을 조금씩 울리고, 그 울림이 커다란 진동이 되어 변화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은 아닐까? 사람이 성장하는 것은 어쩌면 나의 작은 움직임이 다른 이의 변화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인식과 그 책임감을 알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노스케 이야기>가 사실은 그를 기억하는 구라모치와 유이, 가토와 쇼코에게 인생을 뒤흔든 커다란 진동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나의 이야기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작은 성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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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속삭여줄게 - 언젠가 떠날 너에게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절판


여행, 특히 저 멀리 바다를 건너 오랜 시간의 비행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르는 해외여행을 가게 된 여행의 전야. 내일이면 잠시 일상에 쫓겨 숨고를 틈도 없이 내달리기만 했던 나의 나라를 떠나,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 역시도 그곳이 생소하기만한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내가 가기로 계획한 곳은 바로 런던이다. 그곳에 떠나기 전날 밤.. 당신은 무엇을 당신의 가방 속에 혹은 계획 속에 챙겨넣을 것인가? 나라면 바로 이 책 <런던을 속삭여줄께>를 챙겨넣을 것이다. 그것이 가방 속이든, 머리 속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조금 더 유익하고 즐거운 런던을 경험하고 싶다면...

여행을 떠올리며 사람들은 다들 잠시의 휴식이나 안정을 꿈꾸지만 현실의 여행은 그렇지 못할때가 많다. 그것이 꽤 많은 금전적 투자가 필요하고, 큰 맘 먹고 짐을 꾸려야 하는 해외여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여행을 떠나 휴식을 취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보리라는 이상과는 조금 다르게, '본전 뽑으리라'라는 마음이 한 켠에 자리잡게 되고,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더 많은 것들을 찍고 말리라는 중압감에 시달리다가 모처럼 큰 맘 먹고 떠난 해외여행이 휴식이 아니라 노동이 되는 경우(나도 처음 떠난 해외여행은 그랬다.)도 비일비재하다. 돌아오면 기억에도 남지 않는 여행이 되어버리지만 무작정 패키지 여행팀에 끼어 해외에 간다는 들뜬 마음만 부여잡고 가다가는 사진 몇장과 친구들과의 수다 이외에는 남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즐거운 여행이 될까? 아마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여행의 테마를 잡고 계획을 직접 짜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것을 보기보단 좋은 것들을 꼼꼼히 살펴보는것에 중점을 두고 말이다. 자 그럼, 런던으로 여행을 떠나는 테마를 '기록'과 '역사'로 잡은 이들에게 추천할 책이 한권 있다. 바로 <런던을 속삭여 줄께>이다.

런던, 그곳을 만들어가는 역사의 기록들.

<런던을 속삭여 줄께>는 우리에게 조금은 친숙한 도시 런던을 중심으로 혹시 그대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이라는 가정을 덧붙여 런던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행 안내서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시작해 세인트 폴 성당, 대영박물관, 자연사박물관, 트라팔가르 광장,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런던탑, 그리니치 천문대에 이르는 런던에 위치해 있는 8곳의 주요 장소들에 각각의 장을 할애하여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여느 여행서들 처럼 맛있는 음식점이나 편안하고 깨끗한 숙박업소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수 많은 역사적 사건들과 역사 속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장소에 얽혀 전해 내려져 오는 이야기들 소개하는 것으로 책장을 채운다. 단순히 여행가이드가 아니라 여행을 의미있게 채우기 위한 정보서라고나 할까? 때문에 여행지에 도착해서 주섬주섬 펼쳐드는 책이 아니라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에 읽어보아야 할 사전학습서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 책이 바로 <런던을 속삭여 줄께>가 아닐까 생각된다.


