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브로드 2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품절


인생은 누구에게나 그저 흘러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마음처럼 흘러가도록 하기 위해 길을 닦고 물길을 터주고 끝없이 지켜보기도 하지만, 그들의 이런 노력보다 늘 한발 앞서는 것은 운명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그러나 소리조차 나지 않는 거대한 광풍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을 가르켜 원하는대로 할 수 없고,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인력의 힘이 미치지 않는것이라고 말하고는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말한다. 인생이란 그래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인력이 아닌 더 큰 힘에 의해 무엇이 일어날지 무엇을 잃게 될지 무엇을 이루게 될지 모르기에 그것이 인생의 진정한 묘미라고 말이다.

모두가 가진 각자의 이야기들.

<사우스 브로드>는 이제 그 이야기의 후반부로 접어든다. 전반부의 이야기가 그들이 현재에 이르는 과거의 만남과 현재의 삶을 짧게 그려내었다면 이제 후반부의 이야기는 그들이 그렇게 조금은 이방인으로 머물러야만 했던 각자의 더 오래된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가려져있던 잔혹한 진실들을 풀어낸다. 그리고 그 오랜시간이 흘렀으나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그들의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조금씩은 발목잡혀 버둥거렸던 그들의 그 과거 말이다. 시바의 쌍둥이 오빠인 트레버의 귀환으로 이제 모두 찰스턴에 모이게 된 이들은 트레버와 시바의 귀향과 함께 다시 돌아온 그들의 정신병자 아버지로 인해 불안한 날들을 보내게 된다.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숨기고 점점 그 집착을 강화시켰던 쌍둥이의 아버지는 공포라는 이름으로 그 형체를 드러내고 이제는 시바와 트레버를 위협하는 위험뿐이 아닌 그들 주변에서 그들에게 사랑을 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병적인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공포가 몰고온 지울 수 없는 또 다른 상처

모두가 모인 찰스턴은 공포가 숨어있는 자유와 평안을 보인다. 저 깊이 아래에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공포가 있지만 적어도 순간순간에는 오랜만에 그들의 과거를 만들었던 지난 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듯, 모두가 한 곳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서로 거리낌없이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끄러울 것 없이 자신의 어두움을 말할 수 있는 이들.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실이라는 미묘한 변화가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여전히 친구라는 이름으로 모일 수 있는 두텁고 단단한 사이임을 확인하는 시간이 그들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행복을 느끼는 순간 그들에게 거대한 사고가 몰아닥친다. 쌍둥이의 아버지가 기어이 그의 아름다운 딸 시바를 살해하고 만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우 시바,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에 언제나 방황하고 불안정한 영혼으로 자유를 갈망했던 소중했던 사람. 그 시바가 처참한 몰골로 난도질 당한채 피범벅이 되어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그것으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찰스턴과 레오에게는 다시 어둠이 밀려든다.


폭풍은 기억을 지우고..

시바의 죽음으로부터 지작된 어두움에 대한 공포는 이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과거를 들추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특히 그 어두움은 레오에게 집중되기 시작한다. 모든것을 잘 이겨내고 현실에서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던 이들. 그들의 중심에서 모두를 아우르는 자신만의 평온함을 늘 선사했던 레오에게 그간의 평온을 탓하듯 몰아닥치는 불행들은 찰스턴에 불어닥친 폭풍처럼 그간 힘겹게 스스로를 세워왔던 레오를 무너뜨린다. 시바가 죽고,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녀의 아버지가 시체로 발견되고, 레오의 오랜 상처였던 아내 스탈라가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를 최초로 어둠속에 밀어넣었던 어린시절의 상처, 바로 스티브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이다.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가장 신성한 누군가에 의해 처참히 스스로의 목숨을 버려야했던 형의 진실. 그 진실은 레오에게 선과 악의 구분, 현실과 과거의 구분, 그리고 진실과 거짓의 구분을 모두 부질없게 만들어버린다.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모른다.

