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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도 색깔이다
그리젤리디스 레알 지음, 김효나 옮김 / 새움 / 2010년 9월
품절


검정도 색깔이다..제목 속에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누군가가 보았다면 엄청나게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라 상상했을 제목. 하지만 이 제목조차 그녀 자신이 지은 것이 아니라 그저 편집자의 생각이었을 뿐이라고 쿨하게 웃었다던 작가.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그대로의 벌거벗은 자신으로 세상을 향해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저돌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했다는 그녀의 이름은 그리젤리디스 레알이라고 한다.

화가로서, 작가로서 인생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삶을 내려놓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묘비 위에서도 정작 집착스러우리만치 놓지 않았다던 창녀라는 이름을 들고 삶을 마무리한 이 책의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변변한 직업이라 생각하지 않을 일을 자신의 평생이라 주장하는 여자. 모두가 잊어버리거나 외면하기를 바랄것 같은 일을 그녀 자신이라 말하면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그리젤리디스 레알의 검정도 색깔이다는, 그런 그녀의 삶을 담은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한다.

책 속에 글자로 담겨져 있는 그녀의 인생은 거칠었다. 그리고 그 거칠은 인생을 표현해낸 문장과 단어, 글자의 획 하나하나까지도 거칠었다. 그녀는 그녀의 인생을 꾸미거나 다듬고자 하지 않는것 같았다. 그저 그녀가 경험했던 것들 그대로, 그 순간 그녀가 느꼈던 감정 그대로를 곱씹으로 적어내려간 듯한 느낌이 더욱 강했을 뿐이다. 지독한 가난과, 가난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했던 도망과 도망, 그리고 또 도망.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감정을 다듬어낼 힘이나 시간따윈 없었던 그녀의 삶 그대로를 담아내기 위해 그녀는 그렇게 거칠고도 거칠은, 그래서 그 잔인함이 더욱 처절하게 드러나는 이야기들을 그대로 이 책속에 담담히 전하고 있었다.

매춘을 일러, 인류 최초의 직업이라고도 하고, 바퀴벌레처럼 세상이 존재하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을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모습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매춘을 가장 본능적인 행위로 보지 않는다. 그저 경멸가득한 시선을 담아 인생의 가장 나락에서야 피할 수 없이 맞딱드려야 하는 생존의 본능 정도로 밖에 치부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경멸하고 무시하며 눈 아래로 바라볼 뿐이다. 그런 모습으로 인생을 겨우겨우 연명해온 그녀의 인생을 담은 글이기에 이 글은 절대로 아름답게 치장될 수 없었으리라


그녀는 분명, 일생의 어느 한 조각에서 남들이 모두 멸시하는 일을 하며 생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그녀는 화가로서, 또는 작가로서의 삶 역시도 살아갈 수 있었다.

작가, 화가, 창녀...
창녀라는 단어를 그녀의 인생에서 조금 가장자리로 밀어낼 수 있었음에도 그녀는 왜 그 이름을 묘지까지 끌어안고 갔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인생전체가 창녀로서 살아야 했던 인생의 한 토막에 의해 가장 크게 변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창녀로 살았고, 창녀로서의 글을 써내려갔다. 창녀로서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자신들의 권리와 희망을 부르짖었고,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창녀로 대중앞에 내세우며 창녀로 살았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창녀들을 위해 살았으니, 비록 그녀가 인생의 아주 짧은 순간을 창녀로 지냈다고 해도, 그녀는 온전히 온 인생을 창녀로 살았음과 다를 바 없었으리라. 그리고 바로 그런 그녀의 인생이 바로 이 책을 채워나가고 있다. 어떤 색을 덧칠해도 그냥 그대로 검정으로 남는 검정색깔처럼. 진하고 강하게, 그리고 지울수도 없게 말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말과는 다르게 분명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는 직업에 귀천을 묻는다. 적어도 세상 사람들이 눈 아래로 보는 아랫등급의 직업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이 글을 쓴 작가 그리젤리디스 레알은 분명 세상 어느 곳에서도 가장 밑바닥이라 멸시받을 만한 일을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는 바닥으로 바닥으로, 그리고 그 아래로 그 아래로 숨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을 향해 자신들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달라고 외치며 생을 보냈다. 그리고 누군가는 한 없이 부끄러워하거나 경멸을 보낼 자신의 삶을 어떠한 꾸밈도 없이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나는, 그런 그녀처럼 혁명적인 사고를 하는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세상사람들이 하는 그녀들을 향한 손가락질 사이에 몰래 숨어 나 역시도 그녀들을 향해 존중이 아닌 무시와 멸시를 보내는 쪽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주장하는 만큼 매춘이 혁명적이고 예술적인 행위라는 생각도 단 한번 해본적이 없다. 찬성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잠시 해본다. 세상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세상을 향해 처절하게 외치고 절규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쩌면 스스로가 살아숨쉬는 인간임을 놓치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우리도 인간이다라고 그렇게 처절하게 외침이, 그녀 자신이 인간임을 잊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그렇게 고통속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울부짖음을 했던 것이라고..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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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ys200 2013-05-17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알라딘서점에서 제목이 독특해서 샀는데...단숨에 다읽고난후 .. 약간의 충격.. 그리고 검은빛 슬픔..작가에대한 존경심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