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북
F. E. 히긴스 지음, 김정민 옮김, 이관용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절판


저마다 한가지씩은, 누군가에게 말하기 어려운 비밀이 한가지씩 있게 마련이다. 비밀이 아니라면 그저 누군가에게 속시원히 말해버리기엔 어딘지 모르게 껄끄러운 불편한 이야기라도 말이다. 때로는 그것이 나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를 절대 누설해선 안되는 비밀이기도 하고, 때로는 내 마음 어딘가에 나를 짓누르는 불편한 이야기이도 하지만, 그 무게의 경중을 떠나 누군가에게 말못한 사연 하나를 평생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비밀에 대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은밀하고 조심스러우며, 늘 무겁게 가라앉거나 아프기까지 하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소년이 되어 고향을 떠나다.

모든 사람들이 의지하는 존재. 무한한 신뢰와 든든한 위안으로 언제고 나를 품어줄 막연한 신뢰의 존재, 그것은 바로 나의 부모님이다. 어린시절의 나를 보호해주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하게 해주는 부모님은 그래서 늘 나의 가장 든든한 보호막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로 남아있는 부모님이기에 그런 존재가 던지는 배신은 더욱 그 아픔의 깊이가 크지 않을까? <블랙북>의 주인공 러들로가 바로 그 아픔을 간직한 아이이다. 술에 찌든 부모가 아이를 내세워 생계를 유지하고 그것으로 모자라 아이에게 소매치기를 시키고, 그렇게 해도 자신들의 술값을 충당하지 못하자 아이의 이를 뽑아 팔아넘기려한다.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어 자신을 위험의 한 가운데 던져넣으려 하는 순간 러들러는 자신의 목숨을 위해 자신의 부모를 뒷전에 버리고 자신의 고향인 도시에서 도망한다. 무한한 신뢰의 존재인 부모가 오히려 자신을 위협하는 곳. 그곳에서 러들러는 생존을 위해 도망하고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비밀을 사는 전당포

러들러는 우연히 한 마을에서 전당포 주인인 조 자비두를 만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살며 그의 일을 거들게 된다. 전당포 주인인 조는 마을 사람들에게 아주 허름한 물건들을 고가에 사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밤에는 그들의 비밀들을 사들인다. 그저 그들이 마음깊이 숨겨놓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들의 치명적인 비밀들을 듣고 그 값을 후하게 치루어주는 일. 러들러가 맡은 일은 그들의 비밀을 커다랗고 검은 블랙북에 옮겨적는 일이다. 사람들의 비밀을 사는 사람. 그리고 그 비밀들을 지켜주는 사람. 러들러는 조의 이런 생활에 조금씩 의구심을 품는다.


비밀, 사람들을 움직이다.

한 마을의 사람들이 쏟아내는 비밀들은 한가지 점에서 모아진다. 그리고 그 점은 바로 마을의 단 한명의 부자인 제레미이다. 가난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빚을 지고 있는 제레미, 그는 그가 도박으로 돈을 잃으면 자신에게 빚을 진 자들의 돈을 긁어내는 이로 조와 러들러가 마을로 오기 전부터 악명이 높은 악당이다. 그런데 한밤에 조가 사들이는 마을 사람들의 비밀에는 모두 이 제레미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이다. 결국 제레미에게 약점을 잡힌 사람들은 그들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제레미의 요구에 응하게 되고 더욱 나쁜 일, 그리고 더욱 저질스러운 일들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마을 사람들의 비밀에는 바로 제레미의 은밀한 손길이 뻗어있는 것이다. 비밀을 조에게 팔았던 사람들은 은연중에 조가 마을 사람들을 도울 것이라고 믿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요구에 조가 응답하지 않자 믿음을 배반했다며 오히려 조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누구도 믿을 수 없지만 누군가를 믿어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들은 결국 도움을 주었던 조라는 그들의 은인마저 자신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않음에 비난하기 시작한다. 조금의 것으로 만족함이 마땅했던 이들, 그리고 그들에게 그 조금의 도움을 주었던 조의 관계는 원하는 자와 베푸는 자의 입장을 부여하며 끝없이 원하고 끝없이 요구하는 인간의 몰염치한 모습을 보여준다. 조는 그들에게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는다. 그저 그 현실에서 그가 해줄 수 있는 아주 작은 도움을 줄 뿐이다. 마땅히 고마워해야할 존재를 향해 더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신뢰도, 이해도, 양심도 없어 보인다. 결국 악인만이 욕망을 내보이고 끝없이 가지려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 가운데에도 언제가 무언가를 원하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블랙북>은 결국 그 마을에 평화를 가져다 준다. 철저하게 권선징악이라는 동화적인 교훈에 입각하여 내려진 결론처럼 보이는 블랙북의 결말은, 그러나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보았던 스스로의 악한 모습과 욕망을 떠올려 보게 한다. 극단의 모습으로 치닫지는 않았기에 악인의 오명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 잔인해질 수 있는 내면의 조금은 어두운 모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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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 여행의 황홀 - 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의 산골살이 더듬기
박원식 지음 / 창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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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잠시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몇일간의 여유를 가지는 휴가철이 되면 흔히들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 바로 이번 휴가는 어디에서 보낼까?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느끼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휴가라는 기간을 보내는만큼 자신들이 좀 더 편안하고 즐겁게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선택하기 위해 매번 고민을 거듭하고 결정을 해 휴가의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 이 고민의 주요 테마는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가 아닌가 싶다. 선선한 바람과 자연과의 교감이 가능한 산, 그리고 시원한 물과 사람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바다. 당신이라면 휴가를 맞이해 어디를 갈까? 나? 나는 물론 바다보다 산을 선택하겠다.


