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살인 사건
크리스티나 쿤 지음, 박원영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1월
절판


추리소설은 매니아성이 강한 장르의 글들로 손꼽힌다. 읽은 사람은 다시 읽고, 읽지 않았던 사람들까지도 한번 손을 대면 그 매력에 빠져들에 만드는 추리소설만의 매력은 속도감있는 전개와 미스테리한 사건들,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날 수 있는 방대하고도 폭넓은 지식들에 있지 않은가 싶다. 내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비밀들을 다룬 이야기라면 음모론의 성격이 강할것이고, 그 지식들을 근거로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모습을 부각시킨다면 내가 그 사실들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작품의 즐거움이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재미와 흥미로움이 추리소설이라는 그만의 장르에서 시작된다는 점일것이다.


예술을 모티브로 한 살인, 그 신비로움

추리소설에는 유난히 예술작품을 모티브로 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한 화가가 그린 역사화가 소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문학작품의 내용이 소재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어느 한 작가의 인생을 모티브로 하기도 한다. 그리고 <카프카 살인사건>은 카프카의 단편소설들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살인이 거듭 등장하는 소설이다. 한 작가의 개인적인 성향과 그 성향이 드러나는 작품들, 그리고 그 작가가 감추고 싶었던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을 투영시킨 살인, 카프카라는 대문호의 단편소설들의 한장면을 현실에서 재현해내고 더 이상 참혹할 수 없을 것 같은 실제로 만들어내어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쫓는 이야기가 <카프카 살인사건>이다.


춤을 추며 죽어간 발레리나, 입이 꿰매어져 우리에 갖힌 채 죽어간 재능많은 학생

<카프카 살인사건>은 아직 어리고 아름다운 한 발레리나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며 채찍에 맞아 죽어간 여인의 시체, 보기에도 힘겨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이 여인은 거리의 노숙자에게도 가련함을 느끼는 순수하고 착한 여인이었다. 그리고 이 여인의 시체 옆에 펼쳐진 한 권의 책은 카프카의 단편 서커스 관람석에서를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사람은 헨리와 론이라는 이름의 형사와 미리암이라는 이름의 여검사이다. 미리암과 헨리는 서로의 관계에 조금씩 변화를 느끼며 잠시의 혼란을 겪고 있는 커플이기도 하다. 이들이 이 엽기적인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사건이 카프카의 이름과 관련되어 있음을 발견하게되고 이들은 카프카라는 작가과 그에 관련한 것들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진다. 이번 살해의 희생자는 남자이다. 입이 꿰어진 상태로 우리에 갇혀 굶어 죽은 남자. 그리고 이 사체의 옆에서 한 권의 책이 발견된다. 역시 카프카의 단편 단식광대이다.


카프카 단편과 두 명의 피해자.

서커스 관람석에서와 단식광대라는 두 편의 카프카 단편, 그리고 마치 그 두 단편에서 그리고 있는 잔인한 죽음을 현실로 끌어온 것처럼 보이는 살인사건. 사건은 점점 카프카에 집중되고 이제 언론은 이 사건을 카프카 살인사건으로 부르기 시작한다.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카프카 살인사건은 죽은 피해자 모두가 카프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대학의 문학교수 밀란 허스와 관련이 있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카프카의 단편에서 그려진 잔인한 죽음을 현실에서 그대로 연출하고 죽은 사람들, 그리고 카프카를 연구하는 대학의 교수. 모든 사실들이 이 참혹하고도 잔인한 연쇄살인의 범인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 같은 상황에서 수사를 맡은 형사들과 언론 모두 그를 집중하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반전, 그리고 여운

<카프카 살인사건>은 반전은 반전이되 눈에 보이는 뻔한 반전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보인다. 추리소설답게 끝부분에 반전을 배치하지만 반전을 위한 반전이라거나 중반이 넘어가면 이미 짐작이 되어버리는 반전이 아닌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책의 제목부터 글을 쓰는 작가까지 모두가 이 사건에 속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한다. 그리고 그만큼 섬세하게 또 치밀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은 집중하여 본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 책의 반전은 어딘지 모르게 조금 억울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최근의 뻔한 반전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읽는 재미와 생각할만한 조금의 여지까지 남겨준 작가의 센스에 놀랐다고 해야할까? 아마도 오늘 밤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에 크리스티나 쿤의 이름을 살짝 올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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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어딕트 하이 샤인 립스틱 - 3.5g
디올
단종


제가 가진 컬러는 530 오베이션 오렌지입니다. 평소에 핑크 계열만 사용하다가 큰맘먹고 장만한 오렌지 컬러이기도 하죠.