인생은 그렇게 아주 작은 구멍으로도 흘러내린다. 그 흐름은 사람이 막을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 시작되면 멈출줄 모르고 그 방향도 예측할 수 없다. 찰스턴에 어느날 찾아온 쌍둥이 자매, 그리고 고아원의 아이들, 그저 스쳐지나갔다면 전혀 다른 곳을 향했을지 모르는 레오의 인생은 그들에게 과자를 가져다주고, 그들의 손에 풀린 수갑을 풀어주면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그를 안정으로 인도하기도 하고, 다시 불행으로 밀어넣기도 한다. <사우스 브로드>는 그렇게 인생의 예측불가능한 흐름을 그려낸다. 마치 우리들 누군가도 그렇게 흘러갈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듯 말이다. 그리고 그래서 <사우스 브로드>는 특별하다. 그저 단순히 하나의 특별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경험하는 보통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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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도 돼?
나카지마 타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0월
절판


요즘은 예전보다 많이 늦어졌다고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남성과 여성들 사이에는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남자들은 30대를 넘기기 시작하면 조금씩 결혼이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여자들은 20대 후반이 되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고 개인차가 분명 존재하지만 일반적인 선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왜 다들 어느정도의 나이가 되면 결혼이라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실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될까? 왜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쫓기듯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마치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걸까? 아마도 그것은 사람들 마음 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이라는 것 때문이 아닐가 싶다. 어딘가에 내 마음을 의지하고 나만을 위한 공간이 되어 주는 것, 그것을 가정이라는 집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정을 이루는 방법인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마음을 의지할 곳이 꼭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걸까? 그저 나만의 공간을 가지는 것으로 그 편안함과 안정을 가질 순 없을까?


30대 독신녀, 나만의 공간을 꿈꾸다.

나카지마 타이코의 소설 <지어도 돼?>는 바로 이런 자그마한 반항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왜 꼭 가정을 이루는 것만이 안정을 찾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지어도 돼?>는 그 안정을 집이라는 나만의 공간으로 형상화하여 보여준다. 모든것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 그리고 철저하게 나에게 맞추어진 공간에서 새로운 안정을 찾기 보다는 현재의 안정을 공고히 하는 방법으로 독신녀의 집 짓기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을거야!가 아니라 지어도 돼?로 시작하는 문제들.

<지어도 돼?>의 주인공인 마리는 30대의 직장여성이다 꽤 오랜 생활 직장생활을 하며 나름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오랜 시간 유학이다 뭐다 해서 집밖을 떠돌았던 그녀는 현재 직장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은 2층에 세들어 살고 있다. 집은 맘에 들지 않지만 어짜피 이사를 한다고 해도 좋아질것 같지 않은 주거환경을 빌미로 그녀는 문득 집이 있는 남자를 만나 이 생활을 탈출할까 하는 조금은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의 이런 생각을 눈치챈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이런저런 소개팅이다 맞선이다 하는 자리를 만들어주게 되고 이 자리에서 그녀는 후쿠시마라는 건축사를 만나게 된다. 나쁘지 않았던 그마저도 별다른 약속 없이 헤어진 그녀는 남자 만나기 계획에도 시들해지고 어느날 우연히 자신에게 살던 맨션을 물려준다던 친척의 말을 듣고 문득 내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맨션과 부모님이 버려두다시피 한 땅을 바꾸어 그 땅에 나만의 집을 짓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계획은 순탄치가 않다. 신혼 부부도 아니고 그저 남자도 아닌 독신여성이 혼자만의 집을 짓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어딜가도 가족을 위한 집만이 보이고 독신여성인 자신을 위한 집을 찾을 수 없었던 마리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집을 지어도 되는걸까?"


나만의 공간을 찾기 위한 마리의 고분분투

그녀는 주변의 석연찮은 시선들에 문득문득 불안을 느끼지만 맞선으로 만났던 건축사 후쿠시마와 함께 자신만의 집을 계획하며 그 집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굳이 가족을 꾸리는 일이 아니라도 스스로 안정을 찾아가는 방법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해 짓는 집. 그래서 조금은 기괴하고 신기한 구조를 가지게 되어버렸지만 그래서 더욱 그녀스러운 그녀만의 집은 그 자체로 마리 자신이고 마리가 앞으로 이룩해야할 미완의 꿈이기도 하다.