언제고 나를 반겨주는 산촌의 여유를 따라.

물론 휴가가 아니라도 잠시의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언제나 크다. 이 여행도 마찬가지로 어디로 갈까가 꽤 고민되는 문제로 대두되게 되는데 그 결정은 어떨까? 산? 바다? 나는 이번에도 역시 산을 선택하겠다. 싸늘한 바람과 함께 어딘지 모르게 황망해보이기까지 하는 탁 트인 바다보다는 그 안에 무엇이 숨어있을지 설레이는 산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바다와 다른 산의 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가기 보태어 본다면 그 산중에서도 관광지가 아닌 사람사는 마을, 그리고 누군가의 흔적이 아련히 남아있는 조용한 산촌여행도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 바로 이 책 <산촌혀행의 황홀>을 따라 그 황홀함을 느껴보고 싶으니 말이다.


산 속에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산촌여행의 황홀>은 에세이 작가 박원식이 홀로 산촌을 거닐며 써내려간 거창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욱 진솔한 산촌과 사람, 그리고 여행의 이야기들이다. 멀리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까이 있지도 않은 것 같은, 그리서 도시인들에게는 꿈처럼 그림처럼 황홀한 느낌까지 선물하는 그 이야기들 말이다. <산촌여행의 황홀>에서는 그래서 화려한 그림과 자세한 관광지도보다는 편안함을 담은 풍경사진과 작가 스스로가 직접 거닐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그 곳에서 경험한 음식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같은 이야기, 그리고 술한잔이 어우러진 푸념과 읊조림들이 펼쳐진다. 이곳에 놀러오라는 관광안내책자가 아니라 그저 작가가 거닐었던 작은 동네의 어귀의 꽃한송이에 관한 조그만한 기억이자 회상에 가깝다고 하면 될까? 에세이작가라는 작가의 이력이 보여주듯 그래서 이 한권의 책은 풍부하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무겁거나 거대하지 않고 작거나 소소한 느낌으로 편안하게 다가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계절을 따라 움직이는 전국 방방곡곡의 사람사는 산촌이야기

<산촌여행의 황홀>은 계절을 따라 그가 거닐었던 산촌의 이야기들을 구분해놓고 있다. 가을과 겨울로 시작해 여름과 봄으로 마무리 되는 산촌의 이야기는 참 신기하게도 계절의 느낌을 따라 알록달록하고 아름다운 색감으로 물들었다가, 겨울 한철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고 여름의 푸르름을 위해 봄의 새싹으로 힘을 얻는 사람살이의 모습들을 함께 담아놓는다. 때로는 미망인의 희미한 기억으로, 때로는 스님이 전해주는 옛 이야기로, 때로는 고독을 친구 삼아 노년을 보내고 있는 늙은 화가의 황혼의 붉은 빛으로 말이다.


