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브로드 2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품절


인생은 누구에게나 그저 흘러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마음처럼 흘러가도록 하기 위해 길을 닦고 물길을 터주고 끝없이 지켜보기도 하지만, 그들의 이런 노력보다 늘 한발 앞서는 것은 운명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그러나 소리조차 나지 않는 거대한 광풍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을 가르켜 원하는대로 할 수 없고,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인력의 힘이 미치지 않는것이라고 말하고는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말한다. 인생이란 그래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인력이 아닌 더 큰 힘에 의해 무엇이 일어날지 무엇을 잃게 될지 무엇을 이루게 될지 모르기에 그것이 인생의 진정한 묘미라고 말이다.

모두가 가진 각자의 이야기들.

<사우스 브로드>는 이제 그 이야기의 후반부로 접어든다. 전반부의 이야기가 그들이 현재에 이르는 과거의 만남과 현재의 삶을 짧게 그려내었다면 이제 후반부의 이야기는 그들이 그렇게 조금은 이방인으로 머물러야만 했던 각자의 더 오래된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가려져있던 잔혹한 진실들을 풀어낸다. 그리고 그 오랜시간이 흘렀으나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그들의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조금씩은 발목잡혀 버둥거렸던 그들의 그 과거 말이다. 시바의 쌍둥이 오빠인 트레버의 귀환으로 이제 모두 찰스턴에 모이게 된 이들은 트레버와 시바의 귀향과 함께 다시 돌아온 그들의 정신병자 아버지로 인해 불안한 날들을 보내게 된다.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숨기고 점점 그 집착을 강화시켰던 쌍둥이의 아버지는 공포라는 이름으로 그 형체를 드러내고 이제는 시바와 트레버를 위협하는 위험뿐이 아닌 그들 주변에서 그들에게 사랑을 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병적인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공포가 몰고온 지울 수 없는 또 다른 상처

모두가 모인 찰스턴은 공포가 숨어있는 자유와 평안을 보인다. 저 깊이 아래에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공포가 있지만 적어도 순간순간에는 오랜만에 그들의 과거를 만들었던 지난 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듯, 모두가 한 곳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서로 거리낌없이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끄러울 것 없이 자신의 어두움을 말할 수 있는 이들.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실이라는 미묘한 변화가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여전히 친구라는 이름으로 모일 수 있는 두텁고 단단한 사이임을 확인하는 시간이 그들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행복을 느끼는 순간 그들에게 거대한 사고가 몰아닥친다. 쌍둥이의 아버지가 기어이 그의 아름다운 딸 시바를 살해하고 만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우 시바,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에 언제나 방황하고 불안정한 영혼으로 자유를 갈망했던 소중했던 사람. 그 시바가 처참한 몰골로 난도질 당한채 피범벅이 되어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그것으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찰스턴과 레오에게는 다시 어둠이 밀려든다.


폭풍은 기억을 지우고..

시바의 죽음으로부터 지작된 어두움에 대한 공포는 이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과거를 들추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특히 그 어두움은 레오에게 집중되기 시작한다. 모든것을 잘 이겨내고 현실에서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던 이들. 그들의 중심에서 모두를 아우르는 자신만의 평온함을 늘 선사했던 레오에게 그간의 평온을 탓하듯 몰아닥치는 불행들은 찰스턴에 불어닥친 폭풍처럼 그간 힘겹게 스스로를 세워왔던 레오를 무너뜨린다. 시바가 죽고,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녀의 아버지가 시체로 발견되고, 레오의 오랜 상처였던 아내 스탈라가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를 최초로 어둠속에 밀어넣었던 어린시절의 상처, 바로 스티브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이다.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가장 신성한 누군가에 의해 처참히 스스로의 목숨을 버려야했던 형의 진실. 그 진실은 레오에게 선과 악의 구분, 현실과 과거의 구분, 그리고 진실과 거짓의 구분을 모두 부질없게 만들어버린다.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모른다.

인생은 그렇게 아주 작은 구멍으로도 흘러내린다. 그 흐름은 사람이 막을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 시작되면 멈출줄 모르고 그 방향도 예측할 수 없다. 찰스턴에 어느날 찾아온 쌍둥이 자매, 그리고 고아원의 아이들, 그저 스쳐지나갔다면 전혀 다른 곳을 향했을지 모르는 레오의 인생은 그들에게 과자를 가져다주고, 그들의 손에 풀린 수갑을 풀어주면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그를 안정으로 인도하기도 하고, 다시 불행으로 밀어넣기도 한다. <사우스 브로드>는 그렇게 인생의 예측불가능한 흐름을 그려낸다. 마치 우리들 누군가도 그렇게 흘러갈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듯 말이다. 그리고 그래서 <사우스 브로드>는 특별하다. 그저 단순히 하나의 특별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경험하는 보통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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