언젠가 떠날 너에게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런던이라는 한정된 공간안에 모여있는 8개의 역사적 장소들이 책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나는 이야기들. 작가의 표현대로 런던을 담아낸 천일야화에 가까운 이 책은 런던을 여행하기 위해 또는 런던을 머리에 그리기에 충분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단순히 외관적 모습을 담아내어 머릿속에 런던을 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런던이라는 장소의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줄기들을 모두 담아 시간과 공간을 구애받지 않는 나만의 런던을 재구성 하게 하는 책인 것이다. 혹시 런던을 여행하기를 계획한다면, 그리고 런던의 그 의미깊은 8곳에 서고 싶다면 <런던을 속삭여 줄께>는 당신에게 미술관의 그림들에 얽힌 일화들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도슨트와 같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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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떠나가면
레이 클룬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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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족을 위해, 연인을 위해 혹은 아끼는 누군가를 위해 빌어주는 가장 큰 기도는 건강에 관한 것이다. 부족한 삶도, 실패에 따르는 좌절도, 가끔은 불행하다 생각할 수 있는 힘겨운 인생도 모두가 사람에게는 이겨내야 하는 스쳐가는 순간이지만,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와 건강이 가장 필요하기에 건강이라는 단 한가지의 기도는 누군가의 인생전체를 빌어주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될지도 모른다. 건강은 그래서 누구에게나 가장 큰 복이자 바람이다.

어느날 암에 걸린 아내와 그의 남편

<사랑이 떠나가면>에는 각자 커리어를 가지고 나름대로 남부럽지 않는 삶을 꾸려가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남편인 댄과 카르멘 모두 각각 운영하는 회사가 있어 하루하루가 바쁘고 정신없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인생을 즐기고 있으며 사랑하는 딸 루나까지 있는 즐거운 가정. 그 평온하고 행복한 가정에 어느날 암이라는 불청객이 찾아든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6개월전의 검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암세포가 그 사이 커져 아내의 건강을 위협하고 부부의 관계를 흔들며 가정의 평화를 깨어지게 하는 이야기. 바로 그 이야기가 <사랑이 떠나가면>의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병마와 함께 하는 시간, 방황하는 남자의 이야기.

카르멘의 가슴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며 댄과 카르멘은 병마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예상했다고 한들 가벼워지지도 않을 사실 앞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부부의 삶을 이어나가고 암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사랑이 떠나가면>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에 흐르고 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암이라는 병 앞에서 의연했던 부부는 6개월이 흐르고, 1년이 흐르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차차 지쳐간다. 우리 말에도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지 않았던가.. 오랜 투병생활은 카르멘에게서는 삶의 의지를 빼앗아가고 댄에게는 방황을 겪게 한다. 시간이 흐를 수록 암과의 싸움에서 지쳐가는 카르멘을 보는 댄은 이전의 의연했던 카르멘이 아닌 한없이 보호하고 돌보아주어야하는 대상으로 변한 카르멘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위안을 얻기 위해 외도를 하고, 부부사이의 관계는 서서이 균열을 일으킨다.


마지막, 사랑이 지나가는 그 순간

오랜 시간의 투병 끝에 카르멘의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병은 점점 깊어진다. 암 세포를 잘라내기 위해 유방 절제술도 하고 수없이 많은 처방을 받아왔지만 카르멘의 마음이 지쳐가듯 그녀의 몸도 병 앞에서 지쳐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카르멘은 점점 생의 마지막에 다가간다. 댄과 카르멘은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기로 한다. 안락사라는 단어로 이야기 되어지는 방법.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선택해야 할만큼 고통스럽고, 삶의 의지를 더 이상 잡고 있을 수 없을 만큼 쇠약해진 카르멘 앞에서 댄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외도도, 댄의 외도도 모두가 서로를 부여잡는 방법이었음을 어렴풋이 깨달으며, 그것도 그들만의 사랑의 방법이었음을 이해하며 말이다.


사랑으로 죽음 앞에선 부부의 이야기.