여전히 남아 그립고 고마운 산촌의 황홀

산촌 여행은 그저 한때의 즐거움을 위해 휴가삼아 떠나는 계곡과 산행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사람이 살아가고 있고, 그래서 사람사는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는 듯한 산촌의 이야기는 그래서 바쁘게 뛰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도시인들에게 부럽고 그리운 존재가 되는 듯 하다. 노년의 어느날에는 나도 그저 저런 산촌에서 자연이 변화하듯 인간의 삶이 변화하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하고, 그 꿈이 실현되는 모습들을 미리 보게 하는 한권의 책, <산촌여행의 황홀>에는 그래서 우리의 과거와 함께 우리의 미래도 함께 담겨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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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구판절판


읽을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선호하는 장르를 기준으로 하고, 어떤 사람은 그 시기에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다루는 책들을 선택하며, 어떤 사람은 특정작가의 이름을 보고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저마다 흥미를 가지는 내용이 다르듯 그 흥미를 충족시켜주는 매체에 접근하는 방식 또한 다른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 천년의 금서를 저자의 이름을 보고 집어들었다. 오로지 김진명이라는 세글자의 이름만 가지고 말이다.


작가의 이름, 그 이름이 주는 무한신뢰.

김진명이라는 이름으로 떠오르는 작품중 나에게 가장 오랫동안 충격으로 남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아마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서재속에 고이 꽂혀있었던 그 책은 그 나이에는 읽기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무겁고 다소 복잡해보였지만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김진명이라는 세글자의 이름을 머리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여 정교하게 짜여졌던 그 이야기들, 그리고 머릿속에 그것이 우리의 현대사라는 것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것들이 우리나라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이라는 것에 더욱 충격을 받게 했던 그 책은 팩션이라는 장르의 명칭이 익숙해지기 이전에 이미 팩션이라는 장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기도 했다. 바로 그 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쓴 김진명이 현대사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의 근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자고 외치는 이야기가 <천년의 금서>이기도 하다.

한번쯤은 고개를 돌려 관심을 가져야 마땅한 그 문제에 대해..

<천년의 금서>는 우리 역사, 특히 그간 현대사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쏟아내었던 김진명이라는 작가가 이제는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우리의 고대사에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천년의 금서>가 다루고 있는 주제가 바로 우리의 고대사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동북공정이라는 우리 고대사의 왜곡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의 사관에 대한 경각심과 더불어 그간 우리가 소홀했던 우리 자신의 역사연구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에 대해 총체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의 역사를 보았던 우리의 편협하고도 왜곡된 시선에 대해 스스로 자성을 하자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 내용이라고도 하겠다. 때문에 <천년의 금서>가 다루고 있는 문제는 외교문제로 번질 가능성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밀리고 있는 대중국관계에 대한 우려와 함께 그 안에 포함된 우리의 역사,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의 안일한 연구태도에까지 모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다중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로서의 흥미, 그리고 그 안에 가려져 있는지도 모르는 진실.

다루고 있는 주제가 사회적으로, 그리고 외교적, 역사적으로 복잡한 문제라 하여 이 책이 하염없이 어렵고 칙칙한 내용일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오산임을 먼저 밝혀야겠다. <천년의 금서>는 우리 역사 중 韓이라는 글자의 유래에 대해 연구하는 역사학자와 친분을 가졌던, 그래서 이 역사학자의 연구에 참여했던 한 여교수의 이상한 사망으로 시작한다. 자살로 보이며, 자살로 입증되었으나 타살인 사건, 그리고 이 사건에 의문을 품은 한 형사와 그녀의 오랜 친구가 시작하는 사건일지는 다시 韓이라는 글자의 유래에 대해 연구하는 역사학자와 이어지며 이 역사학자의 행적을 뒤따라가며 점점 실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있다.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소설로서의 재미 또한 갖추고 있는 것이다.


천년의 금서, 천년의 비밀.

