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분 1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9년 12월
절판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 많은 것들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세상에 나오는 그 순간부터 가정이라는 공간에 의해 자신을 만들어가며, 시간이 지나면 학교라는 교육을 위한 공간을 통해 사회생활의 시작과 조화나 균형같은 일반적인 감정과 적응법들을 습득한다. 그리고 그 학교를 지나 사회에 정식으로 나가게 되면 그것들을 기초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는 방법들을 배워나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서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독립적일 수 없다. 어느 정도는 누구나 무엇인가를 주고 받으며 스스로를 만들어나가고 그렇게 인생을 꾸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학교는 완전한 보호와 완전한 독립의 중간단계로 보호받으며 자신의 인생을 준비하는 예비과정을 제공한다. 극단적인 소외, 일방적인 보호가 아닌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방법들을 배워가며 위험이나 세상으로부터 어느정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사람들은 세상에 나가기전의 인생의 경험인 학교를 추억하고 기억한다. 어느정도는 독립적이었지만 나를 보호해주는 마지막 울타리가 존재했던, 최소한 안전했던 곳이었으니 말이다.

19분, 누군가의 인생이 모아진 짧은, 그러나 길고 긴 시간.
<19분>은 스털링 고등학교라는 특정한 장소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 한명의 범인, 그가 벌인 세상이 이해할 수 없을것 같은 참혹한 범죄.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난 전체의 시간이 단지 19분만이 걸린 것이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찬 소리를 지르고, 부상을 당하고, 목숨을 잃는데 걸렸던 19분의 시간. 단지 19분의 시간일 뿐이지만 그 19분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전체를 응집시켜 표현해낸 자신의 인생 전부의 분노이자 과정임을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19분>은 그 잔혹했던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 사건의 전개를 다룬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관련되었거나 혹은 관련이 있었을지도 모를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사건의 범인인 피터부터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가 학교라는 반보호 반독립의 지역에서 겪어내어야 했던 수 많은 일들의 관련자들에 대해서 말이다.

학교를 단지 추억이라 말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스털링 고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은 왜소하고 작기만한,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한 남학생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총구를 향하게 하고, 총을 발사해 목숨을 잃거나 다치게 한 아이. 그런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작았던 단 한명의 아이는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가게 된다. 이미 세상은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했던 위험한 존재에 대한 인식이 그를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그는 그저 너무 약해서 스스로 <19분>를 보호하는 법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에 가까운 아이였을 뿐이다. <19분>은 책 전체를 통해 왜 그 아이가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향해 가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작지만 너무도 잔인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그가 그러한 작은 이들에 의해 자신의 운명과 인생의 흐름을 바꿀만큼 연약한 그저 작은 소년이었음 또한 부각시킨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필연적이었을 결정.
<19분>을 읽기 전에, 잠시 망설였었다. 세상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잃게한 어린 남학생. 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리고 그런 행동으로 치달아야 했던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그가 그렇게 해야했던 이유를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들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었든, 그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이고, 자신의 공포와 맞설 최후의 수단이 그것뿐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순 없다는 개인적인 믿음과 충돌하는 이야기일것이란 추측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분>은 단지 총을 쏘고 사람을 죽인 피터를 향해 동정의 눈길을 보내며 그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이야기만을 하지 않았다. 그가 했던 행동의 과정과 이유는 물론, 그를 그렇게 몰아간 주변인의 행동과 결정들에도 정당한 이유를 부여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정당한 이유들을 말하는 것으로 판단을 독자에게 맞기고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선택을 한 사람들. 그리고 모두가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결정들이 피터라는 한명의 사람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갔음을 통해, 누군가의 최선의 결정이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개인주의와 합리적 판단이라 일컬어지는 현대 사회의 판단 방식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나만을 위한 선택, 그 속에서 외면된 누군가의 공포와 아픔이 피터의 총구가 되어 당신을 향해질 가능성. 그 가능성에 대한 재고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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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온가스 2010-01-18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저도 이 책을 올해 초에 다 읽었습니다.
피터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유치원때부터 학대를 받았고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한 남들과 다른 착한 별종 피터가 너무 불쌍해서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자기들만의 위치를 놓치고 싶지 않아 피터를 공동의 장난감을 만들어 서로의 유대를 끈끈이 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보고 싶지 않더군요.
특히 조지 때문에.......................
피터의 부모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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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