<사랑이 떠나가면>에서는 암이라는 생명의 위협 앞에서 불안하고 흔들리는 부부의 관계에 대해 조금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잔인하게 때로는 배신의 모습으로 형상을 이루는 부부사이의 흔들림은 그래서 정면으로 바라보기에 조금은 불편할만큼 현실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로 그런 사실적인 이야기들이 <사랑이 떠나가면>에서 사람들에게 그들의 현실을 이해시키고 그들의 방황을 설명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암에 걸린 부인을 돌보지만 스스로도 끝없이 위안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한명의 사람이기에 자신의 생존을 위해 외도를 하게 되는 댄의 모습, 그 사실을 후회의 모습 모두 그의 부인을 사랑하기에 보인 모습임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사랑하는 남편을 더이상 보듬을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한 회의를 분출하는 카르멘의 모습도 이해하게 된다. 책의 제목은 분명 <사랑이 떠나가면>이다. 하지만 댄과 카르멘은 사랑이 지나가면 그 때서야 사랑의 존재를 깨닫는 후회를 남기지는 않았던것 같다. 그들은 죽음 앞에서 사랑이 떠나가기 전에 그들의 사랑을 깨달았고, 그 사랑 앞에 서로를 놓칠 수 없어 그토록 방황했던 것은 아닐까? 카르멘은 죽었지만 아마 그들의 사랑은 떠나간 것이 아니라 마음에 머무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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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만나는 중세 이야기 에듀 픽션 시리즈 5
귄터 벤텔레 지음, 박미화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9월
절판


학창시절에는 교과과정중에 국사와 함께 세계사라는 과목이 따로 있었다. 겨우 몇년, 일주일에 몇시간을 보장받는 세계사만으로 말 그대로 세계의 역사인 세계사를 전부 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세계의 역사를 단편적으로나마, 혹은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배운다는점에서 그 시간만큼은 꽤 즐거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시험은 싫었지만 말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 세계사라는 과목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나의 세계사 지식은 말 그대로 희미해지기 시작했는데 그 시절 잘도 외우던 외국 왕들의 이름이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들의 이름은 이제는 복잡하고 귀찮을만큼 헛갈리는 이름이 되어버렸고, 그나마 머릿속에 남아있던 사람들의 이름들도 이름만 기억하고 있을 뿐 그들의 업적이나 주요 사건들을 연결지을만큼의 정보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정보와 사실의 나열이 아닌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 중세 이야기.

<소설로 만나는 중세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참 요긴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학창시절 외우기에 급급했던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들을 조금은 친숙하고 조금은 즐겁게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소설로 재탄생한 중세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소설로 만나는 중세 이야기>이다. 복잡한 사람 이름 외우기에 지켜 정작 전체를 보지 못하거나 혹은 중세라는 시대 자체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 싶은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의자에 기대어 한장한장 읽어보는 것으로 중세의 모습기 크게 그려질 이야기들이 <소설로 만나는 중세 이야기>속에 화려하고 웅장하진 않지만 섬세하고 친절하게 설명되니 중세의 모습을 상상하는데 무척 도움이 될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역사적 인물과 당시의 배경, 설화와 전설등이 모두 모인 중세 백과사전

<소설로 만나는 중세 이야기>에서 주로 다루는 이야기들은 로마제국과 관련한 이야기들이다.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료들과 당시의 모습들을 모아 역사적으로 기록된 위대한 인물의 시선이 아닌 그저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을 표현한 글. 그래서 <소설로 만나는 중세 이야기>는 다른 장엄하고 웅장한 소설들보다 편안하고 즐겁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위대한 인물들과 중요한 사건들을 바라보는 그들만의 시선에 좌우되지 않고 동시대의 백성들이 사건을 보고 느꼈을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로 중세의 시대상과 역사적 사건들을 이어나가기 때문에 새로운 시점과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라 하겠다.


기억하면 요긴한 역사의 이야기.

굵직굵직한 주제로 15장을 나눈 이야기 그 이야기 속에 중세를 이해하는데에 필요한 사건들과 인물들에 대한 설명도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니 역사적 사건들을 이해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을 읽을 때의 tip한가지를 추천하자면 각 장 앞 페이지에 그 장에서 다룰 인물과 사건에 대한 설명이 간결하게 수록되어 있으니 그 페이지를 먼저 읽고 내용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간결하지만 역사적 사실과 평가에 충실하게 꾸려져 있는 이 페이지에서 이야기를 미리 만나보고 일반인의 눈으로 설명되어진 따스하고 편안한 중세의 이야기를 만나본다면 책을 이해하는데, 그리고 중세의 모습을 그려보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에 살고 있다.