간단하게 용기의 디자인과 사용감등을 메모해보았어요.
손에 착 들어오는 볼륨감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었답니다.

색감과 펄감 역시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밀착감있고 안정감있게 컬러가 표현되는것도 좋았구요.

딱 한가지의 단점은 펄 때문에 잘 닦이지 않는다는 점 정도?
그 외에는 모두 마음에 드는 제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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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 - 사랑했으므로, 사랑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
권문수 지음 / 나무수 / 2009년 10월
구판절판


사람들의 말처럼 사랑은 영원한 인류의 화두일것이다. 수 없이 많은 세월동안 소설로 쓰여지고 음악으로 불리워지고 영화로 태어나며 그림으로 표현되어지는 사랑. 세상에 존재했던 사람들이 모두 한 두 번쯤은 경험하며 살아간다는 사랑이기에 그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혹은 그것보다 많이 존재했을 사랑에 대해 사람들은 그래서 점점 무뎌지고 있다. 사랑이 찾아오고 사랑을 하고 사랑이 멀어져 이별하는 모든 과정들이 그저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을 법한 그저 그런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자신이 사랑했을때의 그 처절하고 절박했던 그리고 그래서 더욱 진지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을 깡그리 잊어버린채 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절대 다시 일어서지 못할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까지도 무시하면서.


사랑으로 인해 병을 얻은 사람들, 그들의 사랑과 병에 대하여

<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은 제목 그대로 사랑으로 병을 얻은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담고 있다. 그들이 사랑으로 인해 어떻게 병을 얻었는지 그리고 그 병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혹은 극복하려 애쓰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사랑의 끝에 이별을 맞딱드리고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감각, 불안, 상실, 편력, 중독, 금기, 트라우마, 오해, 극복이라는 9개의 키워드를 통해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사례를 들고 그들이 경험했던 사랑의 이야기와 그 사랑이 가져온 마음의 병, 그리고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나누었던 상담과 치료방법에 대해 전하고 있는 책인것이다.


사랑과 이별도 누군가에게는 치료가 필요한 병이다.

저자는 심리학과 임상상담학을 전공한 후 병원에서 카운셀러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으로 그가 직접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의 사례를 들어 좀 더 가깝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상황을 설명한다. 모두 다른 사연과 과정을 거쳐 조금은 다른 형태의 병을 가지게 된 사람들, 그러나 그 병의 시작에는 그들에 치열하고도 절박하게 매달렸던 사랑이 있었음을 설명하는 이야기. 이 이야기들은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경험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어 흔적을 남기는 사랑의, 혹은 사랑으로 인한 병들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경험하지만 다르게 남는 사랑의 상처에 대해..

<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에서 다루는 9가지 키워드 속에는 꽤 다양한 사랑의 형태들이 담겨 있다. 아픔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모든 감정에서 스스로를 배제하고,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까봐 불안해하며, 과거의 상처를 보상받으려하고, 나쁜남자에게 빠져드는 사랑의 병들은 때로는 우리 주변의 누군가에게서 이미 한번쯤은 들었던 이야기이고, 때로는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들이 <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에서 지적하고 싶어하는 바로 그 점인것이다. 당신도 사실은 치료가 필요한 사랑병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당신도 사랑으로 인한 그 수많은 병들에게서 안전할 수 없다. 당신도 누군가의 관심으로 혹은 스스로의 관심으로 한번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아라라는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그럼에도 두 번째의 사랑을 해야하는 이유.