한 권의 책과 그 책의 진실에 의해 수 많은 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위해 과거를 조작하기를 망설이지 않는 인간들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우리가 잠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우리 스스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들어있는 한권의 책 <천년의 금서>. 사실 이 한권의 책에는 이 한권으로는 도저히 충분할 수 없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때문에 이 책을 덮는 순간 뭔가 아쉽고 서운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마도 그것은 책을 읽고 난 다음 바로 당신이 이 책의 내용들에 흥미를 느꼇듯 이 문제들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작가의 당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짧게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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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 : 군사편
탕민 엮음, 이화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10월
절판


인류가 살아온 수 없이 많고 길이를 잴 수 없을만큼 긴 시간을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의 계기로 설명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이 될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아마도 전쟁이 그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리라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듯 하다. 평화를 사랑한다는 인류의 변화는 그들의 바람과는 정 반대의 원인으로 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곤 했는데 그것이 바로 전쟁이었으며 이 전쟁에서, 특히 역사속의 전쟁에서 그들의 운명을 가장 크게 바꾸었던 것은 전쟁중에 그들의 군사력을 어떻께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역사를 연구하는데 전쟁을 연구할 수 밖에 없고 그 안에는 반드시 군사력과 전술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곤 한다. 바로 그것이 인류의 운명을 바꾼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요소이기 때문에 말이다.


세계의 역사, 그 흐름을 좌우하는 전쟁과 그 안의 군사들에 대한 이야기.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의 군사편에 대한 이야기는 말 그대로 인류의 역사를 바꾼 사건들 중 군사에 관련한 여러가지 일화를 담아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수 많은 나라들간의 분쟁. 역사속에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는 이 사건들 속에서 전쟁의 일부분이자 가장 중요한 군사에 관련한 내용들을 모아 정리한 책이라고 하면 간략한 설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의 군사활용법? 혹은 전술에 관련한 비밀과 신비로운 사건들, 혹은 전설로 남아 사람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수 많은 일화들과 비화들을 이 책 속에서 만나볼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 책의 요점.

미스테리와 신화, 그리고 역사로 남은 것들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은 그래서 전쟁이라는 다소 폭 넓은 주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구성하는 요소 중 군사라는 측면에서만 사건들에 접근한다. 그리고 비단 군사들의 이동경로와 전투방법들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그들이 역사 속에 남긴 사건의 진실에 한걸음 가까이가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 군사편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때문에 전쟁을 이기기 위해 사용했던 군사암호부터 스파이의 활동에 관한것까지 자칫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어가버릴 군사에 대한 용어적 한계를 생각보다 폭 넓게 다루고 있음을 주의깊게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때로는 신화와 전설로 남아 그것이 그저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일 뿐인지 혹은 역사적 사건에 서사적인 측면을 더한 진실인지 알 수 없었던 사건들부터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던 통설까지 모두 다루고 있으니 상식과 진실의 접근이라는 측면에서의 의미도 더할 수 있으리라.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 최근까지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히틀러에 대한 내용부터 전설로만 인식되기도 하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까지 꽤 넓고 풍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으니 흥미라는 측면 또한 충분히 고려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세계를 흔드는 군사.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평화를 부르짖고 있고, 하다못해 미인대회의 출전자들도 세계평화를 소원으로 말할만큼 (우스개소리이긴 하지만) 평화에 대한 인류의 갈망이 높아만 보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겪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인류에게는 전쟁이 계속될 것이다. 인류에게 단 하루라도 전쟁의 피와 눈물이 마른 날이 있었느냐고 누군가가 질문한다면 사람들은 그래서 모두 고개를 숙이며 슬퍼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고개를 숙이며 슬퍼하는 일만이 우리가 전쟁의 역사를 속죄하는 방법은 아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그리고 수 많은 학자와 사람들이 과거를 돌아보는 이유는 과거의 과오에서 좀 더 나은 현재와 더 나은 미래를 찾기 위함이니 말이다. 인류는 분명 전쟁과 군사력의 이용을 운명을 바꾸고 때로는 발전을 거듭해왔다. (전쟁을 통해 첨단기술과 현대의 경영기법을 만들어낸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이 역시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러나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순간들이 전쟁과 군사에 달렸다고 하여 그것을 계속 반복할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이제 필요한 운명의 변화 이상의 운명의 창조는 전쟁을 멈추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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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절판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프로그램 중 롤러코스터라는 개그 프로그램이 있다. 시청률 1%넘기기가 어렵다는 케이블 방송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나 은근히 인기있는 방송, 혹은 대놓고 인기 있는 방송이 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간판 코너는 바로 남녀탐구생활이라는 코너이다. 같은 상황에 처한 남자와 여자의 다른 사고방식과 대처방법에 대해 비교하는 이 코너의 시작을 알리는 말은 참으로 간략하고도 함축적이기까지 하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보여주는데 그 문장은 바로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 남자 몰라요."이다.

