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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도 돼?
나카지마 타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0월
절판
요즘은 예전보다 많이 늦어졌다고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남성과 여성들 사이에는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남자들은 30대를 넘기기 시작하면 조금씩 결혼이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여자들은 20대 후반이 되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고 개인차가 분명 존재하지만 일반적인 선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왜 다들 어느정도의 나이가 되면 결혼이라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실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될까? 왜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쫓기듯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마치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걸까? 아마도 그것은 사람들 마음 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이라는 것 때문이 아닐가 싶다. 어딘가에 내 마음을 의지하고 나만을 위한 공간이 되어 주는 것, 그것을 가정이라는 집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정을 이루는 방법인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마음을 의지할 곳이 꼭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걸까? 그저 나만의 공간을 가지는 것으로 그 편안함과 안정을 가질 순 없을까?
30대 독신녀, 나만의 공간을 꿈꾸다.
나카지마 타이코의 소설 <지어도 돼?>는 바로 이런 자그마한 반항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왜 꼭 가정을 이루는 것만이 안정을 찾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지어도 돼?>는 그 안정을 집이라는 나만의 공간으로 형상화하여 보여준다. 모든것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 그리고 철저하게 나에게 맞추어진 공간에서 새로운 안정을 찾기 보다는 현재의 안정을 공고히 하는 방법으로 독신녀의 집 짓기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을거야!가 아니라 지어도 돼?로 시작하는 문제들.
<지어도 돼?>의 주인공인 마리는 30대의 직장여성이다 꽤 오랜 생활 직장생활을 하며 나름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오랜 시간 유학이다 뭐다 해서 집밖을 떠돌았던 그녀는 현재 직장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은 2층에 세들어 살고 있다. 집은 맘에 들지 않지만 어짜피 이사를 한다고 해도 좋아질것 같지 않은 주거환경을 빌미로 그녀는 문득 집이 있는 남자를 만나 이 생활을 탈출할까 하는 조금은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의 이런 생각을 눈치챈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이런저런 소개팅이다 맞선이다 하는 자리를 만들어주게 되고 이 자리에서 그녀는 후쿠시마라는 건축사를 만나게 된다. 나쁘지 않았던 그마저도 별다른 약속 없이 헤어진 그녀는 남자 만나기 계획에도 시들해지고 어느날 우연히 자신에게 살던 맨션을 물려준다던 친척의 말을 듣고 문득 내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맨션과 부모님이 버려두다시피 한 땅을 바꾸어 그 땅에 나만의 집을 짓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계획은 순탄치가 않다. 신혼 부부도 아니고 그저 남자도 아닌 독신여성이 혼자만의 집을 짓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어딜가도 가족을 위한 집만이 보이고 독신여성인 자신을 위한 집을 찾을 수 없었던 마리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집을 지어도 되는걸까?"
나만의 공간을 찾기 위한 마리의 고분분투
그녀는 주변의 석연찮은 시선들에 문득문득 불안을 느끼지만 맞선으로 만났던 건축사 후쿠시마와 함께 자신만의 집을 계획하며 그 집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굳이 가족을 꾸리는 일이 아니라도 스스로 안정을 찾아가는 방법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해 짓는 집. 그래서 조금은 기괴하고 신기한 구조를 가지게 되어버렸지만 그래서 더욱 그녀스러운 그녀만의 집은 그 자체로 마리 자신이고 마리가 앞으로 이룩해야할 미완의 꿈이기도 하다.
스스로 찾아가는 나만의 집 만들기.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집을 짓는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 말이다. 물론 경제적인 여건도 여의치 않고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나만을 위한 맞춤 집이라니..이 얼마나 설레이는 꿈인가? 그리고 한켠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혼자만을 위한 공간에서 나만을 위해 내가 변할 필요없이 그대로를 보여주는 집을 가진다면, 나는 과연 누군가를 위해 변화할 필요를 느낄까하는 생각 말이다. 마리는 현재의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집을 짓는다. 마치 지금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며 남들에 의해 흔들리고 변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꿈을 위해 자신을 지키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집이라는 건 언제나 변화하는 인간의 삶이나 생각만큼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녀가 살아가며 자신의 생각과 삶이 변할때마다 그녀는 이전의 자신을 보여주는 집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게 되진 않을까? 물론 앞으로 c동과 d동을 지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이전의 a동과 b동은 그래도 두어야 하니 말이다. 아무쪼록 마리가 지금 지으려 하는 a동과 b동이 앞으로 지어질 c동와 d동의 좋은 시작이 되길 바람해본다. 그것까지 모두 부수고 다시 지으려면 너무 많은 수고가 들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