세계사를 모른다는 것이 살아가는데 별로 애로사항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가끔 역사를 뒤적거리거나 책을 보며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정보다 이토록 없다는 것을 느낄수록 우리의 역사뿐만이 아니라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도 어느정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좀 더 풍부하고 해박한 지식을 쌓고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의 역사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역시 세계의 일부이고, 우리의 역사도 세계의 역사 중 하나이니 말이다. 세상을 보는 눈, 넓고 밝은 시야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세계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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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한국의 탄생
조우석 지음 / 살림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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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나 근대사에 비교하여 본다면 현대사에 대한 연구는 역사학자들은 물론 대중에게도 언제나 불편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른뒤 역사적 사료들을 뒤져 조명하는 역사가 아니라 여전히 생존해있는 현재의 인물들에 대한 기록이며 평가이기 때문이다. 오랜시간이 흘러 자국의 역사라도 어느정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을때 내리는 역사적 평가도 수 없이 많은 번복과 재평가를 겪어야 하는 것인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평가하려 한다면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는 잡음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현대사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다.


박정희라는 이름으로 설명되어지는 현대사의 시작.

박정희라는 한명의 권력자가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던 한 시대의 끝. 그 해는 1979년이었다. 우연이긴 하지만 내가 태어난 해 역시 바로 그 해 1979년이다. 그래서 나는 박정희라는 이름의 권력자에 대해 어른들의 전해지는 말들과 학창시절 살짝 보았던 글들, 그리고 최근에야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 그 시간의 기록과 평가들을 보는 것으로 그 시간들을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바로 윗 세대인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가 살았던 시대, 바로 그 시대의 우리나라의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한 세대가 움직이고 난 다음 그래서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태어난 것이다. 박정희라는 권력자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단어를 들라면 바로 독재가 아닐까 싶다. 유신정권으로도 이름지어지는 그의 정치관, 그리고 오랜 시간을 권력자의 자리에서 국가의 원수로 보냈던 기록은 그를 독재의 표상이자 장기집권의 대표자처럼 인식하게 했다. 최소한 나에게는 말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한 명의 사람으로

<박정희 한국의 탄생>은 바로 그 박정희라는 이름의 권력자가 이루어낸 업적을 국가적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자는 의미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재와 장기집권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들 사이에서 자칫 잊혀지거나 평가절하되었을지도 모를 그 시대의 가치에 대해 현재의 시각이 아닌 시대의 시각을 적용하여 조금더 긍정적으로 평가해보자는 바람. 그 바람을 담은 책이 바로 <박정희 한국의 탄생>인 것이다. <박정희 한국의 탄생>은 그래서 단지 권력에 집착했던 독재자의 모습은 살짝 밀어두고 한 나라의 국가 원수로서 그가 보여주었던 국가에 대한 애정과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워지는 우리의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의 모습, 또 현재의 우리를 존재가능하게 한 기초사업들을 착실하게 이루어낸 최고 지도자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그가 그렇게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많은 분야에 폭넓은 식견을 가지고 애정어린 시선을 나누기 위해 애쓸 수 있었던 그의 인간적인 배경을 보기 좋고 이해하기 쉽게 버무려서 말이다. <박정희 한국의 탄생>은 그래서 박정희라는 권력자의 모습이자 박정희라는 인간의 모습에도 집중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박정희라는 이름의 권력자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지독한 권력욕으로 오랜 시간을 권좌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았던 독재자라는 평가에서 부터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 초석을 만든 명실상부한 경제대통령이었다는 평가까지, 그리고 최근에는 친일행적에 대한 논란까지 더해져 그 논란은 날로 과열되고 있다. 아마도 개인이 가진 가치관과 배경지식 혹은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어느 사람은 전자에 어느 사람은 후자에 속할 것이다. <박정희 한국의 탄생>은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너무 간과했을지도 모를 그 시대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하고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가치를 되새김질할 기회를 주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몇번이고 다시 들춰보아야만 하는 역사, 그리고 우리의 현재

역사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것도 현대사에 대해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를 보고자 하는 관심이 아닐까? 고대사와 근대사보다 현재와 더욱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현대사, 현재를 말하는 역사이기에 조금은 민감하고 껄끄러울지 모르나 그 시간들이 가지는 가치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그 가치를 적용할 수 있을 노력이 현재를 더욱 높은 가치로 이끌어줄테니 말이다. <박정희 한국의 탄생>이 바로 그런 노력을 보여준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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