독특한 구성의 새로운 소설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라는 제목을 가진 한권의 책. 이 책을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떠올리게 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특이하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는 정말 특이하다. 무엇이 특이한고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이 소설의 구성적인 면이다.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는 독일의 어느 출판사에서 '강력한 의견들'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청탁받은 노년의 한 작가가 그의 글을 타이핑해주는 아름다운 29의 필리핀 여인 안야와의 원고 작업기간 동안 벌어진 일들을 적어내려간 이야기이다. 또 안야 역시 노년기의 작가와 함께 타이핑일을 하며 겪었던 본인의 심경을 적어내려간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글에는 세뇨르 C라 불리우는 노년의 작가가 쓴 '강력한 의견들'의 원고도 포함되어있다. 한권의 책에 강력한 의견들이라는 원고와 세뇨르 C의 안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안야의 세뇨르 C와 그의 연인 엘런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각 페이지들은 3단의 구성으로 상단에는 세뇨르 C의 원고인 '강력한 의견들'이 들어가고, 그 아래에는 안야와 세뇨르 C의 이야기들이 각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운 소설.

원래 책을 읽을때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지 않는 편이지만, 이 책을 처음 만났을때 이 소설만이 가지고 있던 이 독특한 구성에 잠시 어찌할바를 모르다가 책을 옮긴이는 도대체 이 책을 어찌 읽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옮긴이의 말을 읽었었다. 옮긴이의 말을 또 다시 옮겨보자면, 책을 읽을때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각각의 단에 속하는 세뇨르 C의 강력한 의견들과 안야의 이야기, 그리고 세뇨르 C의 이야기를 하나씩 따로 읽던지 혹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은 후 강력한 의견들을 읽던지 혹은 모든 이야기를 한번에 한 페이지로 읽던지 말이다. 나의 선택은 이것들중 두번째였다. 안야와 세뇨르 C의 일기를 읽고 난 후 세뇨르 C의 원고인 강력한 의견들을 읽으며 하단의 일기들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는 것이다.


강력한 의견들을 부드러운 의견들로 이끄러낸 안야와 세뇨르 C의 변화

세뇨르 C와 안야는 원고를 쓰고 타이핑을 하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그 중간에 완성물로 모습을 드러내는 강력한 의견들의 원고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간다. 첫 만남에서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외관적으로 보이는 서로의 피상적인 모습에만 관심을 기울였던 이 두 사람은 세뇨르 C가 쓰는 원고를 통해 안야가 그의 생각을 읽고, 안야의 의견을 통해 세뇨르 C가 안야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에 더해 안야의 생각과 세뇨르 C의 교감은 세뇨르 C가 쓰고 있는 강력한 의견들의 원고 전반에 조금씩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청탁받은 원고를 쓰는 일을 다시 타이핑하는 수동적인 일에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매개로 하여 전혀 다른 세대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와 교감하는 것이 '강력한 의견들'이라는 원고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운수 좋은 날 처럼 반어적인 어느 운 나쁜해의 일기

세뇨르 C의 강력한 의견들은 안야의 도움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세뇨르 C의 원고는 거기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안야가 붙인 이름대로라면 '부드러운 의견들'이라는 또 다른 원고가 완성된 것이다. 세뇨르 C와 안야의 교감은 세뇨르 C를 세월과 사람들 사이의 고립에서 꺼내고 세뇨르 C의 강력한 의견들을 부드러운 의견들로 바꾸어 놓은 영향을 끼친다. 안야 역시 세뇨르 C와의 관계에서 편협하고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던 자신을 버리고 조금 더 능동적이고 자유로운 시각을 가진 새로운 안야로 변화하게 한다. 안정되고 확실했던 엘런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자신을 위해 과거를 과거에 묻은 안야, 그녀와 세뇨르 C의 관계는 짧은 포옹으로 끝이 난 듯 보이지만, 안야의 마음은 세뇨르 C의 내면에 머물고, 세뇨르 C는 안야를 통해 새로운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기회를 얻게 된다. 안야와 세뇨르 C의 만남은 세뇨르 C에게는 자신을 버리고 안야에게는 엘런을 버려야했던 그들만의 위험을 감수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안에서 그들은 새로운 상대를 바라보는 눈과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 그 이상의 관계로 서로를 변화하게 하는 교감의 힘. 무언가를 버려야했던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는 그래서 가장 아름다웠던 그들만의 어느 아름다운 해의 일기로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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