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품절


두꺼운 두께의 책을 만나게 되면 늘 드는 생각이 있다. '도대체 이 작가는 무슨 이야기가 이토록 장황하고 길게 하고 싶었을까?'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 책. 그 한권의 책들은 대부분 300~400페이지 내외인 경우가 많고, 그래서 이례적으로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들을 만나게 되면 살짝 부담을 느끼며 따라나오는 생각중의 하나인 셈이다. 사우스 브로드를 만났을때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걸까?' 그것도 500페이지짜리 책 한권이 아니라 두 권에 걸쳐서 말이다. 500페이지가 두 권이면 1000페이지 아닌가.. 도대체 이 길고 긴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사우스 브로드>는 나에게 처음부터 그렇게 길고 무거운 느낌의 책이었다.

레오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그의 인생.

<사우스 브로드>는 남부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서 살고 있는 레오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없이 이해심이 많고 이성적이며 불편했던 자신과 어머니의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주셨던 그의 아버지, 그리고 수녀출신의 교장선생님인 어머니,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재능으로 레오보다 늘 한발 앞서있었고 그래서 한발 앞서 사랑을 독차지 했던 그의 형 스티브, 그리고 그런 형의 아래에서 형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던 자신의 이야기 속에 불행이 시작되었던 바로 그 시점. 형의 자살을 고백하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좌절과 어두움에서 벗어난 소년의 이야기.

레오는 자신이 뛰어난 형의 그늘에 가려 불행했던 소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역시 그런 형을 사랑했고 그런 형이 있었기에 수줍고 소심했던 자신이 세상에 나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형이 어느날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버렸을때 그를 덮어주던 포근하고 따뜻한 보호가 끝나버린 것으로 생각한다. 레오의 어머니는 유난히 사랑했던 큰 아들의 모습을 작은 아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레오를 온전히 사랑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레오는 어머니의 이런 불평등한 처우에 반항하기 보다는 자신을 보호해주던 아름다운 형의 부재에 따른 좌절을 더 크게 경험한다. 스스로를 방치하는 상태에 버려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로 자신을 남겨둔 것이다. 이 시기에 레오는 작은 사건에 연루되고 소년원에 들어갈 위기까지 처하지만 사회봉사명령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를 대신하게 된다. 레오가 형을 잃고 난 후의 고통스런 방황을 끝내려 마음 먹은 것은 바로 이 시기이다. 스스로의 좌절을 이겨내기 위해 상담을 받고 타인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레오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바로 일으키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방황의 기간동안 멈추었던 자신의 정신적 성장을 한꺼번에 해내기라고 할 듯히 맹렬하게 성장한다. 여전히 사랑하는 스티브의 죽음이라는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우울함을 간직한채 그를 바라보는 어머니보다 더 성숙하고 다듬어진 청년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도시의 이방인들로부터 찾은 안정.

찰스턴에는 끝없이 많은 이방인들이 출연한다. 술 주정뱅이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아름다운 남매 시바 포와 트레버 포, 고아원 출신의 남매 스탈라 화이트헤드와 나일즈 화이트 헤드, 찰스턴의 뛰어난 명문가 자제인 채드워스와 몰리, 프레이저, 페닌슐라 고등학교의 풋볼 코치의 아들인 흑인 아이크들로 때로는 너무 눈에 띄는 명문가로 인해 때로는 고아라는 출신성분으로 인해 때로는 인종, 때로는 불우한 가정환경등의 여러 요소로 인해 각자가 거대한 인생의 짐들을 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모두 계층과 인종, 직업과 권력등의 여러 기준에 의해 나뉘어지고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그래서 하나가 될 수 없어 보이지만 우정이라는 이름의 유대감으로 묶인 거대한 인류의 축소판처럼 모여있다. 그리고 레오는 그들 속에 깊숙히 자리잡음으로써 스스로의 상처를 이겨내고 그들의 짐들을 내려 한데 묶어 놓는 역할을 한다. 마치 그의 아버지가 늘 불안했던 그와 어머니의 관계를 하나로 이어내는 조정자의 역할을 했듯이 말이다.


다시 돌아온 불안.

2권으로 이루어진 <사우스 브로드>의 1권에서는 어린 시절의 그들의 성장과정과 몇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각자의 위치와 각자의 가정이 이루어진 성인이 된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동안은 모야있었으나 각자의 인생을 위해 전혀 다른 결정을 하고 전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끼리 관계를 가지고 가정을 이루는 모습들을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뛰어난 미모를 가진 시바 포가 찰스턴으로 돌아오는 것을 계기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한동안 헐리웃을 주름잡던 시바가 나이를 점점 먹고 순탄치 않은 인생을 이어오는 중 발생하게 된 사건. 바로 그의 쌍둥이 남매인 트레버 포가 사라진 사건을 통해서 말이다. 이제 한동안 각자의 인생을 살았던 찰스턴의 친구들은 트레버를 찾기 위해 다시 하나의 관심사로 모인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수 많은 차이와 다른 사고방식에서 나타나는 그들사이의 문제점을 끌어안은채로 말이다. <사우스 브로드>의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아마도 그들이 트레버 포를 찾는 과정을 통해 다시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것이다. 그들과는 또 다른 하나의 존재 게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트레버 포를 끌어안기 위해서 말이다. <사우스 브로드>는 아마도 그렇게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이방인일 수 있는 그러나 그럼에도 사람들 속에 섞여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할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사우스 브로드>의 두번째 이야기를 그래서 기다린다. 그들이 또 다른 하나의 존재를 끌어안을 때마다 보여주는 그들의 성장이 마치 인류가 풀어야할 포용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하기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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