스스로 찾아가는 나만의 집 만들기.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집을 짓는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 말이다. 물론 경제적인 여건도 여의치 않고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나만을 위한 맞춤 집이라니..이 얼마나 설레이는 꿈인가? 그리고 한켠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혼자만을 위한 공간에서 나만을 위해 내가 변할 필요없이 그대로를 보여주는 집을 가진다면, 나는 과연 누군가를 위해 변화할 필요를 느낄까하는 생각 말이다. 마리는 현재의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집을 짓는다. 마치 지금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며 남들에 의해 흔들리고 변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꿈을 위해 자신을 지키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집이라는 건 언제나 변화하는 인간의 삶이나 생각만큼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녀가 살아가며 자신의 생각과 삶이 변할때마다 그녀는 이전의 자신을 보여주는 집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게 되진 않을까? 물론 앞으로 c동과 d동을 지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이전의 a동과 b동은 그래도 두어야 하니 말이다. 아무쪼록 마리가 지금 지으려 하는 a동과 b동이 앞으로 지어질 c동와 d동의 좋은 시작이 되길 바람해본다. 그것까지 모두 부수고 다시 지으려면 너무 많은 수고가 들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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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베르타의 사랑 - 아이러니하고 말도 안 되는 열정의 기상학적 연대기
쿠카 카날스 지음, 성초림 옮김 / 예담 / 2009년 11월
절판


다른 장르의 소설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연애소설은 연애소설 특유의 색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표현하는대로 보드랍고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핑크, 놀이동산에서 만나게 되는 구름같은 솜사탕처럼, 달큰한 맛이 나는 핑크빛이 바로 연애소설의 느낌이다. 사근사근하고 세상 그 어느것에도 영향받지 않을 것 같은 그 아름다운 핑크빛을 그래서 읽는 사람의 마음도 조금은 부드럽게 조금은 따스하게 그리고 가끔은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모든 연인들의 아름다운 사랑이 그러하듯이 그 사랑을 그린 연애소설 역시 그렇게 낯간지럽고 예쁘기만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키다리 베르타, 사랑을 찾아라.

<키다리 베르타의 사랑>의 주인공 베르타는 태어날때부터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실망을 한번에 받으며 태어난다. 무지개가 마을에 걸린 날 태어나는 아이. 그래서 대단한 능력을 타고 날 것이라는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자랐으나 사실은 그저 길쭉한 아이일 뿐이었던 베르타. 그녀는 남자도 170이 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인 마을에 190이 넘는 키를 가진 키만 껑충한 길쭉한 아이일뿐이었고, 그녀의 키는 그녀를 다른 사춘기 소녀들이 경험하며 지나는 첫사랑의 풋풋함마저 겪지 못하도록 하는 거추장스럽고 창피한 걸림돌일 뿐이다. 그러던 그녀에게 어느날 새로이 나타난 요나라는 이름의 우체부는 그녀의 마을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만큼 큰 키를 가진 사람이었고, 그녀에게는 유일하게 그녀가 올려다 볼 수 있는 남자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눈길을 준 이들은 그 또한 자연스럽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고 유난히 베르타를 아끼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사랑을 시작한다.


베르타의 특별한 능력, 그리고 마을의 변화

마을에 무지개가 걸린 날 태어난 특별한 아이 베르타의 숨겨진 능력은 베르타가 사랑을 시작하고서부터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베르타의 마음에 따라 날씨가 변화하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베르타가 처음으로 요나와의 짧은 스침을 통해 마음이 뜨겁게 달아오른 그 순간부터 마을에는 식을 줄 모르는 더위가 찾아오고, 그녀가 아버지에 의해 요나와의 만남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자 슬퍼하는 그녀의 마음을 따라 마을에는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닥치는 이상기후가 베르타에 의한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더위에서 다시 끊없이 이어지는 비를 극적으로 멈추게 한 것이 앞으로 분홍색 옷만 입겠다고 맹세한 덕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이상기후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마을 전체를 분홍색옷을 입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만들고, 마을의 변화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마을을 이끌어낸다. 분홍색 옷만 입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크리스마스 마을로 관광을 오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은 외지인들로 붐비기 시작하고 늘 가난과 친숙했던 크리스마스 마을은 전에 없던 호황을 경험하게 된다. 크리스마스 마을과 늘 비교되고 서로를 싫어하는 마을 폰사는 크리스마스 마을의 이런 호황을 질투하고, 그들도 크리스마스 마을처럼 푸른 마을이 되기로 한다. 그리고 이 결정은 폰사와 크리스마스 마을 사이에 불화를 심화시키고, 이제 폰사마을 출신인 요나와 크리스마스 마을 출신인 베르타의 사랑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다. 가난했을때에는 그저 약간의 시기와 약간의 경쟁만 있던 마을이 번성하며 이제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분노와 전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마을이 사라지고 나서야...

