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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ㅣ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스무살의 나와, 서른살의 나는 얼마나 다른 모습인가에 대해 가끔 곰곰히 생각해보게 될때가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마냥 어리다는 표현보다는 젊다는 표현이 조금 더 잘 어울리는 나이가 된 것 같기는 한데 그 즈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볼때면 나는 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철 없이 행동하는 것도 마찬가지 인것 같고, 감동받고 분노하는 감정도 크게 달라진것은 없는 것 같은데, 과연 내가 성장을 하고 있기는 한것일까? 아무리 되물어도 도대체가 확신이 서지 않는 의문만 생길 뿐이다.
요노스케, 도쿄에 상경하다.
<요노스케 이야기>는 이제 막 대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은 요노스케의 1년간의 도쿄생활을 담은 이야기이다.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고, 눈에 띄는 점이라고는 없는 그저 평범한 요노스케. 그런 요노스케의 1년간의 도쿄생활은 그가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없기에 더욱 친숙하다. 대학시절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타지에 혼자 올라와 살아야겠던 나의 대학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요노스케의 모습에서 10년전의 내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 되는 것은 아마도 그가 나처럼 어리숙하고 나처럼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특별하지 않는 평범함, 그것만이 가진 가장 특별한 힘.
요노스케는 1년의 도쿄생활동안 학교생활을 같이 하게 되는 친구를 사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알지도 못하는 여인에게 첫 눈에 반하며,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고, 과거의 여자친구와 설명하기 애매한 추억도 만든다.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이 경험들이 요노스케의 일년을 가득채워가게 되는 것이다. 아마 요노스케가 10년이 지난 어느날 이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데도 특별할 것 없는 1년이라고 회상되어질것 같은 시간들. 물론 약간 충격적인 사건들도 있긴 하지만 <요노스케 이야기>는 그렇게 평범하기에 기억되지 않을지는 모르나 그렇게 끝없이 흐르는 1년의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익숙하게
<요노스케 이야기>는 요노스케가 도쿄에 막 상경하고 대학에 입학한 첫 해의 이야기와 함께 20여년이 지나 그의 주변에 존재했던 많은 존재들이 그를 회상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가 대학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었던 친구 구라모치와 유이는 부부가 되었고, 더운 여름이면 에어컨 때문에 빌붙다시피하며 신세를 졌던 가토는 자신의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첫눈에 반했던 지하루는 짧은 방송이지만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방송을 진행하는 방송인이 되었고, 첫사랑 쇼코는 난민캠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각각의 기억에서 요노스케에 대해 조금은 다른 기억들을 가지고 회상한다. 구라모치와 유이에게는 자신들을 이어준 소중한 친구로, 가토에게는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그런데로 마음에드는, 그리고 자신을 너무도 쉽게 이해해주던 친구로, 지하루에게는 희미한 기억속에 어렴풋이 남은 존재로, 쇼코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변하게 만들어버린 소중한 존재로 말이다. 그들이 회상하는 요노스케와 그들과 함께한 요노스케의 1년의 기억이 책 속에 묘한 어울림으로 뒤섞여 존재하는 것이다. 요노스케는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다가 갑자기 그들의 곁을 떠난다. 아마도 이 책에 담긴 그에 대한 회상들은 그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가능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일상에서 그에 대한 기억은 크게 중요하지도 않고 대단히 획기적이지도 않지만 그가 없는 자리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떠오르며 그를 되살리게 된다. 요노스케는 쇼코와 함께 했던 고향의 바닷가에서 맞딱드린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에 대해 조금은 실망하고 조금은 고민했을 것이다. 쇼코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녀의 일을 난민을 돕는 일로 정했을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니 함께 있었던 요노스케에게도 그 사건은 대단했을것이다. 쇼코가 말했던 자신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라는 자조적인 말은 요노스케에게도 커다란 질문이 되어 돌아왔을지 모른다. 그 질문은 요노스케의 인생을 크게 뒤흔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삶을 마무리한다.
누군가의 요노스케가 되기를...
<요노스케 이야기>는 그저 한 청년의 성장에 대해서 기술한 책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진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이 책에는 요노스케와 그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이야기들은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것들이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없는 것 같았던 요노스케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은 때로는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인생을 뒤흔들만한 진동이 되기도 했다. 요노스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너무도 평범했던 요노스케를 그래서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눈에 띄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했던 사람으로 말이다.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알지못하는 사이에 나 역시 다른 이들의 인생을 조금씩 울리고, 그 울림이 커다란 진동이 되어 변화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은 아닐까? 사람이 성장하는 것은 어쩌면 나의 작은 움직임이 다른 이의 변화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인식과 그 책임감을 알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노스케 이야기>가 사실은 그를 기억하는 구라모치와 유이, 가토와 쇼코에게 인생을 뒤흔든 커다란 진동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나의 이야기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작은 성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