사랑은 분명 우리가 인생을 사는 동한 한번 혹은 그 이상 경험하며 살아갈 인생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경험하는 과정이라고 하여 그 과정이 남기는 흔적까지 모두 같은 형태일 수는 없다. 모두가 한번쯤은 감기를 겪지만 누군가는 하루만에 거뜬해지고 누군가는 몇날몇일을 앓고 난 다음에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도 감기처럼 누군가에게는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는 의미이다. 제때 치료가 되지 않으면 독감이 되어버리는 감기처럼 사랑도 제때 적당한 치료가 있어야만 이겨내고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관심과 치료가 한번쯤 경험한 사랑과 이별을 떨쳐내고 두번째 사랑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되어 남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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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26
오스카 와일드 지음, 하윤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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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방 바닥에 누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대던 세계명작동화 중 특히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동화는 바로 행복한 왕자였다. 온 몸이 금박으로 뒤덮혀 있고 눈과 칼에는 보석이 박혀 수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보며 행복을 소원했던 행복한 왕자라는 이름의 거대한 동상, 높은 동상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지내던 행복한 왕자는 그 자신은 화려한 금과 보석으로 뒤덮여 있지만 그가 내려다보고 있는 마을에서는 끝없이 불행한 이들의 힘겨운 한숨이 들린다는것을 알게 되고, 그들의 한숨이 가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행복한 왕자는 자신의 발에서 하룻밤을 보낸 제비에게 부탁해 자신이 가진것들을 하나씩 나누어주기 시작한다. 칼에 박힌 보석과 자신의 눈, 그리고 다신을 둘러싼 금박들까지.. 그리고 행복한 왕자와 제비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된다. 물론 그들의 영혼은 영원한 천국으로 가지만 말이다. 어린 아이가 읽기에는 다소 많다 싶을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행복한 왕자,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저 단순히 착한일 하면 죽어서라도 천국에 간다는 식의 단순한 의미를 가진 동화는 아니었지만 그 의미를 모두 알지 못했음에도 무슨 이유에선지 그 당시에도 내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였다. 그리고 그 동화의 작가가 바로 이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이다.


세 사람의 미묘한 관계, 그 안의 불안감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이끄는 등장인물은 크게 세 사람을 들 수 있다. 도리언 그레이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자신의 모든 열정을 그의 초상에 투영하여 그의 초상을 그린 화가 바질 홀워드, 그리고 냉정하고 잔인할만큼 세상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헨리 경,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초상화의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가 바로 그들이다. 화가인 바질은 자신에게 미적 영감을 주고 자신의 작품에 모든 열정을 쏟아붇게 만드는 도리언의 매력에 빠져 그의 초상을 그리기 시작한다. 온전히 순수한 자신의 열정과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도리언 그 자체의 모습을 표현해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며 말이다. 그리고 그 그림이 완성되는 그 순간 그를 찾아온 그의 친구가 있다. 모든 세상의 존재하는 것들을 피상적이고 외면적으로만 파악하고 바로 그것이 진리라는 신념을 가진 귀족 헨리 경이 바로 그이다. 친구인 바질이 그린 도리언의 초상화를 보고 도리언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바질을 통해 도리언을 만나게 되고 도리언은 그만의 확고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헨리에게 매력을 느낀다. 아직 어린 소년기의 도리언은 자아를 만들어가는 그 순간 헨리의 사고방식에 강한 이끌림을 느끼게 되고 그의 신념을 마치 자신의 신념인듯 흡수하기 시작한다. 세상을 헨리의 방식으로 보기 시작한 도리언, 바로 여기에서 도리언의 불행이 시작한다.

그림 속에 나타나는 잔인한 흔적, 스스로에게서 도망가는 도리언

도리언에게 도리언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절대성을 주장한 헨리에 의해 도리언은 자신이 가진 가장 값진 것은 그가 가진 외모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믿음은 바질이 도리언을 그린 초상화에 대한 질투와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하루가 지나면 하루만큼 자신은 늙어가고, 초상화 속 자신은 그대로 젊은 모습을 유지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도리언은 자신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자신에게서 초상화로 옮겨간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리언은 기도하기 시작한다. 초상화의 자신이 현실의 자신을 대신해서 늙어가고 자신은 그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소원은 이루어진다. 도리언은 늙지 않고 초상화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퇴폐와 향락에 물들어 추하게 변하는 도리언의 영혼은 그가 소원한대로 현실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영혼이 변화할수록 그 대신 늙어가는 도리언의 초상속 도리언은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도리언은 초상화를 마주 볼 수 없게 되고 추악하게 변해가는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는 초상화를 오래된 공부방에 가두어놓기에 이른다.


동화처럼 돌아오는 내면과 외면의 자리.

이야기가 끝으로 갈수록 도리언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그래서 읽는 과정에서 그 끝을 쉽게 예측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주는 의미는 단순히 정해진 순서에 따라 펼쳐지는 이야기의 전개방식에 있지는 않다. 어린시절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의 눈길을 끌었던 그 동화 <행복한 왕자>를 지은 바로 그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나는 잠시 스스로의 오점을 바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포를 보았던것 같다. 어떤 두려움도 나 스스로의 잘못을 마주보는 것에 비하지는 못한다는 사실 말이다. 게다가 그것이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가장 피하고 싶었던 스스로의 모습이라면 그 공포는 아마도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가 아닐까? 도리언 그레이가 자신의 실제를 대신에 변하는 초상화를 마주 보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그 공포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치명적인 오점이 한두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오점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이 어쩌면 그것을 마주하는 것이라는 가장 간단한 진리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그려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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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09년 8월
절판


05년 개봉했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영화가 개봉했을때 나는 그 영화를 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었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차라 모든 영화들이 극장개봉을 하지 않았던 것도 가슴을 졸였던 이유였지만 거기에 더해 거의 모든 영화가 극장개봉을 한다는 서울에서도 상영관이 몇개 되지 않았던터라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래서 당시 어찌어찌해서 아는 지인에게 받은 그 영화의 cd는 진실로 반가웠다. 그저 볼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말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더글러스 애덤스, 그가 돌아왔다.