<키다리 베르타의 사랑>은 그렇게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요나와 베르타를 설정한다. 가난했을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마을 사람들은 그들에게 찾아온 행운을 평화롭게 누리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서로 경쟁하고 분노하며 질타하는 것으로 그것들을 변질시킨다. 그리고 이제 그 분노는 마을을 넘어 폰사마을까지 향하게 되고 두 마을의 전쟁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의 욕심은 분노를 부르고, 그 분노가 희생을 낳을때까지 말이다. 서로를 사랑했던 요나와 베르타는 그 모습을 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마을은 베르타의 눈물로 쓸려 사라지고 분홍의 마을화 파랑의 마을은 자줏빛 물이 되어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그렇게 마을이 사라지고 요나와 베르타는 그들만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게 된다. 마을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사랑은 남은 것이다. 베르타는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의 기분에 따라 변하던 날씨는 아마도 그 이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듯 하다. 책에는 그날의 두 마을에 닥친 재앙을 아직도 원인불명이라고 정리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녀의 능력이 사라진 것일까? 아님 그녀의 일상이 그토록 원했던 사랑을 얻은 뒤 다시 지루해진 것일까? 아마도 베르타는 그날 그 마을의 자줏빛 물에 자신의 능력을 쏟아버렸던 것 같다. 더 이상 자신에게는 그런 능력이 필요없었으니 말이다. 조금은 황당한 설정에서 시작한 연애소설 <키다리 베르타의 사랑>. <키다리 베르타의 사랑> 역시 그렇게 사랑의 진리를 말하고 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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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품절


두꺼운 두께의 책을 만나게 되면 늘 드는 생각이 있다. '도대체 이 작가는 무슨 이야기가 이토록 장황하고 길게 하고 싶었을까?'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 책. 그 한권의 책들은 대부분 300~400페이지 내외인 경우가 많고, 그래서 이례적으로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들을 만나게 되면 살짝 부담을 느끼며 따라나오는 생각중의 하나인 셈이다. 사우스 브로드를 만났을때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걸까?' 그것도 500페이지짜리 책 한권이 아니라 두 권에 걸쳐서 말이다. 500페이지가 두 권이면 1000페이지 아닌가.. 도대체 이 길고 긴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사우스 브로드>는 나에게 처음부터 그렇게 길고 무거운 느낌의 책이었다.

레오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그의 인생.

<사우스 브로드>는 남부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서 살고 있는 레오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없이 이해심이 많고 이성적이며 불편했던 자신과 어머니의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주셨던 그의 아버지, 그리고 수녀출신의 교장선생님인 어머니,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재능으로 레오보다 늘 한발 앞서있었고 그래서 한발 앞서 사랑을 독차지 했던 그의 형 스티브, 그리고 그런 형의 아래에서 형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던 자신의 이야기 속에 불행이 시작되었던 바로 그 시점. 형의 자살을 고백하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좌절과 어두움에서 벗어난 소년의 이야기.

레오는 자신이 뛰어난 형의 그늘에 가려 불행했던 소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역시 그런 형을 사랑했고 그런 형이 있었기에 수줍고 소심했던 자신이 세상에 나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형이 어느날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버렸을때 그를 덮어주던 포근하고 따뜻한 보호가 끝나버린 것으로 생각한다. 레오의 어머니는 유난히 사랑했던 큰 아들의 모습을 작은 아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레오를 온전히 사랑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레오는 어머니의 이런 불평등한 처우에 반항하기 보다는 자신을 보호해주던 아름다운 형의 부재에 따른 좌절을 더 크게 경험한다. 스스로를 방치하는 상태에 버려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로 자신을 남겨둔 것이다. 이 시기에 레오는 작은 사건에 연루되고 소년원에 들어갈 위기까지 처하지만 사회봉사명령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를 대신하게 된다. 레오가 형을 잃고 난 후의 고통스런 방황을 끝내려 마음 먹은 것은 바로 이 시기이다. 스스로의 좌절을 이겨내기 위해 상담을 받고 타인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레오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바로 일으키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방황의 기간동안 멈추었던 자신의 정신적 성장을 한꺼번에 해내기라고 할 듯히 맹렬하게 성장한다. 여전히 사랑하는 스티브의 죽음이라는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우울함을 간직한채 그를 바라보는 어머니보다 더 성숙하고 다듬어진 청년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도시의 이방인들로부터 찾은 안정.

찰스턴에는 끝없이 많은 이방인들이 출연한다. 술 주정뱅이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아름다운 남매 시바 포와 트레버 포, 고아원 출신의 남매 스탈라 화이트헤드와 나일즈 화이트 헤드, 찰스턴의 뛰어난 명문가 자제인 채드워스와 몰리, 프레이저, 페닌슐라 고등학교의 풋볼 코치의 아들인 흑인 아이크들로 때로는 너무 눈에 띄는 명문가로 인해 때로는 고아라는 출신성분으로 인해 때로는 인종, 때로는 불우한 가정환경등의 여러 요소로 인해 각자가 거대한 인생의 짐들을 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모두 계층과 인종, 직업과 권력등의 여러 기준에 의해 나뉘어지고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그래서 하나가 될 수 없어 보이지만 우정이라는 이름의 유대감으로 묶인 거대한 인류의 축소판처럼 모여있다. 그리고 레오는 그들 속에 깊숙히 자리잡음으로써 스스로의 상처를 이겨내고 그들의 짐들을 내려 한데 묶어 놓는 역할을 한다. 마치 그의 아버지가 늘 불안했던 그와 어머니의 관계를 하나로 이어내는 조정자의 역할을 했듯이 말이다.


다시 돌아온 불안.

2권으로 이루어진 <사우스 브로드>의 1권에서는 어린 시절의 그들의 성장과정과 몇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각자의 위치와 각자의 가정이 이루어진 성인이 된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동안은 모야있었으나 각자의 인생을 위해 전혀 다른 결정을 하고 전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끼리 관계를 가지고 가정을 이루는 모습들을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뛰어난 미모를 가진 시바 포가 찰스턴으로 돌아오는 것을 계기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한동안 헐리웃을 주름잡던 시바가 나이를 점점 먹고 순탄치 않은 인생을 이어오는 중 발생하게 된 사건. 바로 그의 쌍둥이 남매인 트레버 포가 사라진 사건을 통해서 말이다. 이제 한동안 각자의 인생을 살았던 찰스턴의 친구들은 트레버를 찾기 위해 다시 하나의 관심사로 모인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수 많은 차이와 다른 사고방식에서 나타나는 그들사이의 문제점을 끌어안은채로 말이다. <사우스 브로드>의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아마도 그들이 트레버 포를 찾는 과정을 통해 다시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것이다. 그들과는 또 다른 하나의 존재 게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트레버 포를 끌어안기 위해서 말이다. <사우스 브로드>는 아마도 그렇게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이방인일 수 있는 그러나 그럼에도 사람들 속에 섞여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할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사우스 브로드>의 두번째 이야기를 그래서 기다린다. 그들이 또 다른 하나의 존재를 끌어안을 때마다 보여주는 그들의 성장이 마치 인류가 풀어야할 포용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하기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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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의 세계사
김희보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11월
품절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한동안 서점가를 휩쓸었다면 그 뒤를 바로 이어 이런 술렁이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책이 한권 있다. 벌써 출간전의 2편은 예약판매까지 이루어지며 또 한번의 바람을 불고 올것으로 예상되는 책. 작가의 이름만으로 호기심이 생기는 책. 댄 브라운의 <로스트 심벌>이 바로 그 책이다. 다빈치 코드라는 한 편의 이야기로 출판계는 물론 영화와 미술계까지 그리고 넓게는 종교, 사회적으로 많은 파장을 몰고왔던 작가 댄 브라운, 음모론으로 압축되어 설명되어지는 그의 작품에는 일관적으로 이어지는 배경이 있는데 바로 기독교 문화와 그 문화에 숨겨져 있는 거대한 비밀이 그 중심축을 이룬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덕택에 세계인들은 한동안 음모론에 빠져있었고, 이를 계기로 한동안은 있었으나 있어도 무방 없어도 무방으로 생각되던 비밀결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오늘 정리하게 될 책도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바로 <비밀 결사의 세계사>이다.