그 당시 내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기다렸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겸 가수 모스뎁이 출연하는 영화라는 사실말이다. 개인적으론 좋아하시만 흥행영화에서는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던 모스뎁이었고 그나마도 저예산 영화들에 주로 출연하는 터라 국내에는 개봉조차 하지 않은 영화들에서만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그의 영화, 때문에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대하게 했던 영화가 바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다. 그렇게 단지 모스뎁을 보리라는 의지 하나만으로 만나게 된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나에게 새로운 상상의 영역을 보여주게 되었다. 이전에 보았던 그 어떤 영화보다 기발하고 때로는 황당하기까지 한 상상력,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산만하지만 결정적인 연결고리들이 존재하는 이야기의 결집력은 단지 그 한편의 영화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원작이 따로 있으며 그 원작자의 이름이 더글러스 애덤스라는 사실 또한 추가 정보로 습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 더글러스 애덤스의 또 다른 작품이 바로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이다.


산만하기가 말할 수 없을만큼 복잡한 이야기들, 그리고 결정적인 유머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는 초반부터 읽는 사람의 혼을 쏙 빼어놓는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절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개별적인 인물들의 짧은 이야기들이 흩뿌려지고(절대 정렬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절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 나열되기 시작한다. 사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초반에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어떤 메세지를 중심으로 책을 보아야 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애매하고 어지러운 특유의 분위기들을 자신의 상징으로 만든 전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본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하지 했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의 제목에 떡 하니 등장하는 더크 젠틀리는 이야기가 1/3이 되어가도록 꼴도 안보이니 이 책의 정체가 심히 의심스럽다 해도 사실 무리가 아니긴 하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영혼의 계략에 빠진 인물들.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는 수 많은 등장 인물들이 존재한다. 우주선이 폭발한 외계인과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믿어버리는 전기수도사, 어느날 갑자기 동생에게 가던길에 죽게 된 고든, 그의 여동생 수잔, 수잔과 연인 관계인 리차드, 리차드의 은사인 리즈교스와 리차드와 동창인 이 책의 주인공 더크 젠틀리 마지막으로 수시로 뜬금없이 등장하는 말-_-;;; 타임머신과 착륙선등 현실과 과거 그리고 SF까지 뒤섞여 더글러스 애덤스 특유의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각자의 개별적인 사연들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위치에서 서로 연관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은 이 인물들의 이야기는 초반에는 산발적으로 툭툭 튀어나와 읽는 이를 적잖이 당황시키지만 이야기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인물들 사이에 흐릿하게 남아있던 연결고리들이 하나의 사슬처럼 이어지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동료를 죽게한 유령의 죄책감이 그들을 시간여행으로 끌어들이면서 과거의 잘못을 회복하고 싶어하는 그의 바람을 이루어주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 아무리 간단하게 설명하려해도 어딘지 모르게 복잡하게 얽혀버리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더글러스 애덤스스럽다고 이야기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To be continued...

책을 읽는 즐거움에는 여러가지가 존재한다. 어떤 책은 일상의 평화로움을 선사하고 어떤 책들은 폭풍같은 감동을 전달하며 어떤 책들은 유머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은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어떤 영역에 배치해야할지 참 머뭇거리게 만드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위치를 딱 찝으라 한다면 유머 쪽에 넣어야 겠지만 이 유머라는 것이 폭소도 아니고 즐거움도 아닌 황당함에서 나오는 실소에 가깝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이 유머에도 중독성은 있다보다 전작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즐겁게 본 사람들이라면 이미 조금은 적응 되었을 더글러스 애덤스식 황당 블랙 코메디가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에서는 한층 심화되었다고 하면 이 산만함이 조금 이해될 법도 아니 말이다.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는 한 권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어지는 속편으로 <길고 어두운 영혼의 티타임>이라는 작품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 황당하고 복잡 어지러운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아무래도 후속작인 <길고 어두운 영혼의 티타임>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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