세계의 비밀 결사, 그들의 역사.

<비밀 결사의 세계사>는 말 그대로 세계 각국에 존재했었던, 혹은 현재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다양한 비밀결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 덕분에 유명해진 기독교계통의 비밀결사부터, 좀비로 많이 알려져 있는 부두교의 조직, 한 때 극단적인 인종차별의 대표적인 단체로 악명을 떨쳤던 KKK단과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탓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했었던 아시아 대륙의 비밀결사까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비밀결사의 범주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물론 책의 전면에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 로스트심벌이라는 비교적 주목받기 쉬운 소설의 이름을 배치시켜 마치 서양 비밀결사조직에 대한, 특히 이 소설들에 등장하는 기독교 계통의 비밀결사에 대해 집중 조명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많은 부분들이 이런 계통에 속하는 비밀조직을 설명하는데 집중되어 있기도 하다.) 제목은 말 그대로 비밀결사의 세.계.사가 아니던가. 그러니 세계 전체에 흩어져 존재하고 있는 비밀결사에 대한 개괄적인 이야기들이 이상한 부분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괄적인 설명과 집중조명

<비밀 결사의 세계사>는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첫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1. 비밀결사의 세계사에서는 고대부터 현대이르는 길고 긴 시간동안 세계 곳곳에 존재했던 비밀결사의 역사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이고 개괄적으로 설명을 담고 있는데, 앞서 언급했던대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기독교 관련 계통의 중세 비밀결사만이 아닌 그 이전에 존재했었던 좀 더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결사부터 밀교로 구분되었던 여러 원시 종교에 관련된 비밀결사, 그리고 현재는 범죄 조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탈리아의 마피아나 정치, 경제, 사회단체들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때문에 바로 이 첫번째 부분이 이 책의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부분이자, 그 동안 알려져 있던 기독교 계통의 중세 비밀결사가 아닌 그 이외의 결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 혹은 그 존재조차도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영역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책의 시작.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개괄적인 설명이 첫번째 부분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두번째 부분부터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을 단체들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진다. 책의 홍보에 이용되었듯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 로스트심벌 등에 출연하는 관련 단체들에 대한 방대한 역사와 다양한 설, 그리고 그들과 연관되었다고 추정되어지는 수 많은 사건들이 펼쳐지는 것이 바로 두번째 장부터이다. 2,3,4장으로 이어지는 단체들은 프리메이슨과 유대게이트, 그리고 다빈치 코드하면 떠오르는 단체 시온 수도회인데 각각의 단체들에 대한 역사와 주요 인물들은 물론 단체가 운영되는 방식과 그들만의 규칙,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그들의 영향력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이들 단체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꽤 많은 부분의 호기심을 충족시킬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비밀결사의 의미.

비밀결사는 왜 존재하게 되는 것일까? 대부분은 당시의 시대적 흐름이나 권력에 대항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주장과 성향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에서 이유를 찾곤 한다. 어떤 이유가 존재하든 그래서 비밀결사는 늘 이중적이다. 어느 조직보다 공고히 그들의 결속력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기에 결집력이 강하고 외부세계에 대해서는 갈수록 배타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부터 비밀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그 순간 음습하고 은밀한 분위기의 옷을 입는다. 한번 그 옷을 입은 조직은 빛으로 다시 나오기가 힘들어지고 갈수록 더 깊은 지하로 숨어들며, 더욱 은밀해지고 음습해진다. 그리고 그렇게 명맥을 유지하며 충격적이거나 혹은 허구에 가까운 환상을 남긴채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것이다. 물론 그들 중에는 프리메이슨 처럼 공공연히 세계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절반이상은 드러나있는 상태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쨋거나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가 별도로 존재하는 비밀결사이고 여전히 살아있다. 비밀결사는 그 존재가 실재하든 아니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존재하고 어떤 힘을 가지고 세계에 그 권력을 미치는지는 언제나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할 것이다. 그래서 잠시 생각해본다. 비밀결사의 진정한 의미는 그들이 어떤 힘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진실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무엇인지 모를 힘에 대한 호기심이 늘 존재하고 있음